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는 좀 어색하지만, "Everybody, O.K.?"라고 하면 훨씬 간명하고 정감있는(?) 제목이다. 부활절 인사로도 어울리고. 언제나처럼 (가족을 위해) 불들려 부활절 예배를 보러 나가는 길에 혼자 10분 늦게 나가면서 잠시 본 케이블TV. 남선호 감독의 데뷔작 <모두들, 괜찮아요?>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감독도 영화도 모두 생소했다. 영화주간지를 (꼼꼼히 읽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주 챙겨보는 편인데, 이런 식으로 '건너뛴' 영화들이 나온다. <씨네21>에서 좀 크게 다루었던 듯한데, 요즘 본전 생각하다가 놓친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알게 된 거지만, 감독은 러시아 영화학교 졸업후 10년간 '입봉'을 준비해온 처지이며, 그의 데뷔작이 '자기 얘기'라는 건 충분히 이해할/동정할 만한 일이다(이런 건 남의 얘기 같지 않다). 원래는 '영화감독이 되는 법' 프로젝트였다나. 영화감독 '지망생'이라는 건 명분이고, 그것의 현실태는 무위도식하면서 아내를 등쳐먹는 '백수'이다. 거기에 치매끼가 있는 아버지와 돼바라진 아들, 이 세 남자를 부양하며 사는 주부 가장의 이야기라고 한다. 이런 설정만으로도 딱 '내 스타일'이다(옆사람은 '이상한 영화들'만 좋아한다고 하지만). 내가 지지하는 영화란 얘기이다.

해서, 작년에 나온 <나의 결혼원정기>에 이어서 2006년을 대표할 만한 코미디로 잠정 추천한다. 다 보지도 않은 영화이지만, 영화의 얼개만으로도 충분히 '뜻깊은' 영화라고 생각해서이다. 물론 나로서는 현재 이런 영화를 미리 개봉관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좋은 처지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어야겠지만. 대신에 내가 하는/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자리에서나마 좀 띄워주는 것이다. 먼저 이지영 기자의 가벼운 프리뷰.

무비위크(06. 03. 20) 10년째 감독 데뷔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훈(김유석)은 마누라를 내조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에겐 치매에 걸린 장인어른(이순재)이 있고, 언제나 아빠 편인 아들내미도 있다. 시나리오를 쓰고, 가끔 번역도 하며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는 상훈의 소소한 일상. 특별히 나쁠 것도 없고 좋을 것도 없다. 한편 남편의 뒷바라지에 있는 대로 날카로워진 아내 민경(김호정)은 노는 남편과 걸핏하면 집을 나갔다 들어오는 친정아버지 때문에 심경이 괴롭다. 이렇게 오순도순 네 가족의 하루는 늘 비슷한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

-먼저 이 영화의 남선호 감독은 그 프로필이 독특하다. 주인공 상훈(김유석)처럼 그 역시 비슷한 인생을 걸어왔다. 남선호 감독은 남들이 모두 알아주는 서울대씩이나(?) 나와서 러시아 국가 영화 위원회 로스키노 산하 영화 학교를 졸업했다. 어디 그뿐이랴. 본인 말로는 Q채널 다큐멘터리 제작 등 소일거리들을 해왔다지만 그의 이력서에 6개월 이상 다닌 정식 직장이란 없다. 극단에서 연출 활동도 했고, 여균동 감독의 장편영화(*<맨>)에 조감독으로 참여했다지만 88년에 졸업한 사람의 이력치고는 너무 허전하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어디서 무얼 하다 이제야 첫 작품을 가지고 나타나게 된 걸까. 그 과정과 이유가 궁금하다면, 그의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를 보면 된다.

-애초에 ‘영화감독이 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던 시나리오는 주인공 상훈의 입을 통해 감독 지망생의 하루를 보여준다. 상훈은 마누라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궁색하게(?) 살고는 있지만 그다지 죄책감은 느끼지 않으며 때로는 당당하다. 맘씨도 좋지, 장인어른을 모시면서도 다른 남편들처럼 툴툴대지 않는다. 한때 잘나갔던 무용수였던 와이프는 이제 먹고 살기 바쁜 학원선생님이 되어 있다. 자, 이 모든 상황에서 집안 꼴은 어떻게 돌아가게 될까. 주인공 상훈과 그의 아내 민경(김호정)은 공과금 연체료 문제로 목에 핏대 세워가며 싸운다. 그리고 꽥꽥 소리 지르는 아내 앞에서 상훈은 이렇게 외친다. “그래, 나도 남들처럼 벌어다주면 될 것 아니야?!”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크고 작은 웃음을 자아낸다. 어쩜 이리도 우리네 사는 이야기와 꼭 같은지 실로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줄을 잇는다. 특별한 사연이나 사건 없이 마무리되는 구성 역시 편안하기 그지없다. 억지로 커다란 자극을 삽입했었더라면 오히려 억지스러울 뻔했다. 남선호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아, 저렇게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감독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이런 류의 일장연설도 백수로서의 자질이자 조건이다.) 이 영화는 그런 감독의 의도에 충분히 화답한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찌푸린 인상보다는 화사한 미소를 띤 채 극장 문을 나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한석 기자의 좀 진지한 리뷰. 그는 이 영화를 '서로 사랑하는 개털 인생에 대한 영화'라고 규정한다. 그러니까 영화 제목은 개털 인생들에 대한 안부 인사 정도 되겠다.

씨네21(06. 03. 21) 상훈(김유석)은 7년째 데뷔작을 기다리는 만년 영화감독 준비생이다. 하지만 그를 응원하는 어린 아들 병국(강산)의 웅변을 빌려 말하자면, 그도 엄연히 영화감독이다. “영화 한편도 안 만든 영화감독이 어디 있느냐”는 친구의 놀림에도 병국은 “수박장수가 하루 종일 수박 한개를 못 팔았다고 수박장수가 아니냐”고 응수하며 아버지를 변호한다. 한편 상훈에게는 아들 병국처럼 힘이 되는 응원 가족이 있는가 하면, 함께 사는 장인처럼 애먹이는 가족도 있다. 치매에 걸려 툭하면 가출하는 장인(이순재)은 시간 많은 상훈이 주로 돌보아야 하는 골치 아픈 보호대상이다. 장인은 젊은 시절 역마살 낀 삶을 살았고, 가무를 낙으로 여기며 살아온 소문난 한량이었고,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서로 배다른 아들딸을 낳았지만, 지금은 치매로 그들을 구별조차 못하며 막내딸 민경(김호정)의 집에 얹혀산다.

-민경, 남편 상훈의 소개에 의하면 그녀는 촉망받는 무용가 지망생이었지만, 지금은 아귀같이 소리지르며 학원생들을 호통치는 억척이 무용학원 원장이다. 동시에 그녀는 아들 병국과 남편 상훈과 아버지의 생계까지 모두 떠맡고 있는, 지치고 상처받은 이 집안의 진짜 가장이다. 바로 이들이 <모두들, 괜찮아요?>의 가족 구성원이다. 이 가족에게 괜찮지 않은 일들이 조금씩 벌어진다. 착하기는 하지만 실없이 구는 상훈이 다른 여자에게 과도한 친절과 관심을 표하면서 아내 민경은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게다가 민경의 배다른 오빠가 아버지를 찾아오며 집안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그런 일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몰래 녹음기를 켜두고 있던 상훈의 행동이 결국 부부싸움을 불러 별거에까지 이른다.

-<모두들, 괜찮아요?>의 애초 제목은 <영화감독이 되는 법>이었다. 제목이 바뀐 것인데, 내용을 이해하는 표지로는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상훈은 말끝마다 영화감독이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실상 영화에는 상훈의 사회적 처지를 절실하게 상기시킬 만한 내용, 즉 영화감독이 되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절차를 밟는 것인지에 대해 보여주는 일화가 거의 없다. 동료의 촬영장에서 잠깐이나마 현장의 공기를 맡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정도다. 일화는 오로지 가족간 관계 내에, 그것도 언제나 화해 가능한 상태로만 잠재적으로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가식으로 뒤덮인 사회의 일면을 비릿하게 풍자하거나, 그 반대로 아름다운 꿈을 잡기 위해 무작정 갈망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처럼 교수가 되기 위해 돈을 갖다바치거나 억지로 폭탄주를 마셔야 하는 사회적 설움의 에피소드, <불후의 명작>처럼 로맨스로 현시된 사회적 인정의 판타지 등으로 나아가지 않는 영화다. 인물들이 고민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이 집안, 이 가족의 문제다. 그러므로 <모두들, 괜찮아요?>는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 혹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사람이 하나쯤 속해 있는 어느 서민층 가족 공동체의 이야기다.(*참고로 말하자면,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는 '사회적 약자'인 시간강사 일반에 '백수'의 이미지를 들씌운, 사상이 의심스러운 영화이다!) 

