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당긴다고 아무 것이나 덥석덥석 먹을 수 없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꼭 이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 들어서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고 나면 화장실에 두세번씩 드나들게 된다.

어제 저녁, 친구가 건네준 고추삭힘이 쌉쌀하고 매콤한 것이 며칠 기운이 없이 골골하던 입맛을 돋우기에 그거 세개와 함께 밥 한그릇을 비워냈다.
아침에도 입에 당기길래 또 두개를 먹었더니만 바로 신호가 왔다.

세번째 들어간 화장실에 앉아있자니....
이제 절반 살아낸 70인데 벌써 이러나....싶으니 왠지 처량맞은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70에 저것들(차력형제들)은 몇살인고? 꼽아보다 보니 나도 참 나이를 먹었나보다 싶기도 하고.
70까지만 건강하고 깨끗하게 살다가 저노마들에게 짐 되지 않게 조용히 가고 싶다로 까지 생각에 생각이 계속 잔가지를 뻗는 바람에 아침부터 화장실에서 철학자 똥폼을 잡아 보았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깍두기 2004-09-1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반가워요, 이게 얼마만? 저를 기억하실런지ㅠ.ㅠ
브리핑에서 이름보고 반가워서 당장 와봤어요^^

밀키웨이 2004-09-1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무슨 섭섭한 말씀을...
아직까지는 제 회색뇌세포에 이상이 있지는 않단 말여라, 어찌 깍두기님 이름을 잊었겠사옵니까?
잘 지내셨죠? ^^

stella.K 2004-09-1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이게 얼마만 이어요? 방명록에 저를 위한 음악 하나 선사 해 주시고 얼마 얘기도 많이 못나누고 이토록 사람 애간장을 태우다니. >.<;; 제가 얼마나 기다렸다구요? 다시 보니 좋으네요. 잘 지내시죠?^^

sayonara 2004-09-1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저렇게 사진을 맛깔나게 찍어놓으셨는지...
정갈하고 소담스럽게 담아놓은 것 하며... 질질질..(침흘리는 소리..)

물만두 2004-09-1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워쪄라구요... 한약에 토사광란인데 (이게 맞나?) 변비보다 낫지 뭘 그러십니까...

2004-09-1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랫만의 등장이시네요..똥폼이라..하하하..컨디션이 잠시 안좋은 것이겠죠. 뭘 그렇게까지나..ㅎㅎ

panda78 2004-09-18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밀키님, 밀키님, 밀키님이다------!! ^ㅂ^ 반가워요, 밀키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도... 쪼꼬맣고 매운 고추..-할라피뇬가? 뭐 그거..- 몇 개 먹고는 매운 응가를 세 번이나...;;; )

뚱글녀 2004-09-18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밀키님..저 반찬 저도 무척 좋아하는데... 저도..얼마전에 2개먹고,,더 못먹겠더군요..
화장실이 부르고,속이쓰려서..T_T
어제 동네 언니들에게 들었는데..(35세와.36세)..5세 단위로..기력이 팍팍..쇠해진데요..
꺽어진 70소리를 여기서 다시 들으니..우째.동네 언니들과의 수다같아서 웃음이 나오네요^0^
전...5단위 나이 되기전에..둘째 가지던지.낳던지.해야되는데..T__T.. 합체모드 하는 비법 좀 알려주세요..T__T

. 2004-09-18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게 엄마가 건강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요즘 억수로 제 관리 한다지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9-2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렇게 오랫동안 서재를 비우셨어요? 궁금했더랬어요...

밀키웨이 2004-09-2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저는 잘 지냈는데 님의 애간장이 타서 어쩐대요...^^;;;;
앗, 사요나라님....ㅠㅠ 제가 무슨 사진을 찍겠습니까?
어디 가서 슬쩍 집어온 사진입지요....저렇게 찍을 줄 알면 정말 원이 없겠습니다.
만두님, 요즘은 비오고 그러는 날마다 님의 생각이 납니다. 혹시 컨디션이 더 안좋아지시는 건 아닐까..싶어서 말여요.
참나님, 그야말로 똥폼 아닙니까? 하하하 이리 보나 저리 보나 ^^
판다님, 정말 보고 싶었다요 ^^
뚱글이님아, ㅋㅋㅋ 어찌 여기까지 쫒아왔누....^^;;;;
내 글찮아도 마지막 순간까지 뚱글이님이 생각나서 어찌나 미안해지던지....^^;;;;;;;
함께 늙자고 해놓고 혼자 내빼냐고 막 뭐라뭐라 했을거 같은데..맞지라?
글고 합체모드야 뭐..별거 있소? 걍 열심히 하면 되지....클클클
솔님, 건강..이거 정말 놓치고 나니 참 후회되더이다. 솔님이야말로 건강하이소.
그래야 뭐......나중에 좋은 일 있을 때 그때 팍팍 하실 수 있지 않겠어요? 으흐흐흐
이안님, 그냥 컴이 없다고 생각하고 맘 편하게 띵까띵까 해보았답니다 ^^
새벽별님, 저도 예전에는 잘 못 먹었는데 입안이 깔깔한데 한번 도전해보았더니 오호! 그맛이 좋더군요, 언제 꼭 도전해보시와~~요

