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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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연재를 시작하며'에서 공무도하에 대하여 소개하고는 있으나 그 설화적 배경까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내용을 먼저 소개해 본다. 

   
 

고조선의 뱃사공 곽리자고가 아침 일찍 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 때 머리가 하얗게 센 미치광이(백수광부)가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술병을 쥐고는 흐르는 강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따라오며 말렸으나 그는 그 말을 듣지 않고 건너다가 마침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에 그의 아내는 공후를 뜯으면서 이 노래를 불렀는 데 그 소리가 아주 슬펐다고 한다. 노래가 끝나자 그의 아내도 남편을 따라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곽리자고는 그의 아내 여옥에게 이야기 하면서 그 노래를 둘려주었다. 여옥은 슬퍼하며 공후를 뜯으면서 그 노래를 불렀는 데 듣는 사람 모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다. 그 후 여옥은 이 노래를 이웃에 사는 여용에게 알려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이 노래를 '공후인' 이라 고 불렀다.

                            公無渡河(공무도하) 님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님은 그에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河(당내공하)
가신 님을 어이할꼬

님을 그리워 하는 백수광부 아내의 애절한 사랑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결국 이 책은 공무도하라는 책제목을 활용했지만 작가의 의도는 허접한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운명에 저항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고 한다. 즉, 공무도하가는 강 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자는 노래이며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작가는 3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군상들이 겪게 되는 삶의 밑바닥부터 일정한 정상까지 있는 그대로의 생생함을 픽션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약육강식. 먹고 먹히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군상들의 모습, 특히 버틸 힘 조차 남아있지 않은 갈 때까지 간 인간들이 힘의 논리에 의해 무참히 무너지고 짓밟힐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바로 알게 해준다.
 
주인공(?) 문정수는 한국매일신문 사회부기자이다. 경찰서의 정보과 등에 상주하면서 매일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각종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파생되는 일들을 취재한다. 그러다가 기르던 개에게 물려 죽은 소년의 사건을 취재하던 중 그의 어머니를 찾아 10년전 그가 군복무를 했던 해망이라는 바닷가의 작은 마을을 찾게 되면서 여러 사건과 사고를 접한다. 그는 사건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그와 맺음이 있는 인연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 그들의 생활과 관련된 것들을 신문을 매개체로 보도하면서 고스란히 글로 옮겨 놓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아마도 기자로 생활했던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된 사건과 사고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문정수가 바로 작가 김훈의 분신임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문정수가 야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가 에로스적인 사랑을 나누고, 그가 취재하면서 만나는 사람과  세상사는 이야기에 대하여 자유로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 역할을 하는 여인이 있다. 그녀가 바로 노목희다.  노목희는 지방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창야중학교 미술교사를 하던 중 그 곳을 떠나 서울의 출판사에 근무한다.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고향에서 노동운동을 하던 고향 선배 장철수와의 인연을 맺기도 하고 출판사에서는 그의 능력을 인정받게 되는 내용도 살짝 언급되어 있다. 

노목희의 선배 장철수는 지방의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후 노학연대에 연루되어 있다가 경찰에 연행된 후 노학연대 집행부의 은신처를 자백하고 풀려난 뒤 창야를 떠난다. 그가 정착한 곳 해망에서 베트남 여인 후에와 함께 미군들이 훈련으로 발사한 포탄 껍질과 탄두를 물밑 펄에서 건져올려 팔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정식적인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에 체포되지만 벌금만 받고 풀려난다. 형사를 통해 후에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의 신장을 팔아 벌금 등을 해결하고 궁핍하고 병든 일상으로 돌아온다. 성격자체가 우유 부단해 보이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는 매력없는 인물로 묘사되었다.

