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나기를 위한 장자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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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하는 장자
장자 지음, 기세춘 엮음 / 바이북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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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1
장자 지음, 이강수.이권 옮김 / 길(도서출판)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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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노자 : 道에 딴지걸기
강신주 지음 / 김영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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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이야기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조성진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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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7-07-13 10:05   좋아요 0 | URL
서광사에서 나온 '김산의 장자풀이'는 목록에 없군요. 읽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책인데..

로쟈 2007-07-13 10:52   좋아요 0 | URL
예전에 사둔 책들은 뺐습니다(오강남본만 제외하고). 그간에(최근 몇년간) 새로 나온 책들을 읽어보려구요...
 

최근 벌어진 미술계의 스캔들 때문에 학벌숭배, 학력자본 같은 키워드를 들먹이게 됐는데, 그 자연스런 귀결은 '학벌사회'를 타파하고 학력자본을 넘어서자는 것이 되겠다. 어떻게? 가령, '외모자본'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 역시 '학력' 못지 않게 만만찮은 '자본'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자본임에는 틀림없다. 대안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보이는데(요샌 외모 역차별도 있다잖은가?). 혹 '지능성형'까지 가능해진다면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세상이 될지는 모르겠다. 

한국일보(07. 07. 13) '학력 자본'을 넘어… 새로운 권력 '외모 자본'

연예인 성형 고백의 원조인 탤런트 김남주. 그가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성형수술 사실을 밝힌 2001년만 해도 연예인의 성형수술은 열애설 만큼이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살이 빠져서 그렇다”, “치아교정을 해서 달리 보이는 것 같다”가 성형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들이 쏟아 내던 단골 멘트. 하지만 이제는 “연도별로 조금씩 보수해 나갔다”는 탤런트 현영의 파격적인 발언조차 그다지 놀랄만한 뉴스가 아니다. 성형수술에 관대해진 대한민국 여론. 불과 몇 년 만에 어떻게 이런 큰 변화가 인 것일까.

■ 학력 자본보다 강력한 외모 자본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가 전신 성형수술로 사랑과 성공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내용의 영화 <미녀는 괴로워>. 성형수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달라진 시선을 그대로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개봉된 이 영화는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뒀을 뿐 아니라 얼마 전 제 44회 대종상영화제에서는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역시 성형수술을 소재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ㆍ개봉된 <신데렐라>, <시간> 등이 성형수술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린 것과 달리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영화를 만든 김용화 감독은 기획 의도를 묻는 질문에 “한국 사회는 외모에 관한 계급이 분명히 존재하는 사회”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영화를 기획하던 2002년만 하더라도 성형에 대한 사회 인식은 부정적인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누구나 낮은 계급에서 높은 계급으로 진출하려는 욕구가 있는 만큼 외모의 ‘계급’을 높이려는 성형수술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는 부화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리게 마련”이라면서 “2000년대 후반 한국 영화 최고의 이슈가 부동산과 성형수술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제껏 학력 자본에 매달려 온 한국사회가 이제 외모 자본이라는 새로운 권력에 눈을 뜨게 되면서 성형수술을 일종의 자기계발이나 성공의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 예뻐지고 싶다=젊어지고 싶다
성형수술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달라진 인식은 중ㆍ장년층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서도 읽을 수 있다. 최근 40, 50대에도 젊고 건강하며 경제력이 있는 여성인 나우족(NOWㆍNew Old Women)이나 남성인 노무족(NOMUㆍNo More Uncle) 등이 등장하면서 중ㆍ장년층의 성형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심영섭 심리학 박사는 ‘루키즘(Lookismㆍ외모지상주의)’의 확산을 지적하면서, 고령화 시대에 수반되는 ‘동안 열풍’을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주 요인으로 꼽았다. 심 박사는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젊어지고 어려 보이는 것에 대한 욕망이 커지고 있다”면서 “‘은퇴는 제 2의 인생’이라는 식의 광고가 확산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들의 젊어지고 싶은 욕망과 아름다운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인 욕구가 결합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성형수술에 매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 자연미인 같은 인공미인
최창호 사회심리학 박사는 “현대사회에서 자연의 힘만으로 이뤄진 것은 없다”며 “경제력과 기술 발달이 결합되면서 인공적인 미도 또 하나의 미로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난히 잦아진 연예인의 성형수술 고백에 대해 대중과 매스컴이 대체로 ‘용감하다’, ‘솔직해서 좋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ㆍ원형)’에 대한 집착이 바탕에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중은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도 ‘원래는 나보다 못한 외모였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고 열광적인 박수를 보낸다는 것이다.

