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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속에 사는 악어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12
위기철 지음, 안미영 그림 / 사계절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조카가 학교에 갔다 오더니 불쑥 이모 이 책좀 주문해 주세요...
위기철-신발 속에 사는 악어...
놀랬다...언니네 아이들은 책을 안 좋아한다...보통 부모가 책읽기를 좋아하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책 읽는걸 좋아한다고 하더니만 아닌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형부가 매번 책을 정해주고 이거 다 읽고 나면 컴퓨터 30분 할 수 있는 티켓을 주겠다는 약속을 할까...
나도 조카들에게 다른 건 몰라도 책은 많이 사 주려고 하는데 그다지 흥미로워 하지 않고 오히려 나는 베리베리뮤우같은 만화가 좋다고...책 대신 만화책을 주문해 달라고 해서 책 사주고 싶은 마음을 싹 가시게 하곤했다.( 만화는 책이 아니다라는 편견이 언제부터 생긴 걸까? 버려야 하는데..) 그러던 조카가 처음으로 책을 주문해 달라고 한다...기쁜 맘으로 주문을 했고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관심을 갖는걸까해서 읽기 시작했다..물론 조카가 먼저 읽고 내 순서가 된 터라 무지 무지 궁금했었다.
머리말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동시는 하나도 재미없어요."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투덜대는 아이들에게
뻐-언데기...뻔이 왔어요...와 저는 지금 뻔데기를 팔러 왔습니다...동네 어린이 여러분 뻔데기를 사 먹으러 오세요... 이런 뻔데기 아저씨의 외침을 비유로 재밌게 동시는 어떤 것이다라고 맛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보고 듣는 시라서 동시인데 어른의 표현을 잔뜩 심어서 만든다면 아이들은 진력이 나고 어렵게 느낄 것은 뻔하지 않은가..
첫편 가래떡이야기는 동화한편의 패러디 같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 호랑아 호랑아 이 떡 먹고 나를 고이 보내 줘"
길고 긴 가래떡은 끝을 보이지 않고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한 해 두 해..... 떡 하나 다 먹고 할머니를 보내 준다고 하더니 할머니랑 호랑이가 늙을 때까지 끝이 없이 이어지는 가래떡... 할머닌 언제 집에 가실까?
맛있게 밥 먹기 편은 밥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보면 딱 이지 싶다...국 한술에 뱃속나라 공주님이 물에 빠지고 언능 밥알을 넣어서 그게 뗏목역할을 해서 공주님을 구해내고...김 한장 먹어서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 주고... 다 큰 아이들에겐 웃기네 하고 코웃음 쳐질 이야기지만 아이들에겐 이보다 더 환상적 밥 이야기가 어디있을까 싶다.
졸음이 오는 이야기 편은 왜 자꾸 타잔이 10원짜리 팬티를 입고 20원짜리 칼을 차고 노래를 하네 우아아~ 하던 어렸을 적 코미디 프로그램의 노랫말이 생각난다..10원짜리 팬티가 1000원짜리 팬티가 되도록 끝이 안 나면 내가 졌다 졌어 하면서 손사래를 치던 그 때처럼 이 졸음이 오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으 머리아퍼....
아이들이 이책을 보면 생활이 많이 달라질것같은 예감이 든다.
신발 속의 사는 악어, 버릇없는 아이는, 음식 좀 흘리지마, 돼지가 내방에 들어와...을 읽을 때 즘이면 무서워서라도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을까 한다..
음식점에서 돌아다니는 아이는 축구공으로 만들어서 여기저기 뻥뻥차여서 돌아다니게 하고 가게에서 뭐 사 달라고 떼쓰는 아이는 쓰레기통으로 만들어서 이것저것 실컷 가질 수 있게 하자는 등의 내용은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있을테지만...
교훈도 있고 재미도 있고...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재미난 책 같다..
이걸 동시집이라고 하는데 동시 맞을까? 난 그냥 짧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동화 같은 데...
저자 위기철님은 뒤편에 따로 글을 모았다. 부모님들께라고 시작되는 글에서 동시면 어떻고 동화이면 어떠냐 자신이 말하고싶은 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경험담을 나눠 보자 하는 뜻이란다.
부모의 마음의 여유를 잃으면 아이들의 마음 또한 여유를 잃기 쉽다고 이책을 읽으면서 마음이나마 넉넉하고 따뜻하게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마친다.
세상에는 아이들이 자신이 세운 기준에 못 미칠 때 아이를 닦달해서 부모가 세운 기준에 끼워 맞추는 부모도 있고 , 그래 네 인생인데 니가 하고 싶은 데로 살아라 하면서 방관하는 부모도 있고....인생의 조언자로서 아이들이 바로 클 수 있는 등대같은 역할을 하는 부모도 있다..
과연 어떤 부모가 올바른 부모라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언니를 보면서 도대체 왜 그러냐고 타박을 한다...너 아주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이 잘 키울 것 같지 직접 낳아서 해 봐...그게 되나... 누군 처음부터 이렇게 윽박지르면서 애를 키우고 싶었겠느냐.. 살다 보면 다 이렇게 되고 아이 키우는 건 교과서처럼 되는 게 아니야...
정말 그럴까?
저자가 말한 것처럼 부드러운 잔소리를 들을 권리는 아이들에게 정녕없는걸까?
깔깔마녀 울 조카가 처음으로 선택한 책이라서 더 의미를 두고 싶다... 행복한 하루를 L.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