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랜덤하우스, 2006)를 다른 책들과 함께 읽다가 문득 '장정일'을 검색하는 바람에 읽게 된 기사들을 옮겨놓는다. 다음주에 열리는 제3회 와우북페스티벌(http://www.wowbookfest.org/)에는 작가 장정일과의 만남('장정일의 독서일기 그리고 공부')도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으므로 애독자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그리고 뉴스를 보니 오늘 행사 안내를 위한 퍼포먼스도 있었군... 

매일경제(07. 09. 29) 지금 당장 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

작가 장정일은 `독서일기`에서 어릴 적 꿈이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시에 출근하고 오후 다섯 시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가 적고 정년도 보장되는 `철밥통`이기에 공무원이 되고 싶은 2000년대 젊은이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직업관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아예 책을 읽기 위해 자발적인 백수가 되는 젊은이도 있다는 사실이다. 2006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를 보면 "하루에 한 권 이상의 책을 비타민처럼 복용"하면서 살아가려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 시대에 돈이 되지 않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이 책 제목만 보고 `만원으로 일주일 버티기`류의 지침을 위해 책을 구입한 `이태백`들이 많았다는 후문도 있다.

왜 여전히 이처럼 책과 사랑에 빠지는 `원시부족`들이 출몰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직접적으로 돈을 벌 수는 없지만, 돈이 없어도 행복해지는 법이나 조그마한 돈이라도 행복하게 쓰는 법은 알 수 있다.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지팡이를 든 노인이 `무엇을 만들어줄까`라고 질문하는 데 대해 `돈을 달라`가 아니라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그 지팡이를 달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지혜를 책이 선사한다는 것이다.



디트리히 슈바니츠가 쓴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교양`의 맨 앞도 "로빈슨 여행기는 유토피아의 전사(前史)다. 유토피아의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난파된 선박의 잔해가 있다. 그러나 로빈슨은 육지에 올라와 목숨을 건졌으며, 학습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은 살아 남아 있다. 가라앉은 것은 지식의 화물이다. 그의 능력은 재생될 수 있다"는 구스타프 뷔르템베르거 말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컴퓨터가 사라지면 그 속의 검색엔진으로 검색했던 지식들은 사라지지만, 인간 머리 속에 있는 지혜는 사라지지 않는다.

책이 소중한 이유는 이처럼 지식 자체가 아니라 사고능력을 배양시켜 주기 때문이다. 책은 한순간에 사라지는 문명이나 문화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명이나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간 자체를 형성한다. 책이 곧 인간인 것이다. 책은 인간의 유전자가 되어 `know-what`이나 `know-where`와 관련되는 `정보`가 아니라 `know-how`나 `know-why`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그래서인지 크리스티아네 취른트가 쓴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 책`에 대한 추천의 말에서도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다음처럼 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나치당이 독일인들에게 전쟁을 준비하게 만들 때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책을 대량으로 없애는 일이었던 반면 미국인들은 민주주의 체제 기틀을 잡기 위해 신병을 전쟁터로 내보낼 때 대학에 위임한 `그레이트 북 코스(Great Book Courses)`에 보냈다는 것이다.

옛 시절 먼 나라 이야기를 할 것도 없다. 요즘 TV에서 금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을 점령하고 있는 사극의 인기나 베스트셀러 문학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팩션(faction)류 역사소설을 보면서 E H 카가 쓴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역사의 적극적 정의를 끌어오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처럼 현재성에 의해 재구성된 역사 자체가 `선택된 기억이거나 왜곡된 과거`라는 비판적 인식을 하기 위해서는 알라이다 아스만의 `기억의 공간`도 읽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지금 우리 사극에 등장하는 성종이나 정조, 단군, 대조영이 `지금 이곳`의 욕망을 대변하기 위해 얼마나 진실에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아직 읽히지 않은 책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인 빌 게이츠조차 잠들기 전 잠깐만이라도 매일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지 않는가. 책 읽기를 호환이나 마마보다 더 무서워하는 우리 중에서 빌 게이츠보다 더 바쁜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이것이 바로 어떤 책이든지 당장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해야 할 이유다.(김미현 이화여대 교수)