여전히 자연미를 더 우월하게 본다는 차원에서 의료기술의 발달이야말로 일반인들이 성형수술을 자연스럽게 혹은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진짜 배경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술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한층 덜게 되고 자연미인에 가까운 인공미인의 등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김소연 기자)

한국일보(07. 07. 13) "내 인생은 나의 것" 성형수술 전성시대

생긴 대로 살라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고치면 더 좋아진다는데 굳이 ‘자연 그대로’를 고집해야 할 것은 뭐란 말인가. 영화<미녀는 괴로워>가 여실히 입증했듯, 연예인 현영이 TV브라운관을 통해 성형수술을 고백하고도 당당히 톱스타가 됐듯 2007년의 대한민국은 성형수술에 사뭇 관대하다. 외모지상주의라는 비난에 쉬쉬했던 시절은 가고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이자 자신감 확보를 위한 결단으로 받아들인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처럼 성형외과를 찾아 자기애를 사는 사람들. 민감하지만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성형수술 전성시대의 현주소를 이번 주 프리가 살짝 엿봤다.

바텐더로 일하는 A(29ㆍ여)씨는 4년전 처음 수술을 받기 시작, 이마 코 눈 안면윤곽에 이르는 일명 ‘얼굴 종합 4종 세트’ 성형을 끝냈다. “평소 사각턱에 대한 불만이 많았어요. 성형수술이 뭐 별건가요. 외모가 바뀌면 자기만족을 느끼고 남들 보는 눈도 달라지니 사회 생활하기 훨씬 좋아졌어요.”
A씨는 성형수술을 여러 차례 받은 사실을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굳이 광고를 하고 다니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창회에서 “어머, 너 용 됐다”는 친구들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숨겨도 다 알아봐요. 그리고 친구들 열이면 일곱은 성형 경험이 있는데 숨길 필요가 있나요.” A씨는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 눈 근육수술과‘귀족(貴族) 수술’이라 불리는 입가 주름교정 수술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패션광고 디렉터이자 저술가로 활동하는 S(43)씨는 남성이지만 성형수술 예찬론자이다. 콧대를 높이고 콧망울을 좁혔으며 쌍꺼풀 수술을 받는 등 10년에 걸쳐 약 7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외모를 중시하면서 내면의 아름다움만 가치 있다고 말하는 건 위선”이라는 S씨는 “못생긴 사람을 박대하면서 고쳐도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에요. 생긴 대로 살라니요. 내면과 외면 모두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죠.”라고 말한다.

중소기업 대표 Y(45ㆍ여)씨는 비즈니스를 위해서 수술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대인관계가 많은 편이라 젊고 활기찬 인상을 주려고 이마와 목의 주름을 제거한 것이 시작. 이후 쌍꺼풀 수술을 받았으며 내친 김에 볼의 자가지방 이식수술과 복부 지방흡입술도 받았다. “주변 친구들이 너무 자주 수술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사실 은근히 부러운 마음에 하는 시기어린 이야기로 들려요. 성형을 받는데 나이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자신감 충족에 도움만 된다면 이거 이상 좋은 게 있을까요.”

