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전3권 (본책 3권 + 가이드북)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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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가가 평생을 바쳐서 쓴 대작이 있다면, 그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여기 또 한 명의 위대한 작가가 평생을 바쳐서 쓴 대작이 있다. 우리에게 [가시나무새]로 잘 알려진 콜린매컬로우가 쓴 [마스터 오브 로마]라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시력까지 잃을 정도로 이 책에 매달렸다고 한다. 과연 저자는 20년이란 세월을 바치고, 시력까지 잃으면서 과연 이 책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마스터 오브 로마] 시리즈의 주인공은 우리가 잘 아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케이사르'이다. 로마 공화정을 끝내고, 왕정으로 넘어가는 길을 연 인물이다. 그러나 이 책의 1부에 해당되는 [로마의 일인자]에서는 '카이사르'는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맨 뒷부분에서 '아우렐리아'라는 미모의 로마 귀족 여인에게서 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만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가 곳 로마의 가장 위대한 영웅이 될 것임을 암시할 뿐이다.


대신 카이사르가 등장하기까지 다른 영웅의 이야기를 한다. 로마 역사상 아무도 하지 못한 7번의 집정관을 지낸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최초로 로마도시 안으로 군대를 몰고와 피의 살육을 펼친 독재자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들을 영웅이라고도 하고 독재자라고도 하지만, 콜린 매컬로는 이들이 시대의 요구와 개인의 야망이 만든 괴물임을 곳곳에 암시하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는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좌절된 로마의 암담한 상황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로마 공화정은 포에니 전쟁 이후 내부에서 두 가지 극심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나는 빈부의 격차로 인한 귀족과 평민의 갈등이다. 포에니 전쟁 이후 귀족들의 방대한 토지와 고리대금업으로 평민층이 몰락하게 된다. 이로인해 군대에 복무할 평민층이 사리지고, 세계 최강의 로마 군대는 사방에서 굴욕적인 패전을 거듭한다. 다른 하나는 로마와 이탈리아인의 갈등이다. 로마는 여전히 로마인에게만 로마시민권을 부여하고, 이탈리아인에게는 세금과 군역의 의무만을 지게 하고 있었다.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평민층의 대표인 호민관이 된 그라쿠스 형제가 개혁을 시도하지만, 모두 반역자로 몰려 암살을 당하고만다.


이제 로마공화정은 병든 거인처럼, 스스로 자신의 몸무게 마저 감당하지 못해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 때 로마에 두 가지 위협이 생긴다. 하나는 남쪽에서 옛 카르타고의 영토를 차지한 누미디아의 유그레타왕의 위협이다. 다른 하나는 북쪽에서 80만의 게르만 민족이 로마군대를 전멸시키면서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무능한 로마 장군들은 계속해서 패전을 거듭한다. 결국 로마인들은 당시 전쟁의 영웅인 '마리우스'를 부른다.




마리우스는 로마시민권은 가지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탈리아의 아르피눔 출신의 이탈리아인이다. 그러기에 여러 번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두고도 출신으로 인해 로마 원로원들에게 '이탈리아 촌놈'이라는 별명으로 배척을 당하고 있었다. 그는 집정관이란 로마의 일인자가 되고 싶은 야망이 있었지만, 타고난 출신으로 인해 이제 그 꿈을 접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로마의 일인자]는 이런 마리우스의 처지를 묘사하면서 시작된다.


게다가 달갑지 않은 불청객, 예의 직감이 여전히 마리우스를 떠나질 않았다. 그 직감은 사실 요즘 들어 굉장히 강렬해졌다.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마리우스가 로마의 일인자가 되는 순간이 다가오려는 것처럼, 역시 만만치 않게 강한 그의 분별력은 그 직감이 거짓이라고 외쳤다. 종국에는 마리우스를 배반하여 오욕과 죽음으로 몰고 갈 함정이라고, 그럼에도 그 직감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로마의 일인자가 된다는,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이 느낌. 허튼소리! 누구 못지않게 현실 판단력이 뛰어난 마리우스는 단호하게 자신을 나무랐다. 그는 올해로 마흔일곱이었고 5년 전 법무관에 선출될 때에도 당선자 여섯 명 중 꼴찌였다. 내세울 만한 가문이나 충분한 수의 피호민도 없이 집정관 선거에 나서기에는 이젠 너무 늙었다. 그의 시대는 지나갔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 로마의 일인자 1권 P36-7


