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자전거를 배운 것은 국민학교 6학년이었다. 다른 사람보다 늦은 것은 학교에 들어가기전의 사건 때문이다. 자전거 뒤에 타고 있었는데 내리막길에서 바퀴살 속으로 왼발이 빨려들어가면서 심하게 다친 기억때문에 자전거를 상당히 꺼려했다.

처음 탄 자전거는 짐자전거이다. 그 묵중한 무게, 상당히 높은 안장, 하여간 쉽지 않은 대상이었다. 짐자전거는 그 당시의 키에 안장에 올라타서 타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사용되는 기법이 자전거 안장 밑으로 한쪽 다리를 집어넣어 몸과 자전거의 무게중심에 의존해 비스듬하게 타던 방법이다. 지금 이름을 붙이자면 가위타기 정도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축구의 가위차기와 비슷한 자세라고 할수도 있으니까.   

그 당시의 클락숀은 태엽 형태였다. [ 찌르릉 찌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 한손으로 레버를 밀면 찌르릉 소리가 나던 방식. 지금은 보통 누르는 방식으로 소리도 다양하다.아마 지금  동요가 나온다면 [ 삐리리리리 삐리리리리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 정도가 아닐까 싶다. 노래가 성립안되는군.

2. 놀이

고향집에서 소금강까지 자전거로 2시간 거리였다. 중학교 / 고등학교시절 주말에 친구들과 자전거로 소금강까지 올라간후 하던 놀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고 위험한 놀이였지만 그 당시 뭔가 신나고 자극적인 걸 원하던 시기에는 그런데로 재미있었던것 같다.

심한 경사와 구불구불한 커브길로 구성된 길은 올라가는데는 30분 정도 소모되지만 내려오는 것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면서 브레이크를 잡지 않기였다. 순전히 발만으로 브레이크를 대신하면서 내리막과 커브길을 내려오는 것이다. 그 위험성에 비해서 사고는 나지 않았다. 딱 한번 친구 녀석이 커브길 밖으로 날라갔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던것 같다.

3. 망신

고등학교 시절이다. 친구에게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간 적이 있다. 친구가 딱 한마디 하더군. [ 자전거 약간 고장났거든. 근데 조심하면 괜찮을꺼야 ] 사건은 이 고장의 명확한 의미를 몰랐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에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여학생이 지나갔다. 바로 머리속에 발동하는 객기 (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정신없이 부리는 객기의 근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바로 자전거 앞바퀴 들기였다. 시도는 훌륭했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고장이란 것이 바로 앞바퀴 고정 나사가 없는 것이었다. 천천히 조심하면 충분히 탈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화에서 우당탕 쿵탕하고 난후 바퀴만 굴러가는 장면. 만화에서나 가능한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세계에도 존재한다. 자전거 앞바퀴 들기를 시도하는 순간 눈 앞에 앞바퀴가 빠져서 저만치 굴러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 다음은 설명안해도 뻔한 사실 아니겠는가 우당탕 쿵탕 사람 구르고 책가방 구르고 도시락 구르고 자전거 구르고.... 아픔보다도 망신살에 잽싸게 도망쳤다. 그 여학생이 보았을 것을 생각하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참후 앞바퀴를 둘러메고 나타나 허탈하게 노을 속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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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1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가 보기는 좋아도 그렇게 안전한 물건은 못되나봐요.
그래도 그 여학생 앞에서 실수했어도 얼마든지 좋은 인연을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그 여학생 잉크님 마음을 정말 몰랐던건지, 아니면 정말 마음에 없었던건지...
그래도 영화의 한 장면 같아요. <클래식>에 나왔던 조승우가 생각나네요. 그 배우 꽤 괜찮던데...^^

갈대 2004-07-17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부리는 객기에 대한 연구는 남성학 관련 책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다른 포유류의 수컷들이 암컷들에게 자신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과 같은(적어도 비슷한) 심리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잉크냄새님에게 그것은 <필살 자전거 앞바귀 들기>였군요. 확실히 여성은 쉽게 할 수 없는, 남자의 힘과 균형감각 그리고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기에 잘만 되었으면 호감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예측하지 못한 자전거의 결점으로 인해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네요^^

미네르바 2004-07-17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의 그 객기가 성공했다면 생이 좀 달라졌을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잉크님의 추억을 듣는(읽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에요. 즐겁게 살아오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에서 소금강까지 두 시간 거리를 자전거로 갔다... 참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자전거를 탔어요. 저희 중학교 체육선생님이 워낙 독창적이신(?) 분이라 여자 중학생 아이들에게도 의무적으로 자전거를 타게 하고, 시험까지 보았으니까요. 그 덕분에 지금은 자전거도 탈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혹독한 시련이 주어졌지요. 빌려서 탄 자전거 페달을 부셔트리기도 하고, 이웃집 오빠의 자전거 타다 넘어져서 손등에 크나큰 흉터를 남기기도 하고... 그러나 그 결과 대학교 때 동아리에서, 어느해 어린이날, 여의도 광장에서 사이클을 탈 때, 여자 아이 중 유일하게 씩씩하게 사이클을 탔다죠?

호밀밭 2004-07-1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전거를 탈 줄 몰라요. 어렸을 때 언니 키에 맞춘 자전거를 아빠가 사 오셔서 페달에 발이 안 닿아서 못 배웠어요. 그리고는 그냥그냥 미루다 보니 배우지 못했고, 타려고 하니 겁이 나서 못 탔어요. 겁이 많은 편은 아닌데 자전거는 참 위태위태해 보여서요. 그 때 여학생 앞에서 타다가 넘어지시고 그냥 한 번 뒤돌아 보시지 그러셨어요. 의외로 그 모습이 좋아 보였을 여학생도 있었을 텐데요.

겨울 2004-07-1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맹이 시절에 오빠의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가 집 근처 논밭으로 굴러떨어진 기억이 여지껏 남아서 좀처럼 자전거를 타기가 쉽지가 않아요. 훵 뚫린 운동장이나 사람도 차도 없는 길에서는 그럭저럭 타고 달리는데 막상 실전에서 사람과 차들 속으로 달리는 일이 어찌나 무서운지요. 탈 것 같은데.. 라는 남들의 말과는 달리 자전거를 못탄다고 극구 부인해야하는 겁장이죠.

잉크냄새 2004-07-17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전거를 타보신 분들은 한번쯤은 굴러떨어진 경험은 있을것 같아요. 특히 좁은 시골길을 달리다 논두렁에 굴러떨어진 경험이 많죠. 예전에 서부영화에 나오는 말타기 묘기처럼 흉내낸다고 연습도 많이 했어요. 달리는 자전거에서 뛰어내렸다가 다시 달려가 뛰어서 올라타고, 뭐 이런 허접한 연습도 그 시절에는 꽤나 했답니다.

ceylontea 2004-07-19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전거 탈 줄 몰라요...
정말 배우고 싶은 건데.. 이젠 겁이 나네요...