홍보 일에 종사하는 C(26ㆍ여)씨는 ‘여자는 무덤에 들어갈 때도 예뻐야 한다’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중학교 때 처음 쌍꺼풀 수술을 받은 경우다. 대학에 들어가서 안면 윤곽수술을, 지난해에는 동글동글한 코끝을 쭉 펴주는 수술도 받았다. “성형수술을 했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과연 자신을 위해 무엇을 투자하는지 되묻고 싶다”는 C씨는 “긍정적으로 사는데 도움을 주는 한 계속 수술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형수술에 대한 관대한 시각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프리가 우리 사회의 성형수술 관용도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중 6명은 성형수술을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인터넷을 통해 G마켓과 공동으로 전국의 남녀 5,8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무료 수술의 기회가 주어지면 성형수술을 받겠다는 응답자는 70% 를 넘었다. 경제적 부담이 없다면 성형수술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대한성형외과학회가 전국 65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2005년 5월부터 1년간 성형수술 건수를 집계한 결과 총 7만3,714건이 시행됐다. 이중 순전히 미용을 위해 이뤄진 성형수술은 1만7,501건으로 23%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용 성형수술이 대학병원이 아닌 일반 성형외과(2006년 말 현재 629개. 이중 )에서 이루어지고, 건강보헙급여 대상이 아니기에 정부 통계가 잡히지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성형수술 횟수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성형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곱지는 않다. 중소기업체에 다니는 B(34)씨는 학창시절에 눈과 코 수술을 받은 후 지난해 10년 만에 수술 부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재수술을 받았다. 당시 ‘이렇게 약 먹듯이 (수술을) 받다간 걷잡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성형은 중독성이 있어요. 아무리 사회적으로 관대해졌다 해도 여전히 성형이 진짜 필요한지, 한때의 바람은 아닌지, 심사숙고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07. 0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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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avinsky 2007-07-13 00:3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전 오히려 "외모야 나중에 고치면 얼마든지 트랜스포밍(?)할 수 있으니깐 마음씨를 보자"는 생각이...(아 언제쯤 궁상맞은 솔로 생활을 청산할련지...ㅜ.ㅜ)

그러고 보니깐 연예계는 온통 일급 기술로 완성된 트랜스포머들 세상이군요.

로쟈 2007-07-13 09:07   좋아요 0 | URL
성격도 대개는 외모를 따라가던데요...

LAYLA 2007-07-13 02:23   좋아요 0 | URL
학교 축제때 응원단 소개를 쭈욱 하는데 신입생들이라 그런지 성형티가 너무 나는 거에요. "어머 쟤는 쌍꺼풀 어머 쟤는 코.." 이러고들 있는데 제 친구가 한명을 가르키며 "와 저애 이쁘다. 성형안한거같애. 그래서 더 이뻐."라고 했는데...잠시 뒤 이름을 들은뒤 "어머어머 저애 내가 알던애야 고등학교 1년 후배인데 성형해서 못알와봤어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연스러운 성형이었던게죠 ^.^

로쟈 2007-07-13 09:09   좋아요 0 | URL
대학가에서도 새학기에 전학기와는 다른 얼굴이 눈에 띄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학생부 사진으로는 식별이 잘 안되는)...

마늘빵 2007-07-13 09:13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라일라님 넘 웃겨요. ㅋㅋㅋ

기인 2007-07-13 21:12   좋아요 0 | URL
멍청한 명문대졸자는 충분히 많은 것 같은데요. ㅋㅋ
정치인들 보면..
대표적으로으로는 이인'재'씨... -_-;;

2007-07-14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07-15 15:55   좋아요 0 | URL
저도 동생들이 다 의사이긴 하지만 다른 책 읽을 시간들은 없나 보더군요. 그래도 신문마저 보지 않는다면 좀 심한데요...
 

어제 한국에서의 영어열풍에 관한 논평/좌담 기사를 모아놓았었는데, 담비에 실린 '과학기술계 속의 한국인과 외국인'이란 칼럼의 리뷰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외국인' 문제를 생각해보게 한다(과연, 외국인이란 무엇인가?). 마침 거론되는 게 '러시아 애들'인지라 '영어 조기유학 문제'에 견주어 '러시아 애들 문제'라고 이름붙여둔다.

담비(07. 07. 12) "논문은 왜 써? 그냥 러시아 애들 시키지”

한두해 전 국내 모 유명(?) 과학자가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며 온 매스컴을 달군 적이 있었다. 과학을 설탕처럼 달콤한 민족주의적 색채와 절묘하게 혼합시키며 수많은 한국인들을 눈물이 찔끔 나도록 열광시켰다.

이론물리학자로 끈이론에 대한 연구로 주목받아온 이수종 서울대 교수가 ‘과학과기술’4월호에 ‘과학기술계 속의 한국인과 외국인’이란 칼럼을 실었다. 내용인즉 이렇다. 이 교수는 매달 정기적으로 갖는 학술토론을 마치고 여러 동료학자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화제가 국내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 및 연구자에게 옮겨갔다.

