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랜덤하우스, 2006)를 다른 책들과 함께 읽다가 문득 '장정일'을 검색하는 바람에 읽게 된 기사들을 옮겨놓는다. 다음주에 열리는 제3회 와우북페스티벌(http://www.wowbookfest.org/)에는 작가 장정일과의 만남('장정일의 독서일기 그리고 공부')도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으므로 애독자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그리고 뉴스를 보니 오늘 행사 안내를 위한 퍼포먼스도 있었군... 

매일경제(07. 09. 29) 지금 당장 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

작가 장정일은 `독서일기`에서 어릴 적 꿈이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시에 출근하고 오후 다섯 시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가 적고 정년도 보장되는 `철밥통`이기에 공무원이 되고 싶은 2000년대 젊은이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직업관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아예 책을 읽기 위해 자발적인 백수가 되는 젊은이도 있다는 사실이다. 2006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를 보면 "하루에 한 권 이상의 책을 비타민처럼 복용"하면서 살아가려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 시대에 돈이 되지 않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이 책 제목만 보고 `만원으로 일주일 버티기`류의 지침을 위해 책을 구입한 `이태백`들이 많았다는 후문도 있다.

왜 여전히 이처럼 책과 사랑에 빠지는 `원시부족`들이 출몰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직접적으로 돈을 벌 수는 없지만, 돈이 없어도 행복해지는 법이나 조그마한 돈이라도 행복하게 쓰는 법은 알 수 있다.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지팡이를 든 노인이 `무엇을 만들어줄까`라고 질문하는 데 대해 `돈을 달라`가 아니라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그 지팡이를 달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지혜를 책이 선사한다는 것이다.



디트리히 슈바니츠가 쓴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교양`의 맨 앞도 "로빈슨 여행기는 유토피아의 전사(前史)다. 유토피아의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난파된 선박의 잔해가 있다. 그러나 로빈슨은 육지에 올라와 목숨을 건졌으며, 학습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은 살아 남아 있다. 가라앉은 것은 지식의 화물이다. 그의 능력은 재생될 수 있다"는 구스타프 뷔르템베르거 말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컴퓨터가 사라지면 그 속의 검색엔진으로 검색했던 지식들은 사라지지만, 인간 머리 속에 있는 지혜는 사라지지 않는다.

책이 소중한 이유는 이처럼 지식 자체가 아니라 사고능력을 배양시켜 주기 때문이다. 책은 한순간에 사라지는 문명이나 문화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명이나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간 자체를 형성한다. 책이 곧 인간인 것이다. 책은 인간의 유전자가 되어 `know-what`이나 `know-where`와 관련되는 `정보`가 아니라 `know-how`나 `know-why`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



그래서인지 크리스티아네 취른트가 쓴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 책`에 대한 추천의 말에서도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다음처럼 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나치당이 독일인들에게 전쟁을 준비하게 만들 때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책을 대량으로 없애는 일이었던 반면 미국인들은 민주주의 체제 기틀을 잡기 위해 신병을 전쟁터로 내보낼 때 대학에 위임한 `그레이트 북 코스(Great Book Courses)`에 보냈다는 것이다.

옛 시절 먼 나라 이야기를 할 것도 없다. 요즘 TV에서 금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을 점령하고 있는 사극의 인기나 베스트셀러 문학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팩션(faction)류 역사소설을 보면서 E H 카가 쓴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역사의 적극적 정의를 끌어오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처럼 현재성에 의해 재구성된 역사 자체가 `선택된 기억이거나 왜곡된 과거`라는 비판적 인식을 하기 위해서는 알라이다 아스만의 `기억의 공간`도 읽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지금 우리 사극에 등장하는 성종이나 정조, 단군, 대조영이 `지금 이곳`의 욕망을 대변하기 위해 얼마나 진실에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 아직 읽히지 않은 책이 있을 뿐이다. 더구나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인 빌 게이츠조차 잠들기 전 잠깐만이라도 매일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지 않는가. 책 읽기를 호환이나 마마보다 더 무서워하는 우리 중에서 빌 게이츠보다 더 바쁜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이것이 바로 어떤 책이든지 당장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해야 할 이유다.(김미현 이화여대 교수)