starrysky 2004-09-21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어, 밀키님!! 이게 얼마만이여요!! 폴짝폴짝~ >_<
제가 서재를 비운 날 글을 올리셔서 이제서야 봤네요. 아아, 너무너무 보고 싶었쪄요~!!!
아직 가을의 절정은 멀고 먼 듯한데 계속 가을 타실 예정이신가요?? 가을 타셔도 서재에서 타시면 안 될까요? 소식 궁금하고 밀키님 글이 보고 싶어서 못 견디겠사와요!! 자주 좀 뵈어요~ ^-^
아, 이제 페이퍼 본연의 댓글로 돌아가서.. 전 저 고추삭힘 너무너무 좋아해요. 저도 저것만 있으면 밥 한 공기 뚝딱인데.. 아마 밀키님 요새 장이 안 좋으신가 봐요. 나이 탓보다는 그쪽 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신 듯하니까 검사도 받아보시고 위장을 보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

밀키웨이 2004-09-21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킬킬킬~~
역쉬!
닭살멘트의 여왕 스타리님 납시었군요 ^^
잘 지내셨지요? 정말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요. 그대의 그 휘황찬란한 답글의 향연은 아직도 여전한가 정말정말 궁금했었지요 ^^
 

즐겨찾기를 열어보았다.

뭐가 그리도 많은지...검색엔진이 7개, 친구들이라고 묶어진 폴더에 또 열댓개, 그림책 폴더에는 자그만치 38개 (이게 다 그림책과 관련된 곳은 아니다. 그냥 대충 뭉뜽그려져서 들어간 곳도 꽤 되니까...)  영어서점폴더에는 같잖게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의 서점들이 또 들어가 있다.

좀전에 대폭 정리를 했다. 뭔 욕심이 이리 많아서 이리도 많이 해놓았을꼬...혀를 끌끌 차면서.

즐겨찾기 해놓고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곳도 꽤 있고 정말 아쉽지만 지운 곳도 있고......

하나씩 하나씩 지워질 때마다 내 욕심도 그렇게 지워졌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플레져 2004-09-04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두 즐찾 정리해야겠어요. 홀가분하시겠어요 ^^
저는 도 제 서재 정리하신 건 아닌가 하여서리...헤헤~

하얀마녀 2004-09-04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재 즐겨찾기 얘기하시는 줄 알았어요. ^^

starrysky 2004-09-04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 저도요 저도요! 다들 똑같은 생각에 가슴을 철렁이며 달려온.. ^^;;
전 컴터에 용량이 너무 부족해서 이번 주말에 아주 작정하고 용량 늘이기를 할 예정인지라 즐찾도 팍팍 정리해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04-09-04 0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2004-09-04 0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4-09-0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저는 원래 안합니다..
돌아다닐 곳만^^;;;

그리고..밀키님 왜 연락이 없는거야욧. 걱정했잖아요.
무슨 일 있으신가해서..

마태우스 2004-09-0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요즘 활동이 넘 뜸하세요.

stella.K 2004-09-0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다렸어요. 자주 뵈요.^^

진/우맘 2004-09-0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그러게, 즐겨찾기...무슨, 관심사 대 이동의 역사같지 않습니까?

2004-09-04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즐찾목록을 보면 욕망의 찌꺼기를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암튼, 그런 의미에서 요즘 저의 즐찾 사이트 하나 알려드릴게요....아마 또 즐찾을 추가하시지 않을까..ㅎㅎ..www.beetles of Korea.com입니다.

panda78 2004-09-0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우... 저도 알라딘 서재 즐찾 대폭 정리! 인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
밀키님, 요즘 괜찮으신지.. 우리 9월 되면 밝게 살기로 했잖아요, 밀키님.. ㅠ_ㅠ
기운 내셔요...

