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스스로 생각하는 어른이 되지 못한 까닭인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늘 답해줄 사람을 찾아나선다.
알라딘 마을이 시끌법적 하다. 내게 이곳이 아무리 살가와도 알라딘과 나의 관계는 직원과 소비자, 사장과 소비자라는 돈을 매개로 상품을 주고 받는 관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아무리 그 집 문고리 부서진 사연까지 알아도 온라인 공간에서의 소통의 어려움을 새삼 느끼기도 한다.
복작한 마음을 가지고, 분명한 질문을 가지지도 않은채, 한번 뵌 적도 없는 인서점 사장님을 찾아뵈었다. 건대 후문에 바로 인접해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인문사회과학 서점 1호인 인서점, 서점일을 40년간 해오면서 우리나라 격동의 현대사를 대학가 한가운데서 보낸 그분을 찾아뵈면 뭔가 답이 나올듯한 마음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스한 녹차 한잔과 함께 사장님께서 낯선 젊은이들를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렇게 차한잔을 사이에 두고 서점에서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는 세시간 남짓동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내가 살면서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겸손한 분, 그렇게 한없이 스스로를 낮추시는데도 자꾸만 지식과 인품이 저절로 흘러나와 절로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분이셨다.
주례만 6백커플을 서주셨다는 사람 사이의 다리를 이어온 인서점 아저씨는 40여년 격변의 우리 현대사 진보운동의 생생한 증언을 전해주셨다.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에 부모자리를 대신 채워주신 이야기, 수배자를 도와주신 이야기, 서대문으로 끌려가 고초 당하신 이야기가 끝도 없다. (이런 생생한 우리 저항의 현대사가 아저씨의 글솜씨로 어서 책으로 묶여나오면 좋겠다고 우리는 마구 졸랐다) 9명의 손자를 두고, 아직 결혼 안한 막내 아들에게 서점을 물려주고 계신 시점에도, 서점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행사(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이재정 통일부전장관과의 좌담회 등), 한달에 한번 보내는 소식지를 직접 챙기시고, 한달에 두권 추천도서를 선정하시기 위해 서른권 정도의 책을 훑어보신다고 한다.
1982년부터 몇 차례 문닫을 위기를 넘기면서, 어두운 시기 정부로부터의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서점일을 계속 하셨던 이유는 뭘까?
그 때도 지금도 지역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책을 나누는 일을 '씨앗'을 간직하는 일이라고 아저씨는 표현하신다. 책을 통해서 한사람 한사람과 관계를 맺고 생각을 나누는 일, 아주 어두운 시절이 오면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는 '씨앗'이 거기 있다는 말씀이시다.
조류독감에 살처분된 새들부터, 서른명을 살해한 조승희에 대해서까지 따듯한 이해와 공감을 가지고 바라보실 수 있기에, 그 씨앗을 담는 작지만 커다란 배의 선장이 되실 수 있으셨나보다. 지금도 장작을 폐서 난방을 하신다며 노동으로 다져진 손을 내보이시면서 '괜히 대학들은 왜 나왔어요? 괜스레 먹고 사는 일과 상관없이 왔다갔다하니까, 고독에 빠져서 사람을 죽이고 하는거예요' 하신다.
사회과학 책을 열권 사가는 사람에게 '시집도 한권 사가세요'라며 권하신다는 이 사장님. 알라딘의 마이알라딘은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꽤나 내가 원하는 것과 동떨어진 책들을 권하곤 한다. 아직은 기계가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이리 다른 법이다. 또 돈으로 맺어진 관계말고,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맺어지고, 소통하는 일이 아직도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본다.
그래, 괜히 쓸데 없는 질문하며, 기름 쓰면서 왔다갔다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으샤 하는거다. 참 좋은 분과의 작은 인연을 인서점 카페에 접속해서 지금 시작해 보시는 것은 어떠신지.


<인서점 사장님이 꼽으신 올해의 책 세권>
각 책이 말한 우리 사회의 대안을 꼼꼼하게 비평해주신다. 공동체를 대안으로 삼기엔 우리의 생활 단위가 이미 너무 커서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고, 유럽식 복지국가 이미 유럽에서 해보고 실패한 거 다 알고 있지 않냐는 말씀도 하셨다.
지금은 아직 누구도 답을 찾지 못한, 이 자본주의 세상의 끝에서 답을 찾기위해 모두 모색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말씀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나만 모르는게 아니구나 안심 ^^;; 끝나가고 있고, 끝이 오면 다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단단히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면서 준비하고 있으면 된다는 얘기니 말이다.
신간은 사회과학서점에서 구매하시는 건 어떠세요?
인서점 카페 : http://cafe.daum.net/loveIN
에서 주문이 가능하고, 택배배송도 가능하다.
또한 1달에 두권 인서점 아저씨가 추천해 주는 인문학 책 두권을 받아보는 글나루 독서회원제도 시행중인데 이미 9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매달 아저씨가 발행하는 글나루 소식지도 받아볼 수 있다.
★ 인서점의 역사
1982년 개점한 인서점은 1995년 1차 폐점 위기를 건국대를 중심으로 <인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고 전국에서 3000명의 모금으로 재개점했다. 2005년 2차 위기 때도 청년건대를 중심으로 1억 3천만원을 모금해 부활하였다.
사회과학서점에서 시작, 현재는 '문화사랑방 인서점'으로 운영중이다.. '문화사랑방'은 문화의 이론을 넘어 문화를 삶의 장에서 우리의 즐거움과 행복을 창출하는 도구로 활용하지는 의미다.
권력과의 싸움, 재개발을 비롯한 자본과의 싸움을 건대 졸업생들을 기반으로한 단단한 작은 공동체로 이겨내었기에 더욱 소중한 공간이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재미없고 긴 길 죄송해요 ㅎㅎㅎ
(건대앞 최가커피도 맛있습니다 ^^
라주미힌님은 자기가 내린 커피가 더 맛나다고 주장!)

|
<< 펼친 부분 접기 <<
다음은 성대앞 사회과학서점 풀무질 사장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
다음 글은 저보다 훨씬 재미있는 라주미힌님이 써 주실테니 기대해주세욧~
<글은 휘모리가 쓰고, 사진은 라주미힌님이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