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판 멘토는 없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사회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멘토가 필요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았다 ...(중략).... 어떻게 하면 자기들도 ‘멘토’를 구해서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를 묻는 것이었다. 조금은 시시했다.
- 멘토는 없다, 주진형 칼럼 中
안철수는 한때 " 국민 멘토 " 였다. 그는 진보는 물론이요, 보수층도 두루두루 ' 아우 ' 를 만큼 시대의 ' 형님 ' 이자 스승이자 어르신이었다. 그는 초능력자들이 즐겨 입는 망토 입은 멘토'였다.
그가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룸살롱이 뭐예요, 마카롱이에요 ? _ 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이 순진한 남자의 순정을 믿어 의심치 아니했다. 대구의 모 국회의원이 이 소리를 들었다면 찬란한 밤 문화를 마카롱化시키는 작태에 새빨갛게 발기했을 것이 분명하다. 꼰대에게 있어서 벤츠 몰고 룸빵 가서 여자 끼고 양주 원샷 때리는 것이 그 인간에게는 성공의 기준이었던 것'이다. 자칭 / 타칭, 자신을 " 진보라 " 믿었던 이들은 안철수에게서 컬러풀한 아우라'를 보았다. 진보라보다는 연보라색을 좋아했던 나는 안철수를 멘토라고 숭배하는 대중의 꼴도 우스웠고, 스스로를 멘토라고 생각하는 안철수의 꼬락서니는 더더욱 우스웠다. Oops !!!
인생은 " 독고다이 " 라고 믿는 나에게 멘토는 공갈빵'이었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것이 인간인데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인가 ! 성공한 사람 옆에 붙어서 기생하고 싶은 멘티와 그것을 이용해서 나와바리를 확장하고 싶은 멘토가 있을 뿐이다. 내 허락 없이 이 골목 전봇대에 오줌 싸지 마라잉. 안철수는 멘토의 낯짝을 제대로 보여준 인간'이었다. 형광등 3만 개를 켜놓은 듯했던 아우라는 사라진 지 오래. 후광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초등학생 한 명이 초라하게 서 있었다. 내가 안철수입니까, 갑철수입니까. 네에. 아, 아아.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아이 실망입니다.
찬란한 어록을 남기고 사라진 그를 볼 때마다 멘토는 꼰대의 순화된 버전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 문단의 슈퍼스타 김경주 시인이 대필을 시인했다. 김경주 시인이 작성한 < 미디어 아티스트 흑표범의 전시 도록 해설 > 은 알고 보니 차현지 소설가가 대필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스승과 제자의 관계'다. 당시 김경주는 문단의 불야성 같은 존재였으니 차현지 작가에게는 반짝반짝 빛나는 멘토였으리라. 김경주는 언론 인터뷰에서“ 2016년 미디어 아티스트 흑표범의 전시 도록에 해설 원고 청탁을 받았으나 마감이 지나도록 쓰지 못하던 차에
후배이자 제자 격인 차현지 소설가가 자기 이름으로 나가지 않아도 좋으니 자신이 써 보겠다고 했고, 합의 하에 차 작가가 원고를 썼다”고 밝혔다. 김 시인은 “ 몇 년 지난 뒤 흑표범 작가에게 말해서 필자 이름을 바꿔 주기로 차 작가와 합의했고, 얼마 전 흑표범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들 사이에 험한 소리가 오갔던 모양이다. 김경주 시인은 " 차 작가와는 시나리오 메인 작가와 서브 작가, 인터넷 문학방송 피디와 구성작가, 미술전시 공동 프로젝트 등 많은 작업을 같이 했고 개인적으로도 친한 사이였는데, 최근 소원해져서 나에 관해 부정적인 말을 주변에 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라고 말한 반면에 차현지의 말은 김경주의 말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 김 시인이 먼저 대필 제안을 해왔다 ” 며 “ 당시 저는 작가적 자의식이 없는 신인이었던 데다 글을 쓸 기회가 너무나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 라고 말했다. 또 “ 대필을 제안하고 수락하는 관계는 결코 수평적인 관계일 수 없다 " 라며 “ 다른 신인 작가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대필 사실을 밝히게 됐다 " 라고 말했다. 누구 말이 옳든 그르든 간에 서로 드잡이하며 싸우는 꼴이 매우 뷰티풀해서 원더풀하다.
인간이란 궁지에 몰리면 서로 물어뜯는 존재여서 드잡이의 풍경을 역겹게 볼 필요는 없다. 빈정 상하면 드잡이 하는 것이 인간이다. 하여튼....... 멘토와 멘티의 관계란 그런 것이다. 멘토는 없다. 상처에는 마데카솔 연고가 좋다고 하지만 빈정으로 인해 발생한 심리적 상처에는 좋아라마이싱이 최고의 명약이다. 팔팔년도 쌈마이 동네 3류 극장 광고 버전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 (에코 빵빵 넣은 음향 버전) 오고가는 말풍선에 싹트는 우정. 어느덧 뾰족한 말풍선에 갈라선 빈정. 상처에는 마데카솔 / 빈정에는 좋아라마이싱. 동원극장 사거리 맞은편 광동 약국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 !
+ 덧대기
김경주 시인이 차현지 작가'에게 보낸 메일. 메일 속 문장을 보면 그 유명한 굴다리 싱하형 문체가 생각난다. 싱하형 문체란 대략 이런 것이다. " 형, 조낸 화났다. 지금 당장 굴다리 밑으로 쳐와라. 10초 준다. 8초, 9초 이런 건 소용 없다. 정확히 10초다. 지금부터 지켜보겠다 " 김경주의 문체를 싱하형 문체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형, 조낸 화났다. 마지막 경고다. 글 지우고 한강 굴다리 밑으로 와라. 10초 준다. 9초, 8초 이런 건 소용 없다. 1초 늦을 때마다 내 주먹감자가 네 면상을 강타할 것이다. 그 파급력은 너의 주변인과는 다를 것임을 문학적으루다가 약속할 수 있다. 찌질이 새퀴, 긴장해라. 형을 몰라보는 새퀴는 조낸 죽을 때까지 패버린다. 내 나와바리에 오줌 싼 놈은 용서하지 않는다. 일단 나와라. 한강 굴다리에서 조낸 맞고 시작하자. ① 일 말의 용서도 없다. ② 두 말 하면 입 아프니까. ③ 세 말 하지 않으련다. ④ 네 말 명심해라. 자비는 없다. 형, 조낸 화났다. 쳐와라. 기한은 그때까지 딱 10초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