뚱글녀 2004-09-06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억..T__T
내 이럴 줄 알았쓰~~~... 책*게 살 기회가 흔치 않다고 사재기를 하는 저를 보고..
평생 같이 갈거잖냐? 고............ 명언을..감동주시는 말을 흘리시더니..T__T
오호호호.........
그러나.내가 누군가? 아하하하...
맘에들면......밀어붙이는 직관의 여왕.. 무대포 동글이..와하하하하하...
아이디와 비밀번호 치며 로그인하는데.. 한자한자 정성스럽게 치고 들어왔습니다.^0^
반겨주실거죠?

2004-09-06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4-09-0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같이...

연락 좀 하시지요.
애타는 사람들 많으니...!!!

loveryb 2004-09-06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심 전심인게야... 너무 못들어 간다 싶었더니..
밀키님도 뜸하셨다니..

그래도 이렇게 밀키님을 기다리고 보고파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실께야요...

잘지내시죠.. 이제 가을 시작인데.. 울 밀키님.. 벌써.. 폭 빠진 느낌이 듭니다..

.... 2004-09-1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님 보고 싶어서 들렀어요. 이쁘동이님이 애타게 밀키님의 전번을 묻던데,,,, 어딘가 적어두었을 번호를 절대 못찾겠더군요. 자주 놀러왔었지만, 한번도 흔적을 남기지는 않았는데....
보고 싶으면 또 올께요.

아영엄마 2004-09-11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은 또 왜 요즘 뜸하실까요? 바람꽃님은 이제서야 소식 전해주셨네요. 잘 지내시고 계시길 바랄 뿐입니다..

sayonara 2004-09-1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정리만 하시지 말고 리뷰도 좀 올려주시고 활동 좀 하시지... ^_^
 

바무의 동요교실을 마치고 플레이타임에서 놀라고 들여보냈다. 좀있다가 옆탱이가 왔길래 우리는 애들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데리러 갔더니만 게로 왼쪽 머리에 껌이 들러붙어 있었다. 플레이타임 직원이 떼어볼라고 애를 썼는지 이리저리 까치집을 짓고 껌은 지저분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들러붙어 있는 그런 상태였다.

머리에 껌이 붙으면 그 상태 그대로 헤어무스를 바르고 나서 참빗으로 빗어주면 껌을 떼어낼 수 있다. 또 최후의 수단이긴 하지만 스티커 제거제를 바르고 살살 수건으로 문질러주면 껌을 녹여서 떼어낼 수 있다. 

그런데 그 직원들이 그런 걸 몰랐는지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켜 무스고 뭐고..하나도 손쓸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방법은?  딱 하나! 잘라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시 고민을 했다. 땜빵을 만들 것이냐, 빡빡으로 밀 것이냐.

결론은 그냥 빡빡으로 밀기로 했다. 미용실 헤어디자이너는 빡빡 밀어내고 앞머리로 포인트를 주자고 했다. 기억하는가? 2002 월드컵 때의 호나우도의 헤어스타일?  그 머리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볼까 싶어 그러자고 선선히 수락하고 그렇게 앞머리만 남겨놓고 모두 밀어버렸다.

게로는 신이 났다. 아빠가 축구 잘하는 호나우도 머리라고 했더니만 거울을 들여다보고 멋있네~~를 연발하며 스스로 도취되었다. 아무래도 왕자병인가 보다...^^;;;

그랬는데 담날 아침, 유치원버스를 기다리던 형아 친구들이 게로를 보더니만 전부다 "대머리 빡빡"이라고 놀려대고 만나는 아줌마들 마다 "왜 그랬어?" 하면서 웃어대고 인상을 써대니 눈치가 빤한 넘...다시 머리 붙이러 가자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아줌마들까지도 호나우도 머리는 너무 튄다고 자꾸 다시 자르고 오라고 해대니...귀 얇은 밀키....