세계일보(07. 09. 28) '와우북페스티벌' 내달 5일 개막

작가·편집자와 독자가 만나는 국내 최대 도서문화축제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3회째를 맞아 10월 5일부터 7일까지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주차장과 갤러리, 북카페, 클럽 등지에서 펼쳐진다. ‘난 지적으로 논다! ― 쉽지! 즐겁지! 유쾌하지!’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의 ‘와우북페스티벌’은 신간을 할인해 파는 ‘거리도서전’, 중고책 벼룩시장 이외에도 ‘저자가 들려주는 유쾌한 책 이야기’(와우북판타스틱서재), ‘책, 예술로 즐기다’(와우북-상상만찬), ‘책, 거리에서 놀다’(거리로 나온 책) 등 3가지 섹션에 47개의 프로그램을 마련, 예년보다 더욱 다채롭게 꾸며진다.

홍익대 인근은 파주출판도시와 더불어 한국 출판문화의 양대 메카로 불리는 곳으로 1600여 개의 출판사와 출력소, 디자인 사무실 등 출판 관련 산업이 왕성한 공간이다. 5일 오후 7시30분 야외중앙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마포소년소녀합창단을 비롯해 마임이스트 고재경, 샌드애니메이션 작가 장 폴로, 비보이 크루 라스트포원 등이 출연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6일부터 본격화하는 ‘책, 거리에서 놀다’ 섹션에는 출판사 직영 ‘거리도서전’과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책, 예술로 즐기다’ 섹션의 ‘와우북-상상만찬’에서는 소설가 은희경의 ‘빈처’ 일부분을 발췌해 각색 없이 연기하는 연극 ‘문학을 들려주다’(프로젝트 이리)와 마임과 퍼포먼스로 재구성된 시인 김경주의 산문집 ‘PaSspOrT’(극단 숨은그림) 공연이 펼쳐진다. 또 ‘저자가 들려주는 유쾌한 책 이야기’ 섹션에서는 지난해까지 진행된 저자와의 만남, 낭독의 밤, 강연회 등이 이어진다.

특히 6일 오후 4시30분부터는 지역라디오방송인 마포FM(100.7 Mhz) 생중계로 지난 5월 타계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동화를 함께 읽고 생애를 돌아보는 ‘권정생 선생님 그림책 낭독릴레이’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만나고 싶은 작가’로는 일본어 전문 번역가 김난주씨와 소설가 김애란, 시인 황병승 신현림, 여행작가 조은정씨, 재테크작가 이지연씨, 역사작가 이수광씨 등이 초청돼 독자와 만난다.(조정진 기자)

뉴시스(07. 09. 29) 독서하세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29일 오후 서울 지하철2호선 전동차내에서 '책 읽는 조각상'퍼포먼스가 열려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퍼포먼스는 서울 홍익대 부근에서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제3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열렸다.(이광호기자)

07. 0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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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7-09-30 07:02   좋아요 0 | URL
와우북페스티벌..정말 멋지겠어요.가보고 싶긴한데...거리가...쩝~
애 낳고..키우면서 바쁘단 핑계로 요즘 책 읽기를 등한시하는데...애 키우는게 빌게이츠보다 바쁜 일일까? 잠깐 생각해봅니다.
이젠 정말 책을 읽어야겠어요.^^

로쟈 2007-09-30 12:27   좋아요 0 | URL
'책읽는 나무'님이 책 읽기를 '등한시'하신다니까 아이러니컬한데요.^^ 사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는 하면서도 정작 독서할 시간/여건은 마련해주지 않는 게 요즘 부모님들 같습니다. 저부터도 특별한 예외는 아니고...
 

