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리더십
동팡원뤼 지음, 김효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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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국역사상 전무후무한 인물이었던 제갈공명, 일명 제갈량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내가 알고 있던 제갈량은 철두철미하고 완벽한 책략가 이자 뛰어난 지략과 재능을 소유한 인물이다. 일반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신과도 같은 존재로서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목표와 성공을 위해 밤새 뜬눈으로 고민하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갈등하거나 땅이 꺼져라 긴 한숨을 내쉬며 후회도 하는 인간 제갈량 이기도 했을 것이다.

제갈량의 리더쉽은 "삼국지"라는 고전에서 그가 연구하여 시행했던 정책이나 전장의 상황에 따라 활용했던 책략 등을 사자성어형식을 빌어 오늘날 현대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유비가 그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던 장면, 사마의, 조조 등과의 양보없는 지략싸움, 관우와 장비 등 주변인물들과 겪어야 했던 갈등 그리고 인화술, 제갈량이 혼자 감당했어야 하는 고민과 환희 등이 총망라되어 있다. 읽으면서도 마치 그 속에 있는 듯 경험한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그가 활용한 지략과 전술 그리고 경험은 고스란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해 놓았다. 리더로서의 갖추어야 할 자질과 능력,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대화와 조정을 통한 갈등관리, 정책결정, 한 차원 높은 조직관리 등은 과거나 지금이나 시대적 환경만 다를 뿐이지 차이가 없다는 것을 대변하기도 한다.

책략가이자 지략가로서만 각인되어 있는 제갈량이 부부와 연인에 대한 사랑에 있어서도 뛰어났음을 보여 주는 無妻如無梁(무처여무량 : 아내가 없다면 집에 대들보가 없는 것과 같다)은 그의 소박하고 섬세했던 인간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의 아내 아추를 생각하면서 우리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애정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의 달콤한 말도 무릉도원 속의 속삭임도 아니며, 부드럽고 연약한 눈물도 맹목적인 추구도 아니다. 가장 견고한 사랑의 기초는 두 사람의 뜻이 맞고 의기가 투합하는 것이다. 사람은 늙고 꽃은 시든다. 단순하게 '미모만 보고 반려자를 정하는 일'은 외모만 추구하는 것이어서 종종 쓴맛을 보게 된다.  
   
 는 사랑에 대한 기준과 관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부부간의 관계설정을 이야기 한 부분은 나이들어 언젠가 주례가 된다면 주례사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남녀가 사랑해서 결혼하기까지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모두 존재한다.  
부부간에는 많은 영역에서 '공통점'이 있어야 함과 동시에 일정한 정도의 차이도 필요하며, 서로가 서로를 닮아 가는 것 외에 서로의 부족한 곳을 채워 주는 '상호보완'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상호보완을 통해 부부는 더 잘 화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상호보완'에는 여러 가지 형식이 있다.  

