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해보았지 5
지난 목요일의 선택은 단호박 스펀지 케이크!
단호박을 압력밥솥에 삶아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엄니는 냄비에 물 담으시고 찜통에 찌셨다. 아, 간단한 건데 괜히 고민을 했네....
엄니가 잠깐 나가신 사이 중요한 것을 잊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을 몇 분 뒤에 꺼야 하는지 모름...
10분이면 되나? 15분??
고민 끝에 꺼내고 보니 단호박은 이미 곤죽이 된 상태. 흠... 뭐, 맛만 좋으면 되지 뭐!
초록빛깔 껍질과 분리해서 으깼다. 초록 껕집은 잘개 다질 것!
아, 칼질은 어려워. 균일한 크기가 한 개도 없구나!
이번 반죽은 찰기도 있고 뭐랄까. 기분이 굉장히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후후훗!!
재료를 다 넣고 오븐토스터에 넣기 직전의 상태. 보기에도 괜찮은 걸?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전날 태워먹은 걸 떠올리며 3분만 호일로 덮지 않고 구운 뒤, 바로 쿠킹호일로 덮었다. 그리고 10분, 10분, 7분을 더했는데도 아직도 덜 익는 거다. 그래서 5분을 더 구운 뒤 꺼냈다. 그 사이사이 엄니가 오셔서 자꾸 타지 않겠냐고, 얼른 꺼내보라고 참견을 하셨다. 아이 참, 날 좀 믿어보라니까!!
짠! 완성본이다. 음하하하핫! 드디어 비쥬얼도 쬐까 봐줄만 하게 나오지 않았나? 그야말로 인간승리!
맛은 어땠을까?? 맛도 아주 훌륭했다! 엄니와 나는 이제껏 중의 최고의 맛이라고 또 자화자찬을 했다.
단 하나 흠이 있다면, 저 통에서 빵이 분리가 되지 않아서 우아하게 접시에 담아 먹지 못하고,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했다는 것...;;;;;
흠흠.... 그게 아무리 통을 엎어서 두드려도 위에 단호박만 떨어질 뿐 빵은 안 떨어지더라구....;;;
이 녀석이 제법 그럴싸 했는지 후원자도 생겼다.
언니가 코코아가루와 깨찰빵 믹스를 사다준 것이다. 전전날 내가 코코아가루 없어서 코코아믹스로 빵만든 걸 알아버렸나? 물어보니 우연이었다. 마트 갔다가 생각나서 샀다고. 깨찰빵은 늘 내 빵을 거부하는 큰 조카가 먹는 몇 개 안 되는 빵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기꺼이 만들어 보리!
금요일은 전날 남긴 빵으로 아침을 때우진 않았지만 식후 디저트로 삼았다. 사실 맛이 좋았던 것은 순수히 '단호박'의 힘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쨌든 안 태웠잖아. ㅎㅎㅎ
책에서 몇 그램을 쓰라고 나오지만 저울이 없어 눈 대중으로 대충 했다. 전날 쓰고 남은 단호박을 어떻게 사용할까 생각하다가 낙점된 것은 단호박 머핀!
모양이 사르르~ 녹도록 예쁘게 생겼다. 하지만 나는 짤주머니가 없으니 저렇게 위에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올릴 수는 없는 노릇!
이번엔 찜통에다 하는 건데 사진처럼 평평한 바닥이 아니라 오목한 모양새라 베이킹컵을 담았을 때 기울어져서 모양이 휘어버린다. 게다가 저번에 쓰고 남은 베이킹컵은 모자라네. 주방을 더 뒤져보니 몇 년은 지났는지 색이 바랜 베이킹컵이 보인다. 쓰지도 않은 새 상자건만 이리 변색이 됐구만. 뭘, 깨끗하게 쓰면 되지.ㅎㅎㅎ
색깔이 꼭 부침개 같다. 단호박이 조금 들어갔다. 껍질과 안쪽 살을 구분하지 않고 썼다.(책에서 시키는대로~)
때마침 도착한 것은 행복한 음악 선물!
