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
모르는 걸 아는 거 그게 중요해
밑줄 좌악
참 내가 이제껏 배운 게 그거라니
너의 무지를 알라는 거
내가 무얼 모르는지 안다는 게
순금이고 황홀이고 삼매경이라니
단순하고도 단순한 게
안다고 생각하면 알려고 하지 않아
무얼 모르는지 모르면 알 수가 없어
무얼 모르는지 알면 흥분해
아 그럼 내가 무얼 가르치는 건가
무얼 강의해야 하는 건가
내가 모르는 거
내가 아는 나의 무지
(무디라고 썼다 고쳤네 무디)
날마다 뻗어가는 무지
무지하게 뻗어나가는 무지
종횡무진으로 활보하는 무지 활개
치는 무지 아침부터 활기찬 무지
아침부터 이런 시답잖은
시도 쓰게 하는 무지
무지 대견한 무지
나의 자랑
나의 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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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4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똑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갈리는 지점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자와 모르는 자
방점이 아는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에 찍히는 자.
시를 읽으면서 저의 똑똑지 못함을 깨닫고 갑니다~~~

로쟈 2018-05-04 13:13   좋아요 0 | URL
흥미를 갖는다는건 뭔가 안다는(모른다는) 뜻이에요.

kpio99 2018-05-0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혜롭지 못해서 제가 뭘 알고 모르는지 잘 모르고 삽니다. 제가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해 배우고 익히는 것이 저의 지상과제입니다.

로쟈 2018-05-04 20:35   좋아요 0 | URL
네, 중요하면서 어려운 과제죠.
 

의외인데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인터뷰집 <파스칼 키냐르의 말>(마음산책)의 부제가 그렇다. ‘수다쟁이 고독자의 인터뷰‘. <은밀한 생>부터 <부테스>까지 상당수의 작품이 번역돼 있는, 짐작에는 파트릭 모디아노 수준으로 번역돼 있는 작가가 키냐르다. ‘작가들의 작가‘라는 평판도 있는데 이번 인터뷰집이 문턱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 낮은 문턱.

˝<떠도는 그림자들>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문학론과 예술론을 그의 음성으로 들려줄 인터뷰집. 아카데미프랑세즈 문학상과 공쿠르상 수상자인 파스칼 키냐르는 프랑스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늘 거론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저작들은 소설, 산문, 비평, 시, 철학, 우화 등을 폭넓게 아우르는데, 이 같은 다종다양의 작품들은 키냐르가 추구하는 ‘파편적 글쓰기‘의 산물이다. 그는 장르라는 것은 잘못 한정된 것이니 여러 장르를 혼합해 글을 씀으로써 장르 문법을 무너뜨리거나 장르 자체를 아득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프랑스 작가 중 한명이라기에 언젠가는 강의에서 읽어보려 하지만 작품이 너무 많다는 것과 ‘파편적인 글쓰기‘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아직 견적이 나오지 않아 보류중이다. 인터뷰집에서 실마리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들의 인터뷰집은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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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쓰고 쓰다 보니
이젠 일기도 시로 적는다 정확히 말하면
운문이 어떻게 가능한지 나는 실험중
산문시를 쓰는 게 아니라면 시는
운문으로 쓰는 것이니 그게
한국어에서 어떻게 가능할까 그게
관심사 시를 쓰는 이나 쓰려는 이나
건너뛸 수 없는 것
그런 생각으로 시도 쓰고
강의도 하고 귀가해서는 빨래도 널었어
오늘 온 책들이 잔뜩이라 펼쳐봐야 하는데
눈이 피로해 일기를 쓰고 있어
이것도 시가 되는 건지 아니면 말고
그런 생각으로 메모장에 적는 시
강의를 시로 적으니 이건 하루에 네댓 편도 가능해
책을 읽고 적으니 이것도 서너 편이야
대체 몇 편을 써야 하는 거야 입이 나와
그래도 말리는 사람이 없어
(아주 없지는 않아)
그래서 쓰는 거지 이것도
중독이야 당신도 해보면 알아
나는 여기까지
이제 당신도 해보길
이건 톰 소여의 페인트칠 같은 것
이달엔 톰 소여도 다시 읽겠군
아무래도 일찍 자야겠어
긴 하루였어 이건 일기일까
아니면 말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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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의도 시가되고
독서도 시가되고
이것도 시가 되는건지 아니면 말고~도
시가되는
로쟈샘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쓰고싶다는 열망만 있고 한자도 쓸수없는
1인 인지라.
페인트칠은 잘하는데~~ㅜㅜ

로쟈 2018-05-04 08:20   좋아요 0 | URL
열망을쓰시면됩니다. 편하게.~

2018-05-04 0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4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몰리 2018-05-04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따라해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ㅎㅎㅎㅎ 전염적이어야 마땅할 시로 일기 쓰기.

로쟈 2018-05-04 08:21   좋아요 0 | URL
네 시도해보시길.~

2018-05-0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번엔 비트가 느껴지는 랩가사 같아요 ~~ㅎㅎㅎ
제가 그렇게 읽고있나보네요~^^

로쟈 2018-05-04 20:35   좋아요 0 | URL
네 랩같다고들 하네요.~

하늘초록 2018-05-0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런거지~~~같은?
재미있네요~~~

로쟈 2018-05-05 00:22   좋아요 0 | URL
그보다는 좀더 최신쪽으로요.~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읽고 언제부턴가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강의한다
언제던가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아무래도 간이 안 좋은 것 같다는 걸
처음 읽고 나는 만세를 불렀지
브라보 도스토예프스키
요즘은 도스토옙스키라고 적어
내가 읽은 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이 에이치 카의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었지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보다 나중에
읽었지만 먼저 쓰인 지하생활자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새로운 출발
내게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새로운 시작
인간은 심술궂고 변덕스럽다고
그는 말하지 왜냐면 자유롭기에
예측가능하지 않고 계산가능하지 않지
자유로우니까 맘대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맘대로 재단할 수 없고 맘대로 동정할 수 없어
나만의 치통은 나만의 고통이기에 고귀한
고통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테야
치과에 갈 때마다 시험에 드는 기분이야
이래도 바꾸지 않을 텐가 심문당하는 기분이야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고 이마에 써붙일까
고통의 형이상학을 들어줄 사람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그냥 계산만 치렀어
지하생활자는 마흔이었으니 이젠 내가 더
나이가 많아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은 지
삼십 년이 되었군 행복 따위를 경멸한 지
삼십 년 내내였다고는 하지 않겠어
그래도 인간은 한갓 피아노 건반이 아니라네
무슨 기계장치가 아니라네 그게
인간의 자존심 그걸
도스토옙스키에게 배웠지
그래서 이 모양이지
브라보 나의 도스토예프스키
브라보 나의 인생
이렇게 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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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18-05-0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의 치통은 나만의 고통이기에 고귀한
고통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테야‘
브라보~^^

로쟈 2018-05-04 13:11   좋아요 0 | URL
^^
 

시와 철학을 주제로 플라톤을 얘기하고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서 소쉬르의 기호론을
말하고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적 전회를 말하고
철학적 로고스와 문학적 로고스 사이
시의 향방을 말하고 방향을 거꾸로 말하고
미래파에 대해 험담하고
분석철학의 옆구리를 찌르고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한 하이데거를 들먹이고
자연어를 서로 잡아당기는 시어와 인공어를 논하고
시와 철학에 대해서 예상치못한 강의를 하고
나로선 다르게도 할 수 없는 강의를 마치고
이제 시와 철학에서 놓여난다
너희도 이제 따로 가렴
시는 시대로 철학은
철학대로 나는
선릉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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