-남선호 감독은 그 이야기를 하는 방법으로 자전적 경험에서 영화의 상당 부분을 뽑아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장편 데뷔작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온 상황 자체가 그 자신의 경험이고, 영화 속 가족 캐릭터의 구현도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며 가공한 것이다. 무엇보다 자전적인 솔직함에 기초하면서도 자기 연민으로 채워진 일기장이나 반성문이 되지 않은 것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게다가 역량있는 배우들과 그들이 맡은 흥미로운 인물들은 서로를 잘 찾아들어 그 장점을 더 살려준다. 대체로 3인의 배우들- 김유석, 김호정, 이순재- 은 각자의 초상을 잘 그려내는데, 그중에서도 민경 역을 맡은 김호정은 천성적으로 갖고 있는 여러 음색의 목소리를 잘 드러낸다. <플란다스의 개>에 비슷한 역할을 맡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각자의 초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속으로 놓고 보아야 의미가 통하는 가족 초상에 관한 삼면화라고 이 영화를 이해할 때, 서로의 화폭이 묶여 뭔가 흥미로움을 발생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마도 그건 이상하게 이 영화에 강박적으로 배어 있는 소박함의 지향 때문에 생긴 결함이 아닌가 싶다. 소박해야 한다는 자기 규율의 느낌, 그건 저예산의 표현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되도록 영화를 거창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자의식이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뭔가 수사와 장치들이 따라붙으면 안 된다고 결정한 셈이다. 하지만 소박한 인물들을 살게 하는 것과 영화 자체가 소박한 무엇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의미다.

-물론 이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빈자들의, 하지만 서로 사랑하며 힘을 내는 빈자들의 영화’라 불릴 만한 구석이 있다. 이건 결국 같은 의미에서 서로 사랑하는 개털 인생에 대한 영화다.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아간 민경에게 무속인은 남편 상훈을 가리켜 ‘개털 인생’이라고 말하는데, 상훈만 개털인 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상훈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촉망받는 무용가의 꿈을 접고 힘들게 학원을 운영하는 민경도 개털이고, 세월의 힘에 밀려 자아를 잃고 육신만 남은 그녀의 아버지도 개털이다. 그리고 그걸 보는 관객도 상당수는 그들만큼 개털이고, 빈자다. 모두들 괜찮냐고 물어보는 건 그런 마음에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삶의 암담함이 목까지 차올라 점쟁이라도 찾고 싶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라면 이 가족의 초상을 감싸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여기다.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너무 많다. 영화가 항상 영화적인 말걸기를 따로 시도해야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비영화적인 면에 의해 이해 가능한 영화가 된다는 것은 영화로서는 슬픈 일이 아닌가. 더구나 이 영화는 일반 모두를 겨냥해 보편적 감정이 전달되기를 희망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 더 풍부한 조음이 필요했거나, 더 집요한 천착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남는다. 비유컨대 <모두들, 괜찮아요?>는 재즈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무언가로 받아들여지길 스스로 희망한 것 같은데, 의아한 건 그 백미가 될 만한 즉흥연주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그러니까 이 영화의 감동이 '비영화적인 면'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되겠다. 기자는 '개털' 감독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기대했던 게 아닐까? "감독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하는 감독에게 말이다.)

06. 04. 1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마천 2006-04-17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결혼원정기는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것도 관심 두어 볼께요.

로쟈 2006-04-1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괜찮은 영화'일 거 같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결혼식에 갔다가 <근대문학의 종언>(도서출판b, 2006)의 역자를 만났다. 바로 물어본 것은 책의 근간 여부였는데, 벌써 깔렸다는 것이었다, 이번주에 말이다(알라딘의 새로나온 책 코너는 언제나 뒷북친다). 몇달 전 근간 소식을 접하고 고대하던 책이었던 만큼 제일 먼저 꼽는 건 당연한 일이겠다(이미지를 띄우는 기능이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이 페이퍼는 언제 완결될지 알 수 없다).

 

 

 

 

한 차례 날려먹고 다시 쓴다. 하지만 조금 짧게. 어쨌든 가라타니 고진(1941- )은 현재 비평가로서 일본 최강이며 그런 만큼 최우량의 퀄리티를 보증한다. 신간 또한 예외가 아닐 거라고 믿어봄 직하다. 책의 표제가 된 글은 이미 <문학동네>(2004년 겨울호)에 '근대문학이 종말'이란 제목으로 게재되어 국내에서도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리고, 그걸 포함하고 있는 고진의 최신간 비평집이 <근대문학의 종언>이며 일어판은 작년 11월에 출간됐다. 그런데 불과 5개월 만에 국역본이 출간된 것이니까 이런 유형의 책에 관한 한국의 출판관행에 견주어 이례적이며 파격적이다. 그 '스피드'에 있어서 거의 일본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자와 출판사의 '순발력'이 놀라울 뿐(역자는 이미 고진의 비평집 <언어와 비극>(도서출판b, 2004)를 옮긴 바 있는 '전문가'이다).  

 

일어본의 부제는 '가라타니 고진의 현재'이고, '가라타니 고진 사상, 총결산과 새로운 전개'라는 광고문구가 큼지막하게 달려 있다. 그의 <일본근대 문학의 기원>이 '대외적인' 출세작이었으므로 <근대문학의 종언>을 계기로 '총결산'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래저래 합당하다. 그 종언 이후의 새로운 전개(신전개)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두번째 책은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페이비언 사회주의>(아카넷, 2006)이다.  흔히 신랄한 독설가이자 <인간과 초인> 같은 희곡 작가로 잘 알려진 버나드 쇼이지만, 사회주의 사상서까지 쓴 줄은 미처 몰랐었다. '이상주의, 점진주의, 의회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주의 이념으로 영국 노동당의 정치노선을 대변한다는 것이 페이비어니즘인데, 쇼는 그 핵심멤버였던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참고가 될 만한 칼럼의 일부를 옮겨오면 이렇다. 김성이 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학)의 국민일보 칼럼(05. 12. 14)이었다.

 

 

 

 

-근세 영국의 사회보장제도는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기인한다. 베버리지는 “나는 사회주의가 민주주의적 조건하에서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 라는 이념으로 영국 사회보장에 기초가 되는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이 베버리지 보고서를 기초로 하여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하는 영국의 사회보장제도가 설립되게 되었다. 이베버리지에게 영향을 준 것은 영국의 사회개혁을 부르짖는 페이비언 협회의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버리지는 청년기 때 토인비홀에서 불우이웃을 위한 사랑실천 운동을 했으며, 페이비언 협회에 가입하여 자본주의의 자유시장체제와 사회주의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 페이비언 협회는 1884년 영국에서 소수의 지식인에 의해 설립되어 점진적인 사회개혁을 주장하는 단체로 발전되었다. 페이비언(Fabian)이란 한니발 대군을 격파한 로마 장군 파비우스(Fabius)에서 기인한다. 그는 카르타고 전쟁에서 접전을 피하고 꾸물거린다고 로마 시민으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호기를 포착해서 한니발을 격퇴하여 로마를 구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것으로 페이비언주의의 기본 이념은 점진적 사회개혁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페이비언 협회는 사회개혁의 네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첫째, 민주적이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사회개혁에 대하여 대응할 준비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둘째, 점진적이어야 한다. 개혁의 속도가 사회혼란을 야기시켜서는 안 된다. 셋째, 도덕적이어야 한다. 부도덕한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더욱 도덕적이어야 한다. 넷째,그 어떤 개혁도 입헌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페이비언 협회는 침투와 설득이라는 전략으로서 사회개혁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설득의 대상으로 삼았다. 페이비언 협회의 노력 결과 런던의회가 개최되었고 구빈활동에 개혁을 가져와 영국 복지국가의 기본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복지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복지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의 개념이 조화로운 박애주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뉴라이트운동은 모든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해야 하며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해치는 어떠한 장애물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맞서 싸울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한 싸움은 설득과 관용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뉴라이트의 정치이념이 '페이비언 사회주의'와 조화를 이루는 것인지는 의문이지만(어찌됐든 사회주의 아닌가!), 그리고 현재의 영국이 '복지국가'의 모델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페이비언 사회주의 유래와 내용은 그러하다고 한다. 쇼의 책은 그 이념적 정수를 짚어내고 있는 책이고. 버나드 쇼의 신간들 가운데에서는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이너북, 2005)을 바그너의 원작 <니벨룽의 반지>(책과소금, 2005)와 함께 읽어보는 게 그간의 희망사항이었는데, <페이비언 사회주의>를  추가해야 될 모양이다. 덧붙여, 지난번에 자유주의 관련서들을 짚어보았던 김에 이번에는 사회주의 관련서 몇 권의 이미지도 띄워둔다.   