오늘 끝내 앞머리마저 다 잘라내어 완전 빡빡 대머리가 되고 말았당....ㅠㅠ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냐 2004-09-04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사진 올려주세요~

깍두기 2004-09-04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나도, 넘 보고 싶당~

밀키웨이 2004-09-04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요..기계치거덩요?
그래서 여즉 디카도 없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놓고도 저장할 줄을 몰라요...^^;;;;
호나우도 스탈이 전 마음에 들더만 하도 튄다고..야단들을 하셔서리....흑흑흑
잘라놓고 나서 이리 아깝다...하고 있습니다

starrysky 2004-09-04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로 많이 속상해하지 않나요? 아이참.. 철없는 형아 친구들은 몰라도 주변 어머님들은 신경 써서 이쁘다구 좀 해주시지.. 호나우도 머리 굉장히 귀엽고 예뻤을 것 같은데 말여요. 근데 플레이타임 직원들도 교육을 다시 받아야겠네요. 그것도 일종의 안전사고잖아요.
빨리 밤톨 같은 머리에 예쁜 머리카락가 자라길 바랍니다. ^^

책읽는나무 2004-09-04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사진을 보고 싶네요..
귀여울것 같은데...^^

그리고 기계치라는 님의 말 믿을수가 없어요..ㅡ.ㅡ;;

반딧불,, 2004-09-04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입니다.
멋진 모자 사주셨죠??

게로 많이 위로해주시길..

내가없는 이 안 2004-09-04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불시에 붙은 껌 때문에 갑자기 빡빡이가 되다니, 너무 놀라운 일이네요. ^^
만약 여자아이인 울 아이에게 그런 일이 생겼더라면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씩 웃는 게로 보고 싶어요. ^^

sooninara 2004-09-0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나우두 머리도 멋진데...사진 보고 싶어요...

진/우맘 2004-09-0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나두~~ 제일 좋은 방법은 빡빡이 게로를 데불고 오늘 오후에 나오는 것인데...밀키님은 지역이??

panda78 2004-09-0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진짜 보고 싶다... 호나우두 머리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라.. ^ㅂ^

두심이 2004-09-04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정말 재미난 일상이네요. 저라면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텐데, 저렇게 재미난 일상의 묶음으로 만들어 주시다니..역시 밀키님은 탁월하십니다.

sayonara 2004-09-0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꼭 보고싶었는데.. 정말 아쉽습니다. ㅋㅋㅋ
 

수요일은 바무가 문화센터에서 동요를 배우는 날이다. 바무는 노래는 잘 한다. 그런데 앞에 나가서 뭔가를 하는 것을 아주 질색한다 (어찌 에미를 그리 잘 닮아놨는지...-_-;;;) 특히 노래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멋진 남자라면! 당연히 노래 한소절 근사하게 부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이것이 녀석의 자신감과 결부될 수 있는 그런 문제라고 판단되었기에 다니기 시작한 동요교실이다.  첨에는 싫다고 했는데 한번 가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간 것이다.

첫수업을 마치고 나서...어땠냐고 하니까 앞에 나가서 노래하는 것이 처음에는 떨렸는데 나중에는 재미있었다고 한다.  다음날 관심을 가졌던 친구엄마들이 어땠냐고 바무에게 묻자 재미있었다고 아주 자랑을 했다.

동요교실에 가보니 음..이거 참 괜찮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아이들이 바른 자세로 자신감있게 부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노래 한 곡을 선생님과 배우고 나서 모두들 앞에 나와 합창을 한다. 그때 엄마들도 교실에 입장하여 같이 배우게 된다. 합창을 마치고 나면 서너명씩 앞에 나와서 한소절씩 불러본다.  그러면서 틀린 음정이랑 박자를 교정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시간에 배웠던 동요들 중 부르고 싶은 노래를 한사람씩 독창으로 앞에 나와서 불러는 것으로 시간을 마치게 된다.

같이 수업을 받는 한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쯤 되어보이는데 음치가 아닌가 싶게 오르내림이 전혀 없는 아~~주 평탄한 음정으로 일관되게 노래를 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자세는 얼마나 똑바른지.. 그리고 비록 음정은 엉망이지만 자신감있는 큰목소리로 우렁차게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만일 채점을 한다면 만점을 주고 싶었다. 아, 정말 감동적인 노래였다!

노래라는 것은 그렇다. 즐거워서..제 흥에 겨워서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음치나 박치에 경우..아무리 노래를 좋아하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뭔가 일을 하노라면 저절로 흥얼거리곤 하는 그런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그건 자신의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웃을까봐...그게 두려워서 그런 것이겠지.

그 아이의 그 자신감 넘치는 독창이 동요교실이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막상 학교에 가서는 쭈빗쭈빗거리고 결코 앞에 나와서 노래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래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지 않을까?

