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도시락

- 이영춘 -


춘천시 남면 발산중학교 1학년 1반 류창수
고슴도치같이 머리카락 하늘로 치솟은 아이
뻐드렁 이빨, 그래서 더욱 천진하게만 보이는 아이.
점심시간이면 아이는 늘 혼자가 된다.
혼자 먹는 도시락,
내가 살짝 도둑질하듯 그의 도시락 속을 들여다 볼 때면
그는 씩- 웃는다
웃음 속에서 묻어나는 쓸쓸함.
어머니 없는 그 아이는 자기가 만든 반찬과 밥이 부끄러워
도시락 속으로 숨고 싶은 것이다.
도시락 속에 숨어서 울고 싶은 것이다.
'어른들은 왜 싸우고 헤어지고 만나는 것인지?'
깍두기 조각 같은 슬픔이 그의 도시락 속에서
빼꼼히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

방송매체를 통하여 왕따라는 단어를 들을때마다 그 시절 기억속에 묻힌 친구가 없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왕따라는 단어가 없었고 일본의 이지메가 먼 이국의 단어처럼만 느껴지던 시절이지만 눈길이 미치지 않던 어느 한구석 홀로 밥을 먹던 누군가는 있었으리라. 김치와 된장, 고추 투성이인 반찬통을 함께 열어 풀어헤치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 삭이고 눈물짓던 누군가는 있었으리라.

구태여 과거의 기억으로 회귀할 필요도 없을것 같다. 지금 당장 회사 동료들중 전체의 흐름과 분위기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홀로 도시락을 먹어야하는 이는 없는지 둘러볼 일이다. 그의 깍두기 조각같은 슬픔을 볼 눈을 품고 살아왔느냐는 질타에 갑자기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가 가볍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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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1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흔을 훌쩍 넘은 나이가...흑흑흑.^^;;;

잉크냄새 2005-01-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전혀 가볍지가 않답니다.

2005-01-13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1-1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자신의 빛깔로 세상을 보는것 같습니다. 자신이 밝으면 밝은 면만을 어두우면 어두운 면만을 바라보는것 같아요. 그런 시각을 벗어나는것, 그것이 또한 성숙함이리라 생각합니다.
 

무엇이 그리도 보낼것이 많고 잊을 것이 많은지 년말부터 이어온 술자리가 년초가 되어서도 줄지를 않는다. 송년회, 망년회, 신년회, 친목모임, 진급 축하주, 위로주.... 또한 이러한 자리도 파트, 팀, 지인, 동호회... 등등의 조합을 이루어 만들어지니 그 조합의 수는 가히 살인적이다. 

일상의 일탈을 눈치챈 몸의 각 조직들이 서서히 아우성을 치고 태업을 감행하는지라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눈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고, 간은 더 이상 해독공장으로의 역활을 다하지 않고 늦잠을 자기 시작했고, 위는 소화의 대상을 선별하기 시작해 철벽위장의 아성을 허물어뜨린지 오래이다. 대장은 흡수와 연동작용을 포기했는지 싸늘한 기운을 밀어올리고, 머리카락마저 부시시 마대자루처럼 윤기없이 엉퀴어버린다. 미안할 따름이다.

강행군의 일정동안 보낸것이 무엇이요. 잊은것이 무엇이요. 새로이 맞이한 것은 무엇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보낸것은 지갑속의 배추잎파리들이요. 잊은것은 잠시 끊겨져 나갔던 기억의 단편이요. 새로이 맞이한 것은 뒤골땡기는 숙취뿐이거늘... 오늘도 팀 진급자 회식 장소를 묻는 전화와 메신저가 하나둘 접수된다.

윤기없는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또한 윤기없는 눈들이 술을 철철 흘려가며 넝마조각처럼 널부러져 있다. 쓴웃음 지으며 난 그 윤기없는 넝마조각속에 또 어떤 총천연색 칼라로 널부러져 있는지... 괜히 넝마조각들이 처량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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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1-1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요즘 잘 안 보이셨군요. 우리나라는 언제쯤 술 권하는 사회가 사라질까요? 이쪽에서 싫으면 거둘 줄도 알아야지. 술이 뭐 그리 좋다구...암튼 몸조심하셔요. 홧팅!(이런 일에도 홧팅을 외쳐야 하나요? >.<;;)

로드무비 2005-01-1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술 드실 때 꼭 안주 많이 드시와요.

갈아만든 배 같은 것도 다음날 꼭 마셔주시고요.^^

진주 2005-01-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 새해를 맨정신으로 좀 더 경건하게 맞을 수 없게 만드는지.....

저도 원망시러버요...잉크님께 자꾸 술 권하는 사회가요 ㅠㅠ

하얀마녀 2005-01-1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부디 건강을 더 이상 해치지 않게 연말연시 넘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잉크냄새 2005-01-1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 홧팅은 아무때나 좋은거죠.

로드무비님 / 욕 안먹을 만큼의 안주발을 세우는 요령을 터득했답니다.

박찬미님 / 매년 정신을 차려보면 보름정도는 실종되는것 같아요.

하얀마녀님 / 오늘이 공식적인 자리는 마지막일것 같네요.

Laika 2005-01-1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철벽위장을 자랑하시던 잉크님께서 이러시면 안되죠....

잉크님 글을 읽어보니 저는 그동안 너무 술을 안마셨군요...음..슬슬 마셔볼까? ㅎㅎ

icaru 2005-01-12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무리 철벽위장도 술앞에선 장사 없는듯 하당께요....



살살 드십쇼~~!!