예를 들면,
同位補償(동위보상)은 상호 격려하고 도움을 주어 단점을 장점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異位補償(이위보상)은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것이며,
升華補償(승화보상)은 서로 격려하고 교육하는 가운데 보편적인 미덕과 위대한 이상, 고상한 정서를 추구하여 쌍방을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게 하고 모든 결함을 극복하는 것이다.
群體補償(군체보상)은 상대방의 장점으로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간에는 '공통의 것'을 모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균형도 모색해야 하고 '상호보완'도 모색해야 한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혹은 결혼한 후에도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 '상호보완'은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 느끼고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신혼부부만이 알아야 할 내용이 아니라 남녀간, 부부간, 동료간에도 서로 주고 받으면 인간관계 등 커뮤니케이션의 활용해도 훌륭한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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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미래 -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의 미래
노무현 지음 / 동녘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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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통령께서 서거직전까지 걱정하시고 연구하신 것은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며, 국민 삶과 직결되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위해 진보주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였다고 합니다. 결국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서민과 함께 하고 싶었던 대통령이고 싶었던 분이었습니다. 시골에서 국민들과 함께 빨간 목장갑끼고 벼농사 짓고 파란 장화신고 개천 청소하고, 밀짚모자 쓰고 귀엽디 귀여운 손녀 자전거에 태워 이곳저곳 다니며 자연과 함께 소박하게 살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런 대통령을 집단 광기와도 같았던 당시 현실은 그분을 그렇게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물어뜯고 쥐어뜯고 짓밟고 정신마져 뭉개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분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수수방관만 한 것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렇게 가신 지 1주년이 됩니다. 너무 그립습니다. 그분이 완성하고자 했던 진보의 미래가 미완성인 것이 죄스럽습니다.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시민이 주인되는 역사는 이제 중단되어야 하는 것인지......그분은 아마도 이런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고민하게 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결국 시민의 생각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민의 생각이 역사가 됩니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습니다. 시민운동도, 촛불도, 정권도, 이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80년대 반독재 투쟁이 성공한 것은 국민이 생각하는 만큼이었기 때문 일 것입니다. 우리는 두 번이나 정권을 잡고 노력했지만 그 동안의 민주주의와 진보의 성취 또한 국민이 생각하고 있는 수준 그 이상을 넘어서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 진보주의에 관한 책을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세계의 역사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역사는 진보주의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사회적 논쟁의 중심 자리를 차지해야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진보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진보의 가치는 뭐냐? 연대, 함께 살자. 이거는 엄밀한 의미에서 하느님의 교리하고도 맞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 같이 하느님의 자실들로 평등하게 태어나서 서로를 존중해라.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자유 평등 평화 박애 행복 이게 고스란히 진보의 가치 속에 있는 것이거든요. 

우리는 역사가 돈의 편이 아니라 사람의 편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 길을 가는 것입니다. 다만, 그 막강한 돈의 지배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짜내고 이를 지혜롭게 조직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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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5-11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날이 다가오는군요. 마음이 무겁습니다.

전호인 2010-05-27 15:01   좋아요 0 | URL
많이 그리운 분이지요.
내 마음의 영원한 대통령이 되었네요
 
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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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의 제목을 '아이큐84'로 인식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출발을 한다. 정확한 제목은 '일큐84'이다. 그렇다면 1Q84는 어떤 의미일까?  책의 중간쯤에 이에 대한 설명이 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 1Q84 이다. 1984년이지만 다른 1984년.. 자신도 모르는 세계 .. Question의 Q를 빌려 1Q84년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인 덴고와 아오마메가 1Q84의 세계로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동안 접했던 통상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만나서 공통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 전개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각자의 삶을 따로 전개하는 듯 착각하게 만들어 놓고 읽어가다보면 결국은 같은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서로 지구의 반대편-예를들면 덴고는 남극, 아오마메는 북극의 정점-에서 주인공끼리 아무런 연관이 없는 듯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 관점에서 주인공끼리 얽혀가는 내용으로 풀어 놓았다. 아닌 듯 하면서 있는 것처럼 있는 듯 하면서 아닌 것처럼 엮다보니 독자가 몰입하게 된다. 그렇다고 얽히고 설킨 실타래처럼 복잡함과 난해함은 없다.

아오마메는 증인회 신자인 엄마와 생활했던 과거가 있고, 덴고는 'NHK'수금원인 아빠와의 과거가 있다. 서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의 일방적인 사고와 직업으로 인해 그들의 의지와 무관한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던 불행한 과거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로인해 초등학교 같은 반에서 동병상련을 겪으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 계기가 서로를 그리워 하며 살아가게 되는 인연이 만들어 진다.

아오마메는 그녀의 불행했던 아픈 과거를 가슴에 묻고 스포츠센터 클리닉담당 트레이너로서의 삶을 시작하고 변태적 성행위자를 청부살인하는 얄궂은 삶을 산다. 그러다 우연히 고속도로 비상계단을 통해 1Q84년의 세계로 들어온다.

