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서 노동 3권을 빼야 한다는 발언을 해 '설화'를 빚고 있는(더불어 자신의 인지도를 확연히 높인)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이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전체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란 요구 자체는 본인의 발언 의도와 무관하게 전체 노동자의 새로운 연대를 위한 대단히 혁신적인 발상이 아닌가 싶다.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의 전도된 형태로서 이 '비정규직화'는 '정규직화'와 같은 효과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전체 노동자의 단일대오!). 그것은 정규직/비정규직 구분이라는 효과적인 노동자 계급 통제수단을 기꺼이 포기(?)하는 반자본주의적 발상이며, 뒤집어 말하면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라는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그것은 사회주의적 요구이기도 한 것이다. 문제는 발언 당사자나 현 정부가 그런 정책을 실행할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 사회주의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은 그들의 비전이 아니라 역량이다...    

경향신문(09. 09. 22) “박기성씨, 모든 노동자 비정규직화 주장”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헌법에서 노동 3권을 빼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던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이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 원장이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노동 3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 반노동 발언을 해왔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박 원장이 취임 직후인 지난해 8월 노사관계연구본부 연구원들과 점심식사 중 ‘모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수차례 공·사석에서 전체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주장하는 반노동 발언을 반복해왔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지난 17일 노동연구원에 대한 국정 정무위의 2008 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심의에 출석, “사석에서 노동 3권을 헌법에서 빼는 게 소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유 의원의 질문에 “사석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저는 그게 소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박 원장은 2007년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공동 저서에서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합의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월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 한국노동연구원에 산별교섭 참가를 요구하자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별 노조가 원칙이고, 산별노조는 인정할 수 없으며 내 학자적 양심이자 소신”이라면서 거부했다.

유 의원은 “박 원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연구소장이라면 반노동 언동을 이해할 수 있으나,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국책연구원장으로서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노동 3권은 국민주권의 핵심요체”라며 “헌법체제에 도전하고 자유민주적 질서를 위협하는 후안무치한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박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이인숙기자) 

09. 0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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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09-09-23 08:44   좋아요 0 | URL
저도 어처구니가 없는 한편 로쟈님과 비슷한 생각도 했답니다^^

로쟈 2009-09-23 17:45   좋아요 0 | URL
사실 허풍이어서 문제죠. 그럴 만한 능력도 없으면서...

펠릭스 2009-09-23 15:25   좋아요 0 | URL
머릿속 삽자루!

로쟈 2009-09-23 17:47   좋아요 0 | URL
'반노동'이니 삽자루도 아닌데요.^^

무해한모리군 2009-09-23 10:30   좋아요 0 | URL
전 그저 놀라웠습니다.
그 직함과 발언의 부조화에 --;;

로쟈 2009-09-23 17:41   좋아요 0 | URL
노동부 장관의 행태에서 익히 보아온 것인데요.^^;

빵가게재습격 2009-09-23 11:44   좋아요 0 | URL
그래도, 편견과 오만을 솔직히 말하는 '정직함'은 있군요. 입만 열면 '거짓말'인 파란지붕 사람들로서는 놀라운 인물기용인데요. 오랜만에 들립니다. 로쟈님 안녕하세요?^^

로쟈 2009-09-23 17:41   좋아요 0 | URL
원장은 비정규직인지 궁금합니다...

빵가게재습격 2009-09-23 20:07   좋아요 0 | URL
원장이 비정규직이 아니면 정직한게 아니라 패러독스가 된다는 뜻인가요...'모든 그리스인은 거짓말쟁이다'라는...^^;;;

로쟈 2009-09-23 20:05   좋아요 0 | URL
솔선수범한다면야 욕할 이유는 없겠죠...

이진이 2009-09-24 13:00   좋아요 0 | URL
노동연구원 선배한테 물어보니 연구소장은 3년계약의 비정규직이지만 전용차제공등 최상의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네요. 글고 짤리면 다시 교수로 돌아가면 되니 tenure 보장 받는 정규직으로 돌아간답니다. 쿨럭~
근데 비정규직은 2년계약후 정규직 전환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3년 비정규직이면 실정법 위반 아닌가...

로쟈 2009-09-24 16:24   좋아요 0 | URL
대학의 비정규 박사처럼 그것도 예외적 비정규직인가 봅니다.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

philocinema 2009-09-23 12:02   좋아요 0 | URL
생각과 발언이 일치하는,
가면을 쓰고 위장하지 않는,

이 시대 보기 힘든 솔직하신 분이군요!

그의 가문 문턱위 벽면엔 이런 액자가 폼 나게 걸려있을듯,

"너의 생각을 생각나는 대로 그대로 가감 없이 얘기하라!"

로쟈 2009-09-23 17:38   좋아요 0 | URL
비정규직 발언만큼은 사회주의적입니다. 저는 스탈린시대 강제적인 농업 집산화를 떠올렸어요...

델러웨이부인 2009-09-23 12:41   좋아요 0 | URL
어쩜 바로 제생각입니다. 모든 정규직을 비정규직화 해야 합니다. 정규직이 없으면 비정규직 차별도 없을테고 정규직들의 무능과 횡포도 해결할 수 있겠죠. 모두가 프리랜서이자 자영업자가 되는거져!!!

무해한모리군 2009-09-23 14:21   좋아요 0 | URL
일단 국회의원이랑 대통령부터 비정규직화했으면 합니다!

게슴츠레 2009-09-23 12:54   좋아요 0 | URL
일전에 몇몇 분에게서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더랬죠. 모든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는 맑스가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꿈꾸던 그러한 사회가 아니냐고 농반진반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재밌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으로 어떻게 생물학적/사회적 생존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등, 로쟈 님이 '역량'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의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그럴싸한 레토릭 이상이 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발상의 참신함에 미소짓기에는 약간의 쓸씁함이 들어 사족을 달아 보았습니다..

델러웨이부인 2009-09-23 17:17   좋아요 0 | URL
충분히 안정적으로 보장.. 이라는 말은 언제나 불가능합니다. 누가 누굴 보장한다는 말의 이면에는 지배자/피지배자의 구도가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착취하지 않으면서 모두가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 사는 세상 설계.. 불가능한가요?

로쟈 2009-09-23 17:37   좋아요 0 | URL
모두가 비정규직이라면 '비정규직 독재'도 가능한 '혁명적' 상황인 것이죠. 문제는 밀어붙일 능력이 없다는 것이구요...

카스피 2009-09-23 19:35   좋아요 0 | URL
사실 정규직,비정규직의 구분을 두는 것부터 우습지요.똑같은 일을 하는데 누군 정규직,누군 비정규직입니까.근로자들도 은근히 차별을 인정하는 것 같더군요.

로쟈 2009-09-23 20:04   좋아요 0 | URL
그게 핵심이죠.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정규직 노조 같은 '분열'을 키워주니까요...

hereisnt 2010-01-18 13:24   좋아요 0 | URL
저 책 일괄적으로 받았는데 읽어야 되나 내내 마음이 묵직했습니다.
않읽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 지면서
저런 사람이 노동연구원장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정말 무거워 집니다.

로쟈 2010-01-19 09:56   좋아요 0 | URL
이후에 아마 사직한 걸로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