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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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0년생이 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책이라길래 읽다가 이 책의 너덜너덜한 빈곤함에 깜짝 놀랐다. 뭐, 어렵게 말할 필요 없이 정직하게 말하자면 상거지 같은 책'이다. 이런 책을 추천하시다니..... 문재인 대통령님, 실망입니다아. 이 책에서 말하는 90년생은 세대 보편성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 인문 담당인 저자가 다니는 직장 내 90년생 신입사원을 관찰한 결과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대기업 관문을 통과한 고학력 스펙을 가진 90년생 남성을 다룬 것이다. 특정 모집단의 하비투스를 90년생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태도야말로 꼰대스럽다. 이 책의 제목이 << 대기업 신입사원 교육 인문 담당자가 바라본 90년생 고 스펙 신입사원이 온다 >> 였다면 그럭저럭 읽을 만한 책이라고 할 만하지만 특정한 집단 내 표본으로 작성된 특징을 세대론으로 말하는 것은 뻔뻔한 짓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던 인물은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 노동자였다. 저자가 90년생이 현대자동차와 다이슨 무선 청소기의 주요 고객이어서 이들 기업이 90년생의 눈치를 본다고 지적했을 때 처음에는 이 문장의 행간을 이해하지 못했다. 20대 젊은이가 100만 원짜리 다이슨 청소기의 주요 고객이었다고 ?!  또래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그들의 눈높이에 따르면 가능한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아는 90년생 노동자는 현대자동차의 호갱 취급에 화가 나서 외제차를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배부른 문장에서 가방 속에 컵라면을 유서처럼 남기고 떠났던 어느 90년생 노동자가 떠올랐다. 한마디로 이 책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상당히, 매우, 기분이 더러울 정도로, 허벌나게 좆같다. 





2 무엇이든 물어보살

일본 공영 방송 NHK는 여러 대학과 손을 잡고 사회 문제 해결형 AI << 네브라 >> 를 개발했다. 일종의 AI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살 ? 연구진은 사회 문제와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 5,000가지 통계 자료 30년 치를 입력하여 학습시킨 후 20대에서 80대 시민을 1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독신자가 증가하면 출산율은 감소하고 자살률과 고독사가 증가하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네브라에게 출산율을 증가시키고 자살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해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대답해 주세여여여 !! 인공지능 네브라는 맹랑하게 대답한다. " 삐리리릭 ~  집값이 내리면 출산율과 자살률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아. "  네브라는 출산율 감소와 자살률 증가의 주요 원인을 " (치솟는) 집값 " 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연구진은 AI 네브라의 해법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정책과 저널리즘 그리고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에서는 엿볼 수 없는 참신한 해결 방안이었던 것이다. 집값을 잡아야 출산과 자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신혼부부가 집을 소유한 경우 현재 자녀 수는 0.89명이고  계획 자녀 수는 1.66명인데 반해 전세일 경우에는 각각 0.78명과 1.56명으로 감소했다. 즉, 주거 안정성이 높을수록 희망 아이 수나 실제 출산 아이 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홍철의 기획 부동산 투기 성공담이 괘씸한 이유는 노홍철의 불로소득이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감소시키고 자살률을 증가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탐욕이 다수에게 불행을 선사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부동산 폭등으로 집값이 오른) 집을 사면 세 사람의 노숙자가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

저자는 90년생의 특징으로 간단함, 병맛, 솔직함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뽑았는데 간단함, 병맛, 솔직함이라는 특징이 과연 90년생의 특징이 될 수 있을까 ?  나는 저자가 하길종 감독의 << 바보들의 행진 >> 이라는 걸작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데 500원 내기를 건다. 이 영화가 70년대 영화이니 영화 속 젊은이를 70년생으로 계산하고 70년생 세대론으로 설명하자면 70년생의 특징으로 간단함, 병맛, 솔직함을 뽑을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는 항상 간단함, 병맛, 솔직함을 선호했다. 그것은 90년생의 특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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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익 2020-01-24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 대통령이 추천하기 전에 제목이 신선해서 읽었는데, 별 내용도 없고 90년 생을 이해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돼서 화가 났습니다. 근데 이후 문 대통령의 추천 이후 엄청나게 팔리는 걸 보고,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라는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20-01-24 21:32   좋아요 0 | URL
저자가 왜 90년생은 소비자로서 자신이 기업의 호구가 되는 것을 싫어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거 참 미친 발상 아닌가요. 이 세상에 어느 누구가 호구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 호구되기 싫은 것은 90년생의 특징이 아니라 소비자라면 누구나 화가 나는 일이지요. 엄청 구닥다리 헛소리로 가득 찬 책입니다. 어이가 없었죠. 아마, 문통도 이 책은 읽지 않고 제목만 보고 프레임 잡으셨든듯..

수다맨 2020-01-26 15: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불만이 많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 그 이를 보좌하고 있는 참모진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깜냥도 안 되지만, 제가 대통령에게 한 마디라고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신입사원 인문 담당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나 활동가들이 쓴 책을 대통령에게 추천했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청년 수당이나 고액 등록금의 폐해, 주거권 보장 같은 것들을 역설하는 책 말입니다.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그 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득권 A가 떠났지만 (앞선 A보다 부패성과 몰염치함은 그나마 조금은 덜한) 기득권 B가 그 자리를 차지한 느낌마저 듭니다.
명절 연휴인데 설 잘 쇠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1-26 15:28   좋아요 0 | URL
ㅎㅎ 참..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그들을 취재하는 책도 많았을 텐데 말입니다. 아쉽습니다. 연휴 잘 보내시고 조만간 얼굴 한 번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