바무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노래를 부르는 그 즐거움, 앞에 나가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깍두기 2004-09-04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학년 아이들은 아무리 노래를 못해도(아니 어쩌면 못할수록^^) 아주 떳떳하고 씩씩하게 노래합니다. 비록 '오르내림이 없는 아~~~주 평탄한 음정'이라도 말이죠. 그런데 조금 학년이 올라가 나와 남을 비교하게 되면서부터 그애들은 노래를 안하게 되죠. 그리고 립싱크를 하죠, 음악시간에. 그런데 고학년이 되어서도 자기가 음치이건 말건 아랑곳 않고 아주 즐겁게 노래하는 아이를 어쩌다 보게 되는데 얼마나 이쁜지 모릅니다. 맞아요, 저도 그애에게 만점을 주고 싶어요.

밀키웨이 2004-09-04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해도 좋다. 즐겁게만 해다오!
예체능의 교육목표는 이래야 하는데 이게 이게 이게....참...거시기한 문제가 되었죠?

반딧불,, 2004-09-04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아..이러니 밀키님 팬을 안할 수가 없어요.
아...너무 멋진 페이퍼예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9-04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센터에서 동요를! 역시 멋진 엄마셔요. 뭐든 즐기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에게서 자라면 당연히 즐기는 여유가 늘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아요... 바무야, 좋겠다.

sooninara 2004-09-0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치 몸치...ㅠ.ㅠ...인 제가 들어야할 강좌군요..우리아이들도 엄마 닮으면 안되는데..
 

밀레와 반 고흐전(9. 17~1999. 1. 3 파리 오르세 미술관)

밀레와 반 고흐 작품의 양식적·주제적 유사성은 물론, 인간적 면모의 유사성에 대해 새롭게 해석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반 고흐는 밀레를 ‘정신적 아버지’로 간주할 만큼 단순히 예술적으로 영향받은 것을 넘어, 정신적으로 깊은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연일 엄청한 인파가 몰려들고 있는 이번 기획전을 직접 취재했다.

유명한 감독·배우가 제작 출연한 영화는 이미 제작 당시 반 이상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미술 전시회 역시 관객을 몰리게 하는 인기 작가가 있게 마련이다. 이 중 반 고흐의 전시회는 거의 매번 미술관에 엄청난 수입을 가져다준다. 이번 전시 역시 9월의 전시 시작부터 많은 인파로 들끓어 전시장인 오르세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줄을 서 있어야 했다. 막상 미술관에 들어가서도 이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시 2시간 혹은 3시간을 꼬박 서서 기다려야 하는 현상이 계속되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는 주말을 피해 관람하는 것이 좋으며, 예약만이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기사를 실을 정도다. 그러나 연이어 너무나 많이 몰려드는 인파 때문에 미술관 직원들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급기야 미술관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유는 관객들이 너무 오래 기다린다는 것과, 그러므로 자신들이 너무나 과중한 일을 해야 하고, 결국 미술관이 제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90)가 자기보다 약 2세대 앞선 장 프랑스와 밀레(Jean Francois Millet, 1814~75)의 작품을 모사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실 반 고흐가 밀레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은 이미 10년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밀레와 반 고흐전>이라는 같은 제목의 전시회가 열렸을 정도로 미술사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관계는 다소 무시되는 경향이 있으며,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반 고흐에게 있어 밀레의 영향은 반 고흐가 밀레를 ‘정신적 아버지’로 간주할 만큼 단순히 예술적 영향 관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바로 이 같은 점을 강조하면서 작품의 양식적 면과 테마의 유사성은 물론이고, 인간적 면모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새롭게 해석했다. 더 나아가 각각의 화가들의 재능과 개성도 함께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회는 대부분의 반 고흐에 대한 전시회가 그렇듯이 회고전 형식의 전기적 접근이었던 데 비해 그와는 반대로 그 동안 다소 무시되었지만 명백하게 존재하는 반 고흐가 받았던 예술적 영향과 조형적인 추구에 관한 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신경이 예민한 고독했던 한 천재의 신화를 깨뜨리는 것이 될지도 모르나, 렘브란트·들라크르와·고갱·피사로를 걸쳐 자포니즘(japonisme)에 이르기까지 반 고흐가 받은 좀더 일반적인 영향에 관한 폭을 넓히면서 밀레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있다.


