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관 1~3 세트 - 전3권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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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국가나 사회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꿈틀거리는 생물과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역사는 그 생물이 무언가를 향해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 꿈틀거림의 대부분이 좋지 않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스스로 절벽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벌래처럼, 국가나 사회라는 벌래는 역사라는 길을 꿈틀거리며 파국으로 향해 기어 간다. 그럴 때는 아무도 그것을 멈추게 할 수가 없다. 때로는 그것을 멈추게 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 속도를 더 하게 한다.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은 왜 스스로를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일까? 왜 자신들 앞에 멸망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역사를 접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콜린 매컬로가 쓴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는 저자가 20년이란 세월을 걸쳐 지필한 로마 공화정 말기의 110년의 기간을 다루고 있는 역사 소설이다. 당연히 이 소설의 주인공은 우리가 잘 아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이다. 이 소설은 모두 7부작으로 되어 있고, 지난 해 문학동네의 임프린트 출판사인 교유서가에서 1부인 [로마의 일인자]부터 출간되기 시작했다. 1부에서는 로마 안의 내부적인 갈등과 이민족의 침입 속에서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가 두각을 나타내는 내용을 그리고 있었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에 나름대로 해석을 가하기 위해 마리우스와 술라를 같은 카이사르 가문의 여성과 결혼한 동서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로인해 마리우스와 술라의 초창기 관계가 협력관계였던 이유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역사라는 스포로 인해 결국 둘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고, 그로 인해 로마가 피로 물든다는 것은 것을 변치 않는 사실이었다. 2부인 [풀잎관]에서는 그 갈등의 시작과 비극적인 결말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풀잎관]의 초반에 주로 등장하는 인물은 '마리우스'나 '술라'가 아니다. 역사상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 개혁자로 알려진 '마루쿠스 리비우스 드루수스'라는 인물이다. 이미 로마 공화정 안에서의 귀족과 평민, 로마인과 이탈리아인의 갈등은 수습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마지막 로마의 개혁을 위해 몸부림치다가 '그라쿠스 형제'처럼 암살 당한 인물이 바로 '드루수스'라는 인물이다. 그는 집정관을 지낸 로마 귀족 가문 출신이었지만, 게르만민족과의 전투에 참여해서 로마의 무능을 보았다. 그리고 정치적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다. 평민들에게 토지와 식량을 나누어 주고, 이탈리아 민족에게 로마 시민권을 주는 길만이 로마 공화정이 유지될 수 있는 길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로 인해 호민관이 되고 개혁을 시작한다.


원로원으로 대표되는 로마 공화적의 보수세력들은 호민관으로 대표되는 개혁자들이 나올 때마다 그들을 암살하거나 그 지지자들을 폭도로 몰아서 학살을 자행했다. 그들은 토지를 나누어 주고, 로마 시민권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먹이를 빼앗긴 짐승처럼 사납게 돌변했다. 이런 원로원의 습성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아는 두루수스는 철저히 원로원과 소통을 하면서 그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시작한다.


'이 개혁은 평민들이나 이탈리아인을 위한 개혁이 아니다! 로마와 원로원을 위한 개혁이다! 공화정이 유지되려면 이 개혁은 필수적이다! 이 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


두루수스의 열정과 뛰어난 논변으로 평민들뿐만 아니라 원로원까지 그의 개혁에 동조하는 세력이 생긴다. 그리고 차례로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는 법률들이 통과되고,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인에게 로마 시민권을 주는 법이 제정되려는 단계에 이른다. 그러나 그 법이 통과되기 전 날 두루수스는 처참하게 암살 당한다. 그리고 그를 따르던 무리들은 예전과 똑같이 체제를 뒤흔드는 반란자들로 몰려 학살 당하거나 추방 당한다.



두루수스의 죽음으로 더 이상 희망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이탈리아인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은 원로원은 다시금 마리우스를 부른다. 로마를 누미디아와 게르만 민족에게서 구한 마리우스는 이번에도 패전 가능성이 짙었던 전쟁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이미 마리우스는 너무 노쇄해져 있었다. 그로 인해 다시금 뇌졸증으로 쓰러진다.


그런 마리우스를 자리를 매꾼 인물이 술라이다.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권력에 대한 야망을 누르느라 괴로워하던 술라는 기회가 오자 마치 먹이를 향한 달려드는 맹수처럼 이탈리아인에 대한 살육을 시작한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쟁의 승리를 거머쥐고, 드디어 그렇게 바라던 풀잎관을 받고 집정관이 된다.