그 때 평소 민족주의라면 부르르 몸을 떨며 열변을 토해내는 H대학교 S교수의 요지는 이랬다. “금쪽같은 대한민국의 예산으로 외국인들을 이렇게 데려다가 고등교육도 시켜주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직장도 주는 것이 과연 옳겠는가. 능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한국인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고 나머지 자리가 있거나 여력이 있으면 외국인을 고용하자”는 것이었다. 반반으로 나뉘어 이에 대한 불꽃논쟁이 벌어졌다.

이 교수는 반대하는 편에 섰다. 그가 20년전 대학원공부를 해보겠다고 교수님 추천서를 첨부해 미국 명문대학의 문을 두드렸을 때가 생각났던 것이다. 한군데가 아니라 몇군데에서 오라고, 그리고 장학금도 준다고 연락이 왔다. 도대체 이 대학들은 듣도보도 못한 외국학생을 무얼 믿고 받아들인단 말인가. 그러고보니 앞의 H대 S교수도 K대 N교수도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장학금 받으며 공부한 사람이다. 그 덕에 지금 각자 한국의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에서 교수로 취업해 사회적 지위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국의 대학에서 재직하는 우리가 외국학생들을 차별없이 받아들여 그렇게 진 빚을 갚아야 하지 않을까. 이게 이 교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S,N교수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다르다고.

이 교수는 또 상념에 빠진다. 자신이 박사학위 후에 머물던 산타바바라의 연구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거기를 시작으로 12년간 그는 미국에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왔다. 연구비 따내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허탈하게 지내는 날이 많았고, 그나마 학술행사로 방문한 외국 교수들과 학문적으로 토론하는 일로 갈증을 풀었던 날들이었다. 이는 이 교수만이 아니라 P대학 P교수, K대학 C교수, E대학 A교수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론적으로 앞서나간 유학파 과학자들의 보편적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에 젖어가고 있을무렵 또 한번 이해할 수 없는 외국인들의 사고방식을 경험하게 됐다고 한다. 좋은 연구성과를 이뤄냈다고 외국의 기관에서 상을 받은 것이다.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받았다. 꽤 큰 액수의 상금도 줬다. 그뿐 아니라 독일에서는 방문연구 때마다 필요한 경비도 제공했다. 물론 그 전에는 독일에 가본적도 공동연구를 해본 적도 없었다. 또 이런저런 자리들을 받지 않겠냐는 질문의 빈도수도 늘어났다. 이 교수는 읊조린다. “내가 프랑스에 대해 무얼 안다고, 세금 한푼 안낸 영국과 캐나다에 무슨 기여를 했다고, 미국에 어떤 애국적 행동을 했다고 그런 부탁을 한단 말인가. 그들에게 자국인과 외국인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교수는 말한다. 외국의 대학과 연구소들을 보라. 수많은 재력가들이 과학연구에 엄청난 액수의 재산을 흔쾌히 기부하고 있다. 그 기부금으로 브라질의 생태학자를 불러오든, 아니면 에콰도르의 수학자를 채용하든 전혀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 교수는 묻는다. 우리 과학계에 외국인이란 무엇인가. 프로스포츠 팀처럼 형형색색 장식하며 만들어낸 장식품인가. 그러니 C대학 H교수가 한탄하며 이야기에 끼어든다. 대덕에 있는 K국책연구소에 연구 관련으로 찾아갔더니 그곳 부장급 연구원이 “뭐 힘들게 연구해? 논문은 저 러시아애들 몇 명 불러다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해 먼길 찾아온 사람 맥빠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땅의 외국인 과학자란 그저 부려서 논문 만들어내는 제조기라는 말인가. 이 교수는 프랑스 정부가 매년 기초과학분야에 엄청난 국가예산을 배정하며 백서에 남기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증대하고 전 인류가 프랑스의 연구활동을 통해 우주와 합리적 사회, 그리고 과학기술문명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물론 이 땅에서는 강아지가 웃을 소리지만.

