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뭐람. 사서들이 놀라던데. 너 대단한 빨갱인줄 알았겠다ㅋㅋㅋㅋ 미안. 책 배달(읽지는 못하더라도 탑을 만들어 책상에 올려둔다) 김밥 배달 온 동생이 월드코인 때문에 다툰 이야기를 한다. 묵은지 김밥 우적우적. 그걸 욕할 수는 없지. 그러니까. 하지만. 근로 의욕이 없어지는 건 좀 문제긴 해. 


우리 모두 다 함께 뭘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나는 읽어야겠어. 나의 홍채 정보를 팔지 않기 위해서. 혹은 팔더라도 쉽게 팔지 않고 싶어서. 어디서 뭘 팔고 있는지를.  #홍채정보97만원

https://m.boannews.com/html/detail.html?idx=127310


이번 작업 일정에 돌입하기 전에 나는 #매니악 을 읽어뒀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일종의 러다이트일지도 모르겠다. 스푸트니크호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시작하는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조건 이라거나. 정치적이거나 지적인 인간에 대한 휘황한 투사를 축소시켜 읽을 준비가 이젠 좀 되었을까, 어쨌든 촉촉한 민달팽이 #카를마르크스 역시도. 일과 노동의 맥락이라면 좀 주제가 거창한가. 그들에게 보였던 걸 나도 보고 싶다. 그들이 읽어낸 세계를 나도 읽으면. 좀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 의미도 가치도 희미한 나의 노동을. 책이나 묵묵 읽어대고 싶은 목록에 아렌트와 마르크스가 있고 실은 일하는 내내 그 생각만 간절한 까닭은. 일이 일이 아니게 되는 시절을. 나와 따로 또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에서. 시시 때때로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탐닉하고 있는 이 읽기의 세계가, 너는 환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어.

그래 맞아. 그게 맞는 말이야. 밥이 나와. 떡이 나와. 아무것도 안 나와. 

그러나. 때로는 우리가 요만큼의 존재를 내어주고 있는 너와 내가 존재하고 있는 환상 같은 현실이. 내게는.


아니, 사실 우리는 각자의 환상에 살지. 각자의 고유한 언어들로 지어진 세계라는 환상에 살고. 내 환상이 궁금하지 않은 혹은 최선을 다해 알려줘도 들리지 않을 너를 내 세계에 초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하는, 너의 현실이라는 언어의 환상에서의 나 역시 가치가 없지. 거기의 나는 이젠 자라기를 멈췄으니까. 나는 로그아웃 해버렸지. 거기는 끊임없이 나를 부르더라고. 소비자로. 사달라고. 이걸 입으면 먹으면 바르면 사랑받을 수 있다고. 근사해 보일 수 있다고. 그곳에서 더는 무리하고 싶지 않은 나는 덩그러니. 그리하여 너와 나는 절반쯤은 헤어졌다. 너는 레버리지를 고민하고. 나는 소비자로만 존재하는 게 이젠 지쳐서 읽어. 네 말대로 현실 도피일까. 다른 종류의 현실을 창조하는 건 아닌가. 그래. 나는 졌고 패배자지. 열등감에 찌든 나는. 이제 여기 서울에서 살지 않기로 했어. 떠날 거야. 나를 반기지 않고 반긴 적 없었던. 아쉬울 게 없어지니까 잘 보여. 드글드글. 그 한 뼘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 그들 모두는 또 나라서, 슬퍼... 


책 읽고 싶어서 울 것 같아서 투덜대는 일기를 쓴다. 


지금 당장은. 어쨌든 내 앞에 놓인 일정들을 다 소화하고, 쌓아두는 책탑들을 천천히 해체할 시각을 꿈꾸면서. 일한다. 일을 할 수 있을 때 해둬야 또 읽을 수 있으니까. 언제까지 이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나의 눈은 얼마 안 가서 노안이 오겠지. 그러기도 전에. 아마도. 나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듯이. 우리가 노동이라고 말하는 종래의 노동은 점점 가치가 없어질 거야. 


그게 한때는 가치 있었던 지식 노동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고소한데. 왜 우리의 돌봄은 보다 높은 가치로 여전히 쳐줄 생각이 없는 걸까. 다정함을 화폐로 환산할 수 있다면. 내 마음을. 하지만 마음은 보이지 않고. 우리는 돈을 벌지. 마음을 물질로 재빨리 전환하고 싶어서. 인간은 알파고를 이길 수 없지만. 당분간 바둑 돌을 놓는 손을 만들 수는 없어. 귀한 내 손. 


손. 

내 손목과 어깨와 허리가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라면서. 아침에는 열심히 운동을 했다. 


내 세상은 그토록 아름답기만 한 언어들로 짜여 있지는 않아요. 단지.

나는 시시각각 나를 부르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목소리들이 들릴 때 아득해질 뿐이다. 충분히 아득해지고 싶으니까. 밀어서 잠금. 밀어서 전원 off.  



(그나 저나 유일하게 두꺼운 책 빌려와주는 여동생 있는 거 자랑할 수 있는 곳, 여기 알라딘! 저런 책은 자랑해도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는 2024년 대한민국... 다른 시공간 ㅋㅋㅋ. )


여러분~ 책 읽고 싶어요. 그러니까 읽어주세요! 나 대신! 

세상에 남겨진 간절한 글자들에 탐닉해요. 시간을 버려요. 

숫자에. 지지 말아요. 챠르륵~!!! (채찍 휘두르기)


언니, 안 읽고 뭐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읽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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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3-14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놀다 온 언니의 한숨…. 😮‍💨
꼭… 나를 말하는 건 아닐거야. 책 안 읽고 있는 날 보고 있는 건 아닐거야…

공쟝쟝 2024-03-15 01:14   좋아요 1 | URL
안 읽는 현장이 포착되었다고 저기 멀리서 음성이 들려왔사옵니다😫

수이 2024-03-14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놀고 왔습니다 엄청 찔리게 하네 제목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3-15 01:15   좋아요 1 | URL
내가 아는 최고 놀순…. 그건 언니한테 내가 🐜🐜🐜🐜배워야한다….!!

난티나무 2024-03-15 0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있어요 찔리는 사람 ㅋㅋㅋ 🤣 (저도 놀고 와서…. 나는 아닐 거야 222222)

공쟝쟝 2024-03-15 01:16   좋아요 1 | URL
푸욱!! 안 읽고 모하시는겁니까!! 주경야독!!! ㅋㅋㅋ

독서괭 2024-03-15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억 채찍이 나를 친다… 너무 아프다… ㅜㅜ

공쟝쟝 2024-03-16 11:50   좋아요 0 | URL
챠르르륵! ㅋㅋㅋ 읽지 않고 노는 것이 더 우위에 있사오니…!!! 놀수있는 사람은 놀지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