이 때 기회만 노리던 폰토스가 로마의 영토를 침략하고 점령지에 있던 17만명의 로마인을 학살한다. 원로원은 로마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노쇄한 마리우스 대신 술라를 사령관으로 선택한다. 이제는 70이 넘은 나이와 악화된 건강에도 7번의 집정관이 된다는 예언에 집착하며 자신이 유일한 로마의 영웅이라는 착각에 빠진 마리우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신을 대체할 로마의 지휘관은 존재하지 않으며, 폰토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가져 올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망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마리우스는 집정관의 권한과 로마 군대의 지휘권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  술라를 정치적인 코너로 몬다. 힘든 성공 끝에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술라는 아무도 하지 못한 선택을 한다. 자신의 군대를 이끌로 로마 시내로 들어 온 것이다. 그리고 로마를 점령하고 학살을 시작한다. 


겨우 생명만 건져서 외국으로 망명한 마리우스는 점점 병세가 심해진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7번째 집정관이 될 거라는 야망을 놓지 못한다. 그리고 그 야망은 그에 안에 있는 복수심과 함께 점점 그를 괴물로 만들어 놓는다. 술라가 폰토스와 전쟁으로 국외로 나가자, 그는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군대를 이끌로 로마로 들어온다. 그리고 술라가 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살육을 시작한다.




콜린 매컬로는 역사상 7번의 집정관을 지낸 마리우스의 몰락과정과 술라 안의 권력에 대한 광기가 폭발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역사상 7번 집정관을 지낸 마리우스가 오래 전 누미디아 전투에서 이런 예언을 받은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언에 집착하던 마리우스가 어떻게 그 예언을 이루는지를, 그리고 그 예언이 얼마나 끔찍하게 실현되는지를 묘사한다.


[풀잎관]에서 로마라는 생물은 거대한 벌래가 되어 파국이라는 거대한 절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원로원들의 욕심이, 7번의 집정관이 되려는 마리우스의 집착이, 권력을 향한 술라의 광기가 이 모든 것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결국 로마는 스스로를 피로 물들인다. [풀잎관]에는 끊임없는 학살장면이 등장한다. 개혁을 시도하려는 평민들을 학살하는 원로원, 자신들을 억압하는 로마인들을 학살하는 이탈리아인, 그런 이탈리아인에게 보복의 학살을 하는 로마인, 마리우스파를 학살하는 술라, 술라파를 학살하는 마리우스, 그리고 폰토스의 로마인 학살까지... [풀잎관]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다.


왜 그들은 스스로를 멈출 수 없었을까? 이미 막대한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던 로마는 그 정도에서 멈출 수 없었던 것일까? 로마의 원로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자신들의 공화정이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역사상 아무도 하지 못했던 6번의 집정관을 지낸 마리우스는 70이 넘은 나이에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 놓을 순 없었을까? 정치적 코너에 몰린 술라는 군대를 몰고 로마로 진군하는 것 대신 다른 방법으로 정치적 재기를 노릴 수는 없었을까?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지만, 누구든 조금만 멈추었다면 로마의 공화정은 더 존속하지 않았을까? 체제가 존속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더라도, 그 체제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학살되는 그 많은 생명들의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일까?


역사는 항상 극단적인 대립이 발생하면 결국에는 파국을 부른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스스로를 극단을 몰아붙였고, 결국 로마 공화정은 피에 잠식되어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타협할 수 없는 극단적인 대립들이 발생하고 있다. 자신의 것만을 지키려는 기득권의 아집이, 가진 자를 증오하는 없는 자의 분노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것을 무너뜨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로마라는 생물처럼 절벽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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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전3권 (본책 3권 + 가이드북)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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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가 평생을 바쳐서 쓴 대작이 있다면, 그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여기 또 한 명의 위대한 작가가 평생을 바쳐서 쓴 대작이 있다. 우리에게 [가시나무새]로 잘 알려진 콜린매컬로우가 쓴 [마스터 오브 로마]라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시력까지 잃을 정도로 이 책에 매달렸다고 한다. 과연 저자는 20년이란 세월을 바치고, 시력까지 잃으면서 과연 이 책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의 주인공은 우리가 잘 아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케이사르'이다. 로마 공화정을 끝내고, 왕정으로 넘어가는 길을 연 인물이다. 그러나 이 책의 1부에 해당되는 [로마의 일인자]에서는 '카이사르'는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맨 뒷부분에서 '아우렐리아'라는 미모의 로마 귀족 여인에게서 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만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가 곳 로마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될 것임을 암시할 뿐이다.


