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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목근통신
이동식 지음 / 나눔사 / 2009년 8월
평점 :
목근(木槿)은 일본식 한자로 무궁화꽃을 뜻한다. 책 머리에서 작가는 '목근통신(木槿通信)'은 수필가 김소운선생이 1951년 일본과 일본인에게 쓴 글을 모은 책이었다고 소개한다. 당시 '목근통신'은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리면서 우리 민족의 가치를 가슴 뭉클하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으며, "다시 쓰는 목근통신"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목근통신'처럼 일본인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전해주는 형식을 띠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다시 쓰는 목근통신에서 저자는 놀라울 정도로 일본의 과거사, 근대사, 현대사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았고, 그들이 영웅시하는 인물의 성격까지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일본인들에게 그들의 현주소를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의 한국과 중국, 일본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분석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에게는 제3자의 객관적인 관점에서 그들의 행태를 꼬집고 분석해 줌으로써 과거사에서 그들이 중국과 대한민국에 대한 만행을 사죄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고, 최근 대한민국과 일본간에 쟁점이 되고 있는 독도의 영유권문제, 교과서를 통한 역사왜곡,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부당성 등을 속 시원히 밝힘으로써 무지를 일깨우고자 했다.
대한미국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등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저지른 온갖 추악한 만행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미화하면서 미군의 폭격 등에 의해 희생된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강압에 의한 희생으로 덮어 버리려는 엄청난 왜곡에 대해서 많은 일본인들이 그들이 오늘날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를 알 수 있도록 꾸짖고 있다.
과거 역도산이 일본인으로 살면서 그들의 영웅이 되고, 한국인임을 밝히는 순간 암살로 희생되고 현재에는 4분의 1이 한국인이란 이유로 35살의 한창 나이에 집안화장실에서 목을 매어 자살을 선택한 가기사와 메구무의 희생에 이르기까지 일본사회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지를 짐작케 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2차대전의 전범국가에서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이 다시 과거의 군국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일본의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국제사회에 비수의 발톱을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장 주변에 위치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소름 돋게 했다.
특히 이 책은 일본의 과거사와 현대사 속에서 그들의 과오만을 언급하기 보다는 그들의 우수한 정책과 세계적인 인물 등에 대해서도 병행하여 알려 줌으로써 가장 가까운 나라에 위치한 우리 정부와 국민들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있는 국가와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민족의 정의에 있어서는 한민족이라는 고루한 틀에 갇히지 말고 국제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국적 한국인, 국내에 있는 대한민국 국적 외국인 등을 예로 들면서 이제 더 이상 민족이란 개념이 현재 대한민국 구성원들을 포괄해서 규정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제 피부색과 머리 색으로 사람의 등급을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해서는 안 될 시대가 되었고, "민족 개념의 해체"가 아니라 "민족 개념의 승화"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말을 통해 글로벌화된 시대에 적응해 가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과 일본은 과거에 얽매어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지 말고 미래를 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으며 두 나라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때 가능하며, 그것이 두 나라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