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고통이 치유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신중한 고려 끝에 인생이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이들* 사이의 간격.
나는 존엄사에 퍽 진지한 편인데,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잘 상상이 안되고… 그 간격. 그러니까 어떻게 잘 살까… 에 대한 물음인 것 같고. 가까스로 ‘살아 남았다’는 감각은 좀 알 것 같은 걸로 봐서는, 아무튼 생존, 잔존?에 (수치스럽게도) 성공해버렸으므로… (모든 천재는 27살 전에 요절하며 적어도 35살 전에는 삶을 다쓰고 죽던데…응?).. 그롬… 이젠 ‘잘’살아야 하는 미션이 있는 것 같은 데… 그럼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야? 라는 걸 계속 물어봐야 할 것 같고…
어쨌든 이걸(죽음 혹은 삶) 선택으로 둘 수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 사는 것은 어떤 기분일 지는 모르겠는 데… 이 나라에 태어나서 겨우 잔존 중인 나는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상상력마저도 의미심장한 결단처럼 느껴져…
왜 더 많은 것을 알고 배우고 보고 느껴야 하는 지,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왜 알아야 하는 지, 그런 세계를 열어주는 계기로 작용하는 사람들을 왜 귀하게 대해야 하는 지. 조금 알 것 같고. 일단 난 좀 쫄보니까 글로 배운다. ㅋㅋㅋ
2016년 한 해만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람의 수는 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체 사망 원인의 약 4.5%에 이를 정도다. 예전에는 안락사가 주로 신체적 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이제는 정신 질환을 앓거나 수명 연장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경우에 안락사를 허용항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8년간 괴로운 시간을 보냈던 40대 남성과,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받아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고통스러워했던 20대 여성이 안락사를 선택했고 의료진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안락사가 결코 쉽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안락사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의 요구가 자발적인 것이고 충분히 숙고한 후 내린 결정이며 *환자의 고통이 치유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거듭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불치병이나 심한 고통에 시달리지 않더라도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을 권리를 선택할 수 있는 ‘조력 자살법’ 또한 검토 중이다. 네덜란드 보건 및 범부부 장관도 "*신중한 고려 끝에 인생이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이들*이 엄격하고 사려 깊은 기준에 따라 존엄한 방식으로 인생을 끝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조력자살 합법화 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을 정도다. 더 이상 삶을 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삶을 끝낼 수 있는 권리 또한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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