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제가 다닌 만화방은 건너 아파트 상가 일층의 조그마한 곳. 공간이 작아 만화나 책도 몇 권 없고, H2를 지난 여름 폐기처분 하는 등 주인 아줌마의 만화에 대한 안목은 조금 의심스러운 곳이지만....그래도 연체했다고 재촉하지 않고 항상 빙그레~ 웃어주시는 것이 참 포근한,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세밀라님(가명) 서재에서 보고 관심이 생긴 '갤러리 페이크'란 만화를 찾으니 없더군요. 하여, 어제 퇴근길, 오랜만에 큰 만화방에 갔습니다. 공간은 다섯 배 이상 넓고, 비디오와 DVD까지 취급하는, 신간은 바로바로 확충되는 그런 곳이지요. 다만 인간미는 좀 덜해요. 만화 도적이 자주 출몰하는지 입구에는 '삐비비빅!'이 울리는 도난방지 물품 검색대가 설치되어 있고, 대여료보다 더 높은 연체료를 가차없이 징수하는... 여하간, '갤러리 페이크'란 만화 있어요? 물어보니 알바생으로 보이는 양반이 검색해보곤 있다고 하는군요. '앗싸~' "어디 있어요?" 그런데...이 알바생, 머리를 긁적이며 해맑은 표정으로 "그건, 알 수가 없는데요.^^"
흠....드넓고 소장본 많은 만화방의 단점 하나를 새로이 발견한 것입니다. 잘 나가지 않는 '명작 만화'는 찾기가 힘들다는... 어제는 시간이 없어 포기하고 말았는데, 앞으로 종종 들러 틈틈이 찾아야겠습니다. 제보 주십시오. 갤러리 페이크의 표지, 특히 만화방에 나란히 꽂혀 있을 때 보이는 책 등의 색깔을 알려 주시는 분들께는...뭘 드리지?
하여간, (만화가 책보다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 이 패턴이면 책 읽기가 더 힘들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지금만 해도, 진작부터 펴 든 '언문세설'과 '연금술사'가 진도를 못 나가고 방구석에 굴러다니는군요. 참 힘든 것이, 짬을 내어 5분, 10분....그것도 진/우의 각종 태클을 뚫고 TV 소리 왕왕대는 거실에서 차분한 독서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만화라면 조금 쉽기에...자꾸 만화만 집어들게 되는군요.
조만간 출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지루하고 아주 길고 아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그러면 '언문세설'을 들고 가서 독파할 수 있으련만....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