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look into your eyes. I can see a love restrained.
- 그대의 눈을 들여다 보면, 억눌린 사랑을 느껴요.

But darlin when I hold you, don't you know I feel the same.
- 하지만, 그대여 내가 그댈 안고 있노라면, 나 역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나요.

Cause nothin lasts forever,
- 그 무엇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기에,

and we both know hearts can change.
- 우리들의 마음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And it's hard to hold a candle, in the cold November rain.
- 그리고 차디찬 11월의 빗속에서 촛불을 지키기가 너무도 힘겨워요.

We've been through this such a long long time,
just tryin to kill the pain.
- 단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애를 쓰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우리는 함께 해왔죠.

But lovers always come and lovers always go
And no one's reallly sure who's lettin go today, walking away.
- 하지만, 연인들은 언제나처럼 함께 하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죠
그리고 아무도 오늘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하는 지도 아는 사람이 없어요.

If we could take the time to lay it on the line.
- 만일, 우리가 시간을 가지고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를 할 때면,

I could rest my head,
- 저는 휴식이 될 수 있을 거예요.

just knowin that you were mine, all mine.
- 당신이 저의 연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말이예요. 저의 전부가 된다면 말이죠.

So if you want to love me, then darlin don't refrain.
- 그러니, 그대가 절 사랑하길 원한다면, 그대여 참으려 하지 말아요.

Or I'll just end up walkin, in the cold November rain.
- 그렇지 않으면, 전 차디찬 11월의 빗속에서 걸으며 (내 사랑을) 끝낼 거예요.

Do you need some time on your own.
- 그대만의 시간이 필요하세요?

Do you need some time all alone.
-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세요?

Everybody needs some time on their own.
- 모두가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길 바라죠.

Don't you know you need some time all alone.
- 그대도 그대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요?

I know it's hard to keep an open heart.
- 마음을 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전 알아요.

When even friends seem out to harm you.
- 심지어 친구들조차 당신에게 상처를 준다면 말이죠.

But if you could heal a broken heart.
- 하지만, 만일 당신이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면,

Wouldn't time be out to charm you.
- 세월(시간)이 감쪽하게 해 주지 않을까요.

Sometime I need some time on my own.
- 때로는 나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Sometime I need some time all alone.
- 때로는 나도 홀로 있을 시간이 필요해요.

Everybody needs some time on their own.
- 모두가 자기 자신들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Don't you know you need some time all alone.
- 그대도 그대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요?

And when your fears subside, and shadows still remain.
- 그리고, 당신의 두려움이 잠잠해지고, 그람자가 아직 남아 있을 때,

I know that you can love me,
- 그대가 날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전 알아요.

when there's no one left to blame.
- 그 누구도 원망할 사람이 없어질 때면 말이죠.

So never mind the darkness, we still can find a way.
- 그러니 어둠을 가슴속에 담아두지 마세요, 우리는 (함께 나아갈 수 있는)길을 찾을 수 있어요.

Cause nothin lasts forever, even cold November rain.
- 그 무엇도 영원히 있지 않다해도, 심지어 차디찬 11월의 비조차도 말이죠.

Don't ya think that you need somebody.
- 당신은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Don't ya think that you need someone.
- 당신은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냐구요.

Everybody needs somebody.
- 누구나 누군가를 필요로 하죠.

You're not the only one.
- 당신만이 그러는 것이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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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11-1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에 비가 내린다. 11월 11일, 어느 시인의 글처럼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으려나 보다.

파란여우 2004-11-1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사례치고는 화끈합니다. 도저히 이 열기를 어찌 잠재우고 잠들지...책상위에 발을 올려 놓고 듣습니다.^^

stella.K 2004-11-1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정말요. 당선 되셨네. 축하해요. 한턱 쏘세요. 내일 빼빼로 데인데...^^

Laika 2004-11-1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정말...짝짝짝~ 축하드려요.. 원..요샌 알라딘이 어찌 돌아가는건지...뭐가 뭔지 모르니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답니다 어떤땐 서비스가 안된다고 뜨질 않나... 어떤땐 서비스량이 폭주해서 접속이 안된다고 뜨질 않나...여전히 회사에선 글을 쓰지 못하고.... 하여간 축하드려요...이 노래는 오후에 집에가서 크게 틀어 놓고 들어야겠네요...

잉크냄새 2004-11-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메일로 들어온 적립금을 보고야 알았죠. 아직 미진하지만 금방 좋은 방향으로 개선이 이루어질거라 생각합니다. 님들의 축하에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감사해요.^^
여우님 때문에 november rain 이 당선소감 노래가 된 느낌이네요.^^ 그럴줄 알았으면 댄스곡으로 올리는건데...