대신 카이사르가 등장하기까지 다른 영웅의 이야기를 한다. 로마 역사상 아무도 하지 못한 7번의 집정관을 지낸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최초로 로마도시 안으로 군대를 몰고와 피의 살육을 펼친 독재자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들을 영웅이라고도 하고 독재자라고도 하지만, 콜린 매컬로는 이들이 시대의 요구와 개인의 야망이 만든 괴물임을 곳곳에 암시하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는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좌절된 로마의 암담한 상황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로마 공화정은 포에니 전쟁 이후 내부에서 두 가지 극심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나는 빈부의 격차로 인한 귀족과 평민의 갈등이다. 포에니 전쟁 이후 귀족들의 방대한 토지와 고리대금업으로 평민층이 몰락하게 된다. 이로인해 군대에 복무할 평민층이 사리지고, 세계 최강의 로마 군대는 사방에서 굴욕적인 패전을 거듭한다. 다른 하나는 로마와 이탈리아인의 갈등이다. 로마는 여전히 로마인에게만 로마시민권을 부여하고, 이탈리아인에게는 세금과 군역의 의무만을 지게 하고 있었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평민층의 대표인 호민관이 된 그라쿠스 형제가 개혁을 시도하지만, 모두 반역자로 몰려 암살을 당하고만다.


이제 로마공화정은 병든 거인처럼, 스스로 자신의 몸무게 마저 감당하지 못해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 때 로마에 두 가지 위협이 생긴다. 하나는 남쪽에서 옛 카르타고의 영토를 차지한 누미디아의 유그레타왕의 위협이다. 다른 하나는 북쪽에서 80만의 게르만 민족이 로마군대를 전멸시키면서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무능한 로마 장군들은 계속해서 패전을 거듭한다. 결국 로마인들은 당시 전쟁의 영웅인 '마리우스'를 부른다.




마리우스는 로마시민권은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탈리아의 아르피눔 출신의 이탈리아인이다. 그러기에 여러 번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두고도 출신으로 인해 로마 원로원들에게 '이탈리아 촌놈'이라는 별명으로 배척을 당하고 있었다. 그는 집정관이란 로마의 일인자가 되고 싶은 야망이 있었지만, 타고난 출신으로 인해 이제 그 꿈을 접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로마의 일인자]는 이런 마리우스의 처지를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게다가 달갑지 않은 불청객, 예의 직감이 여전히 마리우스를 떠나질 않았다. 그 직감은 사실 요즘 들어 굉장히 강렬해졌다.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마리우스가 로마의 일인자가 되는 순간이 다가오려는 것처럼, 역시 만만치 않게 강한 그의 분별력은 그 직감이 거짓이라고 외쳤다. 종국에는 마리우스를 배반하여 오욕과 죽음으로 몰고 갈 함정이라고, 그럼에도 그 직감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로마의 일인자가 된다는,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이 느낌. 허튼소리! 누구 못지않게 현실 판단력이 뛰어난 마리우스는 단호하게 자신을 나무랐다. 그는 올해로 마흔일곱이었고 5년 전 법무관에 선출될 때에도 당선자 여섯 명 중 꼴찌였다. 내세울 만한 가문이나 충분한 수의 피호민도 없이 집정관 선거에 나서기에는 이젠 너무 늙었다. 그의 시대는 지나갔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 로마의 일인자 1권 P36-7


그런데 마리우스에게 행운은 뜻밖인 곳에서 찾아온다. 후에 카이사르의 할아버지가 되는 또 다른 카이사르 원로원 의원이 그에게 뜻밖에 제의를 해 온 것이다. 자신의 딸과 결혼을 하고, 대신 자신의 아들들을 위해 물질적 정치적 후원자가 되 달라는 것이다. 이로서 로마 정통귀족인 파트리키인 '카이사르'가문과 결혼한 마리우스는 신분의 결합을 어느 정도 극복한다. 그리고 이어 누미디우스와 게르만민족의 침입이 발생한다. 누미디우스의 전투로 인해 집정관이 된 마리우스는 이어 발생한 게르만 민족의 침입으로 인해 당시에는 전례가 없던 집정관직을 연임한다. 특히 게르만 민족은 아라우시오 전투에서 무능한 지휘관이 이끄는 로마의 17개군단, 10만명의 로마군대를 전멸시킨다.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처참한 패배로 인해 공포에 빠진 로마인들은 마리우스에게 6번의 집정관직을 연임하게 한다. 그는 이미 누미디아 전투에서 한 예언자에게 7번의 집정관이 된다는 예언을 받았다. 로마의 가장 위대한 영웅은 자신이 아닌 자신의 조카가 될 것이라는 어두운 예언과 함께...




