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1.
매일 아침은 전쟁이다. 난 해람이 분유를 먹이고, 엉덩이를 씻겨주고, 세수를 시켜주고, 재워주고, 분유케이스에 분유를 덜어 가방에 넣고, 방한복을 입히고, 마로를 깨워 옷을 갈아입히고, 밥을 먹이고, 머리를 묶어주고, 도시락통을 챙기고, 그 틈틈이 옆지기 부탁대로 컴퓨터의 불필요한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샤워를 했고, 밥을 먹었고, 마침내 마로를 데리고 나와 어린이집 버스에 태운 뒤 출근했다.
그 사이 옆지기는 메일을 확인했고, 마로와 나의 아침을 차려줬고, 내가 출근한 뒤 해람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줬다.
그런데 해람이 어린이집에 가보니 젖병이 가방 안에 없었단다.
그래서 들었다.
"왜 가방을 안 챙겼어? ... 왜 미안하다는 말도 없어?"
상황2.
어제는 마로를 찾아 퇴근하는 길에 은행에 들려 입금을 하고, 집에 와서 설겆이를 하고, 마로에게 책을 읽어주고, 해람이를 찾아와 목욕을 시키고, 분유를 먹이고, 1시간을 서성여 애를 재우고, 마로도 재우고, 젖병을 소독하고, 해람이 빨래를 삶고, 옆지기가 부탁한 자료를 만들어주고, 가래떡을 하기 위해 벌레먹은 쌀을 골라 통에 담았다.
10시가 좀 못되어 귀가한 옆지기는 주몽을 본 뒤 해람이 빨래를 널었다.
그리고 들었다.
"왜 고맙다는 말도 없어?"
옆지기는 안 시켜도 알아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며, 그 일의 양도 평균적인 남자보다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도와주는' 사람이다. 우띠. 울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