 

 

 

 

세번째 책은 지구상에서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켰던 나라, 그리고는 현실 사회주의를 지난 세기에 끝장낸 나라 러시아의 경제사를 다룬 따찌야나 찌모쉬나의 <러시아 경제사>(한길사, 2006)이다. 다루는 범위는 방대해서 고대 러시아부터 푸틴(뿌찐) 시대까지이다. 소개에 따르면, "책은 총2부 1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기술되어 있다. 제1부은 고대부터 1917년 10월 혁명 이전까지의 시기인데, 기존 연구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부분들-고대와 중세의 러시아 경제-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좀더 상세히 알 수 있다. 제2부는 10월 혁명부터 뿌찐 시대 초기까지의 경제개혁을 다루고 있는데, 기존의 책들과는 시각이 전혀 새로운 뿐만 아니라, 1990년대의 시장경제 체제개혁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워낙에 이 분야의 책들이 드문지라 따로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 경제발전사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정치, 사회 등 폭넓은 범위에 걸쳐 풍부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교양서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하니까 두루 읽어보심이 어떠할까? 참고로, 저명한 경제사학자 알렉 노브의 <소련경제사>(창비, 1998)는 이미 오래전에 출간된 바 있다. 나란히 꽂아둠이 마땅하다.  

 

 

 

 

네번째 책은 알코올 소비 세계 1위국인 러시아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테마의 책이기도 한데(러시아의 술 얘기는 <굿모닝 러시아> 참조),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장 메종디외의 <여자와 남자 그리고 알코올>(정신의서가, 2006)이다. 부제는 '사랑의 이야기'.(아마 러시아판이었다면, '알코올 중독 이야기' 정도가 부제로 어울림직하다.) 내용은 제목 대로라면,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알코올이 무슨 역할을 할까, 정도를 기대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알코올 중독이라고 말하는 알코올 의존증과 남성성·여성성의 관련성을 살펴본다"고.

"오랫동안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을 치료해 온 지은이가 만난 남녀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의 사례를 분석하여 술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사랑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벗겨낸다. 이 책은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흔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알코올 의존자들은 어쩌다가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술을 마시게 되었을까? 이는 알코올 중독의 원인이 술뿐이 아닌 심리적인 데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은이가 찾아낸 심리적 원인은 여성성과 남성성의 고정된 타입을 강요하는 사회문화이다. 남성은 과음으로 남성성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반대로 여성은 여성스러움이 강요하는 결함을 은폐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술 없이는 이성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남녀의 생리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사람은 관계를 가깝게 만들기 위해 술을 마시는가, 아니면 술은 역설적으로 관계를 갈라놓는 벽인가의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이런 내용 소개보다 좀더 눈길을 끄는 것은 책의 한 소제목인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술을 마셔요, 내 사랑" 같은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의 러브샷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러브샷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 우리는 흔히 사랑하고 싶지만/있지만, 사랑해서는 안되는 사람을 두고서 술을 마신다. 엄청. 그게 알코올 중독의 흔한 시작 아닌가?(하다못해 황태자 주지훈도 한번 실연을 하고 소주를 하루에 3-4병씩 한달을 퍼마셨다지 않은가?) 그리고는 이렇게 주절거리곤 한다: "당신과 나, 알코올과 함께, 죽는 날까지". 결론? "알코올이냐 여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알코올이라면 황태자급에 해당하는 이들이 작가, 예술가들이다. 이 주당들의 면면들은 <알코올과 예술가>(마음산책, 2002), <작가와 알코올 중독>(랜덤하우스중앙, 2005) 등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문학작품으로는 '미라보 다리'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문학과지성사, 2001)이 가장 유명하다. 이 시집 연구서로는 황현산 교수의 <얼굴 없는 희망>(문학과지성사, 1990)이 있다.  

 

 

 

 

네번째 책은 미국의 전설적인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리드싱어였던 커트 코베인(1967-1994)의 평전으로, 음악/연예 전문기자라는 찰스 크로스의 <커트 코베인 평전>(이룸, 2006)이다. 27살에 자살을 선택한 코베인은 부모의 이혼으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이를 정서적 바탕으로 하여 현실에 대한 분노와 좌절, 냉소 등을 펑크록에 담아 표출했다고.

 

 

 

 

사실 나는 너바나의 음악이나 커트 코베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그의 아내였던 커트니 러브를 먼저 알았을 정도이다).

미국의 현대 팝음악에 대한 나의 취향은 '도어즈'의 짐 모리슨에서 R.E.M 정도까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에 '전설'로 남은 리더이고, 그룹인지라('너바나'는 물론 불교에서 해탈을 뜻하는 '니르바나'를 영어식으로 읽어준 것이다. 그런데, 밴드 이름이 '니르바나'라고 하면 왜 촌스럽게 들릴까?) 이런저런 귀동냥으로부터 면제될 수 없었다. 또,코베인의 개인사 못지 않게 당대의 문화사에 대한 식견도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이 평전에 눈길이 간다.  

다소 늦게 눈에 띄었지만, 이 평전과 마침 같이 읽을 만한 책으론 조지프 하스/앤드류 포터 공저의 <혁명을 팝니다>(마티, 2006)가 있다. 하버마스의 제자들이라는 두 저자는 1960년대 이후 서구를 휩쓴 반문화(counter culture) 운동의 '신화'를 낱낱히 까발린다고. 한 서평에 따르면, "잘못된 반문화의 이상에 헌신"해온 서구의 진보 좌파에 대한 통렬한 공격을 가한다. '문화적 저항'이란 신화에 (아직도) 기대와 미련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볼 만한 책으로 보인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작가 김훈의 첫 소설집 <강산무진>(문학동네, 2006)이다. 여러 일간지에서 이에 관한 기사를 싣고 있는데, 여기서는 문화일보(06. 04. 17)의 인터뷰 기사를 옮겨온다.

-김훈(58). 1995년에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를 펴낸 직후 바로 문단의 큰 나무가 돼버린 사나이. 장편소설 <칼의 노래>(2001년), <현의 노래>(2004년)로 우리말 문학의 아름다움을 한껏 쳐든 언어의 수공업자. 그가 첫 중·단편 소설집 ‘강산무진(江山無盡)’을 펴냈다. 8편의 작품을 모은 책의 제목은 조선 후기 화가 이인문의 산수화 이름에서 따왔다. 책이 담고 있는 풍경은 이승과 저승, 생시와 꿈의 경계를 넘어 무한히 펼쳐져 있는 그림의 강산을 닮았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삶의 불우(不憂)와 슬픔을 늙어가는 육신에 혼자서 짊어지고 막막한 시선으로 이 세상과 그 너머의 풍경을 응시한다. 이들은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도 ‘밥벌이’를 신경써야 하는 당대의 일상을 아픈 심신으로 힘껏 견디면서도 끝내 신음소리를 흘리지 않는다.(*김훈은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해서 쓴다. 에세이스트들의 천형처럼.)

-지난 13일 저녁, 경기 일산에 있는 작가의 집 주변의 한 맥주전문점에서 만났을 때 그는 가능하면 소설 이야기를 피하려 했다. 출판사 측은 그가 소설집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싫다고 해서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문예지 ‘문학동네’의 신수정 주간과 류보선, 서영채, 이문재, 황종연씨 등 편집위원들, 그리고 일산파 젊은 문인들인 김연수, 김중혁씨 등이 ‘김훈 선생’과 더불어 술잔을 기울이며 소설동네의 경사를 축하했다.

-첫 소설집을 낸 작가는 이날 미치도록 부끄럽다고 되뇌었다. 그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억지로 말을 시키자, 이번 소설집이 ‘나’의 이야기에 머무르고 ‘너’ ‘우리’에게까지 넓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더듬더듬 말을 꺼내놨다. 자전거 레이서로서 시속 30㎞까지 달릴 수 있다고 자랑을 할 때와는 판이한, 어눌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다. “나는 편협한 글밖에 못 써요. 개인만 가지고 쓰잖아요. 시대 전체를 보고 역사의 구조를 통찰하는 황석영, 조정래 같은 작가도 있는데, 나는 그게 안 보이니…. 그래도 내 팔자가 있기 때문에 나는 내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의 ‘내 글’은 아내의 죽음을 맞거나(‘화장’) 자신이 암에 걸려 죽음 앞에 있으며(표제작 ‘강산무진’)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뒀고(‘고향의 그림자’) 하청업체 사장을 하다가 부도후 택시운전을 하는(‘배웅’) 인물들이 주변 사람들의 삶과 부딪치며 빚어내는 내면 풍경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신 주간은 책 뒤의 해설을 통해 그의 소설이 고대(‘빗살무늬의 토기’)와 역사(‘칼의 노래’ ‘현의 노래’)를 거쳐 3각 꼭짓점처럼 당대의 현실에 이르렀다고 묘파했다.

