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身邊雜記 160701
- 마립간의 사유가(생각이) 궁금하다. ; 알라디너A 님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 마지막
<경고 ; 이 글에는 다소 mansplain이 포함되어 있음. mansplain이 불편한 분들은 읽지 말기를 권함.>
이 내용의 글을 알라딘에 포스팅했다고 생각하는데, 검색이 되지 않는다.
KBS 2 라디오 방송에 '안녕하세요? 황인용 강부자입니다' 프로그램이 있었다. 청취자들이 사연을 보내주면, 강부자가 읽고, 다 읽은 후 황인용과 강부자가 내용에 대한 대화를 하는 방송이다.
한 사연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 아주머니가 대문 밖을 보니, 거렁뱅이 차림의 한 청년이 있었다. 당시에 흉악 범죄가 있었고, 그로 인해 잔뜩 겁을 먹고 있었던 차라 얼른 문을 닫으려 했다. 막상 닫으려는 순간 청년의 간절한 눈을 보고 차마 문을 닫지 못하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이러 저런 사정이 있었고, 그래서 지금 너무 허기가 져서 그러니 먹을 것을 달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용기를 내어 먹을 것을 차려 주었고, 잠시 후에 가보니 곤히 자고 있었다. 이후 몇 가지의 아주머니의 배려가 있었고, 그 집을 나올 때 청년은 하염없이 울었고, 아주머니도 상황이 안타까워 울면서 청년을 보냈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짧은 감상이 있었다.
다 읽은 후 황인용, 강부자, 그리도 패널로 나온 다른 한 사람과 함께 분위기가 숙연해 졌다. 당시에 흉악 범죄로 말미암아 문을 열어 놓지도 않고, 초인종을 눌러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문을 열지 않고, 안에서 소리를 질러 돌려보냈다. 지금은 이런 상황을 겪기 힘들다. 모르는 사람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것도 제지당하고, 아파트 건물 동 현관에는 출입을 제한할 수 있게 문이 설치되어 있다.
숙연한 분위기에서 각자의 감상의 말이 끝난 후 패널로 나온 사람의 해설이 이어졌다. 흉악 범죄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하는 것이다. 이 청년의 경우 아주머니의 행동이 없었더라면 다른 집에 음식을 훔치러 들어갔을 수도 있고, 주인에 들통이 나면서 서로 당황하는 사이에 살인으로 커졌을지도 모른다. 이때 강부자가 패널에게 묻는다.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했다가 흉악 범죄에 희생되면 어떻게 해요? 패널의 멋쩍은 웃음과 함께 말을 얼버무렸다. 그런데 메시지는 명확했다.
‘게임의 이론’ ; 그 메시지는 사회 전체로 볼 때, 열린 마음으로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좋지만 즉 범죄를 줄일 수 있지만, 그렇게 했을 경우 선의의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희생이 될 수 있다. 각 구성원의 최선은 다른 사람이 열린 마음으로 생활을 하여 범죄율을 낮추는 동시에 경우에 따라 희생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다.
‘구성의 모순’ ; 위 같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구성원은 사회의 최대치가 아니라 개인의 최대치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기를 거부한다.
나는 이론가이지 실천가가 아니며, 비평가인지 대안가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들 중의 몇은 범죄의 희생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고 범죄를 조심하라고 할 수도 없다. 사회 전체의 범죄율을 올릴 것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게임의 이론’과 ‘구성의 모순’을 따라 사회 전체가 움직이고 있는 중에, 양성 평등에 관한 상황도 이와 같이 움직인다. ‘일간베스트’와 ‘메갈리안’은 그런 현상 중에 하나다. 여성에게 남자에 대한 마음을 열라고 하면, 여성 혐오는 줄 것이지만 선의로 마음을 열었던 몇은 희생당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페미니스트로서의 해결책 대안은 무엇인가? 해결책은 모르겠지만,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악어로 여기면서 남자에게 공감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팸이 100원짜리에 한 행위처럼) 이율배반적이다.
알라디너F 님이 오랜만에 내 서재에 댓글을 남겼는데, 내가 논리적이라고 하셨다. 나는 논리적이기보다 호기심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런 것도 궁금해 합니다.라고 했다.
일베 회원 남자들이 여성을 혐오한다면, 왜 여성 혐오를 하게 되었을까? 여성들이 양성 평등을 주장한다면, 남녀 불평등은 왜 발생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을 페미니스트에게 했다면 ;
일베 회원 남자들이 여성을 혐오한다는데, 왜 여성 혐오를 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남자들이 악어처럼 나쁜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남녀 불평등은 왜 발생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남자들이 악어처럼 나쁜 인간들이기 때문입니다.
때로 심플한 답변은 아름다우나 ...
* 알라디너A 님이 내게 페미니즘에 대한 글을 계속 올리는 이유에 대해서 물으셨다. 그에 대한 대답은 얼마 전에 어느 열쇠고리에 ‘speak louder’라는 써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틀렸건, 상대가 틀렸건 (상대를 설득할 수 없더라도, 또는 내가 틀린 것을 바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딜레마는 앞으로의 비전에 있다.
샤르트르와 레비스트로스의 논쟁과 같다. 남녀불평등( 또는 여성혐오)이 과거가 더 나빴고, 현재가 과거보다 개선되었고 그리고 개선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양성 평등은 판타지다. 내 논리를 적용하면 남자의 경제력에 관한 경쟁의 치열함이 과거가 심했나, 현재가 심하나. 앞으로는 덜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