덴고 또한 아버지와의 애매한 관계와 아기때 다른남자가 벌거벗은 엄마의 가슴을 입으로 애무하는 몽환적인 실상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참으로 민망한 표현이고 엄마가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목격한 어린아기의 심리상태가 온전할 리 없지만 읽으면서 반복되어 나오기 때문에 그냥 자연스럽다.  따라서 현재의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학원에서 수학강사로 명성을 얻게 되고 글쓰기를 취미삼아 소설가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던 중 알고 지내는 편잡자 고마쓰에 의해 어린 소녀가 쓴 공기 번데기라는 장편소설을 보완해주고 베스트셀러로 만들면서 1Q84세계에 합류하게 된다. 

아오마메와 덴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보이지만 서로가 깊은 관계가 형성되고 그들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매개체로 엮여지며 전개된다. 그들 또한 순간순간 과거를 회상하면서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서로의 이끌림에 의해 다른 곳에서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게된다. 서로 지구의 반대편에서 그들의 주변이야기를 하면서 가고 있지만 각자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만 다를 뿐이지 연관되는 것은 같다는 것을 어느순간에 깨닫게 된다. 서로 무관한 듯 하지만 한 묶음으로 이어지는 글의 마무리 과정이 소름 끼치도록 정교하고 한치의 오차를 용납하지 않는다. 프레임에 꿰맞춰져 있어서 톱니바퀴 돌 듯 이야기가 이어진다.  자칫 사고의 획일성에 의해 지루할 것 같은데  정반대로 더욱 흥미진진하고  잠시라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아오마메가 만나게 되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식상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와 연관된 부분에서는 독특한 개성이 나타난다. 오히려 그들의 캐릭터가 주인공을 압도하는 특징도 있다. 우연히 아오마메와 똑같은 방식의 섹스를 추구하는 여자경찰관, 변태적인 성행위로 아내를 학대하고 자살로 이르게 한 남성을 청부살인토록 의뢰하는 정의의 사도와 같은 노부인과 그 주변인물 등등이 그들이다. 덴고와 똑같은 목적지를 향하게 되면서 겪는 사건과 인물들이 모두 다름에도 서로 연관되어지는 부분은 스토리의 치밀하고 정밀함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그래서 글에 대한 탄성도 나온다.

덴고는 소설 속에서 '공기번데기'의  작가인 17세 소녀 '후카에리'와의 인연을 통해 소설이 추구하는 목표를 향해 이끌려 간다. 그와 만나 엮여지는 후카에리는 말투, 그녀가 살아온 환경과 공기번데기 속의 리틀 피플이야기 등이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독특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결국 독자는 어느 순간 1Q84라는 소설 자체가 소설 속의 소설인 '공기번데기'를 그대로 이야기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도저히 독자의 상상으로는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작가의 경이롭고 탁월한 표현력에 매료되어 버린다. 그런데 후카에리는 공기번데기속에서 리틀피플에 의해 만들어진 '마더'일까 '도터' 또는 '리시버' 일까 유일하게 풀리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고 후속편이 기다려지게 만드는 호기심일 수도 있다.

후카에리에 대한 미스터리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선구에서 탈출하여 문화인류학자인 아빠친구 및 그의 딸과의 생활, 공기번데기를 소설로 쓰면서 등장하는 덴고와의 만남 등은 분명 마더로서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리틀피플에게 쫓기게 되는 과정에서 우연히 덴고와 맺어지는 육체적인 관계 후에 의문점이 불거져 나왔다. 물론 그 전에 기계적으로 던지는 말투와 모든 상황을 알고 예측하는 듯한 행동에서도 그런 점이 있긴 했다. 17세가 되도록 음모도 없고, 생리가 없어서 섹스에서도 자유롭다는 내용은 선구의 리더가 아오마메에게 말한 도터들에 대한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미스테리한 존재다.

