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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 - 기독교에 회의적인 교양인과 나누고 싶은 질문 25가지
정한욱 지음 / 정은문고 / 2023년 3월
평점 :
<비추천도서>
베스트셀러, 소위 좀 팔렸다 하는 책 치고 별로인 경우를 너무 많이 경험해서 잘 손에 집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제목이나 주제 때문에 혹여나 하고 읽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경험은 실패다.
아빠와 자녀의 신앙적 대화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는 내 개인적 처지에 따라
혹여나 도움이 될까 하여 이 책을 구입했다.
제법 팔렸고, 어떤 분이 페북에 이런 책을 다음세대에 읽혀야 하고, 아이들이 질문과 의심을 품고 답을 찾게 해 주어야 한다 식으로 말씀하셔서 나도 역시 그런 입장에서야 너무나 동의해서 구입해서 읽었다.
역시나 실패다. 아니 실패 정도가 아니다.
심각히 우려된다.
과연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것이 유익할까?
나는 지역교회의 목회자로서 우리 교회 청년들이 이 책을 읽도록 절대로 권하지 않을 것이며, 부모들에게 이 책을 읽히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이 책을 구입하여 읽는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자녀에게 바른 신앙을 가르쳐 줄까 하는 마음일텐데, 이 책은 자녀를 바른 신앙으로 세워주는데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성경과 교회에 대해 비판적이게 만들거나 정통 기독교가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왔다고 믿게 만들거나 현대 신학만이 진리인양 오해하게 만들거나 좀 심하게는 무신론자나 불신자가 되게 하면서 또한 동시에 자신이 지적으로 대단한 양 착각하게 만들기 쉬운 책이다.
처음부터 너무 세게 비판하는 것 아닌가 싶을 수 있으나,
일단 이 책은 자녀에게 믿음에 대해 설명하는 취지의 책이지만, 성경 구절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믿음을 성경으로 설명하고 변증하기보다 오히려 성경을 비판하거나 성경을 이상하게 해석하는 인문학적 책들을 통해 자녀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정통 기독교는 아주 소수만이 따르는 잘못된 해석을 따르는 집단으로 치부한다.
수많은 책을 인용했지만, 정작 성경에 대한 바른 설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역교회의 집사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경관, 죄론, 신론, 구원론 등 기독교의 기본적인 의미를 설명하지만, 우리교회에 온다면 새신자 교육부터 다시 받아야 될 정도로 그 이해가 완전히 잘못되어 있다.
이 책에 대해 자세한 비평을 쓰는 게 나의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기에 자세히 쓰지는 않겠지만, 몇몇 부분만 봐도 이 책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성경 말씀을 하나님의 계시된 말씀으로 이해하기보다 1세기 고대 근동의 문화에 기초한 그래서 우리는 상당 부분 걸러야 하는 ‘종교적 문서’에 불과하다.
구약 이스라엘을 구약교회로 이해하기보다 고대 근동에 존재했던 수많은 국가 중 하나로서의 이스라엘로 이해하고 있고, 다윗을 장차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로 이해하기보다 이스라엘의 전쟁영웅으로 이해하면서 승자의 기록에 따라 ‘만들어진 영웅’으로 표현한다. 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묻는 딸에게 저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논의를 가지고 죄를 설명한다.
제목을 보면, 믿음에 대해 고민하는 딸에게 바른 답을 주는 아빠의 대답 같지만,
책을 읽어보면 그냥 현대 신학과 신정통주의 혹은 자유주의 신학 관련 책을 꽤 읽은 아빠가 들려주는 정통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아닌가 싶다.
몇 구절만 그대로 인용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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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천 년 전 고대 근동에서 살아가던 1차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쓰인 종교적 문서가 21세기의 세상에서도 그리고 근대 과학이나 역사의 관점에서도 어떠한 오류도 없는 진리 여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인 난센스라 할 수 있어. 이는 모든 성경이 일점일획의 오류도 없기에 의심없이 사실로 믿고 문자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는 식의 근본주의적 성서 읽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야. 나는 이런 생각이 일부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이 품고 있는 실현 불가능한 소망을 표현한 수사적 표현에 가깝다고 생각해.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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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하나님’의 유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둘 사이의 유사성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성서가 태동한 고대 근동 사회의 맥락에서 볼 때, ‘구성원에 대해 생사여탈권까지를 포함한 절대적 권위를 행사하는 강력한 가부장적 존재’라는 것이 그 유사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해.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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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열왕기가 여호수아-사사기-사무엘-열왕기로 이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역사서술인 ‘신명기 역사서’의 일부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 책들은 남왕국 유다의 멸망 후 바빌로니아로 끌려가 포로 생활을 하던 시기에 ‘신명기 역사가’라 불리는 개인 혹은 공동체에 의해 서술되었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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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누군가 그런 '부활'과 '영생'이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요 존재 이유라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런 자들을 인간의 고난과 죽음을 미끼로 종교라는 아편을 팔아치우는 죽음의 장사치나 가짜 면죄부를 남발하는 거짓 선지자로 여기게 될 거야. -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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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추천하는 거에 비해 비추천은 욕을 먹을 가능성이 많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의 신앙적 유익과 주머니 사정의 유익을 위해 비추천도서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