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정은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겠구나! 생각되지만,
어쩐지...
뭔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 뭔가가 무엇인지 어렴풋하여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찬란한 가을이었다. 잎은 나무에 매달려 그 색깔이 연중 어느때보다 선명했다. 사람들은 서로 그런 말을 주고받았고, 사실이 그랬다. 태양이 날마다 그 모든 것에 햇빛을 비춰주었다. 밤에는 대체로 비가 오고 추웠으며, 낮은 그렇게 춥진 않았지만 따뜻하지도 않았다. 세상은 반짝거렸고, 노란색과 빨간색과 오렌지색과 연분홍색이 만으로 뻗은 길을 지나가는 모든 운전자들에게 찬란한 빛깔을 뽐냈다. 올리브는 차를 타고 지나가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집 앞문에서 숲이 보였다. 매일 아침 문을 열 때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 P335

올리브는 그 사실이 놀라웠다. 첫 남편이 죽었을 때는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여기 세상이 있다고, 하루하루 그녀를 향해 아름다운 비명을 질러대는 세상이. 그리고 그것에 감사했다. 현관 벽장에 잭의 코트와 스웨터가 그대로 있었다. 그것 또한 다른 점이었다. 헨리의 옷은 그가 죽자마자 재빨리 없앴다. 심지어 요양원에 있을 때 이미 치우기 시작했다.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날 신었던 새 신발, 그가 다시는 신지 못한 그 신발. 그녀는 그것을 번개처럼 빠르게 없앴다. 낙타털 색깔의 스웨이드 구두였는데, 신발끈에 조금도 때가 묻지 않았었다.
하지만 잭의 옷은 간직했다. 옷장 문을 열면 그 냄새가 여전히 희미하게 풍겨왔다. 그들이 처음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을때 그가 입은 카디건 -진녹색에, 팔꿈치에 가죽을 덧댄 것이었다 도 가지고 있었고, 처음으로 심각하게 싸웠을 때 그가 입은카디건 - 푸른색에 삼각 문양이 있었다. -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때 이렇게 말했었다. "맙소사, 올리브, 당신은 정말 까다로운 여자예요. 더럽게 까다로운 여자. 젠장, 그런데도 난 당신을 사랑해. 그러니 괜찮으면 올리브, 나하고 있을 땐 조금만 덜 올리브가 되면 좋겠어요. 그게 다른 사람들하고 있을 땐 조금 더 올리브가 된다는 걸 의미하더라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그리고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 P336

올리브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잭은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결혼합시다, 올리브, 당신이 헨리하고 살던 집을 팔고 여기로 옮겨요. 나하고 결혼해줘요, 올리브."
"왜요?" 그녀가 물었다.
그가 한쪽 입가가 올라가는 미소를 살짝 지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그가 말했다. "내가 당신을 지독히 사랑하니까."
"왜요?" 그녀가 물었다.
"당신이 올리브니까."
"방금은 내가 너무 올리브 같다면서요."
"올리브, 쉿. 그만 입다물고, 나하고 결혼합시다."
잭이 잠을 자다 그녀 옆에서 죽었을 때, 공포가 큰 바다처럼 올리브를 덮쳤다. 그녀는 하루하루 걸에 질려 지냈다. 돌아와 그녀는 계속 생각했다. 오, 제발 제발 제발 돌아와! 그들이 함께한 여덟 해가 눈사태처럼 순식간에 끝났다. 하지만 - 해괴하게도 -그녀는 이따금 잭을 진짜 남편으로 생각했다. 헨리는 첫번째 남편이고, 잭은 진짜 남편이었다. 해괴한 생각이었고, 그게 사실일 리도 없었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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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철 2022-02-18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 저도 있는데.....(근데 왜 있지? 기억을 더듬어 보니 Joule 님 서재에서 보고 구입했던 기억이 아령칙하게 나네요. ㅎㅎ)

뭐 그냥 그렇다고요.^^

아무려나 책읽는나무님 서재 글을 안주 삼아 몇 잔 더 마시고 자야겠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2-18 08:59   좋아요 0 | URL
지금쯤이면? 주무시고 계실??ㅋㅋㅋ
부디 과음하지 않으셨길요!!^^