역사라는 변할 수 없는 강력한 스포에 의해 마리우스와 대적하는 독재자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 술라의 시작은 마리우스보다 더 형편이 없다. 술라는 로마의 정통 귀족가문 중에 하나인 코넬리우스 가문 출신이지만, 가난으로 인해 여성들을 성적으로 만족시키며 생활을 유지하는 비참한 삶을 산다. 그럼에도 그 안에는 권력에 대한 야망과 함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증오의 광기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는 마리우스의 도움으로 그의 부관이 되어 조금씩 명성을 쌓는다. 그럼에도 콜린 매컬로는 술라의 이런 시기를 마치 발톱을 감춘 짐승처럼 묘사한다.  


뼛속까지 배우인 술라는 마리우스의 재무관이라는 새로운 배역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행동, 표정, 말투는 물론 생각까지 역할에 걸맞게 바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라의 과거를 지배했던 모든 것들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술라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메트로비오스에 대한 갈증, 난쟁이와 복장 도착자, 늙은 창년와 이상한 캐릭터등 기괴한 것에 대한 열망, 남자를 지배하려는 여자에 대한 지독한 혐오, 자신이 위협받을 때면 타인의 목숨마처 빼앗아버리는 잔혹함, 어리석은 행동을 참지 못하는 성격, 스스로를 갉아먹을 만큼 강한 야욕......, 배우 술라의 아프리카 공연은 이제 막을 내렸다. 하지만 휴식 기간을 길지 않을 것이고, 그에게는 앞으로 더 많은 배역이 남아 있었다.  - 중략-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오한 변화를 감지하면서도, 정말로 바뀐 것은 거의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두 얼굴을 가진 배우로 살아가는 사람은 결코 마음이 편할 수 없는 법이다. - 로마의 일인자 2권 P312-3




[로마의 일인자]에서는 계속되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신의 권력과 시민권을 지키려는 로마의 보수층들이 오히려 자신들을 멸망시킬 두 명의 괴물을 키우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당시 로마는 세상의 지배자를 이탈리아로 보고, 이탈리아의 지배자를 로마로 보고, 로마의 지배자를 원로원 보았다. 그들은 원로원을 중심으로 하는 소수의 로마 귀족들이 온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곧 로마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로 보았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로마였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곧 반역자였다. 그러기에 그들은 호민관으로 대표되는 개혁자들과 그의 지지자들을 학살하면서도 자신의 권력을 지킨다. 그럴수록 로마는 병들고, 그 병든 틈에서 마리우스와 술라라는 두 명의 영웅이 성장한다. 그러나 마리우스와 술라가 영웅인지, 괴물인지는 후에 역사가 말해 줄 뿐이다.


요즘 세계화로 인해 점점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한국사회도 금수자와 흑수저 논란으로 뜨겁다. 이제는 계층간의 사다리가 없어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기득권들은 자신의 권력이나 부에 대한 도전에 민감하다. 그것을 체제를 뒤엎으려는 불순한 의도로 본다. 자신들의 것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국가를 전복하려는 시도로 본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사회에도 어디에선가 괴물들이 자라고 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증오를 가진 괴물들... 점점 사회는 생존을 향한 욕구와 타인을 향안 증오만이 넘쳐나고 있다.


어느 사회이건 계층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그들이 가진 생각이 양극단으로 갈라지면, 결국에는 파국이 오고야 만다. 오래 전 로마 공화정 말기의 역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역사가 이것이 변할 수 없는 진리임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진리를 외면한다.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이 전부이기에 우리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눈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 사회와 이 천년 전 로마 사회는 너무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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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3-05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문명이든 쇠퇴를 맞이하고 몰락을 맞이하지요. 그러하기에 새로운 문명이 도전하여 낡은 문명을 교체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겠지요. ;^^

가을벚꽃 2016-03-06 13:00   좋아요 0 | URL
네... 그 몰락의 과정에서 오는 혼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풀잎관 3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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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3권에서 로마의 공화정은 독재자의 광기에 의해 피로 물들게 된다. 전편에서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 안에서 로마인과 이탈리아인의 내전으로 인해 반도 전체가 피로 물든다. 그런데 3권에서는 로마의 심장까지 독재자들의 내전으로 피로 물들게 된다. 마리우스와 술라가 그동안 신성불가침의 지역으로 여겼던 로마 시내까지 군대를 몰고와 처참한 살육전을 펼친 것이다.  




