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청 지적인데, 또 이토록 엄밀한 자기 직면이라니…. 디디에 에리봉 제법이다🤔 모처럼 (남자가 썼는데 ㅋㅋㅋ) 자기 미화 절제하면서 진짜 끝까지 파는 에세이라 느무 재밌게 읽고 있는 데… 그러니까 지금의 나는 책을 읽지만 사실 책읽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그리고 뒤늦게 나마 책읽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책을 읽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것을 포기한 것도 같다.


이게 무슨 개똥같은 말이냐 싶겠지만… 정확히 에리봉과 반대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들의 주체화의 양식 속에 들어가기를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바랄 수 없었을 것이다. 에리봉의 어머니가 새벽에 일해서 학비대는 동안 그는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었고, 나는 애초에 부모님들에게 내 몫을 주장하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자란 k-장녀라서 ㅋㅋㅋ 만약에 내가 새벽에 일하면 점심에는 낮잠자야 된다. 그런데 내가 뭐 칸트 읽는 다고 공부를 잘할 것도 아니라서 ㅋㅋㅋ 공부는 커녕 독서마저 포기하다보니 탈동일시고 뭐고 좌파 지식인이라고 하면 그건 소리없는 아우성과 같은 모순의 존재 아니여? 어떻게 좌파인데 지식인이 돼? ㅋㅋㅋ 지식인 니 밥그륵은 누가 딲냐?? 아니꼽게 보고ㅋㅋㅋㅋ 그런데 아무튼 페미니즘은 달랐다… 그건 …. 아… 정말 너무 와닿았다ㅠㅠ 뭔가 잠을 줄여서라도 너무 공부하고 싶었다…

아직 읽는 중이고 절반쯤 읽다말았는 데 암튼 이 책 참 좋다. 사실 나는 노동이 없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글들이 좀 싫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글 자체가 노동이라는 사실, 공부 역시 누군가에겐 여유가 허락되서(혹은 강렬한 계급 상승의 열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간절한 무엇일 수도 있다는 사실… 이젠 내가 째리면서 봤던 지식인들 역시 노동계급이라는 사실을 요즘들어 조금 알 것도 같다.

일반화… 이분법… 나만의 (썩 올바르지는 않은) 분류법… 이런 것들을 조금씩 (삶과 몸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더 읽으면서 수정하는 중이다. 이 책은 좀 도움이 될 것 같다. 암튼 미셸 푸코 덕질하던 수준의 집요함을 자기분석에 쓰는 디디에 에리봉이시다. (그가 쓴 푸코 전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ㅋㅋㅋㅋㅋ) 엘휘봉씨 ㅋㅋㅋ 이름 만큼 좀 난 사람인 듯 ㅋㅋㅋ

이 정도의 정직함과 치열함이면 좀 박수쳐줘야한다. 박수쳐주고 싶다. 이런 건 아무나 못쓴다.



그러므로 젊은 날의 마르크스주의는 내게 사회적인 탈동일시 désidentification의 벡터였다. 실제의 노동자들에게서 더 잘 멀어지기 위해 ‘노동 계급’을 예찬했던 것이다. 마르크스와 트로츠키를 읽으면서 나는스스로를 인민의 아방가르드라고 믿었다. 사실 나는 마르크스와 트로츠키를 읽을 여유가 있는 특권층의세계와 그들의 시간성에, 그들의 주체화 양식 속에들어갔을 따름이다. 나는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노동 계급에 관해 썼던 것에 열광했다. 나는 내가 몸담았던 노동 계급, 내 지평을 제약하는 노동자적 환경을 혐오했다. 마르크스와 사르트르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이 세계로부터, 부모님의 세계로부터 빠져나가기 위한 수단이었다. 물론 내가 그들 자신보다도 그들의 삶을 훨씬 더 선명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말이다. - P100

이 지점에서 나는 내 글쓰기 방식이 사회적으로 위치 지어진 외부성 extériorité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의식하고 있다. 즉 내가 이 책에서 기술하고 복원하려애쓰는 삶의 유형들을 늘 살고 있는 사람들과 계층에 대해 사회적으로 외부에 자리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그들이 내 책의 독자가 될 개연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는 노동자층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에 관해 말을 할 때는 대개 우리가 그로부터 빠져나왔기 때문이며,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에관해 말하기를 원하는 순간, 우리가 말하는 대상인그들의 사회적 정당성 박탈 상태illégitimité sociale를 다시 공고히 하게 된다. 그들에게 지칠 줄 모르고 덧씌워지는 그러한 위상을 고발하기 위해 말하는 것임에도 말이다. - P110