서로 정반대에서 출발한 덴고와 아오마메.
소설의 정점에서는 간절히 원하고 서로의 몸을 갖고자 하는 애절함에 몸부림을 치지만 아쉽게도 해후하지 못한다. 아오마메만이 목격한 채 스치고 지나치게 함으로써 독자들의 애간장을 녹이게 하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있다. 도대체 왜 그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걸까에 대한 의문점, 리더에 의해 그에 따른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정답을 내놓지 않고 지나쳐 버렸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끝까지 빠져들게 하는 함정이 있다. 

결국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아오마메가 선구의 리더를 살해하고 숨어지내면서 읽게되는 소설 공기번데기와 같다. 후카에리가 쓰고 덴고가 보완해서 베스트셀러가 된 공기번데기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독자들이 1Q84에서 느끼는 내용과 똑같다는 것을 인식시켜준다. 왜 1Q84년의 밤하늘에는 두개의 달이 있는 걸까?  요즘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는 습관이 그로 인해 생겼다. 

아오마메가 1Q84속의 소설 공기번데기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한 내용이다. 이 내용이 결국은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설 1Q84에 대한 리뷰일런지도 모르겠다.

   
 

"공기번데기"는 환상 이야기 형식을 취하고 있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읽기 쉬운 소설이었다. 그것은 열 살 소녀가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었다. 어려운 단어도 없고 억지스러운 논리도 없고 군더더기 설명도 없고 배배 꼬아놓은 표현도 없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녀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녀의 말은 알아듣기 쉽고 간결하며 대부분의 경우 편안하게 다가왔지만 그러면서도 거의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일이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중간에 멈춰 서서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건 무슨 뜻일까" 하고 고찰하는 일은 없다. 그녀는 천천히, 하지만 적당한 보폭으로 계속 나아간다. 독자는 그 시선을 빌려, 소녀의 걸음에 맞춰 따라가게 된다. 매우 자연스럽게. 그리고 문득 깨닫고 보면 그들은 딴 세계에 들어와 있다. 이곳이 아닌 세계. 리틀 피플이 공기 번데기를 만들고 있는 세계다.

 
   
   
 

그 문장은 얼핏 보기에는 단순하고 무방비 하면서도 세심하게 읽어보면 상당히 주도면밀하게 계산되고 다듬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나치게 쓴 부분은 한 군데도 없으면서 그와 동시에 필요한 것은 빠뜨림 없이 쓰여 있었다. 꾸며주는 말은 최소한만 사용했지만 묘사는 적확하고 색감이 풍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장에서 뛰어난 리듬 같은 것이 느껴졌다. 소리내어 읽지 않더라도 독자는 거기에서 깊은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아모마메가 읽은 공기 번데기에 대한 평과 독자들이 1Q84를 읽고 느낀 점은 같은 것이리라. 

"여러분도 읽어 보면 저와 같은 느낌을 갖게 될 것입니다"저음의 목소리가 말했다.
"정말 같은 느낌을 갖게 될까? 전호인이 물었다.
"두고 보면 알게 돼" 바리톤이 말했다.
"독자들이 쓰는 리뷰를 읽어보면 알겠지" 저음이 말했다.
"호우호우" 다른 리틀 피플이 장단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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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Q84>100만부 돌파기념 추첨 이벤트 당첨자 발표
    from 꿈을 나누는 서재 2010-05-31 14:50 
    이벤트가 있었는 지도 몰랐는 데 "1Q84"를 읽고 올린 리뷰가 추첨으로 당첨돼서 이런 행운을 잡았네요. 저와 같은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공지합니다. 당첨되신 분들 모두 축하축하^*^ ========================================================================================   http://blog.aladdin.co.kr/eventWinner/3741819
  2. 사랑의 합체
    from 꿈을 나누는 서재 2010-12-28 18:18 
    오랜 시간을 두고 틈틈이 읽었지만 한번 시작하면 오래도록 눈을 떼지 않았다. 밝게 빛나는 달이 하나면 족한 정상적인 1984년에 푸른 빛 감도는 또 다른 달이 존재하는 1Q84년을 아오마메, 덴고와 함께 겪었다. 같이 겪으면서도 그들처럼 현재의 세상에 존재하는 내가 과연 진정한 나일까를 함께 의심했다. 꽉 막힌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오면서 1Q84년이라는 다른 세계로 접어들었던 아오마메. 그녀가 오랫동안 갈망했지만 서로 어긋났던 그녀의 사랑 덴고와
 