이런 끔찍한 피의 축제는 외부로부터 시작된다. 틈틈히 기회만 노리고 있던 동방 폰토스 미트리다테스 왕은 이탈리아 내전의 기회를 틈타 로마의 동맹국과 속주들을 공격한다. 그리고 그 세력을 그리스반도까지 펼쳐 아테네와 연합해 마케도니아까지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점령지의 로마인 17만명이 학살 당한다.


이탈리아 내전에 정신이 팔려 있던 로마 원로원은 로마인 17만명이 학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상황의 다급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집정관인 술라에게 임페리움을 주어 폰토스를 정벌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술라의 지휘권에 반대를 하는 사람이 마리우스였다. 마리우스는 70세가 가까웠지만 7번의 집정관을 지낸다는 예언에 사로잡혀 자신만이 로마의 유일한 지휘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폰토스와 전쟁에서 승리하고 다시금 집정관이 되려는 망상 비슷한 야망에 사로 잡힌다. 이를 위해 원로원에 염증을 느낀 술피키우스를 이용해 로마 원로원을 무력화 시키고, 술라의 지휘권을 빼앗는 결정을 내린다.



궁지에 몰린 술라는 혼자 조용히 로마를 떠난다. 그리고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이탈리아인과 전쟁 중인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진군한다. 술라 이전까지는 아무도 로마로 군대를 몰고 들어 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건 로마 공화정의 기본적인 룰이었다. 그런데 술라가 그 룰을 깨버렸다. 개인적으로 이미 이 때부터 로마 공화정은 이미 무너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마 술라의 군대가 로마 안으로 들어 올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던 마리우스와 술피키우스는 쉽게 무너지고, 그 후 술라의 학살이 시작된다. 마리우스는 겨우 로마를 탈출해 생명을 건진다.



로마를 손에 넣은 술라는 자신의 후임 집정관인 옥타비우스와 킨나에게 로마를 맡기고 동방 원정을 떠난다. 그런데 킨나는 술라의 독재적인 법들을 청산하려 다시금 개혁을 시도한다. 이미 술라를 통해 피의 맛을 알게 된 옥타비우스는 킨나를 막기 위해 킨나를 지지 하는 로마 시민 7천명을 학살한다. 역사상 '옥타비우스의 날'이라고 불리는 끔찍한 학살이다. 이 때문에 킨나 역시 로마를 탈출해 군대를 몰고 다시금 로마로 진군한다. 그리고 드디어 마리우스가 돌아와서 킨나와 합류한다.


그러나 이제 마리우스는 예전의 마리우스가 아니었다. 노쇄하여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극도의 복수심에 사로잡힌 마리우스는 로마를 점령하고 집정관이 된다. 그러나 그의 7번째 집정관직은 전의 6번의 로마를 구한 위대한 업적이 아니었다. 그는 광기에 사로 잡혀 복수를 시작하고, 로마에는 학살의 피바람이 분다. 그리고 그렇게 피로 물든 7번째 집정관이 된지 얼마되지 않아마리우스는 돌연 죽는다.



콜린 매컬로는 [마스터오브로마]시리즈를 시작하며 마리우스와 술라의 대립에 대한 복선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리우스는 영웅의 이미지로만 묘사하고, 반대로 술라는 그 안에 짐승과 같은 광기가 꿈틀거리는 독재자의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었다. 이와함께 마리우스가 7번의 집정관을 지낸다는 예언을 제시하며, 그의 7번째 집정관을 기대하게 하였다.


그런데 마리우스의 7번째 집정관은 거이 반전이었다. 위대한 영웅이 노년에 권력욕과 복수심에 사로잡혀 광인이 되어 가는 모습은 거이 충격적이었다. 그 광인의 모습으로 7번째 집정관이 되는 예언을 실현되는 과정은 읽는 이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게 기대하던 마리우스의 7번째 집정관 역할이 너무나도 끔찍하고 잔인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6번의 집정관으로 마무리를 했다면, 그는 영원한 로마의 영웅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인생에서 멈추어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이 가장 지헤로운 사람이 아닐까?