서울 서남소방서 인명구조특공조장인 박옥출은 문정수와 자유롭게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지만 친구라 부르기엔 애매한 관계로 묘사된다. 그는 백화점 화재현장에서 보석 등을 빼돌리고 수개월 후 신장병을 이유로 소방서에서 퇴직한다. 그 때 현장 취재를 하던 문정수는 그가 보석을 빼돌린 장본인이란 것을 알게되고 박옥출 또한 문정수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해망으로 내려온 그는 해저 고철 인양사업을 추진하는 업체의 전무이사가 된다. 그 후 심장병이 악화되어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신장을 매입, 이식받아 완쾌된다. 자신의 신장을 떼어 판 사람이 장철수이지만 서로에 대한 인연은 이어지질 않고 문정수라는 인물을 통해 외곽으로 맴돈다. 문정수는 박옥출이 불법으로 신장을 매입하여 이식했다는 사실까지도 알게 되지만 애써 침묵한다.

오금자의 아들은 비닐하우스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그가 기르던 개에 물려 죽는다. 소년에게 엄마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문정수는 그녀를 찾아 나서고 그녀의 고향으로 향한다. 수소문 끝에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지만 이미 그녀는 TV를 통해 아들의 죽음을 확인한 후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해망으로 거처를 옮겨 버린다. 문정수는 해망에서 오금자가 소년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방천석을 만나 그의 집과 농경지 관리를 맡으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되고 그의 집에서 장철수, 후애와 함께 생활한다. 끝내 아들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그녀는 법원에 공탁된 소년에게 남겨진 보상금과 후원금을 받아 방천석의 농경지 일부를 매입하여 삶의 터전을 마련한 후 후에와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후에라는 처자는 장철수와 함께 미군이 훈련용으로 사용한 포탄 등 고철을 물밑에서 건져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아직 한국말이 서투르지만 베트남 어촌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물밑 해초를 건져 팔아 살다가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전처와 별거 중이면서 아들 둘이 있는 최인수와 결혼한다. 하지만 고된 농촌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후 해망으로 오게 된 것이다. 한국에 시집오면서 받은 지참금이 문제가 되고 한국에서의 생활 또한 평탄하지 못한 서글픈 삶을 살아가는 비운을 겪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베트남에서 해초를 건져 팔던 수단이 한국에서는 고철을 건져 팔아야 하는 운명으로 바뀐 것이 애처롭게 한다.

미군의 폭격연습장으로 사용된 뱀섬은 물밑에 쌓인 탄피 등의 고철로 인해 바닷물 등이 오염되면서 환경적인 공해를 일으킨다. 이런저런 이유로 뱀섬과 해망을 잇는 간척사업과 고속도로 공사 등이 진행되고 해망 주민들은 이래저래 피해를 입게 된다. 미군과 해망시청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방천석의 딸 방미호가 공사현장에서 포크레인에 깔려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를 계기로 보상요구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된다. 방천석은 9대째 해망에서 논과 밭을 경작하면서 살아왔다. 주민들은 미호의 죽음을 내세워 보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그녀를 위해 간척사업과 고속도로 공사가 끝나는 시점에 추모비를 건립하여 넋을 위로한다. 결국 방천석도 그가 살아온 집, 논과 밭을 오금자에게 위탁한 후 보상금을 받아 해망을 떠난다.

우리나라에 해망 이라는 바닷가 마을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 곳에서 여러 사건으로 얽히고 설킨 각 인물들이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 내고 그 들의 비루한 삶들이 사회부기자의 눈으로 재해석되면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소설이라는 것이 결말이 있기 마련이지만 공무도하에는 그런 깔끔한 결말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사람들이 애매한 인연으로 이어진 일상적인 이야기는 그래서 더 허무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속에 소설과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감을 느끼는 순간 왠지 씁쓸한 감정을 감출 수 없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러움과 슬픔, 고단함과 아픔 등 비열하고 저급한 먹이 사슬로 엮여진 이들의 삶 속에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협력이 바탕이 된 희망이란 것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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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1-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무도하를 미뤄두고 있는데 이 글을 보니 너무 보고 싶네요.

전호인 2010-01-10 16:54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별로 잘 쓰진 못했지만 좋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사회적인 현상이랄까 그런 주제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보다 더 멋진 리뷰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