올리브 책은 나이가 들어 읽는 게 좋다고들 하던데 중년들이 읽으면 괜찮겠단 생각이 드네요!
다들 책 좋다고 하시던데...저도 좋았네요^^

며칠 엄청 춥던데, 추위가 가시면 봄이 오려나요?
이곳엔 몇 그루의 매화나무에 꽃도 피고 난리가 아니네요?
봄이 온 건지? 아직 안온 건지?
그 매화나무를 보면서 헷갈려서??
암튼 건강 조심하시구요^^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살면서 느낀 진기한 그 경험들을 이야기할 때, 그것을 공감하며 들어 줄 대화상대가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공감하며 들어줬기에 수잰은 위로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버니는 망설여지면서도 더없이 진지해지는 것을 느꼈다. 변호사로서 자신의 책무를 훨씬 벗어난 뭔가를, 오래전 아내에게 모호하게 말했던 것을 빼면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뭔가를 말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느낌이었다. "좋아, 그가 말했다. 
"하지만 다음은 이거야. 믿음이 있느냐고? 있어. 문제는 설명할 수가 없다는 거야. 하지만 믿음이라고 볼 수 있겠지. 믿음이 맞아."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오, 말씀해주세요, 버니."
버니는 손을 목덜미에 갖다댔다. "할 수가 없어, 수잰, 설명할 말이 없어. 우리보다 더 큰 뭔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해를 넘어서는 거야. 나는 거의 평생 이런 생각을 품고 살았어." 그는 실패 했다고 느꼈다.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수잰이 말했다. "저도 그런 걸 느끼곤 했었어요. 오랫동안 아저씨가 방금 말씀하신 그런 걸 느꼈어요. 하지만 저도 설명은 못하겠네요." 버니는 대답하지 않았고, 수잰은 계속 말했다. "어렸을 때, 그리고 혼자 있을 때 전 학교에 있지 않을 때는 주로 혼자 시간을 보냈어요 - 종종 나가서 걸어다녔는데 그때 그런 걸 느꼈어요. 아주 심오한 느낌이었어요. 그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해한 것이었겠지만, 저는 그 느낌이 신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모습을 한 그런 신은 아니었어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 P185

"무슨 말인지 알겠다." 버니가 말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 느낌은 종종 되살아 났어요.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죠, 무슨 말을 하겠어요?"
"충분히 이해한다." 버니가 말했다.
"하지만 요 몇 년 사이 그런 느낌이 없었어요. 그래서 궁금했.
죠. 내가 꾸며낸 건가? 하지만 아니란 걸 알아요, 버니. 남편한테도 말한 적 없었고, 누구한테도 말한 적 없어요. 하지만 누가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하면, 그럴 때마다 늘 속에서 이런 이상한 반응이 일어나요. 다들 온갖 뻔한 이유를 대죠. 신이 있다면 어린아이들이 왜 암에 걸리냐, 지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냐, 그런 이유요.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저는, 당신 지금 엉뚱한 나무를 긁고 있어,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가 덧붙였다. 하지만 어떤 나무가 맞는 나무인지, 어떻게 잘 긁어야 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책상 앞에 앉아 버니는 멍하니 믿기지 않는다는 느낌에 빠졌다. 수잰이 하는 말을 전부 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잰이 덧붙였다. "그런 기분이, 그런 느낌이 왜 더이상 들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버니는 강을 내다보았다. 늘 그렇듯 강 풍경이 또 달라져 있었다. 지금 강물은 더 초록빛을 띠었고, 하늘을 뒤덮은 구름은 더높이 올라가 있었다. "다시 느끼게 될 거야." 그가 말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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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2-17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이 책 나온다는 소식도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게 벌써 2020년이네요. 언제 그렇게 시간이 되었을까요. 책속의 올리브도 처음 이야기보다는 나이가 조금 더 많아졌고요.
잘읽었습니다. 책읽는나무님,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밤 되세요.^^

책읽는나무 2022-02-18 09:02   좋아요 1 | URL
올리브 키터리지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건 읽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구나!! 라고 느끼게 되네요~^^
저도 좋더군요♡
다시 올리브에서 올리브는 거의 인생의 끝자락인 듯 합니다.
그래도 작가는 너무 처연하게 표현하지 않아 다행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노년은 좀 왠지 외롭고 슬픕니다.ㅜㅜ
건강하려면 운동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구요ㅋㅋ
 

똑똑한 여성이 똑똑한 말을 하는 것 같다.
라고 지난 번에 썼으나,
이젠 똑똑한 여성은 똑똑한 말을 한다.
로 수정.

