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도 보낼것이 많고 잊을 것이 많은지 년말부터 이어온 술자리가 년초가 되어서도 줄지를 않는다. 송년회, 망년회, 신년회, 친목모임, 진급 축하주, 위로주.... 또한 이러한 자리도 파트, 팀, 지인, 동호회... 등등의 조합을 이루어 만들어지니 그 조합의 수는 가히 살인적이다. 

일상의 일탈을 눈치챈 몸의 각 조직들이 서서히 아우성을 치고 태업을 감행하는지라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눈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고, 간은 더 이상 해독공장으로의 역활을 다하지 않고 늦잠을 자기 시작했고, 위는 소화의 대상을 선별하기 시작해 철벽위장의 아성을 허물어뜨린지 오래이다. 대장은 흡수와 연동작용을 포기했는지 싸늘한 기운을 밀어올리고, 머리카락마저 부시시 마대자루처럼 윤기없이 엉퀴어버린다. 미안할 따름이다.

강행군의 일정동안 보낸것이 무엇이요. 잊은것이 무엇이요. 새로이 맞이한 것은 무엇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보낸것은 지갑속의 배추잎파리들이요. 잊은것은 잠시 끊겨져 나갔던 기억의 단편이요. 새로이 맞이한 것은 뒤골땡기는 숙취뿐이거늘... 오늘도 팀 진급자 회식 장소를 묻는 전화와 메신저가 하나둘 접수된다.

윤기없는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또한 윤기없는 눈들이 술을 철철 흘려가며 넝마조각처럼 널부러져 있다. 쓴웃음 지으며 난 그 윤기없는 넝마조각속에 또 어떤 총천연색 칼라로 널부러져 있는지... 괜히 넝마조각들이 처량하게 보였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5-01-1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요즘 잘 안 보이셨군요. 우리나라는 언제쯤 술 권하는 사회가 사라질까요? 이쪽에서 싫으면 거둘 줄도 알아야지. 술이 뭐 그리 좋다구...암튼 몸조심하셔요. 홧팅!(이런 일에도 홧팅을 외쳐야 하나요? >.<;;)

로드무비 2005-01-1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술 드실 때 꼭 안주 많이 드시와요.

갈아만든 배 같은 것도 다음날 꼭 마셔주시고요.^^

진주 2005-01-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 새해를 맨정신으로 좀 더 경건하게 맞을 수 없게 만드는지.....

저도 원망시러버요...잉크님께 자꾸 술 권하는 사회가요 ㅠㅠ

하얀마녀 2005-01-1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부디 건강을 더 이상 해치지 않게 연말연시 넘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잉크냄새 2005-01-12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 홧팅은 아무때나 좋은거죠.

로드무비님 / 욕 안먹을 만큼의 안주발을 세우는 요령을 터득했답니다.

박찬미님 / 매년 정신을 차려보면 보름정도는 실종되는것 같아요.

하얀마녀님 / 오늘이 공식적인 자리는 마지막일것 같네요.

Laika 2005-01-1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철벽위장을 자랑하시던 잉크님께서 이러시면 안되죠....

잉크님 글을 읽어보니 저는 그동안 너무 술을 안마셨군요...음..슬슬 마셔볼까? ㅎㅎ

icaru 2005-01-12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무리 철벽위장도 술앞에선 장사 없는듯 하당께요....



살살 드십쇼~~!!

2005-01-12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1-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 아직 철벽이랍니다.^^ 잠시 엄살~~

복순이 언니님 / 음~ 술보다는 나이앞에 장사없는것 같아요.^^ 몇년전만해도 이정도는 까딱없었다우~

속삭이신님 /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파란여우 2005-01-1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쯤 속은 어떠실까요?..뜨끈한 해장국이 그리운 아침이었겠군요...^^

잉크냄새 2005-01-1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 이제 연례행사(?) 마무리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전 속이야 아직 건실해서 해장국 안먹어도 튼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