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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순례하다 - 건축을 넘어 문화와 도시를 잇는 창문 이야기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지음, 이정환 옮김, 이경훈 감수 / 푸른숲 / 2015년 6월
평점 :
창은 또 하나의 액자다.
잘 만들어진 창이라면,
밖에서 보면 조형미에 감탄하며 바라보게 되는 액자일 것이고,
그냥 밋밋한 네모난 창이라면,
분명 집안에서 보아지는 풍경과 빛을 예술로 담아내는 액자가 될 것이다.
창밖의 풍경이 예술이라면 너저분하게 다른 액자를 걸 필요가 없겠지만,
늘 경관이 좋은 자리는 그만한 가치를 지불해야할 것이란 생각에 미치곤 한다.
그렇다면 밖에서나마 잘 만들어진 창을 구경하는 재미라도 느낄 수밖에 없을진대,
그러기엔 이책이 안성맞춤이다.
건축에서 제품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창에는 다양한 '행동' 요소들이 집중되어 있다.원래 창에는 벽과 같은 인클로저enclosure(울타리)에 부분적인 개폐공간을 만들어 안과 밖의 소통을 도모하는 디스클로저disclosure(개방,공개)라는 행동이 존재한다.그런데 창을 단순히 하나의 부품으로 인식하면, 창은 그 테두리 안에 갇혀 버린다.울타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창이 '개념의 울타리'에 도로 갇혀 버리는 것이다.
이외 달리 행동이란 관점에서 창을 보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나 바람, 그곳에 모이는 열기, 그 열기에 이끌려 외부를 바라보는 사람, 거리를 오가는 사람, 마당에 늘어선 나무 등 창과 인접해 있는 사물 쪽으로 눈길이 향하게 된다.다양한 존재와의 관계 안에 창이 놓이는 것이다.
'창이란 그곳에 모인 존재들의 다양한 행동이 미치는 범위'라는 확장된 인식 없이는 창의 풍요로움을 새로이 포착하거나 창조할 수 없다.
제품이라는 닫혀 있는 생산 논리가 아니라 가치를 드러내는 경험 논리 안에서,창이라는 공간을 다양한 요소들이 행동하는 생태계의 중심으로 인식한다면 근대 건축에서 낮게 평가되어온 창의 가지를 재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26쪽)
창을 만드는 것은 환기와 조도의 목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지만 예술적 심미안을 가지고 창을 만들기도 하니 창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라는 말인 듯한데,내 생각엔 이쪽계통에 공부하는 자들이 오히려 이런 책을 많이 접하여 창에 대한 인식과 철학을 내세워 창조한다면 창에 대한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들일지라도 길을 지나다 아름다운 창을 발견하면 동공이 절로 확장될 수 있다.
고 호기롭게 외쳤으나,
책을 찬찬히 살펴보니 역시 사람은 배워야하는구나!
절로 움츠러들게 한다.
책에선 창의 본질에 따라 순서를 정한다.
먼저 '자연'과 '사람'으로 나누고 '사람'이 '자연'을 대면하니 '시'가 절로 떠오르는 장면들이 연상되었는지 세 번째 큰제목은'교향시'다.
그리고 소제목을 따로 붙여 놓았는데 소제목들이 무척 마음에 든다.
먼저 빛과 바람편에 '빛이 모이는 창', '빛이 흩어지는 창', '조각하는 창', '빛이 가득한 방', 그늘 속의 창', '바람 속의 창', '정원 안의 창'의 제목을 꼭지로 여라나라를 방문하여 사진으로 기록한 창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빛이 주가 되기에 창으로 들어오는 그림자들에 주목을 한다면 창은 하나의 예술품이다.문득 지나다가 예쁜창을 발견하게 되면 그곳으로 들어가 바라보게 되는 바깥의풍경은 어떤 모습일지,빛이 들어오는 모양새가 어떨지,궁금해질때가 있다.
사진을 공들여 찍은 모습이 엿보이게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그림자들이 은은하면서 기분좋다.물론 건축가들이 이런점을 의도하여 창 설계를 했겠지만 하루를 따져 그 장소를 언제 찾아가는 것이 좋을지 선택하는 것은 창의 모습을 담아내는 자들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574.jpg)
세이나찰로 시청사(핀란드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알바 알토 작)
---목재 루버를 수직과 수평 방향으로 설치를 했는데 내눈에는 꼭 책을 서가에 꽂아 놓은 듯한 느낌이다.사이 사이 들어오는 빛들이 은은하여 나뭇결을 더 부각시켜 주는 듯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581.jpg)
루이스 바라간의 자택 게스트룸.