국악방송 개국 10주년 기념 선물을 주는 댓글에 당첨되었다. 처음 가본 사이트였는데 운 좋게 순위 안에 들어서 받았다능...
정통 아리랑은 듣기 거칠었지만 편곡이 가해진 것들은 무척 좋았다.
15분이 지나서 뚜껑을 열었을 때의 모습이다. 아, 피자빵이나 옥수수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흐뭇!!
그리고 두 번째 구운 녀석들. 얘는 20분 가까이 구웠다. 남은 단호박을 다 넣었기 때문에 이쪽이 성분 구성상 더 달 수밖에 없다.
미적으로도 훌륭해, 자뻑하며 녀석들을 쟁반위로 옮겼다. 그랬더니 이 모양!
아씨, 못난이 13형제가 올망졸망 모여 있네....;;;;;;
접시에 담으면 좀 나을 지 몰라서 시도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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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50보 100보! 고구마 삶아 놓은 것 같다...ㅠ.ㅠ
내 입엔 전날 만든 단호박 스펀지 케이크가 더 맛있었는데 엄니는 머핀 쪽이 더 맛있다고 하셨다. 둘째 언니도 맛있었다고 문자를 보내왔고, 정체가 수상한 녀석은 먹지 않는 형부도 잘 먹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배고프다던 큰 조카는 여전히 거부했고, 둘째 조카는 먹다가 종이가 씹혀서 집어던졌다는 후문이....;;;;;
뭐 암튼, 날로 일취월장!
근데 맛있다고 하시는 울 엄니는 왜 자꾸 밀가루 높이를 체크하시지? 아직도 1/3 남았는데 다 쓴 것 같으니 그만하라고 하신다. 재료를 낭비하면 안 되지 암~
금요일에는 수영장을 다녀왔는데 나 없는 사이 식구들이 모두 감자탕을 먹고 옴. 머리까지 자르고 나니 시간은 무려 9시 반이 넘었고, 나는 배고파 죽을 것 같았다. 엄니가 떡국 끓여주신다고 해서 떡볶이를 포기하고 귀가.
그런데 떡국의 색이 음흉하다.
왜 이렇게 뻘겋지???
이 떡은 우리집 아래층에서 방앗간을 하던 사장님 네에서 구입한 거다. 지금은 30미터 아래로 이사를 갔지만 여전히 그 집과 거래하던 중이었다. 엄니 말씀으로는 전날 구입할 때 냉장고에서 꺼내면서 전날 뽑은 떡이라고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한다. 하지만 땟깔로 보아서는 무척 오래된 것이 틀림 없다. 색이 요상했지만 나는 배가 고팠고, 집에 밥은 없었고, 이미 집에 돌아왔고, 떡국은 이미 완성되었고! 결국 모두 내 입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늘, 저 색을 감추느라 엄니는 저 떡으로 떡볶이를 만드셨다. 미각이 날카로운 큰 언니가 한 개 먹더니 시큼하다고 다 버리라고 했다. 헉스! 그저께 나는 한 그릇을 다 먹었는데....ㅜ.ㅜ
이제 그 방앗간과는 바이바이 하기로 했다. 수퍼에서 밀가루 섞인 떡을 사는 게 차라리 낫겠소!
저런 걸로 눈을 어지럽힐 수는 없는 노릇!
수제버거의 찬란한 자태를 어제 보고야 말았다. 앗, 사진이 어둡게 나와서 햄버거는 잘 안 보이네!
내가 먹어본 가장 비싼 버거다. 치즈를 두른 저 감자 요리를 왠지 내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근자감이 마구 생기려 한다. 저런 감자는 어디서 사지??? 치즈는 피자용 치즈를 사면 되는 건가?? 케찹은 집에 있는데...
그리고 봄에는 이런 잔에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어느 섹시녀의 선물이 나의 오후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 밑의 책은 나를 뜨겁게 만들어 주었지. 역시 봄은 후끈후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