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떡 과 개 떡 :
튼튼이의 모험, 2017
꿀 발라났드나 나도 함 묵어보자
- 봉숙아, 장미여관
일단 영화 평점부터 매기고 시작하자. 이 영화는 10점 만점에 9점이다.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재미있다. 내가 시작부터 결말을 매조지하고 시작하는 이유는 제작비 꼴랑 2000만 원으로 만든 인디 영화라고 해서 지레짐작으로 얕잡아보고는 글을 읽지도 않은 채 스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우선 약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제작비 230억이 든 << 인랑 >> 보다 꼴랑 2000만 원이 든 << 튼튼이의 모험 >> 이 훨씬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는 사실을 ! 내 말에 동의한다면 부처 핸섬 ~ 때깔이 좋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주얼은 12첩 반상 중에서 그저 한 종지를 책임질 뿐이다. 때깔 좋은 " 성찬 " 대신 땟국 줄줄 흘러도 맛이 나는 " 3찬 " 밥상도 있는 법. 지금은 웰빙 시대. 요즘은 꿀떡보다 개떡이 건강식품이다. 또한 관객 수준도 높아져서 개떡같이 말해도 꿀떡 같이 알아듣는다. 화려한 비주얼이 빈약한 서사를 커버하는 시대는 지났다. 김지운 감독에게 충고하고 싶다. 230억짜리 메로나를 누가바 ?
영화 << 튼튼이의 모험, 2017 >> 은 개떡 같은 영화'다. 만듦새가 영락없이 개떡이다. 반지르르르르르르르하게 꿀 발라 놓은 떡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바로 그 < 형편없음 > 이 이 영화를 기똥차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형편없는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제와 형식이 대동단결하여 합일을 이루어 운우지정을 나누니 좋지 아니하다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이는 없지 않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만 보면 미취학 아동용 모험 영화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평균 나이는 33.3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2주 후면 사리질 레슬링 부 고등어'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주둥이 주변에 솟은 수염은 보들보들한 솜털이 아니라 씨알 굵은 수염의 밑동이니, 그 아무리 질레트 프리미엄 쉐이빙폼으로 나노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알의 멜라닌 색소를 감쪽같이 감춘다 한들 그 가무퇴퇴한 주둥이를 숨길 수는 없는 노릇. 가무퇴퇴한 아저씨들이 청춘의 불알을 꿈꾸며, 아니 청춘의 부활을 꿈꾸며 다시 파릇파릇한 등 푸른 고등어를 연기하는 것이다. 보면 가관이다, 가관. 옷 입은 꼬라지를 보라 ! 하지만 < 이따구 가관 > 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전혀 ! 오히려 B급 병맛 코미디만이 낼 수 있는 맛을 선사하다.
깡촌 변두리 촌구석 업 앤 다운타운 정서를 건드리는 연출 솜씨가 탁월하고, 오고 가는 입말의 아밀라아제 구강 액션이 << 인랑 >> 의 불알 액션보다 통쾌하다. 다시 한번, 김지운 감독에게 충고하련다. 영화를 고따구로 만들려면 불알에서 입을 떼 ! 영화 줄거리는 기존 스포츠 서사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지만 그것이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정 장르가 허용한 서사의 관습을 적극 끌어들인 영화일수록 중요한 것은 서사가 아니라 캐릭터'다. 이 영화는 아아 _ 웃다 보면, 어어 _ 눈물이 난다, 우우.
개떡 같이 형편없는 영화도 당신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개떡 같고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다. 개떡 함부로 뱉지 마라. 그리고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를 위해 죽도록 씹한 적이 있었느냐. 오래 씹히다 보면 단맛이 난다. 아, 모야. 이런 개떡. 놓치지 마시라. 이 영화, 놓치면 반드시 후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