세계일보(07. 09. 28) '와우북페스티벌' 내달 5일 개막

작가·편집자와 독자가 만나는 국내 최대 도서문화축제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3회째를 맞아 10월 5일부터 7일까지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주차장과 갤러리, 북카페, 클럽 등지에서 펼쳐진다. ‘난 지적으로 논다! ― 쉽지! 즐겁지! 유쾌하지!’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의 ‘와우북페스티벌’은 신간을 할인해 파는 ‘거리도서전’, 중고책 벼룩시장 이외에도 ‘저자가 들려주는 유쾌한 책 이야기’(와우북판타스틱서재), ‘책, 예술로 즐기다’(와우북-상상만찬), ‘책, 거리에서 놀다’(거리로 나온 책) 등 3가지 섹션에 47개의 프로그램을 마련, 예년보다 더욱 다채롭게 꾸며진다.

홍익대 인근은 파주출판도시와 더불어 한국 출판문화의 양대 메카로 불리는 곳으로 1600여 개의 출판사와 출력소, 디자인 사무실 등 출판 관련 산업이 왕성한 공간이다. 5일 오후 7시30분 야외중앙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마포소년소녀합창단을 비롯해 마임이스트 고재경, 샌드애니메이션 작가 장 폴로, 비보이 크루 라스트포원 등이 출연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6일부터 본격화하는 ‘책, 거리에서 놀다’ 섹션에는 출판사 직영 ‘거리도서전’과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책, 예술로 즐기다’ 섹션의 ‘와우북-상상만찬’에서는 소설가 은희경의 ‘빈처’ 일부분을 발췌해 각색 없이 연기하는 연극 ‘문학을 들려주다’(프로젝트 이리)와 마임과 퍼포먼스로 재구성된 시인 김경주의 산문집 ‘PaSspOrT’(극단 숨은그림) 공연이 펼쳐진다. 또 ‘저자가 들려주는 유쾌한 책 이야기’ 섹션에서는 지난해까지 진행된 저자와의 만남, 낭독의 밤, 강연회 등이 이어진다.

특히 6일 오후 4시30분부터는 지역라디오방송인 마포FM(100.7 Mhz) 생중계로 지난 5월 타계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동화를 함께 읽고 생애를 돌아보는 ‘권정생 선생님 그림책 낭독릴레이’ 프로그램이 마련되며, ‘만나고 싶은 작가’로는 일본어 전문 번역가 김난주씨와 소설가 김애란, 시인 황병승 신현림, 여행작가 조은정씨, 재테크작가 이지연씨, 역사작가 이수광씨 등이 초청돼 독자와 만난다.(조정진 기자)

뉴시스(07. 09. 29) 독서하세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29일 오후 서울 지하철2호선 전동차내에서 '책 읽는 조각상'퍼포먼스가 열려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퍼포먼스는 서울 홍익대 부근에서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제3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열렸다.(이광호기자)

07. 0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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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7-09-30 07:02   좋아요 0 | URL
와우북페스티벌..정말 멋지겠어요.가보고 싶긴한데...거리가...쩝~
애 낳고..키우면서 바쁘단 핑계로 요즘 책 읽기를 등한시하는데...애 키우는게 빌게이츠보다 바쁜 일일까? 잠깐 생각해봅니다.
이젠 정말 책을 읽어야겠어요.^^

로쟈 2007-09-30 12:27   좋아요 0 | URL
'책읽는 나무'님이 책 읽기를 '등한시'하신다니까 아이러니컬한데요.^^ 사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는 하면서도 정작 독서할 시간/여건은 마련해주지 않는 게 요즘 부모님들 같습니다. 저부터도 특별한 예외는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