그런데 막상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과 자신은 아직 이루어야 할 목표가 남아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과 타인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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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3-05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멈추어야 할 때를 아는 것,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아는 것이 중요하겠죠. ;^^

가을벚꽃 2016-03-05 11:27   좋아요 0 | URL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무척 가슴에 와닿네요. 자신만이 지켜야 할 선을 가지고 산다면 훨씬 더 좋은 사회가 될텐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항상 관심을 가지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전소설을 좋아하기에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반 시기에 지어진 소설들을 많이 읽는다. 그런데 이런 소설들을 읽으면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한다. 이 소설들에게 니체의 '초인'들을 발견한다. 도스트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나폴레옹같'이 세상의 선을 위한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라스콜리노코프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이반 표도로비치,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영원회귀를 고민하는 토마시, 그리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까지... 많은 인물들이 니체의 초인을 향한 몸부림을 담고 있다. 이렇게 보면 20세기의 문화는 니체에 대한 해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니체를 읽다] 3부에서는 막스셸러로부터 시작해서 질 들뢰즈까지 이름 난 철학자들이 니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모두들 이름은 한 번씩 들어 본 철학자이지만 그들의 저서를 직접 읽어 본 철학자는 '하이데거'와 들뢰즈'가 전부이다. 둘 다 자신의 사상을 어렵게 표현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하는 사람들이기에 읽어도 대부분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이 부분을 깊이 있게 읽는 것은 내게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부분을 통해 니체의 철학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고, 이에 대한 해석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깨닫게 된다.


 


 

첫 번째 주자는 '막스 셸러'이다. 막스 셸러는 예전에 현상학에 관심을 가지고 읽던 책에서 잠시 스처간 기억밖에는 없다. 셸러는 주로 니체의 비판자에 해당된다. 특히 그의 그리스도교 해석에 대해 비판한다. 니체에게 초인이란 강자이다. 그리고 니체의 초인은 약자를 향한 연민을 증오한다. 그런 의미에서 십자가에서 죽은 그리스도는 약자의 표상이다. 그는 강자가 될 수 없고, 그러기에 본받아야 할 인물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랑을 펼친다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셸러는 약자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강자의 특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셸러에게 이러한 용서와 사랑은 니체가 말하는 것처럼 복수를 행할 수 없는 무능력을 기만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타인의 행동에 따라 반응하는 것을 거부하는 심오한 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의 행위가 적에 대한 단순한 반작용으로 나타난다면 그것은 우리를 적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심오한 정신은 모든 반작용적 행동, 즉 세간적인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따르는 것을 거부한다. (P160)


두 번째 주자는 '지오르그 짐멜'이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보면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틀과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토론을 한다. 그 때 트라시마코스라는 소피스트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즉 강자는 스스로 정의를 만들고, 그것이 곧 모든 사람의 정의가 된다는 것이다. 니체는 '주인의 도덕'과 '노예의 도덕'을 이야기 하며 초인은 남이 만든 도덕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덕을 만들어 가는 존재임을 이야기 한다. 이 때문에 니체가 주관적 도덕론자인 소피스트와 비슷하다는 오해를 받는다. 이에 대해 짐멜은 니체의 도덕이나 이를 통해 나타나는 인간상을 주관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니체의 초인이 진화과정에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객관적이고 이상적인 인간으로 본다. 즉 니체는 인간이 고귀해지려는 감정을 인간의 객관적 가치로 보았던 것이다.


니체는 플라톤과 스피노자, 칸트, 쇼펜하우어와 달리, 이른바 초월적인 차원에서 도덕의 근거를 찾지 않고 자연의 진화과엊에서 도덕의 근거를 찾으려 한다. 니체가 표방하는 고귀함의 이상은 진화과정을 은밀하게 추동하는 동인임과 동시에 그것이 도달하게 되는 최종점이다. 따라서 고귀함의 이상은 생물학적 특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귀한 인간은 실제로 역사상 나타내려는 육성의 산물이다. 도덕의 토대를 초감각적인 초월적 차원에서 찾으려는 전통 형이상학에 반해서 니체는 도덕의 토대를 생물학적 진화과정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고귀함의 이상은 생의 자연적,역사적 과정에서 단지 진화와 선별 그리고 인위적인 육성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P173)



이 부분을 읽으며 오래 전에 읽었던 은희경 작가의 [아내의 상자]라나 소설이 생각났다. 그 소설에서 아내는 자신의 연약함으로 인해 고통 당한다. 자신이 연약함이 주변 사람과 자신에게 피해만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옆집의 병든 강아지를 본다. 그리고 남편에게 그 강아지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분노를 표현한다.