진주 2004-11-1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런 기쁜 소식이 있었군요! 축하해요.^^ 제 메인창은 아직도 "에러"라서 몰랐어요. 안 그래도 소식은 늘 늦지만서두요^^; 축하해요~~~~~~

잉크냄새 2004-11-2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찬미님, 감사해요.^^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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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11-1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보처럼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빈집에 갇힌 것은 나인가 내사랑인가.

또 문득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한 구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것도 아닌데...

sweetmagic 2004-11-10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빈집, 벽은 없고 문고리만 있지요 ..... 그 문고리 꼭 쥐고 있는 손과...........

파란여우 2004-11-1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6년 종로의 한 극장에서 쓸쓸히 죽어간 기형도의 시..잘 있거라는 그래서 마치 유언같게만 느껴지는 비장한 부분입니다.

stella.K 2004-11-10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형도. 기형도.

icaru 2004-11-1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가....

더 이상 내것이 아닌 두려움들아!

로...

바뀌기를 저는 제 생에서 염원한답니다....

진주 2004-11-10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라보고 갑니다.

미네르바 2004-11-10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우리 집은 늘 빈집인데... 그 빈집에 나 홀로 늘 갇혀 있죠^^

잉크냄새 2004-11-1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집들을 비우고 알라딘에 둥지를 트나 봅니다.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조은 지음, 최민식 사진 / 샘터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사진작가 최민식의 사진을 처음 접한 것은 나태와 태만이 춘곤증처럼 엄습해오던 올해 어느 봄날 오후였다. 한팔과 한쪽 다리 대신 빈 옷자락을 펄럭이며 정면을 향해, 세상을 향해 외발로 힘차게 뛰어나오는 청년의 모습은 졸음을 한방에 날려버릴만큼 강렬한 느낌이었다. 절망이나 체념의 잔상들이 조금이라도 꼼지락거리면 남극의 차가운 얼음물을 정수리에 사정없이 쏟아부은듯 앳된 청년의 표정과 왼편에서 펄럭이던 빈 옷자락이 눈앞에 떠오르곤 했다. 의식적으로 그 사진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가 다루는 사진 소재의 대부분은 소외되고 서글픈 일상의 모습이었다. 6.25 직후 사진을 찍기 위해 거리로 나선 그가 마주친 장면은 우리 민족의 참혹함, 비참함 그 자체였다. < 이들의 슬픈 모습이 카메라 앵글을 통해 나의 머리에 읽혀지고 또 가슴을 두드리는 멍으로 전해져 왔다 >는 그의 말처럼 그의 카메라 앵글을 통해 그의 망막에 읽혀지는 인물들은 단순한 피사체가 아닌 하나하나의 처절한 삶이었다. 비참하고 서글퍼도 차마 얼굴을 돌리지 못하는, 아니 돌려서는 안되는, 정면으로 응시하고 보듬어야할 우리 자신의 자화상과도 같은 모습들이었다. 사진을 찍는 작업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그의 말은 가진자의 배부른 소리가 아닌 진정한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그의 사진은 유독 먹는 사람들의 사진이 많다. 양재기에 머리를 깊숙이 숙이고 국수를 먹는 소녀의 모습, 뒤에 들쳐업은 아이를 옆구리로 끌어당겨 국수를 먹이는 어머니, 가슴을 드러낸 어머니의 앞에 길게 목을 빼고 젖을 빠는 동생을 업은 누나의 모습. 인간의 가장 기본 욕구인 식욕마저 채우기 힘든 그들에게 판도라 상자속의 희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설픈 희망이 도리어 더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인간을 나아가게 하는 것은 희망만이 아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어둡고 불확실한 희망일망정 그 희망함에 대하여 나아가도록 만드는 것은 인간의 의지이다. 그는 그런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담아내고자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사진에 설명을 덧붙인 조은 시인의 글이다. 글의 완성도에 대하여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몇몇 구절에서 사진 테두리를 둘러싼 굵은 검은선처럼 왠지 어색하게 다가왔다. 위대한 작가의 작품속에 담겨진 메세지를 전하려는 시인의 노고에 머리숙여 찬사를 보내면서도 삶은 때론 여백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될수 있다는 말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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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1-09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적립금 모아서 이 책 살 겁니다.^^

sweetmagic 2004-11-0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 그 선 거슬리죠 ?? 여우님 이 책 아직 안 사셨어요 ??

어머머 웬일이야 웬일 ! ㅎㅎ

로드무비 2004-11-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추천이오!