-탁월한 문학기자로, 에세이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소설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때, 많은 이들이 그의 문체로 소설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나도 그렇다.) 삶에 깃든 슬픔과 허무를 아름다움으로 한껏 밀어올리는 그의 문체 미학이 저잣거리의 잡사를 다루는 소설에 들어올 수 없다고 여겼던 것. 그는 그러나 발품을 팔아 얻어낸 삶의 거래 현황을 소설 속에서 치밀하게 묘사, 현장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우리 삶의 남루한 구석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독자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안기고 있다.(*아직 확언할 수 없다.) 신 주간은 이를 “새로운 형태의 서정을 획득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주변의 높은 평가와 달리 작가 스스로는 “산문보다 소설 쓰는 게 훨씬 어렵고, 짧은 구조에 완결성을 가져야 하는 단편 쓰기는 참 힘들다”며 “소설을 업으로 삼지 못하고 아마추어로 영원히 머물 것”이라며 사뭇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내 생각도 그렇다.) 그는 그러면서도 소설을 쓰는 일은 모국어와 몸을 힘껏 써야 한다는 점에서 연애하는 것과 같다며 소년처럼 설레는 듯한 미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소설에서 ‘몸’의 미학에 천착해 온 그는 집필할 때 연필로 쓰는 것을 고집하는 까닭이 어깨로부터 팔에 전해지는 힘을 느끼는 게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내가 김훈에게서 가장 높이 사는 것은 이 '소년'의 '연필로 쓰기'이다. 소설의 내용은 상관없다. 거기에 비하면 사소하다. 작가 김훈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앞으로의 창작 계획을 묻자 그는 요즘 병자호란, 한일합방 등 우리 역사의 치욕이 어떻게 된 것인지 책과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인간의 삶은 영광과 자존, 찬란함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소설이 되지 못한다 해도 그것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게 내 일이지요.”(*그 역사의 치욕이 그의 치욕과 어떻게 상관적인지는 다른 자리에서 지적한 바 있다. 김훈에 대한 나의 신뢰는 간혹 위악적인 그의 포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상관성'에 대한 그의 집요한 몰입에 놓인다. 그는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갈 것이며, 자신의/역사의 치욕을 되뇌일 것이다. 나는 그가 훌륭한 소설가가 아니어도/못 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06. 04. 15-17.

P.S. 마감후에 눈에 띈 책은 (드디어 출간된) 미하일 바흐친의 <말의 미학>(길, 2006). 원제는 '언어적 창조의 미학'인데, 보기 이해하기 쉬운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바흐친 사후에 편집된 책으로 기억되는데(러시아판 1979년), 초기 바흐친의 주요 이론적 관심과 주장들을 모아놓은 그의 주저이다. 국내에서 한풀 꺾인 듯한 바흐친 '열기'에 다시 기름을 붓는 격이 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모처럼 출간된 '무게' 있는 저서(580쪽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aits 2006-04-16 22:03   좋아요 0 | URL
커트 코베인 사진이 눈에 확 띄네요. 책 소개 기대할께요..^^

로쟈 2006-04-16 23:16   좋아요 0 | URL
이미지를 띄우는 기능이 먹통이어서 손놓고 있습니다. 별거 아닌 걸로 질질 끌어서 머쓱하네요...
 

 

 

 

 

우리에겐 타르코프스키와 소더버그에 의해 영화화된 <솔라리스>(1961)로 더 잘 알려진 원작자 스타니스와프 렘(1921-2006)이 지난달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번주 <필름2.0>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씨네21>의 기사를 옮겨오면, "SF영화 <솔라리스>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지난 3월27일 사망했다. 그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심장 순환계 문제였다. 그는 폴란드 남부도시 크라쿠프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병마와 치열히 싸웠지만, 84살라는 고령의 나이로 버텨내긴 힘들었던 것."

"스타니스와프 렘은 1974년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사이버리에이드>를 발표하며 SF소설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과 같은 세계적 작가가 된 것은 1984년과 2002년 두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진 <솔라리스> 때문이다. 소설은 발표 당시 “상업문학 일변도의 미국 과학소설에 맞서 인류 문명의 오만을 풍자하는 철학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1984년작은 러시아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2002년에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을 맡았다."(*기사 내용중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는 1972년작이다. 1984년작이라고 한 것은 부주의한 오류이다.)

사실은 이미 작고한 작가로 간주하고 있었기 때문에(망자에게 용서를!) 그의 부음은 잠시 낯설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이 참에 아직 챙겨두지 못한 그의 소설을 읽는 것도 올해의 과제로 남겨놓도록 한다(러시아에서는 문학전집이 아닌 철학/사상 전집에 렘의 책들이 들어가 있다). 더 많은 그의 책들이 소개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그의 홈피 등에서 필요한 자료와 이미지들을 옮겨온다. 위의 이미지들은 그의 자전적 회고록 <높은 성>의 영어판과 러시아어판 표지. 그리고 아래는 그의 간략한 전기이다. 뒷부분에는 영어로 돼 있어서 좀 불편하지만, <솔라리스>의 각 장에 대한 해설을 옮겨놓는다.

A gallery of pictures

 

 

 

 

 

 

-Norbert Wiener begins his autobiography with the words "I was a child prodigy." What I would have to say is "I was a monster." Possibly that's a slight exaggeration, but as a young boy I certainly terrorized those around me. I would agree only if my father stood on the table and opened and closed an umbrella, or I might allow myself to be fed only under the table. I don't actually remember these things; they are beginnings that lie beyond the boundary of memory. If I was a child prodigy, it could only have been in the eyes of doting aunts. (...)

-In my fourth year I learned to write, but had nothing of great importance to communicate by that means. The first letter I wrote to my father, from Skole, having gone there with my mother, was a terse account of how all by myself I defecated in a country outhouse that had a board with a hole. What I left out of my report was that in addition I threw into that hole all the keys of our host, who also was a physician... 

(*)Stanislaw Lem was born in Lvov on September 12th 1921 to a family of a laryngologist. Since 1932 he attended the K. S. Szajnocha II State Grammar School in Lvov where he received a secondary school certificate in 1939. Between 1940 and 1941, after the occupation of Lvov by Soviet troops, Lem studied medicine at the Lvov Medical Institute:

A gallery of pictures

 

 

 

 

 

 

 

 

-(...)  I got there in an indirect way, since I first took the entrance exam at the polytechnic, which I thought was more interesting. I passed the exam but as a representative of the "wrong social class" (my father was a wealthy laryngologist, i.e. bourgeois) I was not accepted... My father made use of his connections and with the help of professor Parnas, a famous biochemist, I started studying medicine - albeit half-heartedly.

(*)During the German occupation Lem worked as a mechanic helper and welder for a German firm that recycled raw materials. In 1944, when the Soviet army occupied the city for the second time, Lem resumed his medical studies. In 1946 Lvov was no longer on Polish soil and Lem as a "repatriate" moved to Krakow where he started studying medicine at the Jagiellonian University:

A gallery of pictures

 

 

 

 

 

 

 

-I could have earned quite well as a welder... On the one hand it seemed tempting, since in Krakow we had to start from scratch. On the other, however, the thought that I would abort my studies was very upsetting for my father. For some time I could not make up my mind and I eventually opted for medical studies. 

(*) Between 1948 and 1950 Lem worked as a junior research assistant at the Konserwatorium Naukoznawcze (The Circle for the Science of Science) lead by doctor Mieczyslaw Choynowski.

-Every few weeks I had to take a night train and travel to Warsaw - I took the cheapest class since I was quite poor in those times - for endless discussions at the publishing house "Ksiazka i Wiedza". They tortured my Hospital of the Transfiguration, the number of critical reviews was continually growing and all of them proved the book's counterrevolutionary and decadent nature. I was told that this and that had to be redone... And since at the same time they gave me hope the book would eventually be published I kept on writing and revising... Because Hospital of the Transfiguration was considered improper from the "ideological point of view" I was obliged to write further episodes in order to achieve a "compositional balance"...

-In 1950 in the house of the Writers Union in Zakopane I met a certain fat gentleman and one day we went for a walk to the Czarny Staw. My companion was Jerzy Panski from the "Czytelnik" publishing house but I did not know it at that time. During our trip we talked about the absence of polish science fiction... Panski asked whether I was capable of writing such a book. I answered "yes" - not knowing who my companion was, thinking it was just an ordinary fat fellow who happened to be staying at the "Astoria", just as I was. After some time, to my great surprise, I received an author's agreement from "Czytelnik". Having no idea what the book will be about I filled in the blank space with the word "Astronauts"... and in a quite short time I wrote my first book that was soon published.

(*) In 1953 Lem married Barbara Lesniak, a medical doctor (radiologist).

A gallery of pictures

 

 

 

 

 

-I met her around 1950 and after two or three years of siege she accepted my proposal. We did not have our own apartment at that time; I had a tiny room with mould on the walls and my wife, about to finish her medical studies, lived with her sister at the Sarego Street - so I became a commuting husband.  

A gallery of pictures

 

 

 

 

 

 

 

 

-In those politically uninteresting times... we used to ski in Zakopane for one month. I also traveled to Zakopane in June because of hay fever, for which there were no medications in those times. I stayed at a house of the Writers Union and worked most of the time. During one of such marathons I wrote Solaris. The same method was employed in the case of some other books. Apart from that nothing interesting was going on; my wife worked as a radiologist and I was an ordinary member of the Writers Union... I still remember my first trips to the East German Republic, with the delegation of Polish writers, and later trips to Prague and the Soviet Union - where they adored me. 