"그게 아니구요, 나 같은 사람은 선택 이론에 의해서 도태되게 되어 있어요, 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우성만 유전되고 열성음 도태되는 게 진화잖아요. -중략- 옆집 개 말이예요, 그 더러운 개새끼는 곧 굶어죽을 거예요. 죽는 날까지 토실토실한 개한테 가까이 달라붙겠죠. 뻔뻔스럽게도 그 개가 크는 것까지 가로막으면서 말이죠. 빨리 죽어 주면 좀 좋아. 개들은 왜 자살 같은 걸 안 하나 몰라." - [아내의 상자] 중에서 -


어쩌면 이 소설 속의 아내는 병든 개에서 자신의 연약함을 보았기에 그 연약함을 증오했을 것이다. 니체는 왜 연약함을 증오하고, 강함은 숭배하는 것일까? 그 역시 자신 안의 역약함을 보았고, 그것을 경멸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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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6-03-03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니체의 책에 푹 빠져 읽고 있어서 말이지요. 그런데, 가을남자 님께서도 지적하셨듯이, 니체의 약자에 대한 증오는 좀 유별난 데가 있는 듯합니다. 어떤 대목에서는 심지어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기도 하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그 대목을 읽고 니체를 비웃었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어쨌든 너무 심하다는 생각은 좀 들더라구요.
* * *
의사들을 위한 도덕. ㅡ 병자는 사회의 기생충이다.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꼴사나운 일이다. 삶의 의미와 살 권리가 상실되어버린 후에 의사들과 의사들의 처방에 비겁하게 의존하여 계속 근근이 살아가는 것은 사회에서는 심한 경멸을 받아 마땅하다. 의사들은 그들 나름대로 그런 경멸을 전달하는 자여야만 한다 ㅡ 처방전이 아니라, 매일매일 새로운 구역질을 한 움큼씩 자기들의 환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
- 니체, 『우상의 황혼』, <어느 반시대적 인간의 편력> 중에서

가을벚꽃 2016-03-03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이 가네요. 그래서 저는 니체의 책들을 읽다보면 가끔 니체의 삶이 궁금해져요. 니체의 몸부림이 느껴져서 안타깝기도 하구요. 이런 시각때문에 젊은 날엔 니체의 추종자 중인 친구와 심한 논쟁을 하기도 했죠. 요즘 드는 생각은 세상엔 상처 없는 인간은 없고,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몸부림 친다는 생각이... 어쩌면 니체도 상처입은 한 인간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위대한 사상가를 너무 심리적으로 접근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니체에 대한 좋은 답글 감사해요^^
 
풀잎관 2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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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2권의 내용을 세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두루수스 결국 암살 당하다. 마리우스 다시 쓰러지다. 술라 드디어 집정관이 되다!'


이 세 문장 속에 로마의 역사상 '마르시 전쟁'이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내에서 로마와 이탈리아의 내전이라는 끔직한 상황의 흐름이 다 담겨져 있다.


[로마의 일인자]로 부터 [풀잎관]까지 이어지는 콜린 매컬로의의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 1,2부의 주인공은 '마리우스'와 '술라'일 것이다. 그러나 [풀잎관]의 초반부터는 또 다른 인물인 '마르쿠스 리비우스 두루수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로마 공화정 말기에 로마는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문제점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빈부의 격차와 로마 시민권을 통한 로마와 이탈리아의 갈등이었다. 이것을 해결하려고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한 사람이 크라쿠스 형제였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원로원이라는 보수세력에 의해 반란자로 낙인찍여 암살을 당한다.


두루수스 역시 호민관이 되어 그라쿠스와 같은 개혁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라쿠스 형제의 실패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철저히 원로원 안에서 그들과 소통하며 철저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개혁을 시작한다. 자신이 가진 부와 로마 시민권을 나누어 주려는 시도를 할 때마다 로마 원로원은 먹이를 빼앗긴 짐승처럼 예민해져서 상대를 물어 버렸다. 두루수스는 이런 원로원을 설득하려 한다.


'이것은 평민들이나 이탈리아인들을 위한 개혁이 아니다! 이것은 로마와 원로원을 유지시키기 위한 개혁이다! 지금 토지를 나누어지 주지 않고, 시민권을 나누어지지 않으면 로마는 치유될 수 없는 내전에 빠져든다!'


