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집을 사러 다닐때 나름대로 조건으로 잡은 것이 햇볕이 잘 드는 구조와 앞이 트인 구조였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비록 아파트이지만 베란다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광경은 그나마 대자연의 푸르름을 느낄수 있는 곳이다. 한 부분만 놓고 본다면 대관령의 목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비록 밭작물이지만 6층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장을 그려볼수도 있고 해바라기가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그리기에도 손색이 없다.

봄이 지나 낮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생활 공간으로 자리잡은 것이 베란다이다. 퇴근후 책 한권을 들고 노을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하는 하늘이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의 즐거움이다. 중학교 시절 배운 소설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이 그러하듯 나 또한 노을을 바라보며 글을 읽고 있다. (다만 해가 떨어지는 모습은 아쉽게도 옆 건물에 가려지고 만다.) 예전에 낚시 다닐때 가지고 다니던 긴 등받이 의자를 설치하고 탁자 비슷한 것도 하나 구하여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을 하였다.

한낮의 빨래의 하늘거림 속에서 읽는 책의 맛도 좋고 저녁 노을 속에서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깨어나는 경험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일찍 잠이 깬 새벽녘의 몽롱한 안개 속에서 읽는 책도 묘미가 있다.

이 곳은 특히 안개가 심하다. 평균 열흘에 한번 정도로 자욱한 안개가 새벽녘에 온 천지를 뒤덮곤 한다. 출근하는 날의 안개는 출근의 적과도 같지만 휴일 새벽의 안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울림을 담아내곤 한다. 얼마전에도 새벽녘에 잠이 깨어 바라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책을 들고 베란다로 나가 아침 햇살에 안개가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책을 읽었다. 이것이 도원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풋~ 하고 웃으며 들어왔다.



베란다에서 보이는 밭이다. 얼마전 할머니들이 무엇인가를 심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푸르른 들판을 만들어 버렸다.


이곳은 안개가 심하다. 앞을 가늠할수 없을 정도의 안개가 자주 낀다. 휴일날의 안개는 또 다른 신비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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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18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잉크 냄새 님은 참 행복한 분이시네요. 냉열사 집 배란다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아파트 신축 공사가 만들어 놓는 살풍경 그 자체랍니다..
사진을 보니 제 맘이 다 탁 트여 지네요...베란다에서 책 한 권 들고 책 읽으시는 모습...참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네요. ^^

호밀밭 2004-07-1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개가 가진 신비한 느낌 좋아해요. 멋진 풍경이 보이시는 곳에서 사시는군요. 베란다에 의자가 있다니 좋으시겠어요.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서 좋은 풍경도 바라보시고, 멋진 배경을 안주 삼아 맥주를 드셔도 좋겠네요. 쉬는 날 안개를 보게 되면 몽롱하면서도 편안해져서 현실을 조금은 잊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stella.K 2004-07-18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은 어디 사시길래 베란다에 나서면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 거죠? 정말 베란다에서 책을 읽으시는 님의 모습이 퍽이나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부럽습니다.
저의 집은 사방이 건물로 둘러쳐져 있을뿐인데...그나마 길건너에 숲이 있다는 게 위안이 되네요. 잘은 안가지만...

ceylontea 2004-07-1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은 놀이터가 보여요...^^
잉크냄새님.. 베란다에서 밖을 보면.. 기분이 상쾌해지겠어요...

水巖 2004-07-19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풍경을 보면서 사십니다. 부럽습니다. 우리 아파트도 옆에 신축 아파트를 짓는 바람에 그나마 손주올때 같이 보던 기차며 전철도 못 보게 되었답니다.
탁 트인 베란다에 흔들의자를 놓고 책을 보거나, 아니면 앙증맞은 티 테이블에서 커피 한잔 마셔도 좋으련만.....

잉크냄새 2004-07-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기도 이천입니다. 이곳은 예전부터 지하수와 관개수로가 발달하여 물과 흙이 좋고 쌀과 도자기가 유명하죠. 호수가 없음에도 안개가 많은 것은 지하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얼마후면 지하철이 이곳까지 연장된다고 하던데, 그때는 아마 이곳도 살벌한 풍경이 형성되지 않을까 합니다.

icaru 2004-07-1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란다로 보이는 풍경이 저러하다면..음...저같으면 집밖으로 도통 나가려 하지 않을 듯 합니다...

메시지 2004-07-19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저희 집도 창밖으로 나무가 보이고 매미소리와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만 잉크냄새님댁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네요.

겨울 2004-07-19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창문을 여는 순간 참새 한 마리가 흘끔흘끔 곁눈질을 하며 담장 위를 걸어가더군요. 총총 걸어가던 모양이 어찌나 우습던지요. 잉크냄새님은 정말 근사한 곳에 사시네요. 도심 안에서는 저런 풍경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지요. 늘 지나는 길에 공한지가 있는데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께서 들깨며 상추며 열무를 심어 가꾸는 모습을 종종 보았죠. 무단으로 투기한 쓰레기들 옆에 무성히 자란 채소를 보는 일은 참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누군가 모조리 싹둑 베어버렸고 할머니는 그 옆에 서서 못된 사람들이라고 푸념을 하시더군요. 아마도 땅에 관련된 누군가가 그리한 듯. 근처에 잔뜩 버려진 쓰레기는 방치하면서 자라고 있는 채소를 그렇게 몰인정하게 짓밟다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Laika 2004-07-2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잉크님이 산속에 사시는건가 생각 했답니다. 좋네요..저는 저런 풍경 안펼쳐지고 그냥 베란다만 있어도 좋겠어요. 저는 창문 열면 뒷집 빨간 벽돌만 보인답니다. 그래도 햇볓은 들어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잉크냄새 2004-07-20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 트인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아요. 매미소리, 새소리 들리는 것도 좋고, 여름밤이면 풀벌레 소리와 개구리 소리 들리는 것도 좋고요. ^^

아영엄마 2004-07-2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책을 읽다, 모니터를 들여다 보다, 눈이 피곤하거나 문득 하늘을 보고 싶을 때 눈을 돌렸을 때 볼 확 트인 공간과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자 행운이죠.. 잉크냄새가 저를 이끌어 왔더니 근사한 자연 풍경이 보이네요..^^*(저 아시죠? ^^;; 즐겨찾기 하나 늘면 그건 바로 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