A gallery of pictures

(*) In 1973 in recognition of his achievements Stanislaw Lem was invited to join the Science Fiction Writers of America. However he was soon expelled from this organization because of critical remarks about low standards of American science fiction.

 

(*) In 1982, after the martial law in Poland, Stanislaw Lem left his homeland to study in Berlin as a scholar of the Wissenschaftskolleg. A year later he moved to Vienna. Living abroad Lem wrote his two last books that belong to the genre "fiction": Peace on Earth and Fiasco. The writer returned to Poland in 1988. 

A gallery of pictures

(*) Stanislaw Lem is a member of the Polish Writers Association and the Polish Pen-Club. Since 1972 Lem is a member of the committee "Poland 2000" under the auspices of the Polish Academy of Sciences; in 1994 he also became a member of the PAU (Polska Akademia Umiejetnosci).  

 

Introduction

During the Soviet era, Polish writer Stanislaw Lem was the most celebrated SF author in the Communist world. Although he read Western SF when he was young, he soon found it shallow and turned for inspiration to the long tradition of Eastern European philosophical fantasy. Western readers not familiar with this tradition often misread his works, expecting more action-oriented, technophilic fiction. Solaris comes closer to being a traditional SF novel than most of his works, but its main thrust is still philosophical. There is a deep strain of irony which runs through this work, for all its occasionally grim moments.

The great Russian experimental director Andrei Tarkovsky made an important film based on the novel which is considerably more confusing that the book. (The pared-down 2002 version by Steven Soderbergh keeps amazingly close--for a Hollywood film--to Lem's original themes and ideas, but its emotional inertness (particularly on the part of George Clooney) prevents it from having the full effect intended. This is one case where reading the book before seeing the film may help you to experience the intended effect better. Perhaps Soderbergh remembered the anguish of Kelvin so clearly from his reading that he didn't realize the need to convey it more vividly to an audience that would not share the same memories.

Chapter 1: The Arrival

The novel begins as the narrator, a scientist named Kris Kelvin, is descending toward the surface of the mysterious planet Solaris. How many instances can you find in this chapter of failures to perceive, breakdowns in communication, etc.? This is to be the main theme of the book. Whereas conventional SF poses puzzles only to solve them, Solaris concentrates on the puzzling nature of reality and the limits of science. The ship that has brought Kelvin to Solaris is called the Promethus, a name associated with civilization and enlightenment in Greek mythology, but also with condemnation to terrible torment. As he enters the station suspended above the planet's surface, note the many instances of wear, disorder and confusion. In the original Polish, Snow's name is "Snaut." What do the many concrete details given suggest about the state of things in the station? Snow's strange initial reaction to Kelvin will be explained later. What features of this chapter are reminiscent of a mystery story?

Chapter 2: The Solarists

Keep in mind the scribbled word "Man!" as you read on. See if you can understand why someone would have written it. Why does Lem treat Kelvin's "premonition" as he does? Much of this novel is a well-informed satire on the process of scientific research and publication. What may seem to the novice like tedious passages of irrelevant exposition reminiscent of Jules Verne (what modern SF fans call "info-dumps"), are in fact often amusing parodies of academic scholarship--especially those which occur later in the novel. Whether or not you catch the humor in these passages, they are crucial for understanding the central themes of the novel. They provide a wide variety of interpretations which succeed only in revealing the minds of the interpreters, leaving Solaris as mysterious as ever. In this way they are strikingly reminiscent of the writings of another Eastern European master, Franz Kafka.

The ability of Solaris to control its own orbit anticipates some of the wilder fantasies built on the "Gaia hypothesis," according to which Earth has the ability to maintain conditions favorable to life. Solaris' ability to remodel the instruments created to study it resembles quantum physics' uncertainty principle: studying subatomic particles affects their behavior in ways that make it impossible to separate the observer from the observation. This theory underlies the whole novel, and embodies many of the most crucial problems facing modern science. "Ignoramus et ignorabimus" is a slogan of the ancient skeptics proclaiming the impossibility of certain knowledge: "We do not know and we will not [cannot] know." Skepticisms' approach to knowledge is being compared to that of quantum physics.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these two theories: the "autistic ocean" and the "ocean-yogi?" What does the condition of Gibarian's room suggest? What plan of Gibarian's does Kelvin discover? In what way does the manuscript of this plan reflect the themes of the novel? Note how the ending of the chapter begins to resemble the mood of a ghost or horror story or monster movie. Watch how Lem begins to depart from traditional "monsters-from-outer-space" themes as the story unfolds.

Chapter 3: The Visitors

Even in 1961 the figure of the "giant Negress" would have been offensive to many Western readers; but keep in mind that Lem was writing in Poland, where there were very few black people. As it turns out, there are good reasons for her stereotypically cartoon-like appearance. How does Kelvin try to get more information about the X-ray experiments out of Snow? How did Gibarian die?

Chapter 4: Sartorius

"André Berton" is a pun on the name of the famous surrealist spokesman and leader André Breton, who delighted in breaking down logic by irrationally juxtaposing objects in an arbitrary fashion--an apostle of disorder and madness. ?artorius?is the name of a thigh muscle, not a common personal name in either Polish or English. Lem studied medicine, and was probably taken by the name when he encountered it in his anatomical studies. The identity and nature of Sartorius's child "visitor" are deliberately kept a secret. One can make guesses, but it would be a mistake to treat this as a conventional "mystery" to be "solved." How do we slowly come to realize that Sartorius' secrecy is motivated not so much by fear as by shame? What is significant about the "Negress's" feet? An old-fashioned technique of discovering whether one is dreaming or awake is pinching oneself. What more sophisticated method does Kelvin invent? What does this mean: "I was not mad. The last ray of hope was extinguished"?

Chapter 5: Rheya

The name rendered "Rheya" here is "Harey" in Polish, doubtless altered because it suggests the English masculine name "Harry." In what ways is Rheya like a traditional ghost? What does the hypodermic needle scar suggest, and how is it connected to what Kelvin "had said to her five days earlier"? Why does Kelvin prick himself with the spindle? How does Kelvin discover that this is not the original Rheya? Avenging ghosts deliberately set out to haunt those who have wronged them. In what way is Rheya different? Does this make her more or less terrible? How is the behavior of this Rheya different from that of the original? Why is it significant that she knows about "Pelvis"? What stops Kelvin from strangling Rheya? Why are there no fasteners on Rheya's dress? "Spanner" is British English for "wrench."

Chapter 6: "The Little Apocrypha"

Why is Snow now more willing to visit with Kelvin? The reference to the well-aimed ink bottle comes from a famous incident in which Protestant reformer Martin Luther was visited by the Devil in his study one day and threw an ink-bottle at the figure to frighten it away. Supposedly the stain of the ink remained visible on the wall. What does Snow mean by saying "We have two or three hours at our disposal"? Although scopolamine is famous as "truth serum" it is also a powerful sedative, and that is its use here. What is Snow's theory about the nature of the " visitors"? Snow's long speech on space exploration in the paragraph which begins "It's almost as if you're purposely refusing to understand" is one of the best-known and most often-quoted in the book. What are its main themes and how do they relate to traditional science fiction? "Succubi" is the plural of "succubus," a sort of evil spirit who haunts men by having sex with them. Why is Snow convinced that Solaris is not trying to destroy them? Why does Kelvin consider it important to point out to Snow that his burn wounds have not healed?

Note that this being the early sixties, a growth of beard is considered a sign of emotional collapse. Why does Snow say it might be worth while staying on Solaris although they cannot learn anything about the planet? To understand Berton's theory of how the ocean operates, one must understand something of Freud's theory of the unconscious (not to be confused with the "subconscious"). The unconscious consists of feelings and memories which have been suppressed from the conscious mind by "contrary feelings" mostly having to do with shame and guilt. Although they are not accessible directly, their presence is revealed in a distorted form in dreams and as a powerful distorting force which can cause involuntary mistakes in speech ("Freudian slips"), and neurotic obsessions and illnesses of various kinds. How do Solaris' activities seem to relate to the unconscious? Be careful not to use the common misspelling "unconscience."

Chapter 7: The Conference

What is different about Kelvin's second encounter with a "Rheya"? Why is he so horrified by the sight of the two dresses? What are the main superhuman qualities of "Rheya"? What can you infer from "Rheya's" eating patterns? What does Kelvin discover about the visitor's blood? The objections to Kelvin' s neutrino theory are perfectly sound. The whole passage is merely a pseudo-scientific way of expressing a mystery, though the basic concept is important to grasp. The ocean has somehow created objects with a structure that differs at the deepest level from ordinary atomic structure. An angstrom is one-hundred-millionth of a centimeter. A neutrino has almost no mass and hardly interacts with other matter at all. It therefore makes a good basis for an unsolvable mystery. It is not clear whether or not there is any conscious intention behind the creation of the "phi-creatures." Which possibility is more frightening, in your opinion?