반 고흐는 밀레의 작품을 모사했다

반 고흐가 밀레의 그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875년 밀레가 사망하면서 드루(Drouot)에서 열렸던 유작 경매에서였다. 이때 반 고흐는 밀레의 작품 세계에서 신선한 예술적 충격과 종교적 느낌을 맛본다. 이때부터 그는 밀레 작품과 관련된 판화와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1880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밀레의 판화 및 사진을 보고 데생의 기초를 다졌으며, 밀레와 마찬가지로 농부들을 주제로 습작을 했다. 그렇지만 예술적 측면을 넘어 이 화가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오히려 밀레의 정신적인 면이었다.

반 고흐가 밀레에게 시종일관 충실했던 이유는 우선 밀레의 작품 세계에서 보여지는 형태적 요소의 엄격함 때문이었다. 동시에 자신의 생각과 밀레의 이념이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즉 밀레와 마찬가지로 반 고흐는 자연에 뿌리 박은 농민들의 정서와 일체감을 느꼈으며, 이들의 삶 속에서 양식을 구하는 인간에 대한 성서적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또 밀레와 마찬가지로 영속적인 것과 겸허함이라든가 동정심을 농촌에서 찾고자 했다. 즉 그는 밀레의 농촌 풍경 그림들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하나님 혹은 ‘저 높은 곳에 있는 그 무엇’의 존재성을 일깨워 주고, ‘진지한 인간적인 감정’을 전달한다고 생각했다.

한편 밀레는 전통적인 종교 도상과는 다른 방법으로 인간의 삶을 조심스럽고 단순하게 그렸다. 따라서 그는 <만종> (1857~59), <이삭 줍는 여인들>(1857), <키질하는 사람>(1847~48) 등과 같은 농촌 생활들을 통해 자연의 종교적 차원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종교적 차원을 성공적으로 표현한 화가였다. 반 고흐의 이러한 밀레에 대한 경의는 쌍시에(Alfred Sensier)의 《밀레의 생애 및 작품》(1881)을 읽고 난 후 더욱 심화된다. 쌍시에는 밀레를 산업화 및 근대화와는 거리가 있는 소박한 촌사람으로서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가난한 미술가로 과장되게 묘사했으나, 반 고흐는 밀레의 이 같은 측면에 오히려 깊이 매료되었다.

그러므로 반 고흐에게 있어서 밀레는 단순히 예술적인 안내자일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모범이 되는 것이다. 언젠가 반 고흐는 “나는 미술가의 작품 세계에서 작품 자체만큼이나 그 작품을 만든 사람에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반 고흐는 밀레의 작품을 모사하면서 몇몇 모티프를 끌어 왔으며, 또한 자연 속에 살아가는 인간 존재에 대해 밀레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농민의 노동에서 찾은 종교성

이번 전시에는 이 두 화가의 작품 80여 점이 전시되었다. 이들 작품들은 이 두 화가들의 작품 세계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테마별 혹은 연대기적으로 배치되었다.

첫 번째 전시실에는 반 고흐가 1886년 파리에 오기 전까지 제작했던 초기 습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시기에 그는 <감자 캐는 여인>(1885), <농부 아내의 얼굴> (1885) 등과 같이 농부들을 주제로 작품에 몰두했다. 이러한 작품들에서 보이는 인물 표현은 실제로 잘 다듬어지지 않았다. 이는 쌍시에가 <곡괭이에 지탱하여 쉬고 있는 농부>(1860~62)를 제작하던 시기 밀레를 묘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쌍시에는 “그(밀레)는 농촌 그림 속에 거칠고 세련되지 않은 인물들, 즉 인간 존재가 항상 동물 위에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는 듯한 표현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사실 반 고흐는 밀레보다 오히려 더욱 야만적인, 거의 캐리커처에 가까운 인물상을 보인다.

