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을 생각한다.-맹문재길거리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를 만날 때저녁 밥상에 숟가락질하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텔레비젼에 나와 말 잘하는 사람들을 볼 때이력서를 낸 곳으로부터 불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크레인이 설치된 공사장을 지나갈 때도서관에서 일제 강점기의 자료를 찾을 때미루나무에 지어진 까치집을 올려다볼 때육교를 걸어 올라갈 때가로등 없는 골목길을 지나갈 때이 빠진 채 웃고 있는 장승과 마주 섰을 때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면도기를 살 때정류장에서 낙엽을 밟으며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릴 때총동창회 모임 초청장을 받았을 때주인공이 어렵게 살아남은 영화가 끝났을 때연둣빛으로 물든 봄 산을 건너다볼 때고속도로의 터널을 지나갈 때전철을 올라타면서 비어 있는 노약자 좌석을 발견할 때사십이 넘은 사실에 새삼 놀랄 때인상된 대출금 이자를 확인할 때.................................................시가 그려내는 상황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때너와 나는 이미 사십이 넘었다.책이 무거운 이유-맹문재어느 시인은 책이 무거운 이유가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나는 책이 나무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시험을 위해 알았을 뿐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에그 말에 밑줄을 그었다.나는 그 뒤 책을 읽을 때마다나무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나무만을 너무 생각하느라자살한 노동자의 유서에 스며 있는 슬픔이나비전향자의 편지에 쌓인 세월을 잊을지 모른다고때로는 겁났지만나무를 뽑아낼 수는 없었다그리하여 나는 한 그루의 나무를 기준으로 삼아몸무게를 달고생활계획표를 짜고유망직종을 찾아보았다그럴수록 나무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하루하루를 채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었다내게 지금 책이 무거운 이유는눈물조차 보이지 않고 묵묵히 뿌리 박고 서 있는그 나무 때문이다................................................그러므로 내곁에 뿌리 박고 서 있는 나무가 몇 그루인가?그래서 나의 책들은 그저 무겁기만 하다.삶 자체가 아름다움이신 님으로부터 전해온,맹문재 시인의 책으로 인해,내 삶은 풍성해 지더이다.15.<책이 무거운 이유>맹문재/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