--격자,철문,고정 유리,밖으로 열리는 유리창으로 구성된 창 안쪾에 총 네 개의 분할된 나무 문이 설치되어 있어 햇빛이나 방의 밝리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네 개의 문을 약간씩 열어 놓으면 십자가가 나타난다고 했는데 창의 형태가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구나! 감탄했으며 역시 대가들은 자택이라 더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부럽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583.jpg)
롱샹 예배당(르 코르뷔지에 작)
----또 한 명의 대가 르 코르뷔지에가 만든 프랑스에 있는 롱샹 예배당이다.
벽면에 각기 다른 크기의 창들속에 르 코르뷔지에가 직접 꾸민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쏟아지는 빛을 보는 감동은 사진으로도 책으로도 느낄 수가 없을 듯하다.
이건 직접 가서 눈으로 봐야하는게 맞는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589.jpg)
하와마할 궁전 동쪽(인도)
---바람이 잘 통하는 격자형 창무니 만하 '바람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하와마할 궁전의 창이다.비스듬히 위쪽으로 조각된 구멍을 타고 상승해 들어온 외부의 뜨거운 공기가 내부의 그늘을 만나 냉각된 후 안쪽 구멍을 통해 미풍이되어 스며들어 복사열을 차단하는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냉방 기능까지 겸한단다.
옛 창들은 과학과 예술을 겸비하였으니 볼수록 신기한 창들이 많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602.jpg)
다실 쵸슈카쿠 2층(일본 요코하마)
--개인적으로 창을 닫으면 빛이 은은하게 들어오고,창을 열면 저런 풍경이 펼쳐지는 창을 선호하는데 지극히 동양적인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담양 소쇄원 툇마루에 앉거나 방안에서 창을 열어 위로 젖히면 딱 저런 풍경이 펼쳐질터인데...갑자기 소쇄원이 떠오른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605.jpg)
사찰 즈이류지(일본 도야마현에 있는 선종 사찰의 회랑)
--회랑을 거닐어보고 싶다는 구미가 확 당기는 사진이다.
회랑 바닥에 놓여 있는 그림자를 보니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해인사절의 경판장에 비친 그림자가 생각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610.jpg)
르 시르뇌즈 호텔(이탈리아 포시타노의 언덕 중간에 있는 호텔)
--동양적인 느낌의 풍경을 담고 있는 창도 좋아하지만 저런 풍경을 담고 있는 창도 좋다.
멋지다.딱 저기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인다.
외국에는 조망이 멋진 창 아래는 늘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나 벤치를 설치해 놓았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그렇게나 많았을지도 모를일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611.jpg)
아베이로 대학교 도서관(포르투칼 아베이로대학교,건축가 알바로 시자 작)
--도서관 열람실에 폭이 7미터인 수평의 연속창이 책장으로 차단된 두 개의 열람실을 따라 이어져 있다는데 저런 제주 바다같은 멋진 풍경을 담은 창이 있다면.....책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것인가??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616.jpg)
어머니의 집 거실(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어머니의 집')
--르 코르뷔제가 1924년 그의 어머니를 위해 지은 작은 집이라고 한다.18평 남짓하다는데 거실에 설치한 연속창은 공간을 확실하게 넓어보이게 만든다.거실에서 침실을 지나 욕실까지 이르는 거리가 11미터가 된다고 한다.연속창 아래에는 작은 받침대를 만들어 편안하게 레만 호를 바라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어머니를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617.jpg)
어머니의 집 침실(르 꼬르뷔지에 작)
-어머니를 위해 만든 집 중 증축 공간의 침실이다.
저곳에 책상과 의자가 고정되어 있는데 저곳에 앉으면 역시 레만 호를 바라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019/pimg_7860741231507618.jpg)
어머니의 집 정원(르 코르뷔지에 작)
--가장 인상적이면서 멋진 창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참이다.
건축가로서의 코르뷔지에가 아닌 아들로서의 코르뷔지에를 생각하게 만드는 창이다.
창은 안에 있노라면 밖을 내다보고 싶고,밖을 보면서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공간이기도 하겠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을 은밀하게 훔쳐보면서 아닌척 시치미를 떼는 요상한 공간이 될 수도 있고,밖을 활보하지 못하는 자들에겐 동경의 대상이 되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밖에 있는다고 해서 창을 허투루 봐지지는 않는다.
낮에도 낮대로 창이 바라봐지고,밤에는 밤대로 창에서 새어나오는 불빛 때문에 또 창이 바라봐지게 만드는 공간인 것이다.
그래서 창은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공간이 아닌 외부와 흡수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계속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