그런데 마리우스에게 행운은 뜻밖인 곳에서 찾아온다. 후에 카이사르의 할아버지가 되는 또 다른 카이사르 원로원 의원이 그에게 뜻밖에 제의를 해 온 것이다. 자신의 딸과 결혼을 하고, 대신 자신의 아들들을 위해 물질적 정치적 후원자가 되 달라는 것이다. 이로서 로마 정통귀족인 파트리키인 '카이사르'가문과 결혼한 마리우스는 신분의 결합을 어느 정도 극복한다. 그리고 이어 누미디우스와 게르만민족의 침입이 발생한다. 누미디우스의 전투로 인해 집정관이 된 마리우스는 이어 발생한 게르만 민족의 침입으로 인해 당시에는 전례가 없던 집정관직을 연임한다. 특히 게르만 민족은 아라우시오 전투에서 무능한 지휘관이 이끄는 로마의 17개군단, 10만명의 로마군대를 전멸시킨다.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처참한 패배로 인해 공포에 빠진 로마인들은 마리우스에게 6번의 집정관직을 연임하게 한다. 그는 이미 누미디아 전투에서 한 예언자에게 7번의 집정관이 된다는 예언을 받았다. 로마의 가장 위대한 영웅은 자신이 아닌 자신의 조카가 될 것이라는 어두운 예언과 함께...




역사라는 변할 수 없는 강력한 스포에 의해 마리우스와 대적하는 독재자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 술라의 시작은 마리우스보다 더 형편이 없다. 술라는 로마의 정통 귀족가문 중에 하나인 코넬리우스 가문 출신이지만, 가난으로 인해 여성들을 성적으로 만족시키며 생활을 유지하는 비참한 삶을 산다. 그럼에도 그 안에는 권력에 대한 야망과 함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증오의 광기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는 마리우스의 도움으로 그의 부관이 되어 조금씩 명성을 쌓는다. 그럼에도 콜린 매컬로는 술라의 이런 시기를 마치 발톱을 감춘 짐승처럼 묘사한다.  


뼛속까지 배우인 술라는 마리우스의 재무관이라는 새로운 배역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행동, 표정, 말투는 물론 생각까지 역할에 걸맞게 바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라의 과거를 지배했던 모든 것들은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술라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메트로비오스에 대한 갈증, 난쟁이와 복장 도착자, 늙은 창년와 이상한 캐릭터등 기괴한 것에 대한 열망, 남자를 지배하려는 여자에 대한 지독한 혐오, 자신이 위협받을 때면 타인의 목숨마처 빼앗아버리는 잔혹함, 어리석은 행동을 참지 못하는 성격, 스스로를 갉아먹을 만큼 강한 야욕......, 배우 술라의 아프리카 공연은 이제 막을 내렸다. 하지만 휴식 기간을 길지 않을 것이고, 그에게는 앞으로 더 많은 배역이 남아 있었다.  - 중략-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오한 변화를 감지하면서도, 정말로 바뀐 것은 거의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두 얼굴을 가진 배우로 살아가는 사람은 결코 마음이 편할 수 없는 법이다. - 로마의 일인자 2권 P312-3




[로마의 일인자]에서는 계속되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신의 권력과 시민권을 지키려는 로마의 보수층들이 오히려 자신들을 멸망시킬 두 명의 괴물을 키우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당시 로마는 세상의 지배자를 이탈리아로 보고, 이탈리아의 지배자를 로마로 보고, 로마의 지배자를 원로원 보았다. 그들은 원로원을 중심으로 하는 소수의 로마 귀족들이 온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곧 로마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로 보았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로마였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곧 반역자였다. 그러기에 그들은 호민관으로 대표되는 개혁자들과 그의 지지자들을 학살하면서도 자신의 권력을 지킨다. 그럴수록 로마는 병들고, 그 병든 틈에서 마리우스와 술라라는 두 명의 영웅이 성장한다. 그러나 마리우스와 술라가 영웅인지, 괴물인지는 후에 역사가 말해 줄 뿐이다.


요즘 세계화로 인해 점점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한국사회도 금수자와 흑수저 논란으로 뜨겁다. 이제는 계층간의 사다리가 없어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기득권들은 자신의 권력이나 부에 대한 도전에 민감하다. 그것을 체제를 뒤엎으려는 불순한 의도로 본다. 자신들의 것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국가를 전복하려는 시도로 본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사회에도 어디에선가 괴물들이 자라고 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증오를 가진 괴물들... 점점 사회는 생존을 향한 욕구와 타인을 향안 증오만이 넘쳐나고 있다.


어느 사회이건 계층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그들이 가진 생각이 양극단으로 갈라지면, 결국에는 파국이 오고야 만다. 오래 전 로마 공화정 말기의 역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역사가 이것이 변할 수 없는 진리임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진리를 외면한다.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이 전부이기에 우리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눈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 사회와 이 천년 전 로마 사회는 너무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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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3-05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문명이든 쇠퇴를 맞이하고 몰락을 맞이하지요. 그러하기에 새로운 문명이 도전하여 낡은 문명을 교체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겠지요. ;^^

가을벚꽃 2016-03-06 13:00   좋아요 0 | URL
네... 그 몰락의 과정에서 오는 혼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