이 좁은범위의 직업적 가능성은 교육 제도가 배제한 이들에게그들 스스로 이러한 배제를 선택했다고 믿게 만들면서 주어진다.
이후 나는 이런 질문들에 직면했다. 만일 내가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그들이 학업을 계속할수 있도록 도왔더라면? 그들이 책 읽기에 흥미를갖도록 해주었더라면? 공부의 당위성, 책에 대한 애정독서 욕구는 보편적으로 분포된 성향이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개인이 속한 환경과 사회적 조건들과 밀접한상관관계를 맺고 있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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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4-04 06: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에세이인데 엄청 어려울 것 같네요?!

공쟝쟝 2022-04-04 06:26   좋아요 6 | URL
아니요! 이거 다락방님 보면 음청재밌을 거예요!!!! 다른사람은 몰라도 ㅋㅋㅋ 다락방님 만큼은!!! (제가ㅜ인용한 문장들이 유난하네요 ㅋㅋㅋㅋ) 사회학 용어들 잘 몰라도 직관으로 이해 가능한 부분들이 많아요!! 소설들도 엄청 인용되고…

공쟝쟝 2022-04-04 08:57   좋아요 4 | URL
저자가 노동계급 출신의ㅡ지식인인데 지식인 사회적응 하려고 노동자계급 은근히 부정했던 자기 내면 돌아보며, 프랑스 지식사회의 언어를 사용해서 좀 어렵긴 한데요… (그러나 그 언어가 허위적이다가 아니라 그 언어를 유용하게 구사해버리는 게 책의 탁월 포인트인 것 같아여) 여기 보면 막 공부자체가 선택권이 아닌 형제들 이야기 나오고… 그러거든요? 물론 에리봉이랑 나는 너무 반대지만 ㅋㅋㅋ그런데 그런 자신에 대해서 굉장히 엄밀하게 진단하는 데 좋아요. 제 비뚤어진 마음이랑은 결이 다른 비뚜름인데 ㅋㅋㅋ 노동하고 공부하는 다락방님이 읽을때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요

blanca 2022-04-04 09: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완전 동의합니다. 자기 체험의 객관화의 전범인 책이라 생각해요. 자기 변호도 자기 합리화, 자기 미화조차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다 분석한 글 읽고 정말 감동 받았어요. 성적 소수자에 대해 표피적으로만 알던 게 조금 더 깊어진 계기가 된 것 같은 책이에요. 저도 박수 같이 칠게요.^^

공쟝쟝 2022-04-04 10:34   좋아요 4 | URL
저도 구석구석 감동하다가 일단 칭찬 너무 하고 싶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 일단 저희 둘이 이렇게 박수치고 있으니 엘휘봉씨 뿌듯하실 것 같아요 ㅋㅋㅋ 거 프랑스까지 전해지면 좋겟네 ㅋㅋㅋ

청아 2022-04-04 1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엘휘봉씨라고 하니 어쩐지 같은 한민족인듯한ㅋㅋㅋㅋㅋ쟝쟝님이 음청 지적이라면 그런거니 이번달에 구매해 읽어볼래요. 은근 쟝쟝님에게 땡투 많이 날리는 미미^^*

공쟝쟝 2022-04-04 11:01   좋아요 4 | URL
고급스런 지식인이 시골 사람 되버리는 마법 ㅋㅋㅋㅋ 휘봉씨 ㅋㅋㅋ 저는 좋았는 데 모두에게 좋을지는은 모르겠지만 찔리는 부분이 어느 부분일지 궁금하기도 한 마음 ㅋㅋ

레삭매냐 2022-04-04 1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작년에 헌책방에 나왔을 적에
바로 샀어야 했는데 미적거리다
그만...

공쟝쟝 2022-04-04 15:0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아까비~~~~!!

mini74 2022-04-04 1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식인들도 노동계급이란 사실.이란 말 참 좋네요. 쟝쟝님이 발췌하신 글 작가가 직면한 질문들에 대해 더 알고싶어지게 하네요 ㅎㅎ 저도 담아봄니다 ~

공쟝쟝 2022-04-04 18:57   좋아요 3 | URL
공부로 일하는 사람들 ㅎㅎㅎㅎ (유명한 사람들만 지식인이라고 생각했던 제 가까운 과거을 반성..하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