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었고, 먹먹했다. 사랑스러우리만치 공정(fair)하면서도, 불편하리만치 불공정(unfair)한 사랑의 공정성. 기계란 “관계만 알면 못 고칠게 없다”지만, 사랑이라는 관계의 기술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랑은 ‘신비’이다.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다 신비롭다”는 극중 대사는 어느 면에서 적확하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만큼은, 신비로운 작인作人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사랑 앞에서) 누구나 다 똑같기 때문이고, 공정하리만치 공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또는 물결 위로 비치는 햇살의 잔영처럼, 사랑은 결과 결을 넘나들며, 변화무쌍의 포물선을 그린다. ‘이별’이라는 ‘공정한’ 낙하지점이 포물선의 끄트머리에서 기다린다. 끄트머리는 ‘끝이면서, 머리인’, 즉 처음과 나중을 하나로 묶어주는, 참 고마운 말이다. 끄트머리 공식; ‘사랑이 이별을 낳는다면, 이별은 사랑을 낳고, 또 사랑이 이별을 낳는다.’ 그러니까 사랑은 영원한 ‘시소놀이’가 아니던가? 끄트머리라는 말에 끝이 없듯이, 사랑과 이별의 이중주에도 끝은 없다. 이 대책없는(unfair) ‘게임’이 늘 변함없이 그대로인(fair)-관계의 끄트머리를, 우리는 일컬어 <fair love*>라고 부른다.   

*fair love: '공정한', '흠없는', 혹은 '아름다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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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4 06: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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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7 2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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