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화장지
대통령이 티븨 앞에 서서 대국민 담화문을 읽는다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상황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저희는 적과 싸울 의지를 잃었습니다. 죽음의 무도가 당신 집 앞에서 문을 두드려도 집 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그 어느 누구도 당신을 돕지 못할 것입니다. 999 구조 전화도 소용없습니다. 구급차를 불러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죽음의 신이 하루빨리 이곳을 지나가길 신에게 기도할 뿐입니다.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영국 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죽음을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국가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울 의지가 없기에 손을 놓는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방역 포기 선언을 하면서 영국 인구의 60%(4천만 명 정도)를 일부러 감염시켜 집단 면역을 유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쉽게 말해서 죽을 사람은 죽고 살 사람은 살아남는다는 전략인 셈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각자도생을 명령한 꼴이다. 근대를 탄생시켰던 유럽은 이제 코로나 펜데믹의 진원지가 되었고 빠르게 패닉에 빠졌다. 지금 유럽인은 화장지와 생필품을 사재기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화장지일까 ? 중세시대에는 " 위생 " 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귀족조차도 1년에 두 번 정도 목욕을 했다고 하니 백성들의 위생 상태는 말해서 무엇할까. 거리에는 개똥, 소똥, 말똥, 사람 똥이 넘쳐났다. 이때 중세 유럽을 휩쓸고 지나갔던 것은 페스트(흑사병)였다. 유럽 인구의 1/3이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이 병은 병에 걸린 쥐의 벼룩이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데에서 시작했지만 직접적인 전염원은 환자의 비말과 인분이었다. 똥 묻은 손으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만들고 비말에 의해 급속도로 전파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유럽은 지나칠 정도로 " 위생 " 을 중요시하는데 그것이 곧 근대의 탄생이다. 근대성은 위생 권력의 탄생과 맥을 같이한다. 근대에 이르러 에티켓, 위생 권력, 사생활이 탄생한 것이다. 그것은 중세에는 없던 개념이었다. 그런데 위생 개념은 제국이 식민지를 지배할 명분을 제공했다. 대영제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도 결국은 " 위생 " 의 발견했다는 데 있다. 그랬던 대영제국이 코로나 때문에 몰락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곧 국가의 직무유기이자 소멸이다. 위생 권력으로 식민지를 지배했던 유럽이 화장지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도 위생에 대한 유럽의 강박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는 위생 권력을 민망한 몰락을 목격하고 있다. 만약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담화문을 그대로 읽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