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원으로 이사온 뒤 마로 자전거를 복도쪽에 두고 있다. 복도식 아파트이긴 하지만 마침 현관문 맞은편에 빈 공간(분리수거하기 전 쓰레기 하치장과 연결되던 곳이 이제는 폐쇄되어 한 평 남짓의 여유공간)이 있기 때문. 아이가 둘이고 엄마가 전업주부인 집이 우리 층에만 2집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낮에는 곧잘 마로 자전거를 타고 논다. 그런데... 타고 노는 건 괜찮은데... 제자리에 갖다두지 않는다. 일주일에 2-3번은 엘리베이터 앞이나 그 집 앞이나 복도에 방치된 마로 자전거를 내가 찾아 치워야 한다. 그것도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는데, 애 자전거 간수하나 제대로 못 하고 복도 막아놓는다는 욕을 내가 먹어야 한다. 대체 내가 왜...
2.
마로 어린이집 여자아이 하나가 비오는 날이면 마로 장화를 신고 가버린다. 그 여자아이는 3살이고, 엄마가 전업주부라 오전반만 다니기 때문에, 먼저 가버리니 속수무책이다. 실수로 바뀌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만, 번번이 그러니까 그 엄마의 무신경함에 짜증이 난다. 그 여자아이 장화도 마로 장화처럼 노란 색이긴 하지만, 크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고, 마로 장화는 밖에 파란 곰이 그려져있고 신발 안은 그냥 하얗지만, 그 여자아이 장화는 밖에 동그란 원무늬가 있고, 신발 안은 꽃무늬로 장식되어 있기 때문에, 2개를 동시에 비교하면 절대 혼동될 염려가 없는데... 어린이집 끝나는 시간이 되어서야 허둥지둥 아이를 찾는 나와 달리, 그냥 느긋이 찾아갈 수 있는 엄마인데...
게다가 금요일에 신발이 바뀌면 그 다음주 월요일에야 장화를 돌려받을 수 있다. 오전반은 토요일에 등원을 안 하니까 자기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월요일에서야 장화를 들고 오는 것이다. 어린이집과 한 단지에 살고 주말에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바로 돌려주러 오는 게 힘든 걸까. 그 여자아이야 좀 큰 신발을 신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여자아이 신발은 마로에게 작아 못 신는다. 그래서 비오는 날 저녁이면 내 가방에, 마로 가방에, 우산까지 든 채, 맨발의 마로를 업고 집으로 와야 한다. 내가 힘든 건 둘째치고, 요즘은 가을비라 저녁이면 무척 쌀쌀한데, 마로의 맨발이 안스럽고 속상하다.
게다가 하나 더. 안 그래도 바쁜 월요일 아침에 하필 또 비가 오면, 마로는 장화가 없다고 보채니, 운동화 신으라고 실갱이 끝에 마로를 혼내게 된다. 불쌍한 마로. -.-;;
3.
수원으로 이사온 날 저녁 윗집이 한밤중까지 공사를 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3살, 5살 남자아이만 둘. 그래서 밤 10시 이후만 좀 부탁한다며 내려왔고, 혹시 기분이 나빴을까봐 다음날 감자전을 부쳐 들고 올라가 다시 부탁했다. 그런데.. 그 후로도 꽤 자주 11시, 12시까지 호핑볼을 타거나, 축구를 하거나, 야구를 한다며 방망이로 방문을 두들긴다. 내 딴에는 참고 참다가 올라가는 건데(2달에 1번 정도 올라갔다) 그 집 엄마의 표정이 영 별로다. 한번은 되려 나에게 화를 냈다. 그 사람도 답답하니 그러는 건 알겠는데... 엘리베이터나 수퍼에서 만나면... 번번이 내 인사를 못 본 척 한다. 굉장히 머쓱해지고 무안하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