<이미지와 마음>의 원서를 구한 김에 최근에 나온 영화이론서들을 꼽아둔다. 지젝과 들뢰즈의 영화론 몇 권도 포함해서. 주로 기호학과 정신분석 중심의 영화이론과 거기에 반대하는 포스트-이론 사이의 '대결'이 쟁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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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24번의 죽음- 로라 멀비의 영화사 100년에 대한 성찰, Hyunmun Theoria 1
로라 멀비 지음, 이기형.이찬욱 옮김 / 현실문화 / 2007년 9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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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페미니즘 영화이론가의 영화사 100년.
이미지와 마음 (양장)- 영화, 철학, 그리고 인지과학
그레고리 커리 지음, 김숙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7년 5월
29,000원 → 29,000원(0%할인) / 마일리지 1,450원(5% 적립)
2007년 09월 29일에 저장
구판절판
반정신분석, 반라캉주의를 앞세운 인지과학(인지주의) 영화이론, 이라기보다는 영화이론에 대한 맹렬한 비판서. 분석철학 전통에 서 있는지라 가독성은 많이 떨어진다.
영화인지기호학- 영화이해의 인지과학적 전환을 위하여
워렌 벅랜드 지음, 조창연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7년 4월
18,000원 → 18,000원(0%할인) / 마일리지 54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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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과 영화기호학의 접목.
영화의 내레이션 1
데이비드 보드웰 지음, 오영숙 옮김 / 시각과언어 / 2007년 3월
19,000원 → 18,050원(5%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2007년 09월 29일에 저장
품절
포스트이론주의자의 형식주의 서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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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달 동안 별로 '눈에 띄는' 책이 없어서 애서가로서는 나름대로 우울했었는데 마지막주에 사정이 좀 나아지고 있다. 미국 작가 찰스 부코우스키의 <팩토텀>(문학동네, 2007)도 조금은 기운나게 하는 소설이다. 부코우스키란 이름은 아마도 김성곤 교수의 미국문학 관련서에서 봤음 직한데, 그의 책들이 번역돼 있는 줄은 몰랐다(그러니 자만하면 안된다!). 이번에 나온 <팩토텀> 이전에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바다출판사, 2000)와 <시인의 여자들>(문학사상사, 1993)이 이미 소개됐었다. 그의 '3부작'이 마저 소개되면 좋겠다(<우체국>만 나오면 되는 것인가?).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참고로 <팩토텀>은 2005년에 영화화됐으며(주연은 맷 딜런) 아래 이미지들은 거기에서 따왔다.

한국일보(07. 09. 29) 미국인 조르바 "영혼은 위장에 뿌리 내리고 있다"

미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로 꼽히는 찰스 부코우스키(1920~1994ㆍ사진). 그가 미국사회의 갖가지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며 방랑한 20, 30대를 거쳐 전업 작가가 된 것은 49세 때인 1969년이다. 예전엔 시를 주로 썼던 그는 자신의 페르소나인 떠돌이 잡역부 ‘헨리 치나스키’를 주인공으로 첫 장편소설 <우체국>(1971)에 이어 <팩토텀>(1975) <여자들>(1978) 등 자전적 소설을 잇달아 발표한다.

‘부코우스키 3부작’이라 불리는 이 작품들을 통해 부코우스키와 그가 창조한 치나스키는 반항기 가득했던 1970년대 세대의 문학적 아이콘이 됐다. 팩토텀(factotum)은 잡역부를 뜻하는 단어다. 치나스키는 행동거지가 ‘개차반’인 팩토텀이다. 2차대전 막바지였던 1940년대 중반, 대학을 중퇴하고 무위도식하던 그는 자신을 꾸짖는 아버지를 구타한 뒤 미국 중서부를 떠돈다. 소설 <팩토텀>은 치나스키의 그 유랑기다. 하지만 그 유랑길은 소설의 일반적인 양식, 즉 성숙으로 향하는 도정과는 영 거리가 멀다.

치나스키는 일용직을 얻어 머물 때마다 술과 여자에 탐닉한다. 근무시간에 아랑곳없이 술독에 빠져 여자에게 집적대는 그가 해고 통지를 받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다. 번역자의 표현을 빌면 이 소설의 외양은 “술, 여자, 잡일의 끝없는 변주와 반복”이다. 윤리 따위는 괘념치 않겠다는 자세, 상스럽고 더러 외설적인 표현에 곤혹스러운 독자도 적지 않을 듯싶다.

하지만 이 극단적 ‘안티 히어로’ 치나스키는 시대를 초월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는 온갖 모순적 면모가 혼재된 그의 캐릭터와 관계 깊다. 그는 섹스에 탐닉하면서도 “내게 고독이 없다면, 그건 다른 사람에게 음식이나 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55쪽)라며 글을 끄적인다. 돈으로 겉멋을 부리는 예술가를 경멸하면서도 “불행하게도 굶주림은 예술을 돕지 않았다. 인간의 영혼은 위장에 뿌리 내리고 있다”(91쪽)고 단언한다.

치나스키는 그런 와중에도 편한 직업만 찾는 속물이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숙녀들은 우라질 옷들을 계속 사들이고 있”(88쪽)다며 분노하는 사회의식도 갖췄다. 인간이 애써 다스리고 있는 본능을 거리낌없이 발현하는 이 ‘미국인 조르바’에게 박수갈채하고픈 마음은 억눌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이훈성기자)

07. 09. 29.

