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하면 야채 키우는 것보다 갈무리하는 게 더 어려운 일임을 새삼 느낍니다. 올해 여름에 난 채소 중 주위에 나누어주고 남은 것은 건조시켰습니다. 채반에 펼쳐 햇볕에 말리는 게 좋지만, 직장을 다니니 저녁에 거두기가 힘들어 식품건조기의 힘을 빌렸습니다.
맷돌 호박이 누렇게 익기도 전에 거두어 채칼로 썰어 말렸습니다. 아직 껍질의 푸른 부분이 남아있네요.
말린 가지입니다. 특별한 맛은 없고 꼭 물에 불리면 표고같은 질감이라. 말린 버섯 대신 요리 재료로 쓰고 있습니다.
당근을 말렸는데, 올해 당근이 첫해 농사라 작황이 고르지 못하였습니다. 한 조각만 썰어도 당근 특유의 냄새가 강해서 요리에 많이 넣기 부담스러워요.
고추말리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처음에는 태양초를 만들 계획으로 고추만은 특별히 휴일날 채반에 널어보기도, 실에 걸어 베란다에 걸어보기도 했지만, 곰팡이가 생겨 꺼멓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깨끗한 것만 골라 건조기에서 말렸습니다. 집에서 분쇄하니, 파는 것보다 빨갛지 않은 주황색 고추가루가 반근 생겼습니다.
이렇게 말린 야채가 몇 봉지 생겼는데, 무얼 해먹을지 아직 모르겠어요. 가루를 만들어 보려고 녹즙기, 핸드블렌더, 원두커피 분쇄기 등의 기구를 이용했지만 실패, 필요한 만큼 물에 불려서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