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한 대학저널과 가진 인터뷰기사가 뒤늦게 눈에 띄기에 옮겨놓는다. 기자가 '로쟈'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이 아니고 짤막한 인터뷰여서 새로운 내용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번역문화에 대한 몇 가지 질문에 답한 탓에 부제는 '블로거 ‘로쟈’, 번역 문화를 비판하다'라고 붙여졌다. 창고에 넣어둔다...
서울대저널 제90호(08. 03) [캠퍼스라이프]“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로쟈’라는 필명은 낯설다. 혹자는 ‘로쟈 룩셈부르크’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겨레21>에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쓰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블로거 ‘로쟈’를 아냐고 물으면 이내 곧 ‘아!’하고 무릎을 치곤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애칭을 따 필명을 ‘로쟈’로 지었다는 그는 바로 노어노문학과 강사 이현우 씨였다.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러시아 작가들의 두꺼운 책이 뭔가 있어 보여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다”는 그에게 서평을 올리게 된 연유에 대해 물었더니 그는 소탈하게 “자연발생적”이라고 답했다. 온라인 서점 등장 초기에 리뷰에 대해 제공된 마일리지를 적립할 겸 쓰기 시작한 서평이 모여 블로그가 됐다는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는 방문자 수가 늘어나 개인적이기보다는 공적 공간이 되어 조금은 의식하고 있다”는 그는 주로 인문 분야에 대한 서평이나 시사에 대한 정보나 이슈 등으로 그의 블로그를 채우고 있다.
최근 로쟈 씨의 블로그를 살펴보면 번역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띈다. 처음에 “비싼 돈 주고 산 책의 번역이 엉터리일 때 책값이 아까워서” 번역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역시 ‘오역(誤譯)’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책이라는 것이 일종의 ‘정신적 먹거리’이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책들과 그 번역물들이 외국산 음식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몸이 유해 물질이 일부 들어와도 바로 죽지는 않듯, 독서생활도 적당히 오역이 섞여 있고 날림 번역된 책들을 소화시켰다”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오역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몰리는 현실을 비판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이론수입상’이나 ‘기지촌 지식인’ 등의 문제가 “아직 외국의 이론이 덜 수입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많은 학문의 내용이 결국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인 만큼 보다 제대로 연구되고, 자생적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이론과 내용이 정확하게 번역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연과학에서는 ‘최초’가 중요하지만, 인문학은 그렇지 않다. 이미 새로운 건 없다”며 인문학의 내용이 대학에 갇히지 않고 사회에 널리 공유되는 ‘학문의 민주화’를 강조했다.
“10년 쯤 전에는 학생들에게 할 충고가 있었지만, 다시 10년이 또 지나니 다시 대학의 신입생이라는 백지상태가 된 기분”이라는 로쟈 씨. 하지만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빌려 “공적인 행위에 참여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기를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로쟈의 서재에서 삶의 ‘가치’를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조홍진기자)
08.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