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현상이 인간의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없는 것이 되는가? 인간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인간이 알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는가? 누구도 알파고가 두는 바둑의 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의 지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두었다고 알파고가 인간을 이기지 못한 건 아니다. 이미 인공지능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하고 있다. 양자물리 역시 그렇다. 인간의 언어로 완벽히 이해할 수가 없을 뿐이다. 문자 그대로 그냥 ‘말이 안 되는 것’일 뿐, 틀린 게 아니다. 모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그것이 과학적 태도다.
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정확하진 않다) 좋아하는 물리학자 김상욱 아저씨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듣똑라에 나와서 말해주었다. 설거지하면서 듣다가 잊어버리지 않고 싶어 재빨리 손에 물기를 닦아내고 그의 말을 메모해뒀다.
우연히 만난 어떤 말들 중에 유난히 진한 여운을 남기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이 불가해한들 그것이 틀리거나 없는 것이 아님을, 모른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그럼에도 이해하기 위해 인식을 넓혀가기 위한 노력을 해왔던 것이 과학의 역사이다라고 이 김상욱 선생님이 이야기해 주었을 때, 나는 기뻤다. 그는 과학적 태도라고 말했고, 나는 관계, 삶, 나 자신에 대해서 그런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에 품게 되는 어떤 앙심을 건조하게 대하려고 혹은 이미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버린 대상을 쉽게 단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그건 약간은 비껴 서있는 어떤 고독감의 상태를 전제해야 한다. 사실 이해받고 싶다는 것은 나의 가장 코어에 있는 열망이기도 해서 그 열망(?)을 식히는 건 쉽지가 않다. 나름 노력 중이었는데 물리학자에게 연습 중인 인생 태도에 대해서 “좋은 과학적 태도야!”라고 격려 받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북돋기 위한 마음을 담아 #김상욱의양자공부 책을 샀다. 작고 작은 양자의 세계만 너무 편애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크고 큰 우주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천문학자는별을보지않는다 를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태도 =책 사기)
고독감을 즐겨줘야하므로 #외로운도시 를 샀고 부제가 사랑하지않을 권리인 #리퀴드러브 를 샀다. 농담이다. 외로운 도시는 도서관에서 읽다가 한 줄도 버릴 수 없어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몇년 전 부터 읽는 책들에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서 샀다.
#소설의정치사 #페미니즘의 투쟁 #집안의노동자 다다음달까지읽을 페미니즘 책들 미리 샀다. 미리 읽지는 않을 거다ㅋㅋㅋ
#페미니즘의개념들 두고두고 찾아보면서 읽으려고 샀다.
#주디스버틀러_철학과우울 #모리스블랑쇼_침묵에다가기 #경계에선_줄리아크리스테바
앨피출판사의 루틀리지 시리즈는 이제 그냥 모을까 싶다. 작년에 푸코를 만나고 상반기에 엘렌식수 만나고 이번달에 버틀러를 만나고 나니 어쩔 수 없이 후기구조주의자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 대체로 이해가 가지는 않는 그들은 읽다보면 어쩐지 위로가 된다. 그 까닭이 뭔지 궁금해서 #처음읽는프랑스현대철학 을 읽으며 파악해보기로 함.
충격적이다. 이십만원어치 책탑에 문학이 없다.
하지만 이번 달 말엔 내 사랑 최은영 작가님의 신작 #밝은밤 이 나올 예정이라 예약배송 해뒀다. 여러분 최은영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