
겨울 곡간에서 가을 곶감을 빼먹듯이
영화 << 타짜 >> 에서 운전기사는 한숨을 푹 쉬면서 보스 곽철용에게 올림픽대교가 막힐 것 같다고 걱정을 한다. 그러자 곽철용이 대수롭지 않은 듯 툭, 되받아친다. "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새꺄 ? "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플랜B를 제시하기보다는 걱정부터 앞서는 나는 전형적인 운전기사 캐릭터'다. 만약에 마포대교가 무너졌다고 한다면 나는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내비게이션에도 없는 삼천포로 빠졌을 것이다. 반면에 블로그 이웃인 이집주인 님은 곽철용 같은 캐릭터'다. 마포대교가 무너졌다 한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서강대교는 무너졌냐, 색햐 ! " 나는 그가 투병 중이란 사실을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투병 중이란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지나간 소식을 전하면서 무심한 듯 시크하게 그 사실을 알렸기에 나는 그것을 단순히 감기 정도로 오해했기 때문이었다.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대목. 그는 불행 앞에서 쉽게 좌절하지 않으며 스스로에 대하여 깊은 연민에 빠지는 성격이 아닌 듯하다. 그가 쓰는 글도 그의 성격을 닮았다. 신형철 평론가로부터 " 한국식 에세이의 관습이 말끔히 제거되어 있는 글 " 이란 찬사를 받은 사실은 그의 에세이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 비록 신형철과는 앙숙 관계이기는 하나 그의 상찬에는 적극 동의한다. 오늘 동네서점에 들려 책을 예약 주문했다. 설 연휴에 읽기 좋은 책이(라고 자신한)다. 이번 설 연휴에 겨울 곡간에서 가을 곶감을 빼먹듯이 야금야금 읽을 생각이다. 한국식 에세이에 질려버린 독자'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신달자 에세이를 상상해 보라). 한 편의 잘 만든 독립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 할 것이다. "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블로 가 ! " 내 지레짐작은 틀린 적이 없다. 느낌..... 아니까.
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