P.S. 자료를 찾아보니 '나를 움직인 이 책' 코너에서도 부코우스키가 다루어진 적이 있다. 영화감독 이무영씨가 추천했다.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와 <휴머니스트> 같은 영화들을 찍은 다재다능한 시나리오작가이자 방송인 감독이다(이럴 때는 재능이 좋은 영화를 찍는 데 장애물이 된다). 부코우스키 '스탈'의 영화들은 아직 못 찍은 건가?..

한국일보(03. 01. 04) 찰스 부코우스키 단편집 ‘일상의 광기에 관한 이야기’

찰스부코우스키의 이름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것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1987년 영화 ‘바플라이’(Barfly)를 통해서였다. 미국 밑바닥 인생들의 암울한 삶과 절망을 건조하게 그린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주류사회와는 너무도 다른 면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부코우스키의 작품세계와 정확히 일치한다(*<바플라이>(1987)는 나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기억에 <미키 루크의 술고래>란 제목으로 소개됐었다).

그는 독일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을 미국서 살았고 ‘우체국’ ‘시인의 여자들’ ‘지상에서 쓰는 마지막 시들의 밤’등 문학 작품을 남겼다. 1990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단편 모음집 ‘일상의 광기에 관한 이야기’는 평생을 미국 주류 문학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던 천재 작가 부코우스키의 야수적 본능, 그리고 엄숙주의와 가진 이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일관한다.

Picture of Charles Bukowski, poet; twentieth century American Literature and poetry

이런 성향으로 인해 그의 시집과 소설 대부분은 미국 내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미국 내 보수적 평단은 그의 작품들 속에 흐르는 섹스와 약물, 알코올에 대한 탐닉을 단순히 ‘저속함’으로 평가절하했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프랑스 작가 장 주네는 그를 미국 최고의 시인이라고 추켜세웠다.

부코우스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그의 작품들이 읽는 이들의 눈치를 전혀 살피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자와 관객, 음악 애호가들의 눈치를 보는 문학과 영화, 음악들이 판을치는 요즘 세상에서 마치 철없는 어린 아이의 순수함처럼 다가오는 ‘일상의 광기에 관한 이야기’는 이런 이유로 인해 너무나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는 마치 아나키적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히피시대의 정신을다시 접하는 것 같은 흥분과 흡사하다.

공산주의를 물리친 후 돈과 건강을 최대의 미덕으로 내세우며 마치 전세계를 지배하는 듯 우쭐해하는 자본주의의 추함을 보며 우울한 요즘 세상에서, 처절하게 망가지면서도 끝까지 냉소를 잃지 않는 부코우스키의 작품세계는 아직도 주류의 횡포에 휩쓸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있는 불순한(?) 영혼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이 세상 모든 질서를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 속 혁명을 꿈꾸는 이들에게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훌륭한 선물임에 틀림없다. 반대로 이런세상 질서의 수혜자들이라면 절대로 이 책에 손을 대지 마라. 재앙 중의 재앙이 될 것이다.(이무영_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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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원신문에 기고한 글인데, 분량상 다 적지 못한 내용을 보충하고 이미지들을 덧붙여서 옮겨놓는다. 최근에 나온 책들에 대한 소개가 글의 취지이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아직 손에 쥐어보지 못했다(그나마 최근에 몇 권 구입한 정도이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몇 권 읽으면 다행이겠다). '지정학이란 무엇인가'가 제목으로는 보다 적합하겠지만 며칠전에 같은 제목의 페이퍼를 올려놓았던지라 마지막 문장을 제목으로 삼는다. 정현종의 시구를 바꿔쓰자면,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 

 

가을이 독서와 무관한 계절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 탓인지 다른 계절에 비하면 출간되는 책들의 수준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기대에 못 미친다. 최근에 나온 책들의 목록을 뽑으려고 하니까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물론, 걱정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읽을 만하거나 읽어두어야 하는 책들은 언제나 차고 넘치니까.   