서글프고 누추한 일상......가슴이 에입니다요.

sweetmagic 2004-11-10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책은 빌려 드릴수 있어요 ~ ㅎㅎ

잉크냄새 2004-11-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일이니, 웬일...제 서재는 현금대출 및 물물교환은 금지입니다요.^^

로드무비님. 가슴이 에이는 사진이지만 왠지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는 사진이죠.추천 감사합니다.

icaru 2004-11-1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최민식....일전에 간첩 신고가 들어와서...경찰서 출입을 자주해야 했다던...일화가 기억나네요~

미네르바 2004-11-10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메라 앵글에 잡히는 피사체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냐, 누가 바라보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최민식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진지한 삶이 되고, 예술이 되나 봅니다. 실은 저도 저 책 안 읽었는데... 님이 쓰신 글을 보니 보고 싶어지네요.

잉크냄새 2004-11-1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진이나 그림을 보는 눈이 없는데 유독 최민식의 사진에는 애착이 가는 끈끈한 그 무엇인가가 느껴지더군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의 인연에 감사하고 있다는 늙은 노작가의 말이 참 따뜻하다고 생각했답니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지상파 방송을 타지 않은 것은 2002년의 일이다. 2001년 모 방송사가 미스코리아 대회를 방송하였다가 된통 당하고나서 부터이다. 또 다시 슬슬 슈퍼모델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시작하고 있지만 이제 미스코리아는 왠지 한물간 느낌이다.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미스코리아는 가수로 전업한 옛날의 김성희, 모래시계로 상종가를 친후 재벌가의 며느리가 된 고현정, 아나운서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떠난 장윤정, 한참 잘나가다 섹스비디오 파문으로 매장당한 오현경 정도이다.

스물세살의 오월, 옥상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나에게 상황병의 특명이 떨어진 것은 하늘은 푸르고 아이들은 자라고 바다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눈부신 날이었다. 안테나 있는데로 기어올라가 방향을 잡으라는 것이었다. 낮이었던걸로 미루어 아마 그해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재방송중이었던 모양이다. 열약한 군부대 실정상 제대로 된 TV 시청은 힘들었고 수영복에 눈이 동그래진 병장들의 성화에 상황병이 취한 특단의 방법이었다.

한손에는 총을 한손에는 안테나를 붙잡고 이리저리 자리를 잡다 최종 결정이 난 곳은 보기에도 위태위태한 건물 난간의 끝이었다. 위풍당당하게 남대문을 지키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비견할 정도로 왼손에는 좌경계총 자세를, 오른손에는 너덜너덜한 안테나를 자유의 여신상의 햇불마냥 들고 있었다. 그때 바라보았던 오월의 바다처럼 고요한 바다는 없었다. 그런 어정쩡한 자세는 떠나갈듯한 환호성과 런닝과 팬티만 걸친 몇몇 병장들의 웃기지도 않은 워킹 흉내가 끝날때까지 계속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 해의 첫 매미 울음을 들은것 같다. 하늘은 푸르지 아이들은 자라지 바다바람은 시원하지 햇살은 눈부시지. 좀 이르지만 매미가 안 울고 배길 날씨가 아니다. 스물 세살의 오월은 눈부신 햇살속으로 환청처럼 쏟아지던 매미울음과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 올 해의 첫 매미 울음 / 인생은 / 쓰라려, 쓰라려, 쓰라려 > - 이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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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11-0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손에는 홍...한손에는 안테나 붙잡고 잉크님도 얼마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보고 싶었을까...^^

잉크님은 고향도 바닷가이신데, 군 생활도 바닷가에서 하셨군요...정말 바다와 깊은 인연이시네요...

sweetmagic 2004-11-0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

stella.K 2004-11-0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잉크님의 이런 글이 좋아요. ㅋㅋ. 재밌거든요...^^

잉크냄새 2004-11-0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 세살, 특별한 이유없이 눈에 밟히는 나이인가 봅니다. 기쁘건 슬프건 재미있건 황당하건 처절하건간에 모든 추억이 스물세살을 기점으로 펼쳐지고 있네요.^^
 

누구나 가슴속에 잊혀지지 않는 노래가 있다. 무의식 저편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 어느 순간 조금씩 새어나오는 그런 노래가 있다. 내게는 김건모의 1집에 실린 [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 ] 가 그 중의 하나이다. 특별히 김건모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비와 관련된 노래도 금과 은의 [ 빗속을 둘이서 ] 를 더 좋아한다. 아마 그때의 특별한 경험이 없었다면 김건모의 그저 그런 노래정도로 잊혀졌을 것이다.