 
이매지 2010-05-0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우호우~ ㅎㅎ
3권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ㅎㅎ

전호인 2010-05-10 08: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3권에서 아오마메의 도터와 후카에리에 대한 정체가 낱낱이 밝혀지려나 모르겠네요. 밝혀지겠죠? 호우호우^^

글샘 2010-05-0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가 일본어로 '큐'라고 읽는 점을 응용한 점이 재미있죠. ^^ 상상력이 정말 뛰어난 작가입니다.

전호인 2010-05-10 08:32   좋아요 0 | URL
아~`그렇기도 하군요. 정말로 딱 맞아 떨어졌네요, 어찌보면 젊은애들이 인터넷용어 등으로 쓰는 표현이라 할 수도 있겠는 걸요. 내용이 복잡한 듯 하면서 어찌보면 아오마메와 덴고만의 이야기로 국한되는 단순함도 느끼게 되는 내용이 인상적이고 매듭이 풀려나가는 형국의 글을 통해 작가의 상상력을 깨닫게 되네요. ^*^

2010-05-09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0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0 0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0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민정 2010-05-24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고 갑니다.
1Q84 1권을 어제밤에 다 읽었는데요, 이미 읽어본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고싶어서 찾다가 전호인님 글을 읽게됬네요! 아무생각없이 1권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 아오마메 이야기랑 덴고의 이야기가 정말 (전호인님의 말처럼 "프레임에 꿰맞춰져 있어서 톱니바퀴 돌 듯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야기가 이어져서 소름끼쳤어요. 그리고 선구 이야기도 그렇고 리틀피플.. 두개의달 ㅠㅠ 뭔가 무서워서 불 키고 잤답니다..ㅋㅋ(딱히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빨리 2권 읽고싶은데 2권이 아직 수중에 없네요 허허^^;; 결국 아오마메가 선구 리더를 죽이는군요.. 덴고와 아오마메가 2권에서도 못만난다니..흑.. (전 영화든 책이든 뭐든지 결말이나 반전을 알고 보는걸 좋아해요) 정말 글 잘 읽고갑니다! 자주 들리겠습니다.^.^

전호인 2010-05-27 14:5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이런 앞으로 리뷰를 좀 더 정성들여 써야겠네요. ㅋㅋ
자주 찾아주시고, 민정님도 알라딘 서재 등록하셔서 활용해 보세요
서로 책이나 영화에 대한 리뷰도 쏠쏠하지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쉼터로서의 역할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과 마음을 공유할 수 있어 더 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지요
쌩유 ^*^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삼국지 한시
나채훈 지음 / 리더스하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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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사회, 산업화사회 등을 거쳐 이제는 정보화사회가 되고 있다. 농경사회는 집약된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활을 영위하였기에 서로간의 끈끈한 정이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오픈하고 함께 공동체생활을 해야 했기에 사람간의 도리가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사회였다. 산업화사회 또한 경제부흥기로서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일들이 많았기에 농경사회 못지 않은 끈끈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물질만능이 사람들의 정신적인 구조까지 지배하는 정보화 사회가 되어 있다. 많은 정보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적인 도리보다는 개인의 정보에 의해 집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되다보니 정보가 있는 사람이 정보가 없는 사람을 이용하는 경향이 팽배해지고 권모술수가 판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집단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하고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내가 먼저 얻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 기득권을 가지면 빼앗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유하려는 이기주의로 가득찬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런 모습을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소위 사회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아닐까 한다.