 

책에 길이 있다면 그것은 천 갈래 만 갈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책들이 펼쳐놓는 공간은 그 자체로 ‘지리적 공간’이다. 그 지리적 공간을 삶의 공간과 포개놓을 때 그것은 지정학적 공간이 된다. 지정학적 공간은 현실적인 힘의 비균질적 분포에 따른 굴곡을 갖는다. 고로,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콜린 플린트의 <지정학이란 무엇인가>(길)는 바로 그러한 전제에서 ‘장소의 정치학’을 제안하는 교재용 책이다. “지식이나 표상은 지정학적이다. 자신이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지식은 달리 구성된다.”는 문구가 그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전달해준다. 한때 국가주의 학문으로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저자와 역자들은 지정학 비판(anti-geopolitics)까지도 포괄하는, 지정학의 적극적인 자기갱신을 시도한다. 헤게모니의 지정학이 가능하다면 탈식민주의 지정학도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마침 때맞춰 나온 프레드릭 제임슨의 <지정학적 미학>(현대미학사)은 예술,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영화 또한 이러한 지정학적 문제틀 안에서 사고되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이 책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다룰 예정이다). <보이는 것의 날인>(한나래)과 함께 제임슨의 대표적인 영화론인 이 책은 영화에 대한 그의 변증법적 사유가 도달할 수 있는 높이를 보여준다. 제임슨에 대한 간단한 입문이 필요하다면 애덤 로버츠의 <트랜스 비평가 제임슨>(앨피)를 참고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가독성에 대한 기대는 반(反)제임슨적이다(국역본들은 사태를 결코 호전시키지 않는다).

 

 

 

 

 

 

 

 

 

 

지정학의 이론적 틀과 개념적 도구들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면 몇 가지 키워드를 길잡이 삼아서 지정학적 여행을 감행할 수도 있겠다. 미국부터다. 미국의 키워드는 ‘종교’이다. 데이비슨 뢰어 목사의 설교들을 모은 책 <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샨티)은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와 제국주의적 정치 행위가 어떻게 파시즘으로 귀결되고 있는지 환기시키는 책이다(돈과 권력, 그리고 종교의 왜곡된 조작들로 인해 미국식 민주주의가 끝장났다고 설파하는 목사님 말씀이 왜 남의 얘기 같지만은 않은 것일까?).

 

그리고 류대영의 <미국종교사>(청년사)는 국내 필자가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쓴 미국 종교 통사이다(*거기에 보태자면 미국의 정체성을 다룬 <새뮤얼 헌팅턴의 미국>(김영사)과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을 다룬 인터뷰집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시대의창)도 같이 읽어두면 좋겠다).

 

 

 

 

 

 

 

 

 

이어지는 여정은 ‘혁명’의 나라 프랑스이다. ‘하버드의 석학이 분석한 프랑스인들의 삶’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프렌치 프랑스>(고려대출판부)는 프랑스 문화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한 교재용 책이다. 국내 전공자들이 쓴 <프랑스, 하나 그리고 여럿>(강)과 함께 나란히 읽어봄 직하다. 거기에 ‘프랑스 공화주의의 이면’을 다룬 <공존의 기술>(그린비)은 지난 2005년 ‘방리유 사태’를 추적하고 진단한 글 모음으로 ‘교재들’을 보완해줄 수 있겠다. 필자의 한 사람인 에티엔 발리바르의 주저 <대중들의 공포>(도서출판b)를 그러한 계급적대 문제에 대한 철학적 개입으로 읽어볼 수도 있겠고. 

 

 

 

 

 

 

 

 

 

아직도 ‘나치 독일’이 연상된다면 독일인들이 섭섭해 할 테지만, 히틀러와 그의 나치즘은 여전히 출판계의 단골 메뉴이다. 그 중 최신간은 노먼 메일러의 논픽션 3부작 중 1부로 출간된 <숲속의 성>(뿔). 어린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가족, 그리고 그들의 불안정한 삶에 대한 소설인데, 절대 악에 대한 작가의 완벽한 이해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나치와의 연루로 많은 논란을 낳은 지휘자의 평전과 철학자의 연구서도 겸사겸사 읽어봄 직하다. 각각 헤르베르트 하프너의 <푸르트벵글러>(마티)와 박찬국 교수의 <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철학과현실사, 2007)이다. 전자는 작년에 나온 <레니 리펜슈탈, 금지된 열정>(마티)에 이어지는 책이고, 후자는 <하이데거와 나치즘>(문예출판사, 2001)의 개정판이다(*부르디외의 <나는 철학자다> 등도 같은 주제의 책이다).