이 교수 일행은 찻집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토론을 멈출 줄 몰랐다. 그 때까지 조용히 논쟁을 듣고 있던 S대학 B교수가 한마디 툭 던졌다. 골목길에 미군 지프차가 나타나면 달려가서 “Give me gum!”을 노래 부르듯 외치며 자라왔던 전후세대가 지나가면 아마도 한국인과 외국인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방식도 희미해질 것이라며, 그 때까지 늙더라도 죽지 말고 악바리로 살아남자고 했단다. 이것이 어느 저녁 느닷없이 벌어진 논쟁의 전말기다.

이 교수 일행의 논쟁은 실제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논했던 듯하다. 다만 정치사회적 맥락이 충분히 음미되는 인문학적 논쟁은 아닌 듯하다. 다만 가치가 있는 논쟁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문제다. “러시아 애들을 불러다 논문을 쓰게”한다니. 그것도 말 많은 국책연구소에서 말이다.(리뷰팀)

07.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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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알게 모르게 쏟아지고 있다. 조르주 소렐의 <폭력에 대한 성찰>(나남, 2007)이 출간되어 잠시 놀랐는데, 어제는 구내서점에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문예출판사, 2007) 새 번역본이 눈에 띄기에 손에 들 수밖에 없었다(책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루게 될 것이다). 그러고 둘러본 내일자 신문에서 박홍규 전집 완간 소식을 접한다(이러다 파산하겠다!). 지난 1995년에 첫 1, 2권이 출간됐을 때부터 완간을 고대해왔었는데, 12년이란 적잖은 세월이 걸린 셈이다. 암튼 올여름에 강독할 책이 하나 더 늘었다. 처음 두 권을 예전에 읽었으니 이번엔 마지막권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강독>(민음사, 2007)부터 거꾸로 읽어볼 참이다. 한겨레의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한겨레(07. 07. 12) 세계여, 우리에게도 이런 철학자가 있다

“우리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고 확신합니다.”(윤구병 변산공동체 대표)

“(그의) 데이터(자료)에 충실한 철학은 지금 지구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서양으로 역수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최화 경희대 철학과 교수)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철학자”가 이 나라에 존재했다니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윤 대표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에게 사상이라는 게 있다면 그 모든 것은 이 스승에게서 물려받았다고 여긴다.


서양 형이상학의 거목 박홍규(1919~1994) 교수의 유고집 다섯 권(민음사)이 12년 만에 완간됐다. 5권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강독>이 나옴으로써 박 교수 타계 이후 13년 만에 유고집이 완성된 것이다. 1·2권인 <희랍철학논고>와 <형이상학강의1>은 1995년에, 3·4권인 <형이상학강의2>와 <플라톤 후기 철학 강의>는 2004년에 나왔다.

1946년부터 35년 동안 서울대 철학과에 재직한 박 교수는 살아생전 저서를 내지 않았다. “스스로 공부가 모자란다고 생각하셨습니다.”(윤 대표) 박 교수는 논문도 쓰려 하지 않았다. 그는 석·박사 학위는커녕 학사 학위도 없다. 서울대 교수 재직 동안 쓴 7편의 논문도 주로 부교수, 정교수가 되기 위한 ‘요식적인’ 글이었다. 김남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이렇게 회고했다. “논문도 직접 쓰지 않으시고 선생님은 불러 주고 학생들이 받아 썼습니다.” 논문이나 책을 쓰기에는 생각이 너무 많으셨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유를 끊어내는 일을 학생들이 맡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제자들이 그의 강의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우리만 들으면 안 될 강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유고집은 이 녹음테이프를 풀어낸 것이다. 지금은 내로라 하는 중진 철학자 이정우 소운서원 원장, 이태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 등이 대학원 재학 시절 스승과 함께 철학의 근본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 주고받는 문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의 철학은 왜 위대한가? “학생 가운데 한 명이 추상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박 교수가 바로 ‘자네 안경을 벗고 그 이론을 가지고 안경을 설명해 보라’고 했습니다.”(윤 대표)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은 철학은 의미가 없다는 게 박 교수 사유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 실증철학을 높이 평가했다. 수학과 심리학, 생물학 등을 두루 섭렵한 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삼아 사유를 풀어놓는 철학 방식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그가 보기에 ‘코기토’(cogito·나는 생각한다) 개념을 들고 나온 데카르트(1596~1650)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사람이고,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갈릴레이(1564~1642)는 “개방적이고 비판적”이다. 왜냐하면 ‘데이터’ 없이 생각만 하는 사람은 중세의 수도사처럼 보수적인 사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릴레이는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실험을 했다. 변하는 데이터에 맞춰 학설도 계속 수정할 수밖에 없다. ‘보수’에 머무를 수 없는 이유다.

