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무실 사람들이 음지를 벗어나 햇빛을 보면서 점심을 먹자며 사무실 근처 고기집으로 향했다. 날씨는 그럭저럭이였고 찬찬히 걸어 도착한 식당에는 아직 때가 일렀는지 그다지 많은 사람이 보이진 않았다.
착석을 한 후 미리 전화로 주문한 밥이 나왔고, 열심히 섭취하고 있는 찰나 조금씩 식당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밥 먹다 소란스러움을 느끼고 옆자리를 살펴보니 6명 정도 되는 인원이 착석 하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5명 여자는 달랑 1명. 우리일행 중에 내가 위치한 자리가 그들과 가장 가까웠고 그들의 목소리가 제법 컸기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남자1 : 00씨 다이어트 안해..? 다이어트 해야지...무슨 메뉴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나..
자자 밥들 시키자고..
여자1 : 아...예...하하하..
남자2 : 정말 다이어트 하실려고요 00씨 그럼 00씨 밥만 빼고 우리것만 시키면 되겠네 하하하..
여자1 : 하하..예....그건 아니고요..
남자 3 : 아니긴 뭐...다이어트 하면 좋지 뭐...
남자 4 : 아 배고파요 빨리빠리 밥 시킵시다..00씨는 고기 들어간 건 먹으면 안되겠지..
(잠시 침묵...)
남자1 : 내가 말야 어제 XX랑 새벽까지 술을 마셨는데 아...그 친구 술이 취해서 문자를 잘못보내 엄청 낭패를 겪었지...하하하..
여자1 : 무슨 문자였는데요..
남자1 : 아 그 사람이 지금 사귀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가 양다리 걸치는 것 같다며 지 친구에게 보낸다는 걸 그 여자에게 보냈지 뭐야 하하하하하..
조잘조잘조잘...
하도 시끄럽기에 신성한 음식물 섭취 행위를 잠시 멈추고 슬쩍 옆자리 일행을 살펴보았다. 대화 내용으로 봐선 왠지 모르게 늙수그래 중늙은이들의 대화라고 예상했지만 어김없이 벗어났다. 새파랗게 젊은 사내놈 5명과 결코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될 용모를 지닌 여성 한명이 어색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추측을 해보자면 이래 보였다. 남자 5명은 오랫동안 같이 근무한 사이이고 여자 1명은 입사한지 얼마 안되는 듯한 모습이였다. 그런데 시시껄렁하게 농담 따먹기식으로 하는 그 젊은 5명 사내놈의 대화는 알게 모르게 그 여자 1명을 꽤나 어색하게 만들어 줄 소지가 다분이 존재해 보였다.
그러던 중 그들이 주문한 음식이 어느새 나왔고, 밥을 먹으면서도 그 사내놈들의 수다는 끝이 날 줄 몰랐다. 대화의 내용은 노골적이진 않았으나 경우에 따라선 여자 1명의 입장에서는 제법 난처할만큼의 수위는 유지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의 대화가 남자 1과 여자 1의 대화를 끝으로 급작스럽게 잠잠해져버린 것..
남자 1 : 00씨 특기나 취미..뭐 있나...??? 있으면 같이 하고 그러자고..하하...
여자 1 : 검도...하는데요....
남자 2 : 검도...라면....나한일....이 하는..??
(나한일 : 탈렌트이며 해동검도 관계자. 해동검도로 인해 여러가지 소송에 걸려있다고 한다.)
남자 3 : 나한일은 해동검도고....그럼..대한 검도회..??
여자 1 : 예.. 유단자에요..
남자1.2.3.4.5. : 일동 침묵 조용히 아주아주 조용히 밥 먹기 시작....
내가 본 부분적인 모습만을 가지고 그들 일행을 판단하기는 성급할수 있겠지만서도..
그래도 단편적인 행동만을 봐도 어느정도는 파악이 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난 조용히 그들을 "쬬다"로 결론지을 수 있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