결국 이 시기 반 고흐의 작품들은 밀레의 작품과 주제·배치·채색 등에서 매우 유사함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두 화가의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즉 밀레의 작품이 모든 것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인물, 부드러운 풍경 위에 비롯되는 고요함이 주된 분위기라면, 반 고흐가 그린 네덜란드 농부들의 얼굴은 야만성이 넘치는 개성과 무엇인가 어색한 뒤틀림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기 반 고흐는 밀레가 <만종> <이삭 줍는 여인들> 등에서 등장 인물들을 매우 인간적이며 숭고하게 표현한 것을 재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젊은 화가의 유화 습작들은 밀레가 보여주었던 인물들을 다시 재현해 내는데 성공하지 못한다. 화면의 인물에 운동감을 부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번째 전시실에 들어서게 되면 관람객들은 반 고흐가 농촌이라는 테마를 이용해 밀레가 구현한 경건하고 종교적인 정신성을 표현하기에 이르렀음을 파악하게 된다. <영원의 문>에서 반 고흐는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음울한 느낌과 죽음 이후의 은신처, 혹은 내세에 대한 느낌을 표현했다.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는 행위를 일생 동안 지속하다가 결국 자기 자신도 흙으로 돌아가는 농부의 자세에 대해 반 고흐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니라 그에 대한 경건함이었다.

“나도 이 초라한 늙은이와 마찬가지로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저 높은 곳’에 대한 믿음을 느낀다.”라는 그의 언급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 고흐는 죽음은 끝이 아니며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는 매우 상징적인 개념으로 농부의 죽음을 해석했다.


반 고흐가 밀레의 그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875년 밀레 사망 직후 열렸던 유작 경매에서였다. 이때 반 고흐는 밀레의 작품 세계에서 신선한 예술적 충격과 종교적 느낌을 맛본다. 이때부터 그는 밀레 작품과 관련된 판화와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고, 1880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이를 보고 데생의 기초를 다졌다.


‘씨 뿌리는 사람’에 담긴 교감

반 고흐는 밀레의 <그레빌 성당> (1871~74)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농부들의 공동 묘지> (1885), <오베르 쉬르 와즈 성당>(1890) 같이 시골의 성당들을 많이 그리게 된다. 그러나 성당이라는 건물 자체를 표현하는데 충실했다기보다는 어떤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런데 <농부들의 공동 묘지>에 묘사된 네덜란드 누아낭(Nuenen) 교회의 탑이 1885년 어느 날 무너진다. 이때 반 고흐는 그 사건을 매우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즉 인간과 마찬가지로 종교 역시 시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으므로 결국 하나님만이 유일하게 영원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느낌이 <오베르 쉬르 와즈 성당>에 표현된다. 이 작품의 매우 강렬한 색채와 표현적인 특성, 특히 성당 위편의 검푸른 하늘은 1885년 당시 반 고흐의 놀랍고 복잡했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반 고흐는 이러한 영원성을 농부의 일상적인 노동에서 찾았다. 즉 씨 뿌리기·밭 갈기·수확하기 등은 끊임없는 창조의 행위이며, 농부의 죽음 역시 반복의 순환인 것이다. 결국 반 고흐에게 있어서 땅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작품 모델 이상인 셈이다. 이 같은 느낌은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에 근거한 반 고흐의 일련의 작품들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아울러 그가 어떻게 밀레의 작품 세계와는 다른 순수한 자신만의 세계에 이르게 되었는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밀레는 <씨 뿌리는 사람>에서 일하는 농부의 고귀함을 처음으로 표현한다. 반 고흐는 이 작품을 폴 에드메 르 라(Paul-Edme Le Rat)가 밀레의 그림에 근거해 제작한 판화에서 처음 보게 된다. 반 고흐는 씨 뿌리는 사람의 형상에서 창조 행위의 알레고리와 그의 신성함을 간파한다. 1881년 <씨 뿌리는 사람>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에서 인물의 역동성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발걸음도 불안스럽고, 팔의 자세도 어색하다. 그렇지만 1882년 같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에서는 생동감 있는 인물을 창조, 거기에 의도적으로 인물을 동물에 가까운 형태로 표현한다.

1883년 이후 반 고흐는 <씨 뿌리는 사람> 시리즈를 유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유화로 그린 첫 번째 작품은 유실되어 볼 수 없다. 그러나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밀레의 어두운 색을 좀 더 다양한 색채로 대체했다고 밝히고 있다. 1888년 프랑스의 아를르(Arles) 시기부터 그는 다시 이 작업을 시작, 밀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그는 밀레의 휴머니즘을 들라크르와의 강렬한 색채와 연결시키게 된다. 빛나는 색채로써 흙에 사는 인간의 고귀함을 고양시키고자 한 것이다.