2005-01-12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1-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 아직 철벽이랍니다.^^ 잠시 엄살~~

복순이 언니님 / 음~ 술보다는 나이앞에 장사없는것 같아요.^^ 몇년전만해도 이정도는 까딱없었다우~

속삭이신님 /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파란여우 2005-01-1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쯤 속은 어떠실까요?..뜨끈한 해장국이 그리운 아침이었겠군요...^^

잉크냄새 2005-01-1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 이제 연례행사(?) 마무리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전 속이야 아직 건실해서 해장국 안먹어도 튼튼합니다.^^
 
 전출처 : 호밀밭 > 잉크냄새님의 선물



잉크냄새님의 돌잔치 이벤트에 뽑혀서 선물을 받았다.

포장지에 놓고 카드와 신랑, 각시 얼굴을 찍었다. 사진이 조금 어둡게 나왔지만 표정은 화사하고 예쁘다.



부부가 저렇게 닮았다면 어렸을 때 집을 잃어버린 적은 없는지, 놀러갔다가 다른 엄마 치마 붙들고 다른 집에 간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신부가 저리 활짝 웃으니 보기 좋다.



사진이 흔들렸지만 신랑의 웃음도 좋다.



신랑의 미소는 원성 스님의 동자승과 닮아 있다. 그리고 김제동과 CF 모델인 심혜원 어린이와도 닮았다.




    




   

크게 활짝 웃는 것은 다 좋다.

올해는 많이 웃어야 할 텐데. 선물 주신 잉크냄새님 특별히 올해는 더 많이 웃으세요. 우리 집에 온 신랑, 신부 인형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남녀를 갈라놓는 유일한 방법이 결혼이라지만 두 사람은 행복했으면 하고 바란다.

잉크냄새님 인형 너무 마음에 들어요. 선물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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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1-0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분이 올리신 사진에 공통점이 하나 있네요. 뭘까요? ^^

호밀밭 2005-01-09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통점이 뭔가요? 사진을 다시 보니 제가 포장지를 좀 펴서 찍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드네요. 선물 감사드려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카드도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공통점 꼭 가르쳐 주세요.

Laika 2005-01-0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포장지가 배경인거 아닌가요?

플레져 2005-01-0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카드 ^^

2005-01-09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네르바 2005-01-0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공통점은... 셋이 선물 받고 너무 좋아한다는 거...(사진에 그 마음이 드러나 있지 않나요?) 아닌가요? 아니면 뭔지 빨리 가르쳐 주세요!!!

잉크냄새 2005-01-0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사실 중요한것은 아니고요...

플레져님 말씀처럼 카드가 동일하다는 것이지요.

진주 2005-01-10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드,

포장지,

포장끈,

받는 이들의 방방뛰는 기쁨,

보내는 이의 골고루 쏟은 정성...

이런 것들이 다 같지 않습니까?^^

별로 안 중요해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중요하다구요! 우린 그런 것들을 통해 얼굴도 한 번 안 본 사람한테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니까요. 그리고 그런 것들 때문에 우리는 알라딘을 못 떠나고 폐인으로 남게 되는 걸요.....

잉크냄새 2005-01-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만이 가지는 마력이죠.^^
 
 전출처 : 미네르바 > 잉크냄새님... 고맙습니다!!!

잉크냄새님의 돌잔치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선물을 받았다. 선물은 언제 받아도 즐거운 법... 감사한 마음에 흔적을 남겨 본다. 잉크냄새님...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이 선물만으로도 충분히 어떤 분이실지 짐작이 된다. 강릉댁님과 함께 나를 알라딘 마을로 초대해 주신 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데, 이렇게 선물까지 받으니 난 어떻게 은혜를 갚을까? 지금 기분이 매우 좋다. 잉크냄새님... 감사합니다.



1. 포장부터 정말 근사하지 않은가?...  저 멋드러진 리본까지..
빨간 줄이 그어져 있는 것은 ‘취급주의’의 끝글자 ‘’의 부분^^



2.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 인형... 청사초롱을 들고 있는 인형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왠지 올해에는 나에게 예사롭지 않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둠을 밝히는 청사초롱...밝은 일만 있을 것 같다. 웃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다.



3. 정성스런 카드와 함께... 저렇게 예쁘고 멋진 카드는 처음인 것 같다.
카드 안의 글은 더욱 멋지다. 세로로 덕담을 쓴 카드를 몇 년만에 받아보는 것일까?
서재 책장 한 켠에 세워 두어야겠다. 저 카드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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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1-0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사롭지 않은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랍니다.^^

미네르바 2005-01-09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꼭 그럴 것 같죠? 예사롭지 않은 좋은 일이 생기면 온전히 잉크냄새님 덕으로 돌리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 인형 너무 예쁘죠? 그냥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오네요.. 웃는 모습이 넘 예뻐요.

잉크냄새 2005-01-1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안목이 탁월했던 이유일겁니다.
 
 전출처 : 플레져 > 잉크냄새님의 선물



포장지가 너무 멋스럽습니다.



저 리본... 심상치 않습니다 ^^



카드에 세로로 적어주신 글귀들, 감동입니다, 잉크냄새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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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1-0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리본... 도예 공방 주인장의 솜씨인것을....ㅎ

플레져 2005-01-08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

제가 놀란 것은 누런 봉투가 아닌 포장 그대로 왔다는 것이에요.

암튼, 잉크냄새님 잘 쓰겠습니다 ^^

호밀밭 2005-01-08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선물 감사드려요.

플레져님은 사진도 예쁘게 찍으셨네요. 선물 정말정말 마음에 들어요.

미네르바 2005-01-08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명이 선택한 선물이 다 다르네요. 사진을 보니 플레져님 찻잔도 맘에 들고, 호밀밭님 인형도 맘에 들고... 내가 받은 인형도 참말 예쁘고... 저도 감사 드려요^^

2005-01-09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1-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분다 맘에 들어하시니 더없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