“(박 교수는) 데이터에서 출발한 뒤 추상화 과정을 거쳐 원리로 가는 것이 플라톤 이후 학문 정신이라고 보았습니다.”(최 교수) 윤 대표는 박 교수의 기획을 이렇게 요약했다. “박 교수는 공간과 시간적 사유를 겸한 플라톤(기원전 429?~347)의 사상과, 공간적 사고를 펼친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와 시간적 사고를 펼친 베르그송(1859~1941)의 거대한 사상을 이어받아 이를 종합하려 했습니다.”

최 교수는 박 교수 사상의 또 다른 특질로 “무궁무진한 사유의 유연성과 지칠 줄 모르는 분석력”을 꼽았다. 그는 제자들에게 ‘제대로 읽는 법’ 곧 분석력을 강조했다. 플라톤 저작의 번역이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공부가 덜 되었다고 판단한 스승이 말렸기 때문이다. 경직성과 습관성도 경계했다. 그 때문에 박 교수가 칸트를 비판하는 중요한 논점 중의 하나가 주관이라는 생명체 기능 속에 범주라는 경직된 틀을 놓았다는 것이라고 최 교수는 밝혔다.

유고집의 마지막 권은 1981년 3월부터 1983년 12월까지 3년에 걸쳐 매주 토요일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를 대학원생들에게 강독한 내용이다. 박 교수는 베르그송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라고 사유했다”는 점에서 플라톤의 ‘정태적 형이상학’과 반대 지점에 있었으나, 생물학 등 자연과학의 결과를 토대로 삼아 철학적 사유를 펼친 점 등을 들며 그를 플라톤 철학의 적자로 보았다.

후학들은 유고집을 프랑스어나 영어로 번역해 서양에 박 교수 철학을 역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10월에는 프랑스의 베르그송 연구자들을 초청해 <창조적 진화> 출간 100년 기념 학술대회도 열기로 했다.(강성만 기자)

07. 07. 12.

P.S. 관련기사로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705/h2007053018503984210.htm 도 참조할 수 있다. 한국일보의 '우리시대의 명저50' 관련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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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그 2007-07-12 01:28   좋아요 0 | URL
으아 엄청 기다리던 책이 나왔네요! 역시 여기서 정보를 얻게 되는군요.^^ 전집이 다 간행되기도 전에 앞 몇 권은 절판되어서 구할 수 없었는데, 장정이 바뀌어서 모두 새로 나오는가 봅니다. 다행이네요.

로쟈 2007-07-12 09:24   좋아요 0 | URL
나처럼 예전 판본을 사둔 사람에겐 '다행'이 아니지요.^^;

반조 2007-07-12 09:15   좋아요 0 | URL
마침내 완간이군요. 한국일보에서 "우리시대의 명저"로 다룬 기사,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705/h2007053018503984210.htm 도 추천해봅니다.

로쟈 2007-07-12 09:2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yoonta 2007-07-12 12:23   좋아요 0 | URL
그러지 않아도 그동안 박홍규선생의 책이 품절이라 못구하고 있었는데 전집이 완간되면서 책도 새로나오는 듯 하네요. 이정우씨를 통해 소문만 들었는데 이제야 실체를 확인할수있게 되었군요. ^^

로쟈 2007-07-12 16:39   좋아요 0 | URL
이 양반들이 다 수강생으로 '등장'하죠. <창조적 진화> 강의는 녹취록에 잡담이 너무 많아서 지체됐다는 '소문'도 있는데, 사실이 어떤지는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작은앵초꽃 2007-07-12 23:42   좋아요 0 | URL
“스스로 공부가 모자란다고 생각하셨습니다.”(윤 대표) 박 교수는 논문도 쓰려 하지 않았다. 그는 석·박사 학위는커녕 학사 학위도 없다.
=>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네요...
 

폭력에 관한 책 모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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