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해보았지 6
1000피스 퍼즐을 맞추느라 서재에 거미줄을 치고 말았다. 빵 만들어본지도 꽤 되었다.
깨찰빵 믹스로 빵을 만든 것은 지난 주 월요일....이었을 것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654180.jpg)
믹스로 적당량의 재료가 배합되어 있으니 나는 반죽해서 굽기만 하면 되는 초간단 메뉴!
하지만 생각보다는 만만치 않았다. 너무 찰져서 반죽할 때 들러붙어서 고생을 했다. 괜히 거품기로 했다. 주걱으로 할 것을... 사용설명서 그림에 거품기가 그려져서 따라했더니만... 남은 믹스는 주걱으로 하리!
오븐 토스터에 35분 구으라고 되어 있었다. 울집 바늘은 30분이 최대치니까 30분 돌리고 추가로 5분 더 돌릴 셈이었다. 그런데 25분이 못 되어서 타는 냄새가 또 나를 자극하였으니....
찜질방에서 돌멩이를 구운 것 같은 모양새였다. 저 맨질맨질 까만 껍데기를 어찌 할꼬.
그래도 윗부분을 걷어내면 안은 쫀득쫀득한 깨찰빵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믹스의 힘이지.
오븐 토스터 시간 맞추기가 참 어렵다. 울집에 있는 모델은 출력이 1100W인데, 그 다음에 출시된 모델은 800이던가, 900이던가... 너무 세서 타기 쉬워서 전력을 좀 낮춘 게 아닐까 싶다. 전기세도 많이 잡아먹게 생겼고...
하여간 다음 번 믹스는 반죽도 조심, 시간 맞추는 것도 조심조심!!
내 빵을 한 번도 먹지 않은 큰조카가 좋아하는 깨찰빵! 그렇지만 탔다고 안 먹겠다는 걸, 껍데기 다 발라내고 줬더니 맛있다고 잘 먹는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이 기분....-_-;;;;
그 다음 날이었던 지난 주 화요일은 하루종일 기생수를 보느라 바빴다. 내가 중고 등록한 책이었는데 주문이 들어와서 말이지... 오래 전에 읽고 막상 애장판으로 구입한 다음에는 한 번도 읽지 않았는데, 바로 떠나보내기 아까워서 부랴부랴 다시 읽었다. 역시 좋더라. 괜히 팔았나 싶을 만큼...ㅎㅎ
그런데 이번 주 초였던가? 원어데이에서 40% 세일을 하는데, 그래도 내가 판 책보다 두 배는 비싸더라. 나한테 사가신 분은 횡재!
그리하여 수요일에 다시 빵만들기에 도전했다. 이번 주제는 야채가 들어간 카레 머핀. 나름 웰빙 빵 되시겠다.
당근은 좋아하지 않지만 카레를 좋아하는 나. 감자와 당근은 집에 있었는데 쪽파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오이로 대체했다. 난 파보다 오이를 좋아하지.... 이러면서.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7603133654173.jpg)
나름 열심히 다졌더니 저 모양새. 엄니가 집에 계셨으면 더 잘게, 더 빠르게 해주셨겠지만 엄니는 출타중.
알고 보니 집에 찜질용 전용 냄비가 있었다. 오목하게 생긴 삼발이 찜질기를 쓰지 않아도 되니 한 그릇에 더 많은 베이킹 컵을 집어 넣을 수 있었다. 오븐 토스터를 이용하지 않고 끓이면 되니 탈 염려도 없고, 그야말로 성공 예감 120%였다.
예정된 시간을 채우고 뚜껑을 열어보니 베이킹 파우더로 적당히 부푼 녀석들이 나를 마주하고 있다. 냄새는 그럭저럭, 카레 향이 나는군!
비쥬얼은 냄비 뚜껑을 열었을 때가 가장 훌륭한 것 같다. 쟁반에 옮겨놓으면 언제나 저리 찌그러져 있다. 미안. 한꺼번에 굽느라고 너무 좁았지? 그래도 맛만 좋으면 된단다!
중간에 조카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느라고 다 식은 다음에 시식할 수 있었다. 유산지가 잘 떨어지지 않아서 고생스럽게 껍질을 벗기고 한 입을 먹었는데...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이건... 맛이 좀 아니었다.
뭐랄까. 딱히 아주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딱히 맛있지도 않은.... 정말 이도 저도 아닌 니맛도 내맛도 아닌 그런 맛! 게다가 카놀라유를 너무 많이 넣었는지 느끼하기까지...;;;;;
엄니는 카레향이 싫다고 시식을 거부하셨고, 큰 언니는 집에 오자마자 이 토한 것 같이 생긴 건 뭐냐고 한 소리를 했고, 조카들은 모두 보자마자 외면했다.
그래서 나는 또, 나 혼자, 열심히, 치열하게, 서럽게 저것들을 먹어치워야 했다.
아, 괴로웠다. 먹어도, 먹어도, 먹어도........ 줄지를 않아.
사흘째 되던 날 최후의 두 개가 남았을 때, 하나는 둘째 언니가 나에게 지은 죄가 있어서 미안한 마음으로 시식을 했고, 맛은 괜찮네.... 라며 울 것 같은 얼굴로 감상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도 남은 하나는, 도저히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어 다시 이틀을 방치시켰는데, 어느 순간 엄니가 갖다 버리셨다. 이제 제발 그만 만들라면서 막 화내시고......ㅜ.ㅜ
너무 의기소침해져서 다음 빵을 만들 엄두가 안 나기도 했지만, 그 후로 열흘 간은 1000피스 퍼즐을 맞추는데 올인해 버려서 빵을 만들지 못했다.
좀 전에 다시 한 번 밥통 케이크 책을 쭈욱 훑어보았는데 지나치는 엄니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크림 치즈로 빵 만들려고 파리바게뜨 기프티콘도 사놓았는데....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