 

 

 

 

 

 

 

 

 

 

 

이제 눈길을 시베리아를 거치거나(김경주, <패스포트>) 지중해를 거쳐서(로버트 카플란, <지중해 오디세이>) 아시아대륙으로 돌릴 차례이지만 어느새 분량이 바닥났다(*<유라시아 천년을 가다>(사계절출판사, 2002)와 <지중해 철학기행>(효형출판, 2007)도 같이 들어볼 만하다). 자판에서 손을 떼고 다시 책상머리에 앉을 때이다. 독서와 무관한 계절은 다른 이들의 몫이니, 가을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입 닥치고 책이나 읽어!”   

 

 07. 0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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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07-09-2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에 드는 여자친구 만드는 법>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책은 없나요?

로쟈 2007-09-28 23:11   좋아요 0 | URL
'The Game'이란 책을 참고해보시길. '작업'에 대해서는 유익한 정보들이 많이 있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자꾸때리다 2007-09-2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오타가 있네요? "박찬국 교수의 <히틀러는 나치였는가?>(철학과현실사, 2007)이다. "
히틀러는 나치가 맞잖아요.ㅋㅋㅋ

로쟈 2007-09-28 23:09   좋아요 0 | URL
감사. 히틀러, 히틀러 하다보니 말도 안되는 오타가 들어갔었네요.^^;

마늘빵 2007-09-29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맨 위 사진은 영화 <가을로> 군요. 실제로 영화에선 저 장면은 없었던거 같은데, 검색하면 사진은 나오더라고요.

로쟈 2007-09-29 01:22   좋아요 0 | URL
포스터용 사진인가 봅니다...

섬나무 2007-10-0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생각을 해보는데요... 로쟈님의 '최소한의 도덕'을 위해 바쳐지는 맥시멈의 인내들은 남들에게 없는 어떤 장치가 하나 더 뇌에 장착되어 있거나 남들에게 있는 심장의 퓨즈가 없는 것 같다는...아니면 책 읽는 터미네이터쯤 - 존경스럽단 뜻입니다.^^

로쟈 2007-10-0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 읽는 터미네이터'도 하나 고용해야겠습니다. 저 혼자 읽기는 좀 벅차서.^^

블루비니 2009-09-28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책을 나열해놓고, 느낌 몇줄 서술하는 것이 독자들이 책을 선택하는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아하다. 단순히 '시간 많음'이나 '돈이 남아도는 상황'을 과시한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차라리 책 한권을 '논리적'으로 파해쳐 보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귀가길에 서점에 들렀다가 김영진의 <평론가 매혈기>를 집어들었다. '글을 통해 자신을 단련시킨 한 평론가의 농밀한 고백'이란 소개글이 무색하지 않게 재미있고 둔중하다(필름2.0에서 이미 읽은 글들도 여럿 눈에 띈다).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에서 느낀 실망감을 충분히 보상해준다. 자칭 '첫번째 영화산문집'인데, 두번째도 사서 보겠다(언젠부턴가 영화를 보기보다는 영화에 대한 글들을 읽게 된다. 늙었다). 겸사겸사 영화평론집 혹은 산문집들의 리스트도 만들어둔다. 국내저작으로만. 하긴 몇 권 되지 않는다. 영화평론으로 '매혈'하는 이가 많지 않고, 게다가 그걸 책으로 묶어낸 이는 극소수이기에(정성일, 허문영 같은 평론가들은 결벽이 있는 것일까?). 해서 인터뷰집들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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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매혈기- 글을 통해 자신을 단련시킨 한 평론가의 농밀한 고백
김영진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9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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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이류 평론가의 첫번째 산문집. '외국문화원 막내 세대'이지만 영화저널 1세대 평론가의 근력과 각오가 담겨 있다. 공감하는 바가 많은 건 같은 486세대이어서일까...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
김영진 지음 / 책세상 / 2001년 2월
4,900원 → 4,41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원(5% 적립)
2007년 09월 27일에 저장
구판절판
잡지에서 읽었을 때 나름 매력적이었던 글들이었지만 모아놓고 읽으니 좀 심심했다. '삶의 자취'보다는 '교양'이 두드러진 탓이었을까...
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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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찬욱 글빨...
박찬욱의 오마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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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으로 읽었던 책. 그래서 <오마주>는 아직 구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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