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9 작가선언'에는 "촌스러워서 살 수가 없다"는 한줄선언도 포함돼 있었는데, 정말로 촌스러운 일들이 너무도 태연하게, 너무도 자주, 게다가 '강압적'으로 벌어지고 있어서 감정의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이젠 '촌스러운'보다도 몇 단계 아래인 '명박스러운'이라고 해야겠다). 어제는 국세청 게시판에 내부 비판의 글을 올린 직원을 파면시켰다는 기사가 뜨더니 오늘은(내일자) 경찰이 좌파서적 판매동향 파악에 나섰다는 기사가 또 할말을 잊게 한다. 물론 상투적인 '좌파 프레임'으로 시국을 재단하려는 의도이겠지만, 이런 일들이 어이없는 작태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들려는 '음모'가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다(이젠 '상식 이하'가 '상식'에 돼가고 있는 것 아닌가). 정말로 두려운 건 이제 이런 행태가 '일상화'되는 것, 더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것이다!


세계일보(09. 06. 15) 경찰, 좌파서적 판매동향 긴급파악 나서 배경에 관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학계, 시민사회의 시국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최근 인터넷 서점 업체에 좌파적 시각을 담은 서적들의 판매 동향을 일일이 점검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인터넷 서점 업체 A사 측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본사와 출판 공장 등에 잇따라 전화를 걸어 서울대 김수행 교수의 저서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 경제를 말하다’(시대의창)와 ‘자본론 1·2·3’ 시리즈(비봉출판사),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시대의창) 등 소위 좌파 서적을 특정하며 이들 서적의 최근 판매 현황에 대해 상세하게 파악했다.



인터넷 서점 A사에 전화한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시국이 어수선한데 좌파 서적 판매량이 요즘 많이 늘어났느냐”며 특히 ‘자본론’ 시리즈 등 3권의 판매 추이를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A사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경찰은 “최근 정부로부터 공문이 내려와 인터넷 서점 등에서 좌파 서적의 판매고 현황을 급히 파악 중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이나 검찰 등 정보·사정 기관이 최근 시국 선언 정국에서 이명박 정부에 반하는 좌파 세력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A사 관계자도 “경찰이 이른바 반 정부 세력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며 동향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출판 시장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추모 열기에 힘입어 노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의 온·오프라인 서점 11곳에서 지난 5일∼11일 판매된 부수를 종합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의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가 6월 둘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에 올랐다. 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도 14위에 올라 출간 7년 만에 20위 안에 들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나쁜 사마리아인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대한민국사’ 등 23권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했으나,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오히려 판매량이 평소보다 7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급증한 바 있다. 당시 네티즌들은 “2003년 MBC ‘느낌표’ 선정도로서 뽑혔던 현기영 작가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나 작고한 아동문학가 권정생씨의 글을 모은 ‘우리들의 하나님’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하는 현실이 이해가 안 간다”, “누구의 머리 속에서 ‘불온’의 기준이 정해지는지 궁금하다”, “이 참에 좋은 책들 소개해줘서 고맙다”며 정부를 비난했다.(김형구기자)
09. 0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