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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에 빠진 뇌 과학자
주디스 그리셀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1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조금 어려운 편이다. 당연히 마약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러나 대마는 한번 쯤... 응?)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부분도 있지만, 알코올-카페인-진정제-담배 등이 뇌의 신경 전달 물질과 시냅스 등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알려준다. (디테일한 설명을 읽을 수록, 내가 소중한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일전에도 읽다가 그만둔 적이 있는 데. 뭐 랄까 이 책은 심리적으로 너무 거북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다. 그건 나의 중독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확실히 나는 중독에 취약한 편이고 대체로 그건 (피곤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달아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해왔던 것 같은 데 (알코올 뿐 아니라 관계, 책 읽기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나의 ‘불안’ 줄여주었다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중독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불안을 해결해야 한다. 알코올의 경우 이것이 되려 다른 종류의 불안(나는 술 없이는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가?) 원인이 되기에 미리 좀 참아 보려 하는 중.
“(284)그러니까 우리는 약물 사용을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여기지 문제의 원인이라고 여기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어떤 때는 일부 항목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하지만 결국 선생님이나 임상의, 그리고 법 집행 당국을 속이던 나의 능력은 나 자신을 속이는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각한 약물 중독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30년 동안 연구에 매진한 저자는 획기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뇌과학과 신경과학에 관한 연구가 중독에 대한 해결책을 알려줄 것이라는 것은 (애석하게도) 환상이라고 말한다. 알면 알 수록 알 수 없으며 겸손해진다. 앎에 경계를 긋는 것. 그것을 현 시점에서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은 확실히 과학자들이다. (그런데 화성에 가겠다는 자본가들은 대체 뭔가?)
최신의 신경 과학은 모든 신경 활동이 맥락 의존적인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리의 사고와 감정, 행동은 전부 신경 화학적인 뇌 활동의 산물인데도 이 활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뇌 의 바깥인 사회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독에 관해 개인과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자명하다. 중독에 빠지지 않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함. 그것 마저 뇌가 적응함. 신경 정신과에서 처방 받는 약물들도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건 마찬가지다)는 게 아니라 중독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적-개인적 맥락을 만드는 것. 특히 예민하고 중독에 연약한 뇌를 가진 어린이, 청소년을 화학물질(및 여타의 자극)로부터 보호하는 것. 그건 나를 포함 모두가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일이다.
라고 작년에 써놓은 독후감을 발견했다..
아마 나는 중독과 포르노를 연결해서 쓰려다 말았던 것 같다.
그러고 더 쓸 것 같지는 않으니, 일단 필요했던 문장들만 가져와서 붙여 넣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르노 사이트인 폰허브Pornhub에 따르면, 21세기에 만들어진 포르노의 한 편당 평균 길이는 9분이고, *소년들이 15세부터 실제 성 경험을 하기 전까지 약 1,400편의 포르노를 본다*. 14세에 성인물을 접하는 많은 청소년이 인터넷 포르노를 지나치게 소비하고 있으며, 이들은 20대 중반에 이르러 ‘가장 폭력적인 이미지’에도 반응이 둔감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개리 윌슨Gary Wilson은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은 같은 알코올 또는 약물을 원하지만, 포르노 중독 같은 흥분 중독arousal addition을 보이는 이들은 계속해서 다른 대상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포르노 중독자가 다른 중독자와 달리 “같지만 다른 것을 달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다른 중독자들은 자신을 중독시킨 그 물질에 만족했기 때문에 바로 그것을 찾는다. 하지만 포르노 중독자들은 비슷하지만 다른 것, 사실상 같지만 겉으로는 달라 보이는 것을 찾는다*. 이는 그들이 실제로는 포르노를 통해서 만족에 도달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렇다면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여성을 살아 있는 인간으로 대하는 데 실패했다.“
- eBook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권김현영 지음) 중에서
아마 저 9분 짜리 포르노는 곤조 포르노겠지.
마약만큼 돈이 되는 포르노는 딥페이크 기술을 발전시키고, 기술은 돈을 돈은 기술을. 무엇을 위한 기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술 덕에 나 같은 사람도 과계몽 된 건 좀 고맙기도 하고. 그러나 그 기술의 발달 탓에 무력감에 절어 좀 처럼 현실을 감각 하지 않으려는 인류는 지금도 대량 생산 되고 있다.
만 서른 다섯이 넘은 어엿한 중년으로서 이젠 남 탓을 하기 보다는 세상의 모든 문제엔 내가 가담자이기도 하다는 책임감도 좀 느끼고 살고 싶은 바,
현실로부터 달아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도 과제이므로 열심히 수련(?) 중 이지만… 애초에 포르노 중독과 알코올 중독이 같지 않다는 점에서 커다란 공백이 존재하긴 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 페미니즘 공부로 채우는 것으로…🤔
덧붙임. 대마 무르고 LSD는 한번 해보고 싶다. (ㅋㅋㅋㅋㅋ 아직 정신 못 차린거 맞음ㅋㅋㅋ) 저자도 LSD는 다른 카테고리에 넣더라고. 나도 우주와의 물아일체 원함ㅋㅋㅋ 큰 깨달음을 원함.
어떠한 형태든 절망감은 타락 행위를 낳는다. 건실한 시민과 타락한 범죄자 사이의 주요한 차이는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이며, 그중상당수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있다는 사실을 사회심리학이 증명해주었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성향, 어린 시절의 경험, 그리고 현재 속한 환경이 모두 합쳐져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대폭 제한한다. 한 인간을 중독으로 몰아가는 것은 헤로인이나 알코올, 니코틴, 코카인 따위가 아니다. 바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다. - P338
나는 한동안 어느 노숙자와 크랙 파이프를 나눠 피운 적이 있다. 그는 겨우 40대 초반이었을 텐데도 남은 치아가 얼마없었고, 그마저도 지저분하고 손상되어 있었다. 몇 주 동안이나 샤워를 하기는커녕 거울도 들여다보지 않았으며, 지독하게 더럽고 수척했다. 그런데도 파이프를 물기만 하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 세상을 다 가진 듯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당시에도 나는 헉슬리가 말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사회의 광기에 대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마’를 떠올렸다. 이 같은 타락을 남의 일이라 치부하며 우월감을 느낄까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화학물질만이 일탈의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인터넷중독, 오락 중독, 음식 중독, 쇼핑중독, 일중독 등 수많은 중독자가 있으며, 어쩌면 이 또한 물질사용으로 문제를 겪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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