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우울증이 심신 미약'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이는 남궁인이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나를 조심해야 한다. 나는 365일 심신 미약 상태에 놓인,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사내이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 심신 미약으로 감형을 받으려는 김성수보다 재수 없는 이는 남궁인이었다. 그가 분노에 차서 일필휘지로 휘갈겨쓴 문장이야말로 서사의 과잉이었고 권위의 과잉이었다. 의협심이 강한 그가 자신이 소속된 조직 내에서 발생한 의협 사태에 대해서 왜 침묵했을까 ?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핵심 트리거'는 " 우울증 " 이 아니라 " 불친절 " 이다. 그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자신에게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살해한다. 이 행위에는 고객은 서비스 노동자로부터 당연히 친절한 봉사'를 제공받아야 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다. 그의 전제가 맞다면 pc방 사용 대금에는 서비스 제공에 따른 부과 요금(봉사료)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가 내는 요금에는 봉사료는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는 봉사료(팁)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즉, 그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친절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은 감정 노동자에게 과도한 봉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고객이 왕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무릎을 꿇리고 욕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친절 문화'가 한국으로 유입된 경로는 프로야구 창단을 통해서 " 프로(페셔널) - " 라는 개념이 수입되면서 시작되었다. 스포츠 분야에서 시작된 프로는 감정 노동자는 고객에게 무조건 복종하라 라는 이건희의 훈시에 따라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고객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직원에게는 프로 의식의 결여라는 진단을 받아야 했다. " 왜 그래 ? 아마추어같이! " 비극은 우리가 감정 노동자의 친절을 과잉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는 상인이 고객에게 친절하지도 않았고 고객 또한 상인에게 친절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문화는 옛날 시장'에서 흔히 엿볼 수 있다. 친절하지는 않지만 좋은 식재료를 고를 수 있는 안목과 튼튼한 발목만 있다면 품질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에 우리는 시장 상인에게 과잉 친절을 요구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지인은 2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왔는데 그 친구는 복지 선진국일수록 가게 상인들은 고객에게 지나치게 친절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불친절하지도 않는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냥 무뚝뚝하다는 것이다. 상인과 고객 사이에 갑을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시니컬하게 말했다. " 물건 하나 사면서 고객은 왕이라고 허세를 부리다가는 따귀를 맞을 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