훈련소를 입소하던 스물세살의 초봄, 나의 손에는 한장의 X-RAY 사진이 들려있었다. 나의 평발 사진. 국민학교시절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접게 만든 평발 사진이었다. 군지정 병원에서 촬영한 것으로 군의관한테 보이고 재검을 받으면 분명 면제일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들고간 것이다.

훈련소대 배정이 있기전 재검받을 사람을 지정했는데 아마도 열명정도였던것 같다. 키가 크거나 작은 사람, 몸무게가 적거나 많은 사람, 디스크, 관절염, 시력, 평발....기타 등등. 말그대로 초라한 패잔병처럼 우린 따로 마련된 버스를 타고 군병원으로 갔다. 재검후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은 한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복귀였다. 그때 인솔했던 상병이 " 죽을 각오하고 들어가라 " 고 측은한 표정으로 살벌한 말을 했었다.

복귀하던 버스 창밖으로 바라보이던 어두컴컴한 풍경속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멀리 훈련장이 폐허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라디오에서 김건모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 이렇게 비가 오는 밤이면/ 내 지친 그리움으로 널 만나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난 너를 찾아 떠나 갈꺼야 ] 이 구절이 나올 즈음에 버스는 쥐죽은듯이 고요했다. 모두들 비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비겁자라는 딱지를 이마에 붙이고 다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개 끌려가듯 한다는 말이 있다. 네발로 버티는 개의 목에 메인 목걸이에 목덜미가 밀려 온통 얼굴을 일그러뜨릴 정도로 처절한 모습, 그때가 바로 그런 심정이었다.

훈련소 복귀, 몸서리쳐지던 첫날밤의 얼차례는 상상에 맡기고 싶다. 무엇보다 비겁자라는 말을 외치는 것이 가장 비참했다. 하여간 초죽음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을때 밤이 깊을수록 더욱 맑아오는 정신속에 내무반 밖의 빗소리에 맞추어 김건모의 노래가 환청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누군가 끊임없이 REPEAT 버튼을 누리고 있는듯 했다. 이 비가 그치고나도 난 누군가를 찾아 떠나지 못하겠지~ 하는 한숨속에 스물세살의 초봄은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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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11-05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훈련소로 끌려가는 그 심정, 그것도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 우중충한 날에, 기억에 깊게 각인되고도 남겠네요. 저는 장나라의 '고백'을 들으면, 고요한 어둠을 가르는 한 줄기 빛, 그리고 그 공간에 울려퍼지던 팬플룻 소리가 떠오릅니다. 음악과 얽힌 가장 강렬한 기억이죠^^

sweetmagic 2004-11-05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많지만 특히 김건모 노래는 아름다운 이별이요 ...첫사랑이랑 헤어지려 할 때 마술처럼 라디오에서 나온 음악이예요 ....첫 시작 부분 피아노 반주 부터 애를 끓이더니...아...눈물나데요 ...첫 사랑은 학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선생님(당시 대학생) 이었데요~~ 저 고딩때 이야기 지요 ㅎㅎ.... " 눈물이 흘러 이별인 줄 알았어 힘없이 돌아서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 만큼 너도 힘들다는 걸 알아 ~~ 불라불라 " 그랬다니깐요... " 그때 군대 간다고 헤어졌던 첫 사랑 나중에 다시 같은 대학 같은과에서 만났지요 우헤헤 ~~

미네르바 2004-11-05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비오는 밤이에요. 잉크냄새님 잠못 들려나? ^^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일 것 같네요. 스물세 살의 초봄은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시간들이었군요.^^

저에게도 정말 잊혀지지 않는 노래가 있는데...

호밀밭 2004-11-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기억이 있는 노래네요. 노래는 그런 것 같아요. 마음이 우울할 때 들었던 노래들이 더 잘 기억에 남으니까요. 그런데 남의 추억담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노래들은 그 사람을 떠오르게 하거든요. 앞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 잉크냄새님이 떠오를 것 같네요.

파란여우 2004-11-05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에 맞는 음악들이 한 두개정도는 있죠. 금과 은의 <빗속을 둘이서>는 우리 세대 노래인데...아하, 잉크님의정신연령을 깜빡했지 뭐여요^^..어머나, 그리고 호밀밭님도 오랜만이어요.반가워요..호호호^^

잉크냄새 2004-11-0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다지 아픈 기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단지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 버스안이 떠오르죠. 갈대님은 역시 팬플룻이 빠지지 않는군요. 매직님은 순정소설같은 느낌이네요. 미네르바님의 노래도 궁금하네요. 호밀밭님 정말 오랫만에 보네요. 반가워요. 여우님 저의 정신연령으로는 개구락지송 정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