이 독서 욕구를 청소년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텔레비전보다 유튜브가 더 친숙한 어린 학생들이 댓글로 처음 책을 사봤다고 말할 때, 책 읽는 사람에 대한 로망이 생겼다고 말할때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특히 학생의 성별이여성일 때 더욱 반갑다. 여성 학생들이 더욱 똑똑해지고 단단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찾으려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그런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쉽게 유명해져돈을 버는 유튜브 세계에서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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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16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유툽 보면서 종이책 구매하는 이런 훈훈한 소비!ㅎㅎ
겨울님 책 추천에는 미사여구나 과장이 없어서 좋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2-16 22:50   좋아요 1 | URL
저도 유튭 보면서 몇 권 샀어요ㅋㅋㅋ
읽었던 책인데 왠지 책장에 놔두고 다시 읽어봐야할 것 같아서요!! 어찌나 나긋나긋하게, 또 진실된 목소리로 설명을 하던지??? 목소리의 톤이 한 몫 하는 걸까요??
아님 뭐가 이렇게 사람을 끄는 걸까? 알쏭달쏭이었더니 스콧님 댓글에서 알게 되었네요. 미사여구나 과장이 없다!!!!
아....그래서 더 끌리나 봅니다ㅋㅋㅋ
댓글들 읽어 보면 사람들 겨울씨 소개한 책들 어마어마하게 사나 보더라구요? 인터뷰한 연예인들도 김겨울 작가 엄청 좋아하는 것 같던데...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양순이네 떡집 난 책읽기가 좋아
김리리 지음, 김이랑 그림 / 비룡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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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중 네 번째 책인, 내성적인 아이 양순이에 관한 ‘양순이네 떡집‘이다. 할말이 있어도 부끄러워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사교성이 없는 양순이 같은 아이들이라면 무척 감정이입이 될만한 재미난 동화책이다. 더군다나 양순이를 돕느라 맞춤떡을 직접 만드는 꼬랑지의 우정도 돋보인다. 읽으면서 문득, 수줍어 남 앞에서 말 못하고 움츠러든 어린 시절이 떠올라, 나 자신이 양순이에게 감정이입이 된 몰입독서가 되더라는...아마도 이것이 떡집 시리즈의 인기 비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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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네 떡집 난 책읽기가 좋아
김리리 지음, 이승현 그림 / 비룡소 / 201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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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내 아이들이 아닌 조카에게 사주고 싶어 책을 고르다 발견한 ‘만복이네 떡집‘이다. 예전부터 유부만두님의 글을 통해 찜해 뒀었는데, 더 오래전에 출간되어 사랑받아 온 동화책인 걸 이제 알게 되었다. 이제 초등 3학년 올라가는 나의 조카 어린이는 노는 걸 너무 좋아해 지금도 마스크 쓰고 허벌나게 밖에서 뛰논다던데, 이 책 읽고 재밌다고 말해줬음 좋겠다. 금쪽이 같은 만복이가 떡 먹고 완전 딴사람이 되는 교훈적 내용이 저학년 아이들에게 긍정 에너지가 된다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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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15 2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항상 상위 랭크되는 어린이책! 계속 인기네요~^^

책읽는나무 2022-02-15 21:16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양순이네 떡집 4 권도 같이 구입해서 읽었는데 초등 3학년 교과서에도 실렸다는군요?
인기짱인 책이네요^^

scott 2022-02-15 2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이 떡집 운영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정작 그 집 식구들은 떡을 전혀 안먹었고 (집에도 없었음) ㅂ베이커리 샵 하는 친구 집 빵맛에 중독되었었던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2-16 07:15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떡에 물려버렸나 봅니다^^
빵집도 빵에 물려버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빵은 좀 다를까요??ㅋㅋㅋ
제 지인 중 남편이 직장 그만두고 친정언니네 떡집 가서 일을 배워 부산으로 이사 가서 떡집을 차린 지인이 생각나네요? 한 번씩 만나 얘기할 때, 뭐라고 하던 것 같았는데 아이들이 이젠 떡을 먹지 않는다고 했는지? 떡을 잘 먹는다고 했는지??? ㅋㅋㅋ
예사로 듣고 흘려버렸던지라...ㅋㅋ
떡집 책 읽으면서 저도 지인의 떡집을 생각했어요. 지인이랑 저랑 동갑이었고, 학교 도서관의 사서 도우미로 알게 된 친구였었는데 그 친구는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 주는 걸 너무나 좋아했었던 여수가 고향이라던 친구였었네요^^
친구가 형편이 많이 풀려서, 이런 비슷한 떡을 아이들에게 판다면 좋겠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