내가 아는 과거의 정치인들은 파벌은 있었어도 개인의 이익과 안위, 출세를 위해 오늘날같이 하루아침에 정당을 바꾸고 어제의 동지들에게 가혹할 정도의 폭언을 서슴치 않는 정치인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과거 김영삼총재가 대통령에 대한 야욕을 위해 절대해서는 안될 전두환 및 노태우를 위시한 군사정권의 주체들과의 삼당야합을 기점으로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정당을 바꾸는 이른바 철새정치인들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음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결국 의리라고 하는 것은 눈을 씻고 찾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사실 나는 의리를 몹시 중요하게 여긴다. 삼국지한시에서 인의예지신에 대한 리더십을 도출하고 각 리더십에 대한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례와 사례에 대한 함축적인 시를 통해 교훈을 전달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 의를 통한 리더십이었다. 특히, 삼국지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 1, 2위로 대두되는 관우에 대한 일화 등은 왜 사람들이 그를 존경과 멘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의리가 있다. 의로운 생각을 가졌다. 의기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 지도자는 다수로부터 신뢰를 받고 지지를 얻는다. 기업이든 사회든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의"의 기본은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마음가짐이다. 즉, 신뢰를 받아 남보다 윗자리에 올라간 것을 자기능력이라고 교만하지 말고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겸양은 덤으로 얻어지기도 한다.

이해관계에 얽혀 어제의 동지를 배반하고 등을 돌리는 것쯤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적과의 동침'을 하는 경우가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신뢰를 저버리는 처세술이 필요악처럼 번져나가는 세상은 분명 어지러운 세상이다.  

관우가 한때 허도에서 조조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일이 있다.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가 도망치다가 화용도 산길에서 관우에게 목을 잘릴 상황이 있었고, 관우가 조조의 목을 베어 돌아간다면 최고의 전공을 세우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신세진 일 등으로 '은혜를 모르는 인간은 결코 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에서 알 수 있듯 대접을 받았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갚아준다는 것이 아니라 은혜를 모르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는 사고방식은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지도자는 물론 어떤 조직을 이끌지라도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닐 까 싶다.

그리고 관우가 주군 유비에 대한 의리는 허도에 있을 때 조조가 베푼 어떤 유혹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켜냈기에 죽은 후에도 황제처럼 숭상받아 관제묘가 세우졌고 많은 이들에게 신처럼 추앙받는 이유가 되었다. 조조에게 선물받은 적토마도 관우가 죽은 후 어떤 걸 주어도 먹지 않고 끝내 굶어 죽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까지 더해 성공하는 지도자가 되려면 "의리없는 인간" 만큼은 결단코 곁에 두지 말라는 교훈을 가슴속 깊이 새겨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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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0-04-1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리라는 것도 결국은 자존심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관우가 의리를 지키킬 수 있었던 것은 그 끝모를 자존심이 아닐까요? 요즘 정치인들은 도무지 자존심이 없네요. 그러니 말도 안되는 야합을 하는 거겠죠?

전호인 2010-04-28 15:47   좋아요 0 | URL
자존심과 지조, 결국 지조란 것은 여성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남자끼리의 의리와도 상관이 있을 듯 싶어요.
결국은 본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쪽저쪽 기웃거리는 꼴을 보노라면 염장이 터집니다.

카스피 2010-04-15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우의 저런 의리야 말로 중국인들이 숭상하는 기질이지요.하지만 정사인 삼국지를 보면 위의 장면은 없다고 합니다.아마도 나관중이 당시 민간에 떠돌던 이야기를 채집하여 상상의 날개를 더한것 같습니다^^

전호인 2010-04-28 15:59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채집하여 상상의 날개를 달았다 하더라도 인간이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기질의 하나가 관운장의 의리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살아가면서 뒤통수를 맞는 일이 많은 세상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정당한 의리로 인한 아름다움이 더 크지요. 깍두기들의 번잡스런 의리가 젊은이들에게 통하는 것도 아마 그런 내면성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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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연재를 시작하며'에서 공무도하에 대하여 소개하고는 있으나 그 설화적 배경까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내용을 먼저 소개해 본다. 

