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도 보낼것이 많고 잊을 것이 많은지 년말부터 이어온 술자리가 년초가 되어서도 줄지를 않는다. 송년회, 망년회, 신년회, 친목모임, 진급 축하주, 위로주.... 또한 이러한 자리도 파트, 팀, 지인, 동호회... 등등의 조합을 이루어 만들어지니 그 조합의 수는 가히 살인적이다.
일상의 일탈을 눈치챈 몸의 각 조직들이 서서히 아우성을 치고 태업을 감행하는지라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눈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고, 간은 더 이상 해독공장으로의 역활을 다하지 않고 늦잠을 자기 시작했고, 위는 소화의 대상을 선별하기 시작해 철벽위장의 아성을 허물어뜨린지 오래이다. 대장은 흡수와 연동작용을 포기했는지 싸늘한 기운을 밀어올리고, 머리카락마저 부시시 마대자루처럼 윤기없이 엉퀴어버린다. 미안할 따름이다.
강행군의 일정동안 보낸것이 무엇이요. 잊은것이 무엇이요. 새로이 맞이한 것은 무엇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보낸것은 지갑속의 배추잎파리들이요. 잊은것은 잠시 끊겨져 나갔던 기억의 단편이요. 새로이 맞이한 것은 뒤골땡기는 숙취뿐이거늘... 오늘도 팀 진급자 회식 장소를 묻는 전화와 메신저가 하나둘 접수된다.
윤기없는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또한 윤기없는 눈들이 술을 철철 흘려가며 넝마조각처럼 널부러져 있다. 쓴웃음 지으며 난 그 윤기없는 넝마조각속에 또 어떤 총천연색 칼라로 널부러져 있는지... 괜히 넝마조각들이 처량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