Chapter 8: The Monsters

In what way is this speech of "Rheya's" ironic: "I'm such a coward"? What kind of book does "Rheya" choose to examine? In the long passage describing Giese's work we learn more about the "mimoids." Their name comes from "mimic" and the suffix "oid," which implies similarity. This sort of loving detail is a feature of Jules Verne's fiction, but here it serves a different function. Whereas Verne is seeking to educate (sometimes simply copying out long passages from reference books), Lem uses a Kafkaesque technique to bewilder the reader with a plethora of concrete detail which does little to unveil the mystery, only multiplying possibilities, though in brilliant language. An "erg" is the standard unit of energy, defined as the amount of work done by one dyne acting through a distance of one centimeter. A dyne is the unit of force which in one second can alter the velocity by one centimeter per second of a mass of one gram. Analyze the philosophical statement in the paragraph which begins "The human mind is only capable. . . ." What are its implications? How has Kelvin's attitude toward "Rheya" changed? What does "I'm divorced" mean? According to Freud, the rational and moral parts of our mind dwell in the conscious realm. It is their activity which keeps the unconscious suppressed. Therefore what is the point of beaming encoded versions of their conscious thoughts at the ocean via X-rays? What is the alternative plan, and how does it differ from this?

 

Chapter 9: The Liquid Oxygen

How is the arrival of the "new" Gibarian different from the other strange appearances which have occurred? What has happened to the tape recorder, and why is it important? What is different about the suicide in this chapter? What does "Rheya" learn from it? How have Kelvin's feelings changed? How have "Rheya's" feelings about herself changed? "First contact" with an alien species is a major theme in SF. What does Kelvin have to say on this subject?

Chapter 10: Conversation

Why does Kelvin shout "You're out of your mind!" when Snow suggests that he determine whether the phi-creatures can exist away from the planet's surface by examining the vehicle he earlier launched into orbit? According to the Greek historian Herodotus, when the Persian general Xerxes was frustrated in his attempt to invade Europe by a storm at the Hellespont which made it too rough to cross, he had the stream scourged by beating it with rods, cursing it. This has traditionally been used as an illustration of tyrannical egotism and irrationality. In the paragraph beginning "I'll give you an answer" Snow keenly analyzes Kelvin's motives. What are his main points? Why is Kelvin afraid to carry out the proposed experiment?

Chapter 11: The Thinkers

According to Kelvin, what did human beings have in mind when they first set out for other worlds? This chapter contains a long satirical passage in the Kafkaesque mode tracing the history of Solaristics, a passage also reminiscent of some of the stories of Jorge Luis Borges. The more scholarship you have read, the more amusing it will be. If you are not familiar with much of this sort of thing it may well seem pointless. Identify a few of the patterns that run through this history. The most important passage, one which underlies the philosophy of the entire novel, concerns the pamphlet by Grastrom. This is the other most famous passage in the novel. What are its main messages?

Chapter 12: The Dreams

Describe Kelvin's dream (the long one, told in the paragraph beginning "On the fifteenth day"). What do you think it means? When Snow calls Sartorius "Faust in reverse" he is thinking of the fact that one of Faust's first uses of the devil's powers after signing his famous contract was to make himself decades younger, greatly prolonging his life. "Agonia perpetua" is Latin for "eternal torment, referring to the punishment of the damned in Hell. Snow calls Rheya " Aphrodite, child of Ocean." Why? (Hint: look up Aphrodite in any encyclopedia or mythology handbook.) What do you think Kelvin is feeling in the last paragraph of this chapter?

Chapter 13: Victory

Why can't Rheya and Kelvin "live happily ever after?" How does Kelvin's last dream affect the emotional impact of the immediately following scene? Why does Kelvin want to destroy Solaris at first? What does this title of this chapter mean?

Chapter 14: The Old Mimoid

How has Kelvin been changed by his relationship with "Rheya?" Manicheanism was a religion founded by a third-century prophet named Mani, distantly related to Persian Zarathustrianism. Like the latter, it argued that the presence of evil in the universe could be explained by the existence of an evil god named Ahriman who was perpetually in conflict with a good God named Ahura-Mazda. The sort of imperfect god Kelvin describes had in fact been described by at least two writers before him: Nikos Kazantzakis presents such an image of God in many books, particularly The Saviors of God, and Olaf Stapledon in The Star-Maker; and Lem specifically acknowledges having read the latter.

What is the argument that Kelvin makes against the ability of human beings to create gods according to their individual desires? What do you think of this argument? What do you think Kelvin is trying to do as he plays with the waves? Why is it significant that he cannot actually touch the surface of the ocean? What does the growth of the flower in his hand suggest? "Finis vitae sed non amoris" means "life ends but not love." What does the last sentence of the novel mean?

06. 04. 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시단의 화제는 단연 문태준 시인이다. 최근에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기 때문인데(수상작은 '그맘때에는'), 이런 수상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 2000년대 한국시단이 '문태준과 아이들', 혹은 '문태준과 바퀴벌레들'로 요약될 수 있다고 적은 바 있는데, '바퀴벌레 시인들'의 근황도 계속 소개한 김에 문시인, 혹은 문사마의 족적도 확인해두도록 한다. 아래는 시 '그맘때에는'과 문화일보(06. 04. 13)의 기사이다. "문태준 시인, 서른여섯살의 ‘詩壇 돌풍’"이란 타이틀이고 작성자는 장재선 기자이다(*신작 시집 <가재미> 등의 이미지를 추가한다). 

그맘때에는

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

빈손이다

하루를 만지작만지작 하였다

두 눈을 살며시 또 떠보았다

빈손이로다

완고한 비석 옆을 지나가보았다

무른 나는 金剛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맘때에는 나도 이곳서 사르르 풀려날 것이니

어디로 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갔을까

여름 우레를 따라갔을까

후두둑 후두둑 풀잎에 내려앉던 그들은  

 

 

-70년 개띠, 만 서른여섯살의 문태준 시인이 권위있는 각종 시문학상을 휩쓸고 있다(*동갑네기 소설가 김연수가 경북 김천 출신이 그의 동향 친구라고). 2004년 말 동서문학상을 시작으로 노작, 유심, 미당문학상을 거머쥔 데 이어 지난 10일엔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제 겨우 두권의 시집을 펴낸 그가 시단의 중진, 원로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스타 시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문단 일각에서 제기하는 ‘문태준 안티론’의 정체는 또 무엇이며 문 시인 자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대표주자가 될 만하다”=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인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오세영, 김명인, 최동호, 권영민, 문정희)는 문 시인의 시 작품 ‘그맘때에는’ 외 15편을 대상작으로 발표하며 “삶에 대한 깊이있는 천착에서 우러나오는 빼어난 시적 언어를 건져올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오세영 시인은 “생에 대한 철학적 깨달음을 미학적 형상성과 잘 결합시킬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문태준 시인의 탁월한 시적 재능”이라고 말했고, 최동호 시인은 “새로운 시대의 서정시의 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로써 보면, 문 시인이 문학상을 많이 받게 된 이유는 진지한 철학적 사유와 언어미학을 건축하는 특별한 재능에 있다. 무엇보다 울림이 깊은 서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시인은 “찰나의 깨달음을 표현해내는 선적(禪的) 직관이 전문 독자, 즉 선배 시인들에게 좋은 느낌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 실험, 해체를 통한 난해시 경향을 우려해온 중진, 원로들이 문 시인을 통해 한국 현대시에서 서정성 회복의 가능성을 본다는 것이다(*쉽게 말하면, 문시인은 '어르신'들이 딱 좋아할 만한 시들을 쓴다). 문 시인 자신도 “시가 독자로부터 멀어진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선 서정성의 부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좋은 서정시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를 갖고도 쓸쓸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과도한 스타 만들기”↔“시로 말하겠다”=문 시인이 아름다운 서정시를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상을 몰아주는 것은 지나친 스타 만들기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말 존재의 소통 문제를 주로 다룬 첫 시집을 펴낸 한 젊은 시인(32)은 “문 시인이 상을 휩쓰는 것은 시단의 주류인 심사위원들의 연령, 성향이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며 “우리 시의 미래를 위해선 서정시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개성적인 실험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바퀴벌레 시인들에게도 주목을!).

 

-문학평론가인 김수이 경희대 교수는 문태준 시의 일정한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작품이 현실에 눈감은 ‘자연의 매트릭스(가상공간)’에 의지하고 있다”며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물들의 갈등과 악전고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그런데, 그게 한국시의 주류 아니었나?) 


-문 시인은 이에 대해 “당대의 현실을 시 작품에 드러내는 것은 다른 시인들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 존재의 성찰에 당분간 몰두해 내 안의 갈등, 욕망, 비겁함, 추레함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사찰에 다녔다든지, 중학교 때 크게 아팠다든지 하는 경험이 자신의 시적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듯싶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불교의 세계에 천착해온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의 고민이라는 것(*그는 불교방송의 PD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시세계에 대해 “사람 마음이 계속 바뀌며 자아가 분열하는 모습을 악동(惡童)의 마음으로 그려내고 싶다”고 털어놓은 뒤 곧 “시인이 자신의 시쓰기 전략을 직접 말로 하면 안되는데…”라고 중얼거렸다.(*해탈의 경지를 보여주기에는 그는 아직 젊은 시인이다. '악동의 마음'에 더 많은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다.) 

