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야 할 책들 더미에서 일단 먼저 빼든 이 책은
작가의 미모 만큼 우아하고, 고급스러우며,
작가의 마음 만큼 은근하고 푸근하다.
내가 구해야 할 책이었으나,
냉큼 받아 든 나는 늘 빚을 진 기분이다.
그래서,
더욱 아껴 읽어야 할 책인 것이다.
며칠 전 백신 2차를 맞은 딸들은
어제 아침엔 동생은 약간 골골 거리는 듯
언니는 상당히 괜찮다고 하여, 팔은 안아프냐고 물으니,
팔도 상당히 괜찮다고 팔을 번쩍 번쩍 들어 올리며 자랑하더니,
오후엔 급기야 반대가 되어 언니가 드러눕고, 동생은 살아났다.
오늘은 같이 산책하는 동행인이 산책 취소 카톡이 왔길래
자~ 엄마와 같이 산책할 수 있는 특권을 주겠노라~
아무리 외쳐도 딸들은 계속 못들은 척한다.
동생이 딱 나랑 눈이 마주쳤길래, ‘바로 너!!!!‘
동생을 끌고 나갔다.
읽은 책 몇 권을 도서관에 반납하고, 또 몇 권을 주워 담고
<여성과 광기>가 눈에 밟히는데 대출할까,말까 망설이다
책이 두꺼워 구입해서 읽어야겠지?싶어 내려 놓고 왔다.
산책을 내켜하지 않는 딸을 데리고
본격적인 산책을 시작하려는데 녀석은 백신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한다.
괜히 데리고 다녀 덧나게 만드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갈까?
고민하고 있자니...사실은 꾀병이라고 자백한다.
나를 닮은 듯? 안 닮은 듯? 성격이 나와 잘 안맞는 막내라
늘 아슬아슬 줄다리기 하는 사춘기 딸.
며칠 전에도 나와 입씨름 하다 며칠 냉전을 벌였는데
백신 맞는 딸이 가여워 먼저 화해를 요청했더니
막내는 그날부터 완전 똥강아지가 되어 내게 달라붙어
꼬리 흔드느라 정신 없다.
지딴에도 심적으로 힘들었나 보다.
딸과 단둘이 동네를 걸었고,
내가 좋아하는 옛 건물을 개조하여 차린 단팥죽 카페에
데리고 갔더니 딸은 레트로풍 분위기의 카페라 좋아 넘어간다.
토스트와 크로와상 빵과 커피를 시켜 배혜경 작가의 책을
읽을 것이라 꺼내 놓고선 사진만 찍었고,수다를 떨었고,
빵이랑 커피와 자스민 차만 마셨고,음악만 듣다
책은 한 장도 못읽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책을 읽고 온 듯 하여 마음이 든든하다.
너무 배부르게 먹은 탓인가 보다.
딸과의 추억을 만들었으니 단팥죽이랑 배혜경 작가의 책을
볼적엔 막내딸과의 오붓한 시간이 절로 떠오를 것 같다.
그 시간,
딸이 신나서 자기 핸드폰으로 찍어 준
작가의 책과 브런치 사진을 보내 주길래 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