이 시기의 또 다른 작품에서 그는 고갱의 영향으로 인물의 실루엣을 변형시킨다. 씨 뿌리는 사람은 전경에 위치하여 몸의 일부는 화면으로 잘려지고, 대각선으로 지나가는 나무가 화면을 압도한다. 1889년 생 레미 요양소에서 제작한 같은 시리즈의 다른 두 작품에서는 씨 뿌리는 사람이 밀레처럼 더 이상 화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대신 대신 밀레와는 달리 매우 강렬한 색채를 사용한다. 결국 반 고흐는 밀레를 모델로 출발하여 근대적이고 자율적인 <씨 뿌리는 사람>을 제작하는데 성공한다.

<씨 뿌리는 사람> 시리즈 이외에 반 고흐가 밀레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네덜란드 시기에 반 고흐는 밀레를 절대적인 모델로 간주했다. 그러나 1886년 프랑스에 도착한 이후 그는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신의 순수한 정체성을 갖기 위해 조금씩 변화한다. 즉 파리에 정착하면서 반 고흐는 자율적인 테크닉과 동시대 인상주의 화가들의 밝은 색채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밀레의 어두운 색채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1888년 봄,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아를르에 도착한 그는 꽃과 열매로 가득한 프로방스 지방의 과수원에 정경에 푹 빠지게 되어 다시 밀레의 농촌 테마로 돌아간다.


밀레를 뛰어넘은 반 고흐의 독창성

<밀 짚단이 보이는 밀밭>(1887) 등과 같이 이 시기에 그려진 농촌 풍경 그림에서 그는 농부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표현한다. 밀레의 어두운 색을 버리고 프로방스 지방의 작열하는 태양과 밀밭의 생생한 색채를 사용했다. 결국 그는 이 시기에 근대 미술과 농촌이라는 주제를 양립시키기에 이른다.

1889년 생 레미 요양소에서 지내면서 반 고흐는 렘브란트·들라크르와·고갱 그리고 특히 밀레의 작품에 근거해 제작된 수많은 판화 작품들을 유화 및 색채화로 바꾸려고 하였다. 그는 테오가 보낸 밀레 작품의 판화들을 모눈 종이에 그대로 베낀 후 색깔을 칠하는 작업을 했다. 그는 이 같은 작업을 “이것은 순수하고 단순하게 복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언어-색채의 언어-로 흑백 명암에서 느껴지는 인상을 번역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작업은 1889년 밀레가 제작했던 <농사일>(1852) 시리즈 복사로 시작됐다.

이번 전시회장의 벽면 하나는 이 두 화가의 <농사일> 시리즈 작품들과, 반 고흐가 참조했던 자크 아드리앙 라비엘(Jacques Adrien Lavielle)의 판화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작업 속에서 반 고흐는 주제에 대해서는 밀레를 잘 따른 반면, 세부적인 면은 나름대로 자유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예를 들면, <꼴 말리는 사람>(1889) 등은 배경을 자유롭게 표현하였으며, 새롭게 칠해진 색채로 작품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이어서 그는 밀레의 <삽질하는 사람들>(1889), <하루의 네 시기>(1889~90) 시리즈, <까마귀가 있는 겨울>(1862), <첫걸음>(1858년경) 등을 복사했다.

<하루의 네 시기> 시리즈 중 <낮잠>에서 반 고흐는 하늘과 인물들이 입고 있는 푸른 색 옷을 보라색 터치가 조금씩 가해진 밀밭의 노란 색과 대비시킴으로써 그 푸른 색의 뉘앙스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그는 밀레가 <하루의 네 시기> 시리즈에서 표현했던 것처럼 인간과 자연 사이의 평화로운 교감을 따르면서 동시에 분할된 붓 터치의 생생한 색채를 사용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이번 전시회는 기존의 다른 전시회들과는 달리 두 작가의 주제 및 형태의 유사성, 즉 양식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반 고흐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삶에 대한 이념이 밀레로부터 받은 가장 큰 영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밀키웨이 2004-08-2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과 새벽별님으로 인해 찾아보았습니다.
혹시 익히 알고 계셨던 글이었거나
아니면 제가 결석한 중에 있었던 글이었다 할지라도 용서를 ^^;;;;

starrysky 2004-08-2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오늘 우리 풰밀리들 너무 예술적인 분위기로 흐르고 있어요~
오늘따라 상태가 몽롱한 스타리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으흐흑.. 담에 상태 말짱할 때 잘 읽겠사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

panda78 2004-08-29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이거 퍼 갈래요! 멋져, 역시 밀키님은 너무 멋져-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