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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3 - 2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평점 :
풀잎관 3권에서 로마의 공화정은 독재자의 광기에 의해 피로 물들게 된다. 전편에서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 안에서 로마인과 이탈리아인의 내전으로 인해 반도 전체가 피로 물든다. 그런데 3권에서는 로마의 심장까지 독재자들의 내전으로 피로 물들게 된다. 마리우스와 술라가 그동안 신성불가침의 지역으로 여겼던 로마 시내까지 군대를 몰고와 처참한 살육전을 펼친 것이다.
이런 끔찍한 피의 축제는 외부로부터 시작된다. 틈틈히 기회만 노리고 있던 동방 폰토스 미트리다테스 왕은 이탈리아 내전의 기회를 틈타 로마의 동맹국과 속주들을 공격한다. 그리고 그 세력을 그리스반도까지 펼쳐 아테네와 연합해 마케도니아까지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점령지의 로마인 17만명이 학살 당한다.
이탈리아 내전에 정신이 팔려 있던 로마 원로원은 로마인 17만명이 학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상황의 다급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집정관인 술라에게 임페리움을 주어 폰토스를 정벌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술라의 지휘권에 반대를 하는 사람이 마리우스였다. 마리우스는 70세가 가까웠지만 7번의 집정관을 지낸다는 예언에 사로잡혀 자신만이 로마의 유일한 지휘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폰토스와 전쟁에서 승리하고 다시금 집정관이 되려는 망상 비슷한 야망에 사로 잡힌다. 이를 위해 원로원에 염증을 느낀 술피키우스를 이용해 로마 원로원을 무력화 시키고, 술라의 지휘권을 빼앗는 결정을 내린다.
궁지에 몰린 술라는 혼자 조용히 로마를 떠난다. 그리고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이탈리아인과 전쟁 중인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진군한다. 술라 이전까지는 아무도 로마로 군대를 몰고 들어 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건 로마 공화정의 기본적인 룰이었다. 그런데 술라가 그 룰을 깨버렸다. 개인적으로 이미 이 때부터 로마 공화정은 이미 무너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마 술라의 군대가 로마 안으로 들어 올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던 마리우스와 술피키우스는 쉽게 무너지고, 그 후 술라의 학살이 시작된다. 마리우스는 겨우 로마를 탈출해 생명을 건진다.
로마를 손에 넣은 술라는 자신의 후임 집정관인 옥타비우스와 킨나에게 로마를 맡기고 동방 원정을 떠난다. 그런데 킨나는 술라의 독재적인 법들을 청산하려 다시금 개혁을 시도한다. 이미 술라를 통해 피의 맛을 알게 된 옥타비우스는 킨나를 막기 위해 킨나를 지지 하는 로마 시민 7천명을 학살한다. 역사상 '옥타비우스의 날'이라고 불리는 끔찍한 학살이다. 이 때문에 킨나 역시 로마를 탈출해 군대를 몰고 다시금 로마로 진군한다. 그리고 드디어 마리우스가 돌아와서 킨나와 합류한다.
그러나 이제 마리우스는 예전의 마리우스가 아니었다. 노쇄하여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극도의 복수심에 사로잡힌 마리우스는 로마를 점령하고 집정관이 된다. 그러나 그의 7번째 집정관직은 전의 6번의 로마를 구한 위대한 업적이 아니었다. 그는 광기에 사로 잡혀 복수를 시작하고, 로마에는 학살의 피바람이 분다. 그리고 그렇게 피로 물든 7번째 집정관이 된지 얼마되지 않아마리우스는 돌연 죽는다.
콜린 매컬로는 [마스터오브로마]시리즈를 시작하며 마리우스와 술라의 대립에 대한 복선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리우스는 영웅의 이미지로만 묘사하고, 반대로 술라는 그 안에 짐승과 같은 광기가 꿈틀거리는 독재자의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었다. 이와함께 마리우스가 7번의 집정관을 지낸다는 예언을 제시하며, 그의 7번째 집정관을 기대하게 하였다.
그런데 마리우스의 7번째 집정관은 거이 반전이었다. 위대한 영웅이 노년에 권력욕과 복수심에 사로잡혀 광인이 되어 가는 모습은 거이 충격적이었다. 그 광인의 모습으로 7번째 집정관이 되는 예언을 실현되는 과정은 읽는 이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게 기대하던 마리우스의 7번째 집정관 역할이 너무나도 끔찍하고 잔인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6번의 집정관으로 마무리를 했다면, 그는 영원한 로마의 영웅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인생에서 멈추어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이 가장 지헤로운 사람이 아닐까?
그런데 막상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과 자신은 아직 이루어야 할 목표가 남아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과 타인을 망가뜨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