 

06. 04. 14./ 06. 07. 21.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닉네임을뭐라하지 2006-04-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해인가 지지난해인가 잡지 [GQ]에서 많은 시인들에게 이런 류의 질문을 했었죠.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시는? (뭐, 대략 이런 비스무리한 느낌의 질문이었던 듯) 많은 시인들이 문태준의 '맨발'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더랬죠. 상 때문에 스타가 되었다기보단 이미 많은 시인들에게 그의 시가 인정을 받았다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에또- 최근 "펭귄뉴스"란 소설집을 낸 김중혁 씨도 동향 친구라지요-

로쟈 2006-04-1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그런 내용을 페이퍼에 쓴 적이 있습니다. '가자미'란 시도 올해의 시로 꼽혔었지요. 동시대 시인들에게서 '인정' 받는 시인이기 때문에, '문사마의 시대'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시의 메인스트림.

한데, 어느 시인의 볼멘소리처럼, '상복있는 시인'의 함정은 본의아니게 '시는 이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른 시인들이나 독자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이죠. 시의 나라는 아주 넒고도 깊은데도 불구하고...
 

강의준비에도 쪼들리고 있는 걸 보면 이래저래 바쁜 계절이다(4월이 어디 가겠는가?). 벚꽃놀이가 '시즌'에 들어갔지만, 꽃구경은 언감생심이다. 어린이대공원의 벚꽃놀이가 이렇다 한다. 나는 책구경으로 허전함을 때우려 한다. 최근에 처음으로 세상 구경을 나온 책들이다.

 

 

 

 

첫번째 책은 칠레 출신의 인지생물학자이자 철학자 움베르토 마투라나(움베르또 마뚜라나; 1928- )의 대담집 <있음에서 함으로>(갈무리, 2006)이다. 책은 독일어 원저가 2002년에 나오고, 대본이 된 영역본이 2004년에 나왔다고 하니까, 따끈한 책이다. 마투라나는 흔히 동료인 프란시스코 바렐라와 찍지어서 불리는 이름인데, autopoiesis, 즉 '자기생산' 혹은 '자가생산'의 개념을 창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들뢰즈의 <시네마>인가에서 'autopoietic'을 '자율시적'이라고 옮겼는데, 오역이다).

국내에는 이미 <인식의 나무>(자작아카데미, 1995)란 책이 오래전에 소개됐었는데(나도 그 책을 통해서 이름을 처음 접했다), 마투라나는 자기조직 체계에 대한 관심의 고조와 함께 최근에 인문학에서는 부쩍 자주 눈에 띄는 이름이 되었다. 비록 저자는 인지생물학을 인식론에 한정하여 이해하지만, 보다 확장된 시야에서 바라볼 수도 있는 것. 

가령, 오래된 책이지만 에리히 얀치의 <자기조직하는 우주>(범양사, 1989) 같은 천체물리학 책이나(물리학 책으론 로저 하이필드 등의 <시간의 화살>(범양사, 1994)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참고문헌이다), 폴 크루그먼의 <자기조직의 경제>(부키, 2002) 같은 경제학서, 그리고 슈미트의 <구성주의 문학체계이론>(책세상, 2004) 등은 모두 우주와 경제와 문학작품을 자기조직적 체계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 책들이다. 김성재의 <체계이론과 커뮤니케이션>(커뮤니케이션북스, 2005)은 커뮤니케이션 현상에 대한 체계이론적 접근 입문서이고, 사회학이론의 대가 니콜라스 루만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체계를 이해한다(그의 대저 <사회체계론>이 아직 번역되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또, 체계이론은 보통 기호학과 많은 부분 문제의식을 공유하는데('자기생산'의 기호학을 주제로 한 책들이 다른 언어권에는 나와 있다), 문화를 하나의 체계로 보는 러시아 문화기호학자 유리 로트만의 작업도 이러한 맥락하에 놓인다.

'자기조직적' 관점의 세계 이해라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혼자서도 잘해요!"가 되겠다. 어떤 외부의 힘의 유입/개입 없이도 자체적으로 카오스(혼돈)에서 코스모스(질서)를 형성해나간다는 것. 이러한 관점의 함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 세계가 외부(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율적 체계들의 집합체라는 것(바깥은 없다, 내지는 없어도 된다!). 스피노자의 범신론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 아닌가? 외부/바깥이 없는 무한으로서의 우주. 동양사상에서는 무위(無爲)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해서, 제목에서는 '있음에서 함으로'로 돼 있지만(물론 프리고진의 '있음에서 됨으로'를 바로 연상시킨다. <혼돈으로부터의 질서>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 아닌가? 비록 마투라나는 프리고진을 인용하고 있지 않지만), 그때 '함(doing)'은 '무위'의 함이라고 나는 지레짐작한다. 그것은 무얼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최적성의 경로를 따라서 무엇이 저절로 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정치적 함의가 (루만의 경우도 그렇지만) 한편으론 보수주의적이라는 걸 따로 덧붙일 필요는 없겠다.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 왓에버 윌비 윌비(Whatever will be, will be)의 교육 버전. "애들은 (지들이) 알아서 큰다!"(이런 경우는 '진보적'이라고 해야 하나?)     

 

 

 

 

두번째 책은 다방면으로 활동했던 인류학자이자 철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1904-1980)의 주저 <마음의 생태학>(책세상, 2006)이다. 원제는 'Steps to an Ecology of Mind'인데, 이미 <마음의 생태학>(민음사, 1990)으로 국역본이 나와있는 책이지만, 이번에 나온 책은 2000년판을 옮긴 것이며,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1936- )의 서문(1999)이 붙어 있다. 메리는 베이트슨과 저명한 여성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아래는 베이트슨 부녀의 사진.

<마음의 생태학> 외에 베이트슨의 책으론 루스 베네딕트의 <문화의 패턴>(까치, 1997), 마가렛 미드의 <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이대출판부, 1998)과 함께 초기 인류학의 '명저'로 꼽힌다는 <네이븐>(아카넷, 2002), 그리고 <정신과 자연>(까치, 1998), <마음과 물질의 대화>(고려원, 1993) 등이 더 소개돼 있다. 

상식적으로 알아둘 것은 정신분열증에 관한 베이트슨의 이론이다. 흔히 이중구속(double bind)론이라고 불리는 것 말이다.  백과사전에서 관련내용을 옮겨오면 이렇다: "예컨대 어머니가 아이에 대해서 무언가를 하도록 말하고, 동시에 그것을 부정하는 듯한 몸짓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이중으로 구속된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을 이중구속의 상태라고 한다. 베이트슨은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서는 아버지가 없을 때에 이 상태가 생기기 쉽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 이론의 모델은 발리섬 주민의 개인 간 상호작용에 관한 고찰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개인 중에서도 주로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아버지의 권위가 약해지거나 아버지가 없는 현대의 가족상황을 예견한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영국의 반정신의학이나 가족요법의 이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보다 단순하게 말하면, 두 가지 명령에 구속된 상태를 말하는바, 강의시간에 우스개 소리로 자주 하는 얘기는 이런 거다. 다이어트중인 딸한테 아빠가 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엄마는 먹으면 혼날 줄 알아라는 표정으로 눈을 흘긴다. 만약에 엄마와 아빠를 모두 사랑하는 딸이 두 사람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고자 한다면, 이중구속 상태에 빠지게 된다(보통은 이런 난처한 상황한 처한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린다). 정신분열증이란 이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도 이거 먹는 건 내가 아니야 라고 부인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나와 그걸 금지하는 나의 자기분열. 믿거나 말거나.   

 

언젠가 체계이론에 관심을 갖게 되어 베이트슨의 책들을 사들이긴 했었는데(근작에 속하는 <네이븐>을 제외하고), <마음의 생태학> 영어본과 러시아어본이 거기에 포함된다. 국역본이 나온 김에 독서계획을 세워볼까 하지만, 책장에서 눈에 띄지 않는 걸 보니 모두 박스보관 도서인 듯하다.      

 

 

 

 

세번째 책은 역사학자 피터 버크의 <지식>(현실문화연구, 2006)이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문화사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버크 교수의 처음 출간된 책은 <역사학과 사회이론>(문학과지성사, 1997)이며 이후로 잠잠하다가 작년부터 부쩍 출간도서가 많아지고 있다. <이미지의 문화사>(심산, 2005), <문화사란 무엇인가>(길, 2005) 등이 그의 책들이다. 모두가 한번쯤 읽어볼 만한 주제와 분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식>의 원제는 'A Social History of Knowledge: from Gutenberg to Diderot'(2000)이니까 '지식의 사회사'쯤 될 텐데, <지식의 역사> 같은 식의 제목을 붙이지 않은 것은 좀 이외이다. 슈바니츠의 베스트셀러 <교양>(들녘, 2004) 같은 책과 '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반영된 것인지? 여하튼 내용은 지식의 탄생과 유통, 소비에 관한 모든 역사이다. 