이런 두루수스의 집요하도 논리적인 설득에 원로원의 상당수가 동조한다. 심지어는 로마 원로원의 보수층의 상징인 '스카우루스' 의원까지 동조한다. 그리고 이제 평민회에서 이탈리아의 모든 사람에게 로마 시민권을 주려는 문제가 거이 가결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그 전날 두루수스는 암살당한다. 콜린 매컬로는 두루수스의 죽는 장면을 끔찍하도록 처절하게 묘사함으로서 그의 개혁의 실패가 얼마나 그 자신과 로마에 뼈아픈 것이었는지를 보여 준다.



두루수스가 암살당하자 정당한 방법으로 로마 시민권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이탈리아 부족국가들은 연합하여 반란을 일으킨다. 로마는 두 명의 집정관을 북쪽과 남쪽으로 나누어 이탈리아의 반란을 상대하게 한다. 항상 그렇듯이 초반에는 무능한 보수층들이 나서서 전쟁을 지휘하다가 계속해서 참패를 당한다. 결국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다시금 '마리우스'로 하여금 북쪽 전장을 책임지게 한다. 그리고 전쟁의 영웅인 마리우스는 전투에서 승리함으로 전쟁의 승기를 잡게 한다. 그러나 전투에 온 진력을 다한 마리우스는 다시금 뇌졸증이 발생하고 쓰러지고 만다. 결국 마리우스는 술라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로마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로마시민들은 자신들을 구해 준 마리우스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이런 마리우스의 영광 속에서 점점 더 자신의 야망과 분노를 키워가고 있었던 인물이 바로 '술라'이다. 2권에서 술라는 유일하게 마음을 주던 술라2세 마저 병으로 잃고 만다. 점점 그 안에 있던 짐승이 나타난다. 그는 항상 마리우스의 영광에 가려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하며 마리우스에 대한 증오를 키워간다. 자신이 기회만 주어지면 마리우스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졌다. 남쪽 전장에서 집정관의 무능한 실수로 술라가 군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술라는 명석하고도 잔인한 판단으로 남부 전장을 누비며, 이탈리아 점령지를 잔인하게 학살한다. 전장에서 놀라운 승리로 인하여 부하들의 열렬한 지지 가운데 그들에게 드디어 '풀잎관'을 받는다. 그리고 드디어 집정관에 오르게 된다.



2권에서 로마 안에서 민족적인 전쟁의 광기가 이탈리아를 전부 집어 삼키는 분위기이다. 로마인들은 '세계는 이탈리아가 지배하고, 이탈리아는 로마가 지배하고, 로마는 원로원이 지배한다'는 로마인 중심주의가 강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국가를 형성하고, 함께 이민족과 싸워 온 이탈리아인들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고 그들을 착취하기만 해 왔다. 그리고 이런 문제점으로 공화정 자체가 흔들리자 이를 개혁하려는 사람들을 암살하고, 동조자들을 반란 세력으로 몰아 처단한다. 이탈리아 내전 전에도 바로 이런 정치적인 광기가 로마를 지배한다. 그들은 이탈리아인에게 시민권을 주려는 '두루수스'를 암살하고, 바리우스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두루수스에게 동조했던 의원들을 반란자로 몰아 추방시킨다.


이런 광기는 다시금 이탈리아 족속들에게 퍼진다. 이탈리아에 부는 반란 기운을 조사하러 온 '권투스 세르빌리우스'는 '아스쿨룸 피켄쿰'이란 도시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을 모욕하다가 학살을 당한다. 그리고 전쟁이 반발하자 서로를 학살한다. 이런 학살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이 후에 케이사르와 경쟁하는 품페이우스 아버지 '품페이우스 스트라보'이다. '학살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는 항복하려는 군대까지 전멸시키 버리고, '아스쿨룸 피캔쿰을 점령하여 남자만 5천명을 학살고 여성들을 유린한다.


어느 시대이건 공동체 안에서 이성적인 대화가 사라지면 정치적인 광기가 그 사회를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정치적 광기를 먹고 덩치를 키우는 괴물이 나타난다. 이런 괴물은 마치 그 광기의 분위기를 즐기듯이 광기 속에서 자신의 힘을 키워간다. 그리고 그런 괴물에게 열광하는 지지자가 나타난다. 결국 그 괴물은 광기를 자양분 삼아서 점점 더 덩치를 키워가고, 결국은 그 광기를 뿜아내는 사회 전체를 삼켜 버린다. 3권에서 '술라'의 광기가 어떻게 나타날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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