   
 

고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가 아침 일찍 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 때 머리가 하얗게 센 미치광이(백수광부)가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술병을 쥐고는 흐르는 강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따라오며 말렸으나 그는 그 말을 듣지 않고 건너다가 마침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에 그의 아내는 공후를 뜯으면서 이 노래를 불렀는 데 그 소리가 아주 슬펐다고 한다. 노래가 끝나자 그의 아내도 남편을 따라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곽리자고는 그의 아내 여옥에게 이야기 하면서 그 노래를 둘려주었다. 여옥은 슬퍼하며 공후를 뜯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는 데 듣는 사람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다. 그 후 여옥은 이 노래를 이웃에 사는 여용에게 알려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 노래를 '공후인' 이라 고 불렀다.

                            公無渡河(공무도하) 님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님은 그에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河(당내공하)
가신 님을 어이할꼬

님을 그리워 하는 백수광부 아내의 애절한 사랑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결국 이 책은 공무도하라는 책제목을 활용했지만 작가의 의도는 허접한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운명에 저항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고 한다. 즉, 공무도하가는 강 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자는 노래이며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작가는 3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군상들이 겪게 되는 삶의 밑바닥부터 일정한 정상까지 있는 그대로의 생생함을 픽션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약육강식. 먹고 먹히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군상들의 모습, 특히 버틸 힘 조차 남아있지 않은 갈 때까지 간 인간들이 힘의 논리에 의해 무참히 무너지고 짓밟힐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바로 알게 해준다.
 
주인공(?) 문정수는 한국매일신문 사회부기자이다. 경찰서의 정보과 등에 상주하면서 매일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각종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파생되는 일들을 취재한다. 그러다가 기르던 개에게 물려 죽은 소년의 사건을 취재하던 중 그의 어머니를 찾아 10년전 그가 군복무를 했던 해망이라는 바닷가의 작은 마을을 찾게 되면서 여러 사건과 사고를 접한다. 그는 사건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그와 맺음이 있는 인연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 그들의 생활과 관련된 것들을 신문을 매개체로 보도하면서 고스란히 글로 옮겨 놓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아마도 기자로 생활했던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된 사건과 사고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문정수가 바로 작가 김훈의 분신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문정수가 야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가 에로스적인 사랑을 나누고, 그가 취재하면서 만나는 사람과  세상사는 이야기에 대하여 자유로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 역할을 하는 여인이 있다. 그녀가 바로 노목희다.  노목희는 지방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창야중학교 미술교사를 하던 중 그 곳을 떠나 서울의 출판사에 근무한다.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고향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고향 선배 장철수와의 인연을 맺기도 하고 출판사에서는 그의 능력을 인정받게 되는 내용도 살짝 언급되어 있다. 

노목희의 선배 장철수는 지방의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후 노학연대에 연루되어 있다가 경찰에 연행된 후 노학연대 집행부의 은신처를 자백하고 풀려난 뒤 창야를 떠난다. 그가 정착한 곳 해망에서 베트남 여인 후에와 함께 미군들이 훈련으로 발사한 포탄 껍질과 탄두를 물밑 펄에서 건져올려 팔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정식적인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에 체포되지만 벌금만 받고 풀려난다. 형사를 통해 후에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의 신장을 팔아 벌금 등을 해결하고 궁핍하고 병든 일상으로 돌아온다. 성격자체가 우유 부단해 보이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는 매력없는 인물로 묘사되었다.

