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기세덱님과 stella09님의 주문에 따라, 요 며칠전부터 알라딘에 '다단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독서문답에 답을 단다. 대부분 평이한 질문들이라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는 점과 애써 호명해주신 분들의 체면이 내가 고려한 사항들이다. 대신에 다른 분들께 바톤을 넘기는 일은 생략할 작정이다(나는 다단계를 좋아하지 않는다).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의례적인 안부인사에 대한 의례적인 답변을 다는 수밖에. "예, 그럭저럭.^^;" 

독서 좋아하시는지요?
'무릎팍도사'에서의 분류를 따르자면 '식상한 질문'이다. 질문자를 한 대 때려주던가?

그 이유를 물어 보아도 되겠지요?
왜 때리느냐고?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평균적으로 한달에 30권 이상의 책을 구입하니까 많이 읽어봐야 30권 이내이다(목차와 서론, 혹은 후기 등은 읽어둔다), 라고만 적으면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냥 3권 이상 읽는다고 해둔다.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알라딘의 분류대로 하면 가정/건강/요리 범주의 책들을 거의 읽기 않는다. 만화를 읽지 않는다. 수험서/자격증도 읽지 않고, 자기계발, 좋은부모, 청소년도 읽지 않는다. 참고서/학습서 안 읽고, 컴퓨터 안 읽는다. 나머지는 대충 읽는다(무슨 식성 얘기 같군)...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책은 전부이다. 그런데 이 전부인 책들은 책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책의 패러독스이다.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이 또한 '식상한 질문'이다. 당신은 삶이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만큼이나.
 
 
한국은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더 재미있는 게 많아서가 아닐까? 많은 이들이 재미있다는 만화를 나는 읽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굳이 읽으라고 강권하지 않는다. 책읽기는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책을 하나만 추천 하시죠?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지금 책상머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책은 <에이젠슈테인 100년>(러트거스대학출판부, 2002)이란 책이다. 오늘 강의한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다. 우연이긴 하지만, 에이젠슈테인은 <죄와 벌>을 영화화하려고도 했다(그의 강의노트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냥 눈앞에 있어서이다. 물론 눈앞에 있는 책들이 얼추 수백 권은 되지만...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
이것도 '식상한 질문'이다('만화책'이라고 적어놓지 않았나?). 나는 만화는 좀처럼 읽지 않지만 <만화의 이해>(시공사, 2002) 같은 책은 읽는다.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나는 문학과 비문학의 구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판타지와 무협지를 잘 손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소비문학'이란 말은 처음 들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지만, 아무 생각 없는 게 당연하다.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작가'가 아니라 '저자'이겠지. '자가출판'한 책까지 포함하면 그래도 꽤 된다.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반나절쯤 우쭐거리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많다(적어도 두 손으로는 다 꼽지 못할 정도로). 오늘은 <죄와 벌>을 읽었으니까 도스토예프스키라고 해두자.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나는 감정표현에 서툴다. 그냥 차나 한잔 권하고 싶다...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지 않겠다. 당신의 독서를 잠시 방해해서 미안하다...

07. 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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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5-10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도 문답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주 잘 읽었습니다. 역시 책 좋아 하시는 분은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시다니까요.

마늘빵 2007-05-10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로쟈님도 걸려드셨군요. 이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로쟈님 책이 뭔지 궁금합니다. 알려주세요.

로쟈 2007-05-10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가출판'(러시아식으론 '사미즈다트')이란 게 책형태로 만들어서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얘깁니다. 그런 책이 6-7권 됐다는 얘기고 논문에다 공동번역서도 있고... 해서 궁금증에 부합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보다 '멀쩡한' 책들이 나오면 알려드리죠.^^;

비로그인 2007-05-1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실례입니다만 되게 근엄하실 거라고만 막연히 상상했던 로쟈님이
이렇게 유머가 있으신 분인줄 미처 몰랐네요?
정말*100 재밌게 읽었습니다. :)

마늘빵 2007-05-10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로쟈님 그럼 접할 수 없겠군요. 서점에 깔리는 책이 나오면 알려주십시오. :)

stella.K 2007-05-1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시니컬하면서도 썰렁하지만 춥지 않은 건 저 이미지들 때문인가요? 킥킥대고 웃다 갑니다.^^

수유 2007-05-1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문답까지 하시다니...그러고 보면 없는--;; 유머도 보이시고. 블로깅의 미덕일까? 아닐까 요?

필라멘트 2007-05-1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픞팍도사"가 아니라 "책도사"이신 로쟈님의 답변이 재미있습니다.^^*

우주돌이 2007-05-1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너무 재미있습니다. 전 재미있는 분이 좋아요. 로쟈님 만세!

다락방 2007-05-11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어요. :)

멜기세덱 2007-05-1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시리 로쟈님의 "독서를 잠시 방해"한 것 같은 죄송스런 마음에 댓글을 다는게 쪼께 송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머와 재치, 그리고 솔직 담백을 맛보게 해주신 로쟈님....짱~! 이세요...ㅎㅎ

로쟈 2007-05-1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들 하셔서 다행이네요. 별 내용이 없는 문답인지라 '무릎팍'의 힘을 좀 빌린 것뿐인데요...

yoonta 2007-05-1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평소 글쓰시는 쎈스를 볼 때 이정도 유머감각은 저로선 실망 쫌 인데요..^^;;

로쟈 2007-05-1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yoonta님에게 맞는 유머는 또 따로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