소개를 옮겨오자면, 책은 "근대 유럽을 중심으로 지식의 탄생, 흐름, 분류, 판매, 소비, 상품화 등을 망라하는 '학문의 역사'를 담았다.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형성된, 이른바 '지식의 공화국(Republic of Knowledge)'에 대한 40여년에 걸친 지은이의 연구 결과물이다. '지식의 공화국'이란 표현은 주로 학자들 간의 상상된 지식공동체를 뜻하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를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하여 장인이나 농부, 산파의 현장경험도 '지식'의 개념으로 다루고 있다."

 



 

 

거기에 지식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덧붙여지는바, 실상 '지식인'의 탄생과 종말을 다룬 책들은 적지않게 나와 있으므로 관심있는 독자들은 일독해보시길. 아쉬운 건, 러시아식의 독특한 지식인 유형인 '인텔리겐치아'에 대한 책들이 요즘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인텔리겐치아의 시대는 끝났다 하더라도 '인텔리겐치아의 역사' 정도는 소개되어도 좋지 않을까?  

 

 

 

 

네번째로는 자유주의에 관한 책들을 몇 권 고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티븐 룩스의 <자유주의자와 식인종>(개마고원, 2006). 다른 정보가 없으니 소개를 인용하면, ""자유주의자에게는 자유주의를, 식인종에게는 식인주의를" 이 책 제목의 모티브가 된 이 말은 영국의 철학자 마틴 홀리스가 만든 경구이다. 그런데 정말 모든 사상의 '자유'를 용인한다는 자유주의를 따른다면 식인주의도 용인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저명한 사회철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스티븐 룩스가 1992년부터 2001년까지 기고하거나 강연한 원고를 모은 것이다. 13편에 달하는 글에서 지은이는 자유주의가 내포하는 상대주의와 다원주의가 갖는 한계를 탐구하고 있다."

 

"즉, 다양한 역사·문화적 배경에서 생성된 가치들이 서로 충돌할 빚을 수밖에 없는 현대 지구촌 사회에서 절대적 가치를 거부하며 모든 가치를 원칙적으로 인정해 버리고 마는 다원주의와 상대주의는 갈등을 해소할 힘이 없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기 한계까지도 인정할 줄 아는 자유주의적 이성'을 제시한다. 이성에 대한 믿음으로 자기 이성을 계몽하고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최적점을 찾아가는 자세를 갖는 것이 '자유주의자'와 '식인종'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자기 한계까지도 인정할 줄 아는 자유주의적 이성'은 얼핏 리처드 로티를 연상시킨다. '자유주의적 아이러니스트가 되라!'가 저자의 금언인가?

그리고, 자유주의 이론에 관한 천착을 계속 하고 있는 이근식 교수의 신작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기파랑, 2006)도 출간됐다. 소개에 따르면, 책은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저술한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자유주의 사상을 상세히" 살피고 있는데, "1999년 출간된 지은이의 전작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한길사, 1999)에서 애덤 스미스를 다루었던 부분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저자의 변은 이렇다: "지금부터 꼭 40년 전 대학 진학시 경제학과를 지망한 것은,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대학에서 경제학을 배워도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 수 없었다. 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알게 된 것은 40대 중반에, 경제학을 전공한 지 20년도 넘어서, 애덤 스미스의 책들, 특히 <도덕감정론>을 읽고 나서였다. <도덕감정론>은 내게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스미스는 인간은 양심과 타인에 대한 동정심도 있으나 자기 사랑이 더 강하며, 누구나 더 잘 살려고 노력하는 강렬한 본능이 있으며, 시장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므로 저절로 발생하여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제도임을 가르쳐 주었다."

한데, 이 <도덕감정론>(비봉출판사, 1996)은 이미 품절된 지 오래된 책이다. 자유주의 애호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도덕철학자' 애덤 스미스의 주저를 서점에서 볼 수 없는 것은 유감이다. 한편, 저자의 다른 책으론 <자유와 상생>(기파랑, 2005)이 얼마전에 나온 책이고, 편저자로 참여하고 있는 <자유주의의 원류>(철학과현실사, 2003),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삼성경제연구소, 2001) 등도 자유주의 '원론'을 챙겨볼 수 있는 책들이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의 정치철학을 살핀 입문서도 출간됐다. 조나산 울프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철학과현실사, 2006)이 그것이다. 노직의 대표작인 '아나키, 국가, 유토피아'(1974; 국역본은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문학과지성사, 1997)에 대한 해설서로 유용한 책이겠다. 노직의 책은 내가 학부를 다닐 때만 해도 롤즈의 <정의론>과 함께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필독서였다. '자유주의'에 대한 막연한 호감이나 반감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노직과 한번 대결해 봄직하다(이런, 노직의 책들도 모두 박스에 들어가 있다!). 한편, 알라딘에는 저자가 '노지크'로 돼 있지만, <인생의 끈>(소학사, 1993)의 저자도 로버트 노직이다. 저자의 명성에 비해 좀 한가해보이는 책이었는데, 아무래도 흥미로운 건 그의 인생론이 아니라 정치철학이다. 

 

 

 

 

끝으로 전혀 예상치 않았던 책, 롤랑 바르트의 'S/Z'(동문선, 2006)이다. 작년에는 <목소리의 결정>이 나오고 해서, 이로써 롤랑 바르트 전집이 거의 완결돼 가는 게 아닌가 싶다. 발자크의 단편 <사라진느>에 대한 정밀하면서도 유희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는 이 '문학이론서'는 바르트의 이론적 여정이 구조주의에서 포스트구조주의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전범적인 책이다. 한데, 그런 만큼 번역이 불가능하거나 적어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국역본의 출간은 반가우면서도 미심쩍기까지 하다(러시아어로 번역돼 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모드의 체계> 같은 '구조주의' 저작보다는 훨씬 재미있을 법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바르트의 책으론 단연 <텍스트의 즐거움>과 <사랑의 단상>을 꼽을 수 있다. 거기에 그의 사진론 <카메라 루시다>(열화당)를 보탤 수 있고(이 책이 절판된 건 유감스럽다). 나머지 책들에 대해서는 바르트 애호가나 전문 독자의 리뷰를 읽었으면 싶다. 이럴 때면 좀 아쉬운 사람들이 있다...

06. 04. 14-15.

 

 

 

 

P.S. 덧붙이고 싶은 책은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된 노르웨이의 노벨상 수상 작가 크누트 함순(1859-1952)의 <굶주림>(범우사, 2006)이다. 나는 이전에 우종길의 번역으로 된 <굶주림>(창, 1994)으로 읽었었다. 나치 부역 혐의로 말년의 삶은 좀 치욕적이었지만, '20세기 최고의 작가'들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크누트 함순의 처녀작. "1890년에 출간되었으며, 고통스럽게 불안해하는, 소외된 현대의 인간을 문학작품 속에 등장시킨 최초의 소설로 평가받는다. 이중적이고 복잡한, 그래서 때때로 관련성이 없는 반응양식을 보이는 인간의 심리를 통찰한 작품이다."



소개를 더 옮기면, "이 작품에는 1886년 겨울 작가가 오슬로에서 직접 겪은 극심한 가난이 반영되어 있다. 그가 묘사하는 굶주림의 상황과 심리현상은 매우 충격적이다. 소설 속에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굶주림의 사회적 원인도 서술대상이 아니다. 오직 '불가사의한 굶주림'만이 눈앞에 나타나 있을 뿐. 이 굶주림은 주인공을 '극도로 날카로운 지각능력과 죽음에 가까운 혼미상태가 교차하는' 고도의 정신분열증적 상태로 몰아간다."

"작가 크누트 함순(Knut Hamsun)은 20세기의 주요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프란츠 카프카, 베르톨트 브레히트, 헨리 밀러 등 전 세계의 유명 작가들이 그를 숭배했다. 미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이작 싱어는 영어로 번역된 <굶주림>의 미국판 서문에서 크누트 함순을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고 평한 바 있다."

거기에 동시대 작가 폴 오스터(왼쪽 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문학론 <굶기의 예술>(문학동네, 1999)는 무엇보다도 함순의 <굶주림>과 카프카의 단편 <단식광대>에 바쳐진 것이기 때문에. 더불어, 러시아 작가 다닐 하름스(1905-1942, 오른쪽 사진)의 부조리한 작품들에도 함순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다(함순은 하름스가 가장 좋아했던 작가의 한 사람이다).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청어람미디어, 2004)에 실린 단편 <노파>를 <굶주림>과 같이 읽어보시길...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woshot 2006-04-13 17:20   좋아요 0 | URL
새로나온 책은 아니지만 민음사에서 김우창전집을 재간행했더군요. 예전의 활판인쇄(?)가 아닌 새로운 판본으로...[시인의 보석]이 없던차라 서점에서 낼름 사왔습니다.

로쟈 2006-04-13 18:2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반가운 소식인데요(다음번에 올려야겠습니다). 저는 <시인의 보석>만 갖고 있는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