서울 서남소방서 인명구조특공조장인 박옥출은 문정수와 자유롭게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지만 친구라 부르기엔 애매한 관계로 묘사된다. 그는 백화점 화재현장에서 보석 등을 빼돌리고 수개월 후 신장병을 이유로 소방서에서 퇴직한다. 그 때 현장 취재를 하던 문정수는 그가 보석을 빼돌린 장본인이란 것을 알게되고 박옥출 또한 문정수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해망으로 내려온 그는 해저 고철 인양사업을 추진하는 업체의 전무이사가 된다. 그 후 심장병이 악화되어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신장을 매입, 이식받아 완쾌된다. 자신의 신장을 떼어 판 사람이 장철수이지만 서로에 대한 인연은 이어지질 않고 문정수라는 인물을 통해 외곽으로 맴돈다. 문정수는 박옥출이 불법으로 신장을 매입하여 이식했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되지만 애써 침묵한다.

오금자의 아들은 비닐하우스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그가 기르던 개에 물려 죽는다. 소년에게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문정수는 그녀를 찾아 나서고 그녀의 고향으로 향한다. 수소문 끝에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지만 이미 그녀는 TV를 통해 아들의 죽음을 확인한 후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해망으로 거처를 옮겨 버린다. 문정수는 해망에서 오금자가 소년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방천석을 만나 그의 집과 농경지 관리를 맡으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되고 그의 집에서 장철수, 후애와 함께 생활한다. 끝내 아들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그녀는 법원에 공탁된 소년에게 남겨진 보상금과 후원금을 받아 방천석의 농경지 일부를 매입하여 삶의 터전을 마련한 후 후에와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후에라는 처자는 장철수와 함께 미군이 훈련용으로 사용한 포탄 등 고철을 물밑에서 건져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아직 한국말이 서투르지만 베트남 어촌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물밑 해초를 건져 팔아 살다가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전처와 별거 중이면서 아들 둘이 있는 최인수와 결혼한다. 하지만 고된 농촌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후 해망으로 오게 된 것이다. 한국에 시집오면서 받은 지참금이 문제가 되고 한국에서의 생활 또한 평탄하지 못한 서글픈 삶을 살아가는 비운을 겪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베트남에서 해초를 건져 팔던 수단이 한국에서는 고철을 건져 팔아야 하는 운명으로 바뀐 것이 애처롭게 한다.

미군의 폭격연습장으로 사용된 뱀섬은 물밑에 쌓인 탄피 등의 고철로 인해 바닷물 등이 오염되면서 환경적인 공해를 일으킨다. 이런저런 이유로 뱀섬과 해망을 잇는 간척사업과 고속도로 공사 등이 진행되고 해망 주민들은 이래저래 피해를 입게 된다. 미군과 해망시청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방천석의 딸 방미호가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에 깔려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를 계기로 보상요구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된다. 방천석은 9대째 해망에서 논과 밭을 경작하면서 살아왔다. 주민들은 미호의 죽음을 내세워 보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그녀를 위해 간척사업과 고속도로 공사가 끝나는 시점에 추모비를 건립하여 넋을 위로한다. 결국 방천석도 그가 살아온 집, 논과 밭을 오금자에게 위탁한 후 보상금을 받아 해망을 떠난다.

우리나라에 해망 이라는 바닷가 마을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 곳에서 여러 사건으로 얽히고 설킨 각 인물들이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 내고 그 들의 비루한 삶들이 사회부기자의 눈으로 재해석되면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소설이라는 것이 결말이 있기 마련이지만 공무도하에는 그런 깔끔한 결말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사람들이 애매한 인연으로 이어진 일상적인 이야기는 그래서 더 허무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 소설과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감을 느끼는 순간 왠지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 없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러움과 슬픔, 고단함과 아픔 등 비열하고 저급한 먹이 사슬로 엮여진 이들의 삶 속에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협력이 바탕이 된 희망이란 것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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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1-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무도하를 미뤄두고 있는데 이 글을 보니 너무 보고 싶네요.

전호인 2010-01-10 16:54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별로 잘 쓰진 못했지만 좋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사회적인 현상이랄까 그런 주제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보다 더 멋진 리뷰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