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takes a lot to change a man :
아름다운 포기
사람들은 변신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그리스 신화나 설화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백마 탄 왕자를 만나 공주가 되었다는 신데렐라 이야기도 일종의 변신이고, 마굿간에서 잠을 자던 허드렛 일꾼 소년이 복수를 위해 비바람이 치는 언덕을 떠났다가 몇 년 후에 근사한 신사가 되어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일종의 변신이다.
사랑이 한 사람을 변화시켰다는 것도 변신이라는 속성에 대한 매혹이며, 한 사람의 용기가 세계를 변화시켰다는 서사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인간이 변화를 갈망하는 이유는 인간 본성이 어둡다는 데에서 오는 절망에서 비롯된 희망 사항이 아닐까 ? 나는 하루아침에 사람이 180도 변했다는 서사를 믿지 않는 편이다. 비바람 치는, 히스 꽃 피는 언덕을 떠난 허드레 일꾼 히스클리프는 겉모습만 근사하게 바뀌었을 뿐, 본성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가 입은 검은 정장 양복만큼 그 마음도 검다. 생활에서 오는 오랜 습속과 선의와 악의가 섞인 본성과 풍진 세월을 겪느라 딱딱하게 굳은 근성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종교인의 간증 서사와 범죄인의 참회 서사'를 믿지 않는 쪽이다. 악인은 세월과는 관련 없이 늘 악인'이었을 뿐이다. 나는 이명박의 어린시절이 순수했을 거란 상상을 1도 한 적이 없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악마적 속성을 가졌을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우리가 믿었던 어린 날의 순수는 타락한 현실 속 자신을 근사하게 변명하기 위한 레트로 판타지인지도 모른다. 설령 변한다 한들, 인간은 조금씩 조금씩 변하여 먼 훗날에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고작 자신의 본성이, 근성이, 습속이 그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3도 정도의 방향타'만 움직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게 될 뿐이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 변신에 성공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시 물거품이 되어 원상태로 돌아갈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10년 동안 금주를 실행했던 자의 결심이 딱 한 잔 술에 무너지고 30년 금연가가 빌린 담배 한 모금에 무너지듯이 변신의 다른 이면은 언제든지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복원력'이다. 영화 << 스타 탄생 >> 에서 브레들리 쿠퍼는 < maybe it's time > 이란 곡에서 "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it takes a lot to change a man " 라고 노래한다.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hell, it takes a lot to try.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물며 한 사람이 살아온 날들의 흔적이었던 천성을 바꾼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사랑에 빠지면, 연인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사랑의 힘이 상대방의 사소한 습속 정도는 쉽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큰 결점을 고치는 것보다 오히려 작고 사소한 습관일수록 고치기가 더 쉽지 않다. 사랑의 힘으로 상대를 변화시키겠다는 결의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과연, 사랑의 힘이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설령 많은 노력으로 오랜 습속을 바꿨다고 해도, 먹이를 주면 꼬리를 흔들며 왔다가도 이내 냉정한 얼굴로 돌아서서 달아나는 검은 개의 얼굴처럼, 바뀐 습속은 다시 원상태로 회귀하고자 하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벽을 허물어 다시 세우는 행위는 사랑이 아니라 간섭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다.
그렇기에 인간에 대한 환상도 사랑에 대한 환상도 모두 헛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 것. 그냥 그 사람이 가진 결점을 이해하는 방식. 그것이 사랑하는 타자에 대한 아름다운 포기가 아닐까 싶다. 오늘 내가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은 브래들리 쿠퍼의 < maybe it's time > 이다. 그는 담담하게 부른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사람은 정말........ 씨발,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