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었고, 먹먹했다. 사랑스러우리만치 공정(fair)하면서도, 불편하리만치 불공정(unfair)한 사랑의 공정성. 기계란 “관계만 알면 못 고칠게 없다”지만, 사랑이라는 관계의 기술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랑은 ‘신비’이다.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다 신비롭다”는 극중 대사는 어느 면에서 적확하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만큼은, 신비로운 작인作人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사랑 앞에서) 누구나 다 똑같기 때문이고, 공정하리만치 공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또는 물결 위로 비치는 햇살의 잔영처럼, 사랑은 결과 결을 넘나들며, 변화무쌍의 포물선을 그린다. ‘이별’이라는 ‘공정한’ 낙하지점이 포물선의 끄트머리에서 기다린다. 끄트머리는 ‘끝이면서, 머리인’, 즉 처음과 나중을 하나로 묶어주는, 참 고마운 말이다. 끄트머리 공식; ‘사랑이 이별을 낳는다면, 이별은 사랑을 낳고, 또 사랑이 이별을 낳는다.’ 그러니까 사랑은 영원한 ‘시소놀이’가 아니던가? 끄트머리라는 말에 끝이 없듯이, 사랑과 이별의 이중주에도 끝은 없다. 이 대책없는(unfair) ‘게임’이 늘 변함없이 그대로인(fair)-관계의 끄트머리를, 우리는 일컬어 <fair love*>라고 부른다.   

*fair love: '공정한', '흠없는', 혹은 '아름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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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4 0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7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말문이 터지는 스페인어 첫걸음 (특별기획판)
최혜숙 지음 / 넥서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헨티나行을 준비하며, 말공부를 위해 쟁여두었던 교재. 드디어, 6개월 만에 이 얇은 교재를 다 읽어보았습니다. 게으름 탓에 참 많이도 늦어졌지만, 스페인어 입문의 첫 교재로 손색이 없었다는 무난한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먼저 깔끔한 디자인과 편집 상태는 학습자의 심리적 반응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발간되고 있는 일군의 학습서들과는 분명히 차별됩니다. 손이 가기도 전에 질려버리는 학습서는 내용이 아무리 풍부하다고 할지라도 기실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든 법이기에, '손이 가는' 교재여야 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요건이 아닐까 싶네요. 그 점에서 이 책은 후한 점수를 받기에 충분한 듯 싶습니다. 특히 책의 각과 말미에 실려져 있는 스페인과 중남미 문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각과의 내용과 그 진행이 비교적 체계적이라는 점에서도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간단한 인사로부터 시작해서 실생활 속에서 사용될만한 구문들까지, 점차적으로 수준을 높여가는 진행 방법이 마음에 듭니다. 또한 구문 속에서 사용된 기초적인 문법들을 반복하여 익히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에도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습니다. 더불어 정확한 발음과 사용을 위해 제작된 CD 부록도 참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스페인어에서는 강세와 억양이 다른 언어들보다도 더욱 중요하게 생각되는 탓에 수없이 반복하여 들으면서 익힐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야말로 스페인어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학습서이기에 다소 얄팍하다는 것인데요, 말하자면 구체적인 설명이나 자세한 내용은 생략되어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보충서로 '두꺼운'(?) 문법서를 한 권 지참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문예림에서 발간된 <최신 스페인어>라는 책을 보충서로 사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어에 첫 발을 내딛는 이들에게 이 책은 아마도 좋은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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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그대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그리움이 불이 되는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놓았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 중에 흩어지는 너그대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후배 녀석의 마음 아픔을 마주하며, 

문득 이 시를 떠올렸다. 

우리는, 그가 혹은 그녀가 그리워지는 순간에는 

다른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냥 속절없이 우는 것 밖에는 아무 할 것이 없다. 

그런게 사랑이고, 그런게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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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는 추적 추적 비가 내리고 있구요, 

저는 이렇게 머츰히 앉아서 음악을 듣습니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Mercedes Sosa의 속깊은 음성은  

서걱거리던 마음의 분주를 가라앉히고, 

내 지친 영혼에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어느덧 마음은 평안해지고, 영혼은 숨을 쉽니다.

참 고마운 아침입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고마운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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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한국에서 보내준 짐짝 하나가 도착했다. 무려 2달 반만이다. 아득한 거리만큼 오는 시간도 한참이다. 배에 실려 온 것이니 그야말로 물 건너온 셈이다. 짐을 부려보니 읽고 싶었던 책 몇 권이 눈에 띈다. 단숨에 '느긋하게 걸어라'를 그야말로 '느긋하지 못하게' 읽어버렸다. 이 모양이다. 아직 남미의 생활양식을 몸소 따라가지 못한다. 이래선 Santiago行도 어림없다. 천천히 씹고 또 씹으며 느리게 읽는 것도 중요하다. lentamente! 천천히! 

 어제 밤부터 '예수전'을 들었다. 간만에 리뷰를 좀 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탄한 필력, 예리한 시선이 여전하다. 그가 또 만만치 않은 책을 하나 냈다. 어렵사리 인터넷을 찾아 들어와 '알라딘'의 반응을 좀 살폈다.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이다. '김규항'이라서 그렇다. 당연하다. 호인浩人에겐 호인好人이 따르는 법이다. 나도 물론 그러한 사람(호인好人) 중 하나다. 반면에 책에 대한 실망을 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예수전'이라서 그렇다. 기독교인들이 아닌 이들에게는 좀 버겁지 싶기도 하다. 어쩔 수 없다. 누구에게나 두루 좋은 책은 없으며, 만약 있다고 해도 그런 책은 묵직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이다. 

문제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비판이다. 페이퍼 하나를 읽다가 나는 그만 참담해졌다. 비판은 좋은 일이고, 성숙을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는 게 평소 내 지론이다. 하지만 비난은 나쁜 일이고, 성숙을 방해하는 고의적 악의라는 생각 또한 늘 변함없다. 페이퍼의 수준이나 내용은 (안타깝게도) 고스란히 '개신교적'이다.(나도 개신교인의 한 사람이다.) '개신교적'이라는 일종의 '비난 방식'은 늘 합리와 이성 대신에 감정과 맹목을 비판의 축으로 삼는다. 때문에 그들의 '신념 어린' 비판은 대체적으로 무디기 일쑤며, 기껏해야 비난으로 전락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믿음이라는 비판의 준거는 너무도 태연하게 '사실과 논증'을 초월해버릴 뿐 아니라, (자신들의) '지식 결핍'과 '정보 오류'마저도 천연덕스럽게 '진실'이라 주장한다. (예컨대, 마가복음이 AD 1세기 이후에 씌여졌다는 말은 10년 가까이 신학한 사람으로서도 난생 처음들어보는 획기적 주장이었다. 공부를 잘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정도 상식은 알고 있다.)

더 말하기가 조금 귀찮다. 그리고 조금 버겁다. 실은 어느 분의 페이퍼에 실컷 댓글을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좋은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돌아왔다. 대신 여기에 나름의 푸념을 남긴 이유가 하나 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마주하시는 '개신교인'들이 있다면, 그리고 '예수전'이란 책을 읽으셨거나, 읽으실 예정이라면 모쪼록 천천히 읽고, 곱씹어서 영혼의 양분으로 삼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 그래서 인민의 친구, '참 사람 예수님'이 정말 당신의 '친구'로 여겨질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일 듯 싶다. 지나친 바램이고, 주제 넘는 얘길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할 줄 알고, 아는 것은 곱게 갈아서 잘 소화했으면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 면에서 좀 예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종교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만